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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O[13]

우리는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며 살아가지요.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쳐다보는 '남'의 시선에 마음의 자유를 구속 당하지요. 하지만 그런 '나'는 진짜 내 모습이 아니랍니다. 그저 세상과 얽히고설킨 존재일 뿐이지요. 여기 또 하나의 '나'가 있지요. 하늘과 땅 저편의 타오와 손잡고 있는 내가 있어요. 이것이 '나'의 진짜 모습이랍니다.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되찾는다면,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지 않겠지요. 혹시라도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세상이 무시하면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타오의 눈으로 보세요. 세상은 돌고 돌고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타오의 커다란 눈으로 본다면 한 점에 불과한 '나'처럼 세상도 역시 한 점에 불과할 뿐이랍니다...

삶의나침반 2006.03.30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은 동강 상류의 석회암 절벽 바위 틈에서 자라는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꽃이 피는데 개체수도 적고 절벽이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는 탓에 가까이서 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른 할미꽃과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꽃 색깔은자주색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흰색 등 여러가지가 있다. 아마 석회암 토양의 성질 차이에 따라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추측한다. 동강할미꽃은 십년 전쯤 한 사진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들 얘기로는 그때는 강을 따라 동강할미꽃이 멀리서 보아도 붉게 보일 정도로 많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강옆으로 도로를 만들고 포장을 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동강할미꽃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밖에 알려..

꽃들의향기 2006.03.29

TAO[12]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앞 다투어 돌진합니다. 당신이 그 강렬한 총천연색에 마음 뺏길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빛깔 고운 색의 자연스런 조화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레미파솔라시 일곱 음계가 찢어질 듯이 울립니다. 당신의 그 찢어지는 소리에 마음 산란해질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그윽한 소리의 자연스런 조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다섯 가지 맛이 한꺼번에 뛰어듭니다. 당신이 그 고약한 맛에 입맛 잃을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군침 도는 맛의 자연스런 조화를 맛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예전에는 사냥에, 지금은 스포츠 경기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돈벌이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돈의 노예가 ..

삶의나침반 2006.03.28

줄탁 / 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 줄탁 / 이정록 줄탁동기(줄啄同機)란 말이 있다. 줄(口+卒)이란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말하고, 탁(啄)이란 알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깨뜨려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줄탁동기란 스승이 제자의 노력이나 역량을 알아채리고 바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관계를 이르는 아름다운 말이다. 이 시는 별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특이해서 절로 경탄이 난다. 우주는 하나의 알이 되고,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부리질이 반짝하며 별빛으로 빛나고 있다. 언젠가 저 틈 너머 빛의 세계로 ..

시읽는기쁨 2006.03.28

멍청한 건지 교활한 건지

어제 롯데월드에서 무료입장하려던 관객들이 몰려든 인파에 넘어지며 수십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났다. 롯데월드는 지난달에 일어난 안전사고를 사죄한다는 의미로 일주일간 선착순 무료입장 시킨다는 광고를 냈고, 공짜를 바라고 모여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일어난 것이다. 급기야는 개장 시간을 얼마 넘기지 못해 행사를 취소했다. 어제 그 앞을 지나간 지인의 얘기로는 엄청난 사람들 때문에 교통이 정체되어 중요한 약속 시간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안에서의 사고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도 이런저런 피해를 겪은 셈이다. 무료 관람이라는 카드를 걸었을 때는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건만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 만든 것은 일차적으로 롯데 측에 책임이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의..

길위의단상 2006.03.27

TAO[11]

놀이동산의 우뚝 솟은 회전 풍차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수많은 날개를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심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풍차가 돌아간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공방에 있는 그릇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오목한 것, 넓적한 것 모두 모두 안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그릇이 그릇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방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작은 방, 큰 방 작더라도 두 발 뻗고 누울 빈 공간이 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방이 방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그래요. 꽉꽉 찬 것이 근사해 보이지만 실은 중심의 텅 빈 공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이젠 믿으시겠죠?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선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유以爲室,..

삶의나침반 2006.03.27

동강에 다녀오다

친구와 같이 동강에 다녀왔다.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동강할미꽃은 정선 동강의 석회암 절벽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의 희귀식물이다. 동강 중에서도 특수한 일부 지역에서만 자란다. 1997년에야 알려졌는데 그만큼 오지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은 처음에는 위를 향해 피었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서 옆을 향하는데, 이것이 다른 할미꽃과 다른 특색이다. 그러나 현장의 안내하시는 분 말씀에 따르면 그때만 해도 동강 주변에 무척 많은 동강할미꽃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 옆으로 도로를 만들어 아스팔트를 깔고, 사람들이 와서 마구 캐가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이젠 보존해야 할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를 타고 새말IC와 안흥, 평장을 거..

사진속일상 2006.03.26

TAO[10]

타오와 손잡으면 몸과 마음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된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를 닮았어요. 그 꾸밈없는 마음은 '호-호-' 윤나게 닦은 거울과 같이 한 점 부끄럼이 없답니다.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저 사람들을 넘치게 사랑할 뿐이지요. 하늘과 땅이 태어난 신비의 문, 그 문을 열면 어머니와 뛰어놀 수 있답니다. 그곳은 일부러 까치발 딛고 보지 않아도 온 세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지요. 그래요. 타오와 손잡은 사람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낳고 사랑하며 기른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인 양 내세우는 법이 없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도 '내가 했소이다' 하고 큰소리치지 않으며, 혹 선두에 서서 리드하더라도 결코 ..

삶의나침반 2006.03.26

참꽃마리

봄은 꽃마리와 함께 찾아온다. 3월 초순이면 꽃을 피기 시작하는데 우리 주변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다.다만 꽃의 크기가 워낙 작아 서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가 있다. 허리를 굽히며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에게만 그 고운 모습을 보여 준다. 노란 루즈를 곱게 바른 듯한 하늘색 얼굴은 환하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수많은 꽃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며 애착이 가는 꽃이 있는 법, 나에게는 꽃마리가 그런 꽃들 중의 하나이다. 어떤 종류는 꽃 크기가 좁쌀만하게 작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꽃 안에 전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꽃이 피는 꽃대가 돌돌 말려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도르르 말려있는 ..

꽃들의향기 2006.03.24

TAO[9]

활시위를 힘자랑하듯 잡아당기면 피식 끊어질 따름이지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면 줄줄 넘쳐흐를 따름이지요. 번쩍번쩍 예리한 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 금세 무디어진답니다. 금고를 금은보석으로 꽉꽉 채워도 나라에 세금도 내야 하지요.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지요. 그것도 아니면 우둔한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탕진해 버릴지도 몰라요. 부나 명예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그막에 좋은 소리를 못 들어요. 끊어질 때까지 넘쳐흐를 때까지 부여잡고 있지 말고 할 일을 마쳤으면 조용히 놓아 주세요. 그것이 타오를 따르는 길이랍니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취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모든 것은 변한다' - 우주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는 이 세계는 ..

삶의나침반 200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