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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문화심리학자인 한민 선생이 쓴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는 책이다. 감어인(鑑於人)이라는 말이 있듯 나를 알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거울에 비춰봐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지만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이 책은 두 나라의 차이를 역사성이 깃든 문화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분석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나도 10년 전 야쿠시마에 갔을 때 일본인들의 친절과 양보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들은 좁은 산길에서 마주오는 상대를 보면 멀리서부터 비켜서서 기다린다. 먼저 지나가라고 길을 양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소를 띠고 인사까지 건넨다. 길에서 만난 어느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

읽고본느낌 10:41:04

초여름 하늘

오늘부터 중부 지방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 밤부터 비가 시작되었고 오늘내일 사이에 세찬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다. 어제는 당구 모임에 나가는 길에 여수천을 걸었다. 산책로에는 녹음이 짙었고 하늘에는 고적운이 떠 있었다. 형태상으로 양떼구름이라 불리는데 비 내릴 전조로 알려진 구름이다. 탄천에 많던 잉어가 요사이는 여수천에서도 자주 보인다. 두 하천이 연결되어 있으니 서식지가 넓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겠다. 잉어한테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물 깊이가 아주 얕은 곳까지 진출해 있다. 가물면 어쩌려고 하는지 불안하다. 잘 알아서 적응해 나가겠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아침부터 나른한가 보다. 가까이 다가가도 별 반응이 없다. 생명체가 가지는 특징들을 살펴보면 신비하기 그지없다. ..

사진속일상 2025.06.20

1408h(5)

나무 그림자를 배경으로 붕어잉어물장군물방개소금쟁이들이 유유자적노니는 오후 여름 호수는시시각각 변하는유화 그림판이다 (140839) 저 가없는 무등의 세계를 보아 (140840) 나비가찾아오지 않는다고 찡그리는꽃을 보았니? (140841) 미워하지 말자원망하지 말자 상대를 겨눈 칼날이 먼저그대 가슴을 찌를 것이니 (140842) 오늘은왜 여태 안 나올까 앞집 사는할매를 기다리는 느티나무 할배고개가 아프다 (140843)

포토앤포엠 2025.06.19

사기[45-2]

황제가 순우의에게 물었다."문왕이 병을 얻어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된 까닭을 아시오?"순우의가 대답하여 말했다."문왕의 병을 직접 진찰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 보니 문왕은 천식이 있었고 머리가 심하게 아팠으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이 마음속으로 이 증상을 헤아려 보니 그것은 병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살이 찌고 정력이 쌓이기만 하여 몸을 잘 움직일 수 없고 뼈와 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천식이 생긴 것이므로 의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이었습니다. 맥법에도 '나이 스물에는 혈맥이 왕성하므로 달리는 것이 좋고, 서른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고, 마흔에는 편안히 앉아 있는 것이 좋고, 쉰 살에는 편안히 누워 있는 것이 좋고, 예순 살이 넘으면 원기를 깊이 감추어 두는..

삶의나침반 2025.06.18

49 : 41

두 주일 전인 6월 3일에 실시된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만들어진 선거라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난 상태였다. 단지 이재명 후보가 몇 %로 득표 차이로 이기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과는 이재명 대 김문수의 득표율이 49:41이였다. 나는 이재명 후보가 50%를 넘을 거라 봤고, 김문수 후보는 많아야 30%대 중반쯤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견과 동떨어졌다. 탄핵을 반대하면서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는 김문수가 4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반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경상도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윤석열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이재명 같은 나쁜 놈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경상도만 아니라 많..

길위의단상 2025.06.17

1408g(4)

꽃잎 둘 띄워놓고돌아서는 보살님 댕그랑홀로 매달린풍경이 울었다 (140835) 부끄러울 때가 있다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가만히 자신을 토닥여주기 그래 괜찮아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지이만하면 잘 살아내고 있는 거야 (140836) 아무리 얼굴을 맞대도 너의 목소리를들을 수 없어 너의 깨진 가슴도안아볼 수 없어 (140837) 풍경 앞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된 경험이우리 생애에 몇 번이나 될까 그랜드 캐니언과 마주했을 때가 그랬다 (140838)

포토앤포엠 2025.06.16

오늘 / 메리 올리버

오늘 나는 낮게 날고 있어.말 한 마디 하지 않고모든 야망의 주술을 잠재우고 있지. 세상은 갈 길을 가고 있어,정원의 벌들은 조금 붕붕대고,물고기는 뛰어오르고, 각다귀는 잡아먹히지.기타 등등.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쉬고 있어.깃털처럼 조용히.나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사실은 굉장히 멀리여행하고 있지. 고요. 사원으로 들어가는문들 가운데 하나. - 오늘 / 메리 올리버 시집 에 실려 있는 메리 올리버의 시다.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으면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집의 시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표지 뒷면에 실린 시인의 사진을 훔쳐보는 버릇이 있다. 시의 분위기와 시인의 얼굴이 잘 매치되어 시를 읽는 효과가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 시에서도 모든 단어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생명..

