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3

WR124

우주에는 온갖 종류의 별들이 모여 산다. 그중에서 울프-레이예(Wolf-Rayet) 별이라 불리는 매우 극적인 삶을 사는 별이 있다. 울프-레이예는 태양 질량의 20배가 넘는 거성으로 뜨겁고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한다. 표면 온도가 수만 도에 이르는데 거센 항성풍이 별의 물질을 우주로 흩날린다. 손실량이 태양의 10억 배나 된다. 그래서 별의 수명은 수백만 년에 불과하다. 보통 별 수명의 천분의 일밖에 안 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 달도 못 사는 셈이다. 울프-레이예는 별 중에서 가장 굵고 짧게 산다. 최후는 장렬한 초신성 폭발로 막을 내릴 것이다. WR124는 울프-레이예 별에 속한다. 별에서 날아간 물질들이 별 주위에 성운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초속 수천 km의 속도로 팽창 중이다. 성운의 지름은 6..

길위의단상 2015.12.21

그리니치 올해의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주관하는 2015년의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특수한 장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보통의 카메라로도 찍을 수 있는 게 천체사진이다. 특히 지상의 풍경이 포함된 천체사진은 일반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요사이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웬만한 DSLR이면 ISO 감도를 높여서 은하수나 별 하늘을 넉넉히 찍는다. 이번에 수상한 하늘 풍경 부문 1등과 2등 작품이 좋은 예다. 이런 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우리가 실제 보는 것보다 카메라는 몇 배나 더 아름답게 묘사해 낸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밤하늘을 찾아가고 싶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얼마만 한 열정이 필요한지를 알기에 감히 발걸음을 떼어놓지 못하겠다. 젊음이 좋다는 건 앞뒤 재지 않고 우선 시도해 ..

길위의단상 2015.09.2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개봉한 지 1년 된 영화다.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치고 그저께 TV 영화보기에서 2천 원을 내고 보았다. 영화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실직을 대하는 월터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닥친 실직은 우리에게 인생의 종말 정도의 엄청난 충격파인데 월터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당당함의 비결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특별한 한 개인의 일일까? 최근에 논쟁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보통 사람들도 월터와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 조정관이나 가족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자세 말이다. 실직을 해도 기본 생활이 보장된다면 누구나 월터처럼 살 수 있다. 더 나은 미래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인권에 포함될..

읽고본느낌 2015.01.08

그리니치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는 매년 올해의 천체사진을 발표한다. 깊은 우주, 지구와 우주, 태양계, 특별상, 젊은 천체사진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잘 찍은 천체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사진은 밤하늘을 실제로 바라보는 이상의 감동을 준다. 디지털이 되면서 하늘 촬영 기술도 점점 진보하는 것 같다. 천체사진 찍기가 얼마나 힘들다는 걸 짧았던 경험에서 잘 안다. 기상이나 환경 등 조건이 맞는 날이 일 년 중 얼마 안 된다. 거기에 사진가의 열정이 더해져야 한다. 장비만 구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쏟아야 할 연구와 노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올해 사진전의 입상작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보았다. 빙산과 오로라[지구와 우주 부문] Canon 5D, 33mm f/3.2, ISO 1000, 10..

길위의단상 2014.10.04

다른 길

그의 프로필에는 혁명가, 시인, 사진작가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혁명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진정한 혁명가는 시인이 되어야 하고, 진정한 시인 역시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 투사이자 저항 시인이었고,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수가 되어 7년여를 감옥에 갇혀 있었다.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묵묵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해 사진전에 다녀왔다.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사진전을 찾아온 관람객이 매우 많았던 점이었다. 사람에 걸려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없었다. 대중적이지 않는 내용의 ..

읽고본느낌 2014.03.02

물방울의 마술

수면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튀어 나오는 모습을 순간 포착한 사진이다. 우산, 버섯, 사람, 토성, 왕관등 온갖 신기한 모양이 다 생긴다. 작은 물방울이 만드는 마술이라고 할 만하다. 카메라 렌즈는 사람의 눈이 잡지 못하는 짧은 순간을 보여준다. 기초적인 과학 원리와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날아가는 총알을 정지시켜 찍기도 한다. 이 사진은 캐나다에 사는 코리 화이트(Corrie White, 63) 할머니가 찍었다. 우유에 원색의 물감을 섞어 색깔을 만들었고, 카메라와 마이크로 렌즈, 플래시의 기본 장비만 사용했다고 한다. 아마추어 작가지만 할머니는 프로보다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었다.디지털 시대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다. 만약 필름 카메라였다면많은 시행착오를..

