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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결국은 나에게서 출발한다. 내가 아름다운 한송이 꽃이 될 때 세상은 이미 꽃밭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를 버려두고 너와 우리를탓한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나 하나 만이라도'라는 마음이 많아질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아, 절망하지 말고 내 속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가꾸자. 온 우주를 대하듯 정성드려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워내자.

시읽는기쁨 2005.06.01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달력이 숨 가쁘게 휙휙 넘어갑니다.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싶으면 어느덧 주말이 다가와 있고, 월초다 싶은데 어느 순간 월말이 되어 있음에 놀랍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가 그런 느낌을 더해줍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탁상 달력에는 간디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그림과 함께 신영복님의 ‘진보는 단순화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매일 이 글을 보며 한 달을 지냈습니다. 짧은 한 줄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한 때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 시끄러웠습니다만,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정치판에서 서로 싸우는 모습은 비슷한 도토리들이 서로 자기 키가 더 크다고 다투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서울 시장이 대학 강연을 다니..

참살이의꿈 2005.05.31

경복궁 향원정

퇴근하며 옆의 동료와 경복궁에 들리다. 평일의 늦은 오후여서인지 고궁은 조용하다. 늘 단체 관람객들로 시끌벅적하던 경복궁이 인적이 그치니 제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문을 닫는 오후 6시가 가까워지니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고궁은 적막 속에 잠긴다. 경복궁의 뒤에 있는 향원정은 그래서 더욱 고즈넉하다. 1870년 대에 향원지라는 연못을 파면서 지었다는데 나무로 만든 저 다리가 향기에 취한다는 취향교(醉香橋)이다. 이곳은 왕실 전용 휴식공간으로 아마도 가장 은밀한 곳이었을 것이다. 향원정 둘레의 연못에는 노랑어리연꽃과 수련이 곱게 피어있다. 이 어리연꽃을 구경하러 찾아온 사람들이 연못 둘레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어느 분은 햇빛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연꽃의 색깔을 본다며 몇 시..

사진속일상 2005.05.30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악마가 말했다. “자식이 있는 자는 자식 때문에 기뻐하고, 소가 있는 자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인간이 집착하는 것은 기쁨이다. 집착할 것이 없는 자는 기뻐할 일이 없다.” 붓다가 대답했다. “자식이 있는 자는 자식 때문에 근심하고, 소가 있는 자는 소로 인해 근심한다. 실로 인간의 근심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데서 생겨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자는 근심할 일도 없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다.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악마는 소유물을 기뻐했지만, 붓다는 소유물에 대한 집착을 부정했다. 낙관적 세계관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며 우리 사회는 그런 가치관을 지향하도록 가르친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정신병자 보듯이 하기도 ..

길위의단상 2005.05.27

팔복 / 윤동주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 팔복 / 윤동주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의 슬픔의 무게는 얼마쯤 되었을까?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무치는 슬픔에 잠겨있었을 시인의 여리고 순수한 심성이 안타까워서내 마음도 막막해진다.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요"라고 했지만, 슬픔은 뒤에 올 위로로 인하여 복된 것이 아니라, 슬픔 그 자체가 복되다고 시인은 말하는 것 같다. 시류에 편승하고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기쁨과 행복이라면 그것은 저주받은 기쁨이며 행복일 것이다. 이 시가 ..

시읽는기쁨 2005.05.26

천남성

요사이 산에 오르면 심심치 않게 천남성을 만날 수 있다. 천남성은 꽃이 특이하다. 색깔이나 모양이 보통의꽃과는 다르다. 생긴 모양이 꼭 코브라가 고개를 치켜들고 서 있는 것 같다. 그런 느낌 그대로 천남성은 독성이 있다고 한다. 가을에 열리는 열매 또한 특이하다. 빨간 열매들이 뭉쳐있는 모양에서는 예쁘다기 보다는 뭔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왜 이름이 천남성(天南星)일까? '하늘 남쪽의 별' - 그러나 아무리 바라보아도 별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천남성은 나무 아래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데, 아무리 고개를 쳐들어도 보이지 않는 하늘의 별이 그리워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이름을 가르쳐주던 친구가 천남성을 '첫남성'으로 기억한다면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

꽃들의향기 2005.05.25

손맛

지난 주에 남대문에 나가서 니콘 D70을 샀다. 디카로 넘어오면서 그동안 소형의 자동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휴대성이 좋고간편해서 마음에 들었지만내 의도대로 사진을 만들지 못하는 단점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전에 SLR 필카를 썼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마음 먹고 DSLR인 D70 바디를 산 것이다. 필카 때 쓰던 렌즈가있어서 그냥 이용할 수 있기에 선택에망설임은 없었다. 렌즈는 18-35mm, 80mm, 105mm 마크로, 180mm가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아쉽다면 이 디카에서는 거의 1.5배 정도 망원쪽으로 편향이 되어 광각 효과가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낚시꾼들은 종종 손맛이라는 말을 쓴다. 오랜만에 손에 꽉 차는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보니 똑딱이에서는 느낄 수 없..

사진속일상 2005.05.24

나무에 약을 치다

분무기를 매고 처음으로 농약을 뿌렸습니다. 약은 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경계수로 심어놓은 회양목이 고사 직전 상태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징그럽게 생긴 벌레는 떼어낼 수가 있다지만 새까맣게 붙어있는 알들은 어찌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수 십 그루가 되는 회양목을 베어낼 수도 없었습니다. 회양목이 이렇게 벌레가 많이 끼는 나무인 줄 알았다면 심지 않았을 텐데 하고 지금은 후회를 합니다. 이왕 버린 몸이 되었다고 나머지 나무들에도 농약을 쳤습니다. 나무 중에서는 벚나무가 그 다음으로 벌레에 취약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벚나무 한 그루에 연초록의 큼직한 벌레들이 달라붙어 나뭇잎을 갉아먹기에 모두 잡아주었더니 그 뒤로는 괜찮았습니다. 나무를 심고 길러보니 나무마다 성향이나 기질이 다 다름을 알 수 있..

참살이의꿈 2005.05.23

철새는 날아가고

‘천수만 지역 주민들이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위를 했다. 정부는 이 지역에 복합레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어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농민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도 거부하고 철새 도래지인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돈 보다는 환경이, 자연과의 공존이 더욱 중요함을 농민들은 보여 주었다.’ 이것은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본 신문 기사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천수만 지역 주민들이 철새들을 내쫓는다고 갈대밭에 불을 지르고 폭죽을 터뜨리는 충격적인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환경부에서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이곳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개발이 금지되기 때문에 관광도시와 웰빙특구를 추진 중인 천수만..

길위의단상 2005.05.21

모란

모란을 보면 중국이 연상된다. 원산지가 중국이기도 하거니와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왠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옛부터 화중왕(花中王)이라고 꽃 중의 제일로 쳤다지만, 활짝 핀 모란은 그 풍성한 자태가 도리어 부담이 될 정도로 나로서는 예쁘다는 느낌은 별로 갖지 못했다. 선덕여왕이 아직 어렸을 때의 얘기다. 중국에서 얻어 온 모란꽃 그림을 보여주니 "꽃은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웃으며 물으니 "그림에 벌, 나비가 없으니 이는 반드시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종자를 심어보니 과연 말대로였다. 선덕여왕의 총명함을 말해주는 일화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얘기도 조금 비틀어보면 그림에 나비가 없다고 해서 향기가 없다고 단정..

꽃들의향기 200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