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650

TAO[24]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서서 뛰어 보세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납니다. 멀리뛰기 선수처럼 다리 벌려서 뛰어 보세요. 100m도 못 가서 가랑이 찢어집니다. '나 예쁘죠!'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미워 보여요. '나 잘났어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못나 보여요. '내 말이 옳아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틀려 보여요. 잘난 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느끼면 남도 그렇게 느끼는 거예요. 타오의 눈으로 보면 그런 건 다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삶을 충분히 누린 후에 남은 찌꺼기, 삶의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그러니 타오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손을 대지 않는답니다 - 그런 군더더기에는.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

삶의나침반 2006.04.21

400 : 15

웃음을 연구한 사람에 따르면 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이는 하루에 평균 400 번을 웃는데, 성인은 고작 15 번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불행하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리 잘 봐 주어도 성인의 평균이라는 하루에 15 번 정도도 웃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도 대부분이 미소의 형태이고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파안대소는 거의 없다.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웃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모인 곳에서는 대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신에 수다 소리를 참아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깔깔 하고 웃는 여성의 웃음소리를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여..

길위의단상 2006.04.19

TAO[23]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흉봐도 신경 쓰지 마세요. 태풍이 휘몰아쳐도 반나절이면 지나가게 마련이잖아요. 장대비가 쏟아져도 이틀이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게 마련이잖아요. 타오와 이어져있는 대자연조차 적당한 때에 그칠 줄 아는데 하물며 얼키고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 따위는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상대가 타오와 손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시 타오를 모른다 해도 어찌겠어요? 당신이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아 주어야지요. 상대가 부족한 만큼 당신이 채워 주면 그 또한 기쁨이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이런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타오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道者同於道, 德..

삶의나침반 2006.04.19

앵두꽃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앵두꽃을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춘정(春情)의 상징으로연결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후천적으로 습득한 이미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시야를 고정시키는 단점도 있지만 어차피 인간의 인식이란 것이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니까 이왕이면 이렇게 낭만적이면서 우리 가슴을 들뜨게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봄의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면 일부러라도 환영할 일이겠다. 그래서 앵두꽃은 사랑의 꽃이다. 누구든 저 앵두나무 아래에 선남선녀의 연애 스토리 하나쯤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활짝 핀 앵두꽃을 바라보는 봄처녀의 가슴은 연정으로 활활 타오른다. 아니 거꾸로 뜨거운 봄처녀가 찾아오니 앵두꽃이 화알..

꽃들의향기 2006.04.18

TAO[22]

그래요, 언뜻 보면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그 속에 더 큰 플러스를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혼자 잘난 척 툭 튀어나온 건 잘리기 쉽지요. 나를 굽혀 수그리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지요. 이리 저리 헤매는 것 같아도 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낡음은 새로움의 다른 이름, 비움은 채움의 다른 이름, 적음은 많음의 다른 이름이예요. 그러니 적게 가졌다고 슬퍼 마세요. 많이 가졌다고 기뻐 마세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타오를 가슴에 품고 오직 타오와 하나 됨을 꿈꾸며 살아가는 법. 타오와 함께하며 나를 굽히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세워 주던걸요. 나 못났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잘났다 하던걸요. 내 자랑 안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날 자랑해 주던걸요. 남 무시하지 않으니까 나 무시당하지..

삶의나침반 2006.04.18

창 밖에 살구꽃이 환하다

텃밭을 일부 정리하고 감자를 한 줄 놓았습니다. 지난주에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로부터 알이 작은 씨감자를 받았는데 눈을 따지 않고 그냥 심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흙을 만지니 감회가 새롭고 기분도 무척 좋았습니다. 무겁던 몸과 마음이 새 기운으로 충전되는 것 같았습니다. 피곤하지만 뭔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올해는 작은 묘목 몇 그루만 심었습니다. 앵두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자귀나무. 여기는 이제야 산수유, 살구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벚꽃은 작은 봉오리가 겨우 보입니다. 그만큼 이 동네는 춥습니다. 제가 심었던 나무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합니다. 별로 거두지도 못했는데 나무들은 스스로 자리를 잡고 적응하며 커갑니다. 불평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참살이의꿈 2006.04.17

서울대공원 왕벚꽃

어제는 서울대공원에서 단축마라톤 행사가 열려 다녀왔는데 마침 왕벚꽃 축제 중이어서 꽃구경도 겸할 수 있었다. 왕벚꽃은 수십 송이의 꽃이 한 무더기로 피어 탐스럽고, 색깔도 순백색으로 아주 화사하다. 일반 벚꽃과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관람객이 엄청 모여들기 시작해 한낮에 나갈 때쯤 해서는 넓은 길이 사람으로 뒤덮였다. 봄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만개한 꽃을 보면 마음도 절로 환해진다 .세상사가 아무리 힘들고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존재의 감사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저 꽃나무 아래서만은 세상 시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6.04.16

하여간 / 장철문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라 어떨진 모르겠는데, 하여간 청어(靑魚)라는 물고기가 있다는데, 하여간 그게 횟감으로는 참 끝내준다는데, 하여간 그놈 성질이 하도 급한 나머지 배 위로 올라오자마자 목숨을 탁 놓아버리는 바람에 그 착 감기는 살맛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인데, 하여간 어느 코쟁이 나라의 좀 똘망똘망한 어부가 어찌하면 이걸 산 채로 도시에 가져가서 팔아먹을 수 있을까 밤낮으로 짱돌을 굴리다가 아하, 그렇지! 그럴싸한 수를 한가지 냈다는 것인데, 하여간 큼지막한 어항을 하나 만들어설라무네 거기 바다메기를 두어 마리 풀어놓고는 청어란 놈을 잡아 올리는 족족 어항에 집어넣어서는 득달같이 도시로 내달았다는 것인데, 하여간 청어란 놈은 바다메기한테 잡아먹힐까봐 어항 속에서 뺑뺑이를 도느라고 미처 죽을 새가..

시읽는기쁨 2006.04.14

TAO[21]

타오를 따라 움직이는 힘power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막상 그 생김새를 설명하려니까 좀 막연하네요. 아득히 넓고, 아득히 깊어서 닿을락 말락 손에 잡히지 않는 것. 너무 어렵나요? 이렇게 얘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모든 것의 원형. 그것은 모든 것을 키워 주는 씨앗,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랍니다. 실제로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타오와 더불어 살아왔지요. 당신도 동참하고 싶다고요? 글쎄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지금now, 여기here에 그대로 멈춰서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나요?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삶의나침반 200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