시읽는기쁨 2025.06.15

다읽(25) - 순교자

작년에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고은, 황석영 등이 후보에 회자되었으나 정작 엉뚱한(?) 분이 노벨상을 받게 되어 더욱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에 근접했던 분은 김은국 작가라고 알고 있다. 영어로 소설을 쓰는 탓에 아무래도 국내 작가들보다는 세계 문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23살 때인 1955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작품 활동을 했다. 대표작인 이다. 오래전에 접한 는 읽으면서 상당히 거북했던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들어 이번에 다시 읽어 보았다. 작가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는 왠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

읽고본느낌 2025.06.14

남한산성 걷기

용두회의 이번 달 트레킹은 남한산성 걷기였다. 남문에서 만나 수어장대를 거쳐 산성마을로 하산하는 가벼운 코스였다.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청명한 하늘에다 초여름에 걸맞게 그리 덥지도 않은 걷기 좋은 날이었다. 수어장대가 위치한 청량산 정상은 482m이고, 123층인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이다. 산 꼭대기에서 타워를 올려다보는 셈이다. 친구들이 간식을 즐기는 동안 잠시 수어장대에 들렀다. 이번에는 D750에 20mm를 물려서 들고나갔다. 장롱에서 감방살이를 하고 있는 카메라에 바깥바람을 쐬어주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전적인 셔터음에 기분이 좋았다. 산성마을에서 두부, 파전에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성남으로 내려가 당구를 즐겼다. 여사장님과 함께 친 복식 게임이 재미있었다. 생맥주집에서..

사진속일상 2025.06.13

초여름 뒷산

우리 부부는 서로가 과하다고 느낀다. 아내는 지나쳐서 과(過)하고, 나는 모자라서 과(寡)하다. 아내는 바깥 활동이 많고, 나는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 아내는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부지런하다. 내 활동량의 서너 배는 될 것이다.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는데, 2만 보를 찍는 날도 가끔 있다. 나는 매일을 평균하면 2천 보쯤 될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경고한다. 나는 아내에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심한 움직임은 해가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아내는 내 게으름을 탓하며 나무늘보가 되지 말라고 한다. 오전에 아내는 뒷산에 가서 맨발 걷기를 하고 왔다. 나는 집안에서 빈둥거리다가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밖으로 쫓기듯 나왔다. 정처 없이 나왔다가 마을을 지나 뒷산을 걸치고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뒷산은 산모기를 ..

사진속일상 2025.06.12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지난 9일 미국에서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했다. 이번에 수상한 부문은 뮤지컬 작품상, 남우주연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이었다. 토니상은 연극과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번 토니상은 한국 문화계가 세운 대단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이 시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4대 대중문화 시상식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이 된 '기생충'2022년 에미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2025년 토니상 6관왕의 '어쩌면 해피엔딩'그래미는 오래전에 소프라노 조수미가 '베스트 오페라 레코딩상'을 받은 적이 있다. 가까운 시일에 우리나라 K팝 가수가 ..

길위의단상 2025.06.11

사기[45-1]

편작은 제자 자양에게 쇠침과 돌침을 갈게 한 뒤 그것으로 몸 살갗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렀다. 한참 뒤 태자가 깨어났다. 그러자 제자 자표에게 10분지 5의 고약과 10분지 8의 약제를 섞어 달여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번갈아 붙이도록 하니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음과 양의 기운을 조절해 가며 탕약을 스무 날 동안 먹게 하니 태자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하여 세상 사람들은 모두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편작이 말했다."나 진월인은 죽은 사람을 살려 내지는 못한다. 이는 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날 수 있게 한 것뿐이다." - 사기(史記) 45-1,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편작은 춘추시대 때의 명의로 이름은 진월인(秦越人)이..

