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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나물

동의나물은 물을 좋아한다. 동의나물이 자라는 곳은 큰 산의 계곡 물가이거나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어서 산행 중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동의나물의 꽃색은 진한 노란색이다. 황금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노란색 꽃들 중에서 가장 진할 것이다. 그 색깔을 보면 눈길이 자석에 끌리듯 저절로 꽃으로 향한다. 또한 동의나물은 잎도 크고 멋지다. 잎만으로도 관상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왜 이름이 동의나물일까? 독이 있다는 경고의 뜻일까? 아니면 샘가를 찾아오는 처녀의 물동이가 연상되어서일까?

꽃들의향기 2006.05.16

TAO[31]

모든 무기는 흉기라는 사실 잊고 사는 요즘 사람들, 참 무서워요. 하지만 모든 무기는 흉기, 흉기는 사람 죽일 때 쓰는 도구지요. 그러니 멀리해야 마땅하지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무기를 쓰지 않아요. 물론 어쩔 수 없이 정말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할 때도 있겠지요. 강도가 들어와서 칼을 들이밀 때, 그럴 때는 정말 어쩔 수 없을 거예요. 대항하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라도 최소한 정말 최소한으로 그저 내 한 목숨 구했으면 그것으로 그칠 줄 알아야 하지요. 싸움에 이겼다고 해서 뭐 잔치라도 난 것처럼 좋아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건 살아남은 자의 도리가 아니니까요. 사람 죽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요?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는 십중팔구 망할 ..

삶의나침반 2006.05.16

사패능선을 걷다

서해안 쪽에 나가볼 계획이었으나 K와 연결이 안되는 통에 혼자 사패산을 찾았다. 사패산(賜牌山)은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있는 높이 552m의 산으로 도봉산과 포대능선, 사패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터널을 사패산에 뚫는 문제로 시끄러웠던 현장인데, 어떻게 종교계와 타협이 되어 지금은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패산과 수락산, 천성산은 터널이 뚫리고 새만금은 바다가 막히고, 결과적으로는 모두 개발의 논리가 이긴 셈이 되었다. 산으로 구멍이 뚫리고 산자락이 잘려 나가는 현장을 보는 느낌은 많이 착잡했다. 전철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천문사 옆길로 해서 능선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 꽃들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능선가까이에 이르러 반..

사진속일상 2006.05.15

뒷산 산책

두 주일 간격으로 옥수수를 심기로 했는데 어제 두 번째 고랑에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6월 말까지 계속 심을 계획입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연속으로 옥수수 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그리고 부족한 채소 모종도 더 심고 부추씨도 뿌렸습니다. 꽃씨를 뿌린 꽃밭에서는 새싹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씨앗 모양이 다르듯 잎의 모양도 나오는 때도 다 각각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반 정도는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 주에 다시 심었던 고구마 모종은 다행히 착근이 잘 되어 싱싱하게 싹을 세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내와 같이 뒷산에 올랐습니다. 꼭 1년 만입니다. 작년에는 땅 일에 휘둘리느라 거의 여가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좀더 생활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산길을 걷다..

참살이의꿈 2006.05.14

듯 / 백무산

잊은 듯 깜박 잊은 듯 이슬방울이 서로 만난 듯 불을 이고 폭풍우 바다를 이고 사뿐한 듯 눈 한번 감은 듯이 천년 흐른 듯 나인 듯 너인 듯 - 듯 / 백무산 '듯'이라는 말이 이렇듯 아름다운 줄 이제야 알았다. '듯'은 분별과 단정의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모두 포용하는 긍정과 상생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물과 불, 순간과 영원, 나와 너가 '듯'이라는 한 마디에 다 녹아 있다. 이 시에는 '반가사유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시읽는기쁨 2006.05.13

닮고 싶은 사람

금년에는 전 직원을 상대로 하는 업무를 맡았다.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조급한 사람, 느긋한 사람, 덤벙대는 사람, 꼼꼼한 사람 등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 마감 기한을 앞당겨 제출하는 사람도 있고, 늘 기한을 넘겨서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다. 늦는 사람은 대개 항상 늦는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을 접촉하게 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체로 비판을 잘 하고 불평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결코 칭찬받을 만큼 잘 처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져오는 서류를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이 불평하는 그것을 본인이 더 자주..

길위의단상 2006.05.12

TAO[30]

사람들은 정치나 경영이나 어깨에 잔뜩 힘주고 힘껏 밀어붙이는 것이 제일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하네요. "강한 힘으로 억누르는 자, 그 힘에 죽음을 당할 것이며, 전쟁이 할퀴고 간 자리, 가시덤불만 하늘을 찌르리라. 그래도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누군가 총칼을 들이밀 때, 나 살아야 할 때만 해야 하느니라." 그러니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힘자랑하지 않는답니다. 싸움에 이겼다고 해서 좋아하며 떠벌리지도 않는답니다. 어쩔 수 없을 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하는 게 싸움이니까요. 그리고 그저 내 한 목숨 구했으면 그것으로 그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정말로, 폭력과 무력으로 얻은 것은 오래가지 못한답니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삶의나침반 2006.05.11

졸방제비꽃

졸방제비꽃은 산기슭의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며 무리를 지어 핀다. 꽃대도 키가 크고 잎도 왕성해서 풍성해 보이는데, 반면에 꽃은 작고 이름처럼 깜찍하다. 꽃 색깔은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다. 이 졸방제비꽃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삼각산 구기동 계곡 입구에서 졸방제비꽃 무리를 만났는데 옆에는 여기저기에 졸방과 닮은 꽃이 있었다. 잎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데 다만 꽃의 크기가 훨씬 컸고 자주색이 더 짙었다. 아래 사진이 그 꽃이다. 도감을 찾아보니 큰졸방제비꽃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제일 닮아 보인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 제비꽃을 종류별로 나누어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웃 나라에서는 제비꽃 만으로 된 책도 있다는데 그만큼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

꽃들의향기 2006.05.10

고깔제비꽃

제비꽃을 제대로 분류하기가 어렵지만 고깔제비꽃은 그런대로 알아보기가 쉽다. 잎이 돌돌 말려져 있는 특징 때문이다. 나중에는 다시 펴진다고 하는데 꽃이 피어있는 동안에는 말려있는 모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깔은 중이 쓰는 건(巾)의한 가지로 베 조각으로 세모지게 접어 만든다고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에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고 보니 고깔제비꽃의 잎이 모양이 실제 고깔과 많이 닮아 있다. 같은 제비꽃이라도 생긴 모양이나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겠지만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록 자연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꽃들의향기 2006.05.10

물오르다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물오르다'라는 사진전을 스치며 보았다. 이 야외 사진전에는 물을 소재로 한 국내외 사진작가 30여 명의 작품 90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지구의 소중한 자원인 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나는 물은 대개 상수도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계량화된 표정 없는 물질이지만,사실 물 만큼 다양한 얼굴과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좀더 시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다. 여러 작품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마리 폴 네그르의 '물공포증 환자들'인데, 물을 통해 물공포증을 이겨내는 훈련을 받는 장면이 찍혀있다..

읽고본느낌 200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