읽고본느낌 2011.12.15

사진, 예술로 가는 길

사진에 관한 내 기본 인식을 바꿔준 책이 한정식 선생의 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은지 30년이 넘었지만 사진이란 무엇인지, 사진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사진이란 그저 기록이나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찍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항상 그 수준이고 발전은 불가능했다. 책은 첫머리에서 '사진은 말이다'라는 명제로 시작한다. 사실 이 정의부터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명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뒤에 나오는 '사진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자기 발언'이라는 것도 같은 뜻이다. 사진이 나의 말이고 발언이라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어떤 사진을 찍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게 될까를 연구하고 고민하게 되는 건 당..

읽고본느낌 2011.10.29

순례의 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리처드 기어(R. T. Gere)의 사진전 ‘순례의 길’을 보았다. 그가 티베트 불교에 심취해 있고 티베트인들의 인권과 문화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사찰을 둘러보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와 비교해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순례의 길’은 그가 티베트, 네팔, 몽고 등 불교 사찰과 유적지를 순례하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전부 흑백사진이다. 그러나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들은 눈에 설다. 불교적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했겠지만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단조로운 티베트인들의 삶에서 불교가 주는 생기와 활력을 보고 싶었..

읽고본느낌 2011.07.18

2011 기상사진전

꽃사진과 함께 기상사진이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이 간다. 특히 하늘의 멋진 구름사진을 찍고 싶다. 그래서 기상사진전은 늘 관심 깊게 지켜본다. 올해 입상작이 발표되었다. 언젠가는 저기에 내 이름도 올라가길 희망한다. 얼음종 / 노주현 / 경남 합천 밭에 고여 있던 물이 강한 바람에 흩날려 깻대에 붙어 얼면서 나타난 희귀한 현상. 구름 모자 / 정상호 / 경남 합천 오도산 렌즈운 / 윤태수 / 설악산 중청봉 얼음에 갇힌 공기방울 / 오도연 / 경기도 성남 탄천 기포가 수면 위로 올라오다가 얼면서 얼음에 막히고 계속해서 올라오는 물방울이 얼게 되어 생기는 현상. 도심에 나타난 버섯구름 / 이덕신 / 대구 수성구 수성못 하늘 아래 뫼이로다 / 이승건 / 제주도 금악오름 해무의 습격 / 강동균 / 해운대 역고드름..

읽고본느낌 2011.03.21

철학자의 나무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영국 사진작가인 마이클 케냐(Michel Kenna)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 제목이 '철학자의 나무'[Philosopher's Tree]인데 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 52점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작가가 전세계에서 찍은 나무 사진인데 일본에서 찍은 게 가장 많고 한국에서 찍은 것은 두 작품이다. 그중에서 강원도 솔섬을 찍은 유명한 사진이 있다. 작품들은 모두 흑백의 소품이다. 촬영에서 인화까지 직접 손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주는따스함과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여백이 많은 동양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눈과 마음이 담백해진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작가의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겸허함과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는, 위엄 있고 ..

읽고본느낌 2011.02.23

2010 기상사진전

카메라를 가진 이래로 제일 관심이컸던 피사체는 하늘이었다. 낮의 구름과 밤하늘의 별을 찍기 위해 나름대로는 많이 노력했다. 특히 과학적 입장에서 하늘에 나타나는 모든 구름들과 기상 현상을 필름에 담고 싶었다. 물론 진기한 모양의 구름을 포함한 예술적인 사진을 남기고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그 당시에 슬라이드로 찍었던 필름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지금 보면 남에게 보여주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시원찮다. 특히 다름 사람의 아름다운 작품과 비교할 때면 더욱 주눅이 든다. 그래도 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면 다른 것에 비해더 눈길과 애정이 간다. 아직도 기상사진이나 천체사진에 관심이 많다. 아래 사진들은 올해의 기상사진전 수상작품 중에서 몇 개를 고른 것이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하늘 사진에 다시 한 번 도..