삶의나침반 2025.06.10

춘분 / 정양

출근하면서 연구실 문을 잠근다누가 문을 두드려도 시늉도 하지 않으리라마침 강의도 없다 밖에 안 나가려고쉬야도 세면대에 하고 점심 저녁 쫄쫄 굶고앉았다 일어났다 눈 감았다 떴다 어둡도록불도 안 켜고 무슨 쭘뼝인지 나도 모르겠다나를 위해서든 누굴 위해서든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세월이 옹골질 것 같다봄날이 오든 가버리든 밤낮이 길든 짧든내버려둬라 내비둬라 냅둬라 낯익은 말투로시간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나도세월을 포기하면서 뒨전거렸다퇴근은 해야지 싶어 하루 종일아무도 두드린 일 없는 문을 멋쩍게 열고 밖에 나선다갈 데가 집뿐인가 집뿐인가 주억거리는 주차장 불빛에산수유꽃 몇 그루 빈 주차장보다 더 적막하게 피어 있다 - 춘분 / 정양 지난주에 정양 시인이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은 우석대..

시읽는기쁨 2025.06.09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의 산문집이다. 제목처럼 작가가 그간 살아왔던 집을 소재로 해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 '나의 집과 시간들'은 작가가 성장기를 보낸 고향의 시골집에 대한 이야기다. '내 미운 부로꾸집' '아궁이에 물을 푸며 책을 읽다' 같은 제목처럼 가난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 애틋하고 안스럽다. 작가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내가 과연 행복했던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몸을 가눌 길 없이 행복에 겨워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행복했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2부 '집을 찾아서'에서는 성인이 되어 내 집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현재 작가는 전남 담양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집에 살면서도 내 집인 적이 없었던 집, 집이란 무엇인가를..

읽고본느낌 2025.06.08

개장구채

전주천에서 본 개장구채다. 말뱅이나물이라고도 한다. 석죽과의 개장구채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치고는 소박하고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다. 색깔은 흰색과 분홍색 두 종류다. 전주천에는 개장구채가 수레국화, 끈끈이대나물과 어우러져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세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이 좋았다. ▽ 끈끈이대나물 ▽ 개장구채와 수레국화

꽃들의향기 2025.06.07

전주와 영주

어머니와 장모님의 생일이 같다. 몸을 둘로 나눌 수 없으니 미리 날짜 조정을 하고 모여야 한다. 올해는 장모님 생일을 앞당겨서 처가 쪽 형제들이 모였다. 전주에 내려가는 길에 익산 미륵사지에 들렀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오래 전에 왔을 때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는데 이제는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미륵사는 원래 다른 절과는 다르게 세 개의 탑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가운데에 목탑을 두고, 좌우에 석탑을 배치했다. 현재는 유일하게 국보 11호인 서탑이 파손된 채 남아 있다. 서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다. 오른쪽 동탑은 새롭게 복원했다. 마침 월요일이라 박물관은 휴관중이었다. 저녁 산책을 나갔더니 시내에서는 막바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었다. 투표일 전날이었다..

사진속일상 2025.06.07

용인 탄천 2차 걷기

이번에는 용인 탄천을 하류 방향으로 걸었다. 이 구간은 산책로의 상당 부분이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나 있었다.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왔는데 왕복 6km 되는 거리였다. 시간상으로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더 걷고 싶었으나 구름 한 점 없는 따가운 날씨여서 더 이상의 활동은 무리였다. 아무 준비 없이 맨몸으로 나갔더니 이내 갈증이 찾아왔다. 여름이 불시에 쳐들어온 것 같았다. 길에는 금계국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수온이 높아선지 물에는 전에 비해 청태가 많이 끼었다. 청태는 녹조와 달리 하천 수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보기에는 지저분하지만. 점심은 넷이서 파스타로 했다. 손주는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이제야 어린이 티를 벗는 것 같다.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고통이 보여져서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

사진속일상 2025.06.02

이끼와 함께

부제가 '작지만 우아한 식물, 이끼가 전하는 지혜'이다. 미국의 식물생태학자인 키머러(R. W. Kimmerer) 박사가 썼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 식물학을 공부한 뒤 이끼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이끼가 자신에게 주는 깨달음을 중심으로 성찰해 나간다. 도 그런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이끼는 눈여겨 보지 않는 식물이다. 주로 예쁜 꽃이나 경치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하찮아 보이는 존재를 이렇게 따스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이끼 생태계는 또 다른 소우주라 할 수 있다. 숲에서 채취한 이끼 덩어리 1그램을 조사했더니 그 안에 원생동물 13만 마리, 완보동물 13만 2천 마리, 톡토기 3천 마리, 담륜충 ..

