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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은 연꽃 중에서도 귀엽고 화사한 편에 속한다. 보통 연꽃이라고 하면 잎도 꽃도 큼지막하고, 색깔도 흰색이나 붉은색이 많은데 노랑어리연꽃은 작고 샛노란 색이 특이하다. 귀엽게 보이지만 어떤 때는 요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노랑어리연꽃이 연못에 무리를 지어 피어 있으면 사방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같은 모양이지만 흰색 꽃은 어리연꽃이라 부르고, 노란색은 노랑어리연꽃이라 부른다. 최근에 본 노랑어리연꽃으로는 봉선사(奉先寺)에 피어있는 것이 최고였다. 이번 주말에 연꽃 축제가 열린다는데 미리 가 본 봉선사 앞 연못에는 백련, 수련, 노랑어리연꽃이 잘 어울려 피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가 노랑어리연꽃이었다. 수련, 주변 수초들과 어울려 피어있는 광경은 참 아름다웠다. 그 감동을 사진으로 옮길..

꽃들의향기 2005.07.20

서울숲

지난 달에 문을 연 ‘서울숲’에 다녀오다. 개장을 일찍 했는지 아직도 나무를 심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뒷정리로 어수선하다. 편의시설도 많이 부족하고 고만고만한 나무들도 숲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도심의 이만큼 넓은 땅에다 숲을 만들려고 한 발상이 고맙기만 하다. 청계천의 시멘트를 뜯어내고 물을 흐르게 한다든지, 용산과 뚝섬에 대규모의 숲 공원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은 개발 일변도인 흐름에서 자연성을 회복하려는 신선한 정책으로 보여 환영할 만 하다. 한 바퀴 둘러본 ‘서울숲’은 인공물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나무를 많이 심어 자연공원을 만들려고 한 노력이 돋보여 특히 좋았다. 도시민들은 이제 오락 시설물들 보다는 신선한 공기와 초록의 숲을 원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새 소리..

사진속일상 2005.07.19

기대하지 마

당신, 사람에 대해서 너무 기대하지 마! “사람이 어쩜 그렇게 매너가 없어?” “그 사람에게 실망했어.” 이런 말이 자주 나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당신이 품고 있었던 기대와 환상 때문이야.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인데 말이야. 화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이라는 대상만 빌려왔을 뿐 사실은 당신 자신에 대해 화를 내는 거야. 그러니 사람에 대해 불평하는 책임은 당신에게도 있어. 어떤 객관적 실재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사람은 각자 자신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 이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의 세계가 있는 셈이지. 그 세계는 서로 겹치며 얽혀있지.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진실이고 전부인 양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자신의 세계 안에 안주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거지. 내 세계와 다른 세계가..

길위의단상 2005.07.19

휴대폰을 갖게 되다

휴대폰을 갖게 되다. 그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왔는데 사실 큰 불편은 없었다. 휴대폰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문명에 대한 또는 세상의 흐름에 대한 어떤 반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좀 떨어져 살고 싶은 욕구도 한 몫을 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친구들과의 교제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도 기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거부하는 작은 반항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직원 명부가 나왔는데 백여 명의 직원 중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전에는 그래도 몇 명이나마 있었는데 이젠 휴대폰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천연기념물 감이 되어 버렸다. 굳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내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

사진속일상 2005.07.18

외할머니

나는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떠나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읍내에 방을 얻어 외할머니가 내 뒷바라지를 해 주신 것이다. 그 뒤로 동생들도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우리 집 다섯 남매는 모두 외할머니의 손에 의해 성장하였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 셈이 된다. 당시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게 된 것에 불평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외할머니가 고생을 무척 많이 하신 것 같다. 사춘기를 겪는 반항기의 외손주들을 하나같이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당시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이런 것들이다. "00 니는 인정머리가 하나도 없다." "외손주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데 내가 왜 이리 헛고생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부정적인 기억이 강하게..

사진속일상 2005.07.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작은 사람들의 총탄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이것은 인도의 마더 데레사 본부 벽에 걸려 있는 글이라고 한다. 아마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는 그곳 사람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 위한 글인 것 같다. 나는 ..

길위의단상 2005.07.15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가는 길 / 김소월 출퇴근 하는 지하철 2호선의 왕십리역과 신당역 벽에 이 시가 걸려 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이 시는 내 눈에 들어온다. 하필 같은 시가 두 역에만 붙어있는지, 그리고 왜 이 시가 선택되었는지 어떤 때는 궁금해진다. 한국인의정서에 제일 맞는 시가 소월의 시가 아닌가 싶다. 한국인의 무의식 밑바탕에는 한(恨)이라고 할까, 체념이라고 할까,또는운명과 자연에 순응하는 유전자적심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소월의 시를 운율에맞추어 읽다 보면 내 마음 속에 어떤 애절한 공..

시읽는기쁨 2005.07.14

행복에 관한 단상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 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헤르만 헤세의 시처럼 행복은 인간 삶의 으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든 것은 결국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도 미래의 행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만약 그런 희망이 없다면 삶은 끔찍하게 잔인할 것이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되기 위한 객관적 조건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행복만큼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면,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불행에 젖어있는 사람도 있다. 행복은 단순한 자기만족 같기도 하고, 좀더 깊고 ..

길위의단상 2005.07.13

솔나리

나리는 여름 꽃이다. 나리는 종류가 많은데 다들 예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참나리, 노랑참나리, 솔나리, 흰솔나리, 검솔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땅나리, 노랑땅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말나리, 섬말나리, 하늘말나리..... 죽기 전에 이 나리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하겠다. 나에게도 아직 가능성이 있으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솔나리를 두 번이나 만났다. 강화도 전등사와 가평에 있는 '꽃무지 풀무지'라는 수목원에서였다. 솔나리는 나리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으뜸이다. 옅은 분홍빛의 작은 꽃은 가여리고 청초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순수하고 귀엽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해서 솔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희귀식물로 지정된 종이어서인지 야생 상태로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꽃들의향기 2005.07.12

못 살아도 돼

늘 서울과 터 사이를 오가는 생활에서 가끔씩 멀리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가슴 아프게 느끼는 것이 우리 산하가 너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딜 가나 산을 자르고, 땅을 파헤치고, 무언가를 세우고 하는 토목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당위성은 둘째 치고 자연이 너무나 처참하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은 슬픔을 넘어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의 경우 무지막지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박정희 시대 때부터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최근의 노 정권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신도사만 있는 줄 알았더니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복합도시 등 마치 온 나라의 도시화 작업이 시작되는 것 같다. 특히 지자체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젠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돈 되는 일을 유치하지 못해서..

길위의단상 200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