읽고본느낌 2025.06.01

사전투표를 하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본 투표일에는 집을 떠나 있어야 해서 어제 아내와 사전투표를 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의 얼토당토않은 비상계엄으로 갑자기 치러지는 선거다. 잘못을 응징하려는 다수의 결의가 크기 때문에 진즉에 승패는 결정되어 있었다. 다른 때처럼 누가 이길까,라고 조마조마하지 않으며 투표할 수 있었다. 10여 일 전에 전에 휴대폰의 '네트워크 연결'을 초기화 했더니 '삼성 헬스' 앱이 활성화되었다. 다시 죽이기도 뭣해서 그냥 쓰고 있는데 걸음수가 체크되니 내 활동량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을 보니 두 주 동안에 외출이 여섯 번이었고, 총걸음수는 5만 보였다. 하루 평균 3천 보 가량 걸은 셈이었다. 동년배와 비교해도 많이 뒤처지는 걸음이다. 이 앱으로 자극을 받아야..

사진속일상 2025.05.31

관상은 과학이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공감한다.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까지 여기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살아온 내력이나 생각이 얼굴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링컨이 그랬던가,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선입견이 있어선지 모르지만 범죄자나 사기꾼의 얼굴은 느낌이 좋지 못하다. 반면에 선한 행동으로 칭송을 받는 사람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따스한 기운이 전해온다.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얼굴에 스민 뭔가가 있는 것이다. 외모가 아름답다거나 잘 생겼다는 것이 아닌 얼굴에서 퍼져나오는 느낌을 말함이다. 아무리 곱게 꾸며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는 사람은..

참살이의꿈 2025.05.30

1408f(6)

은총이 눈에 보인다면이런 걸까 평화와 고요의품에 안기던어느 저녁 (140829) 수만 년을 흐르며갈고 닦았다 비단결처럼부드러워졌다 (140830) 잊지말아 줘 나이렇게 떨며기다리고 있잖아 (140831) 둑 쌓으면 가뭄 들고 우물 파면 홍수 나고 집 팔면 부동산 폭등 돈 찾으니 손 벌려 자식 결혼시키니 손주 봐줘야 해 외로우니 부르는 놈 없고 책 보려니 눈 아프고 산에 가려니 허리가 고장나 젊었을 때는 시간이 모자라 안달 퇴직하니 모든 게 시들, 인생이 이런 건가 (140832) 예끼!아무 데나 들이대지 마 거시기스러운 놈 같으니라고 (140833)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자신의 삶이 그것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

포토앤포엠 2025.05.29

청계천에 쉬리가 산다

며칠 전에 반가운 뉴스가 떴다. 청계천에 쉬리가 산다는 소식이다. 서울시설공단이 국립중앙과학관과 협력해 청계천의 어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쉬리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보도다. 쉬리는 2급수 이상에서 사는 우리의 고유종으로 청계천 수질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반증이다. 쉬리 외에도 다양한 물고기가 확인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상류 - 피라미, 참갈겨니, 돌고기, 밀어, 잉어, 붕어, 버들치, 참붕어중류 - 쉬리, 돌고기, 줄몰개, 모래무지, 가물치, 향어하류 - 향어, 참마자, 얼룩동사리, 갈문망둑 등 청계천이 복원된지 20년이 되었다. 인공수로이긴 하지만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먹이를 찾아온 백로나 왜가리도 심..

길위의단상 2025.05.28

죽음이 찾아오면 / 메리 올리버

죽음이가을의 허기진 곰처럼 찾아오면,죽음이 찾아와 그의 지갑에 든 반짝이는 동전을 모두 꺼내 나를 사고, 지갑을 닫아버리면,죽음이호환마마처럼 찾아오면, 죽음이양 어깨뼈 사이의 빙산처럼 찾아오면, 나는 호기심 가득 안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어,저 어둠의 오두막은 어떤 곳일까? 하면서. 그리하여 나 모든 것들을형제자매로 바라보지,시간을 한낱 관념으로만 보고,영원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여기지, 그리고 각각의 삶은 한 송이 꽃, 들판의데이지처럼 흔하면서도 유일한, 그리고 각각의 이름은 입안의 편안한 음악,모든 음악이 그러하듯, 침묵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각각의 몸은 용감한 사자, 그리고땅에게 소중한 것.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삶..

시읽는기쁨 2025.05.27

사기[44]

노나라 왕이 사냥을 좋아하였으므로 재상 전숙은 언제나 왕을 모시고 사냥터로 들어갔다. 그때마다 전숙에게 관사에서 쉬라고 했지만 전숙은 사냥터로 나와 항상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앉아 왕을 기다렸다. 왕은 자주 사람을 보내 그를 쉬게 했으나 끝까지 쉬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우리 왕이 사냥터에서 몸을 드러내 놓고 있는데, 내 어찌 혼자 관사에 가서 쉬겠소?"노나라 왕은 이 일로 하여 밖으로 나가 노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몇 년 뒤에 전숙이 임기 중에 세상을 떠나자 노나라 왕은 황금 100근을 주어 제사를 지내게 하려고 했으나, 작은아들 전인은 받지 않고 말했다."황금 100근 때문에 선친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 없습니다." - 사기(史記) 44, 전숙열전(田叔列傳) 전숙(田叔)은 조나라 신하였는데 ..

삶의나침반 2025.05.26

유신 사무라이 박정희

'낭만과 폭력의 한일 유신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유신을 키워드로 하여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역사를 보는 작가의 관점이 흥미롭다. 한국인이 누구인지를 탐구하는 홍대선 작가가 썼다. 이 책의 장점은 정통사관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신선함이다. 작가는 "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본류에서 벗어나지는 않고 살짝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새로움을 느낀다. 예를 들면, 근대 일본을 탄생시킨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에 대해 작가는 만들어진 영웅이라고 낮게 본다. 책에는 처음 접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간결하고 깔끔한 설명도 좋다. 작가는 유신을 하나의 사건을 넘어 인격체로 다룬다. 유신은 상상력이며 정념이다. 그 정신이 1868년의 ..

읽고본느낌 2025.05.25

층간소음에서 벗어나다

이곳에 산 지 15년째다. 그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줄곧 층간소음에 시달렸다. 이사 올 때 윗집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가 둘 있었다. 윗집은 생활 패턴이 특이했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2시까지가 제일 움직임이 많았다. 뛰어다니고 떠드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사정을 하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직접 만나보기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한 가족의 생활 패턴이 쉬이 변할 수 없었다. 다시 집을 옮길 생각도 여러 차례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나도 소음과민증후군이 아닌가 싶어졌다. 그런 식으로 버티며 지낸 게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부터 뭔가 달라졌다. 한밤중 소음이 잦아든 것이다. 문을 쾅 닫는 소리에 깜짝..

길위의단상 2025.05.24

단순한 열정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렇게 시작하는 은 프랑스 작가인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쓴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40대의 작가가 연하의 유부남과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그린 기록이다. 남자에 탐닉하는 여자의 심리가 냉철하면서도 절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작가의 사랑이 너무 열정적이고 뜨거워서 읽는 내내 부담스러웠고 당혹스러웠다. 20대의 젊음도 아닌 중년의 여인이 이 정도로 폭풍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작가는 한 남자에게 몸과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그를 떠나서는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광기에 가까운 너무나 지독하고 무서운 사랑이다. 다행..

읽고본느낌 2025.05.23

1408e(5)

이 몸누일 데는 있어도 이 마음쉴 데는 없어 (140824)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려.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도산서원 마당에서조르바를 생각하다 (140825) 가끔뒤집어서 바라봐 전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야 (140826) 속울음을 삼키다 (140827) 너와 내가 만나서함께 가는 길 또는 맞잡은 두 손을 놓고 안녕, 하는 길 (140828)

포토앤포엠 2025.05.22

우리는 건강한가

지난주에 유니세프에서 OECD와 유럽연합에 가입한 나라 어린이들의 웰빙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에 머물렀다. 전에도 늘 하위권에 속해 있었으니 특별한 소식이 아니었으나 씁쓸하긴 여전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서는 34위로 최하위권이었다는 사실이다. 육체 건강 역시 28위로 하위권이었지만 학업 능력이 4위를 기록한 덕분에 그나마 종합 순위 27위가 될 수 있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4위로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의 20% 정도가 불안, 우울 등의 정신 질환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특히 강남 지역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정신과를 찾은 어린이 환자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물질적으로는..

참살이의꿈 2025.05.21

승부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을 소재로 한 바둑 영화다. 1990년부터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본 바 있기 때문에 옛날을 생각하며 흥미롭게 영화를 봤다. 조훈현은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여 키우지만 몇 년이 되지 않아 제자의 도전을 받고 타이틀을 하나씩 빼앗긴다. 사제간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기록을 보면 둘은 300번이 넘는 사제 대결을 펼쳤다. 이창호의 승률이 60%를 넘었고 중요한 타이틀전에서는 70%대의 승률을 기록했다. 영화에서는 이창호가 처음으로 스승으로부터 타이틀을 뺏는 대국이 비중있게 나온다. 1990년의 최고위전으로 이창호가 3:2로 이기면서 우승했다. 그 뒤 조훈현은 이창호를 독립시켜 내보내고 제자를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바둑 한 판 둘 때마다 서너 갑씩 ..

읽고본느낌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