읽고본느낌 2010.06.01

신비하고 아름다운 우주

삶이 초라하고 비루해질 때, 인간과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낙담 될 때, 우주로 눈을 돌린다. 작은 산등성이에만 올라도 속세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펼 수 있거늘 하물며 저 광대무변한 우주의 광경이라면 어떠하리. 지상에서 꽃이 피듯 천상에서는 별들의 꽃이 핀다. 꽃들이 화원을 이루듯 별들도 무리를 지어 빛난다. 그들 역시 나고죽음을 반복하지만 인간세계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위대한 존재 앞에서 하루살이인 우리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도 별이 빛나고 찬란한 하늘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니! '신의 눈'(Eye of God)이라 불리는 행성상성운 NGC7293. 지구에서 650 광년 떨어져 있는 이 성운은 태양 같은 별이 최후에 바깥쪽으로 기체를 뿜어내 생겨난 것이다. 아마 태..

읽고본느낌 2009.06.02

2009 기상사진전

올해의 기상사진전은 과천 국립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해에는 경복궁 지하철역에 있는 메트로 전시실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 전시회를 보러 일부러 국립과학관까지 찾아갔지만 사정상 직접 보지는 못하고 대신 서울대공원 뒤의 청계산길을 산책했다. 아쉽지만 기상청 자료실에 올라있는 사진으로 대신한다. 렌즈운 / 김완기 / 울산광역시 태화강 청명한 아침에 태화강 위로 형성된 렌즈운으로 볼록렌즈 세 개를 겹쳐 놓은 듯 하다. 번개를 잡다 / 인경호 / 전남 영광군 영광군 녹사리 덕유산의 브로켄 / 유지훈 / 덕유산 브로켄; 태양을 등지고 설 때 앞에 있는 안개입자가 반사되어 그림자 주위에 생기는 광륜 현상. 구름폭포 / 한인자 / 설악산 하늘이 열리고(채운) / 이상우 / 필리핀 세부 역고드름 ..

읽고본느낌 2009.03.22

지구의 밤

종로에 나간 길에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천체 사진전을 보았다. 올해가 세계 천문의 해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지 400 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서 2 년 전에 유엔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지구의 밤'(The World at Night)인데 지상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별, 달 등의 천체를 찍은 42 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주로 밤하늘의 별사진이 많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천체사진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잊고 지낸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때 별사진을 찍는다고 동분서주해 본 사람으로서 이런 사진들을 보니 옛날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 감회가 새로웠다. 다른 사진과 달리 별사진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기상 조건이 맞지 ..

읽고본느낌 2009.03.20

내 안에 나무 이야기

서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벽 님의 사진전 '내 안에 나무 이야기'에 다녀왔다. 우선 TV를 통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상벽이라는 사람이 사진전을 열었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리고 사진전의 소재가 내 관심 분야인 나무에 대한 것이라서 더욱 기대가 컸다. 방송에서 여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만 알고 있던 분이 갑자기 사진전을 열었다고 하니 처음에는 무척 놀랐다. 참 재주가 많은 분이구나 싶기도 했지만, 2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찍는다고 한들 과연 전시회를 할 정도의 작품 수준이 나올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님은 예전에 사진을 부전공으로 하고 늘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탄탄한 바탕에서 이번과 같은 좋은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나 싶다. 노력 없이 하루 아침에 ..

읽고본느낌 2007.06.14

물오르다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물오르다'라는 사진전을 스치며 보았다. 이 야외 사진전에는 물을 소재로 한 국내외 사진작가 30여 명의 작품 90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지구의 소중한 자원인 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나는 물은 대개 상수도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계량화된 표정 없는 물질이지만,사실 물 만큼 다양한 얼굴과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좀더 시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다. 여러 작품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마리 폴 네그르의 '물공포증 환자들'인데, 물을 통해 물공포증을 이겨내는 훈련을 받는 장면이 찍혀있다..

읽고본느낌 2006.05.09

생명 - 그 아름다움

어제 오후에는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선규 기자의 사진전을 보았다. 사진전의 타이틀은 '생명 - 그 아름다움'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을 따스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은 작품이란 이렇게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같이 공감하게 만든다. 특히 각 사진마다 제목과 함께 설명이 적혀 있어 좋았다. 그 글에서 또한 작가의 생명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전시된 몇 작품을 여기에 옮겨본다[www. ufokim.com]. ″김형 팔뚝만한 잉어가 하늘로 뛰어올라″ 지루한 장맛비가 그친 금요일 아침 중계동에 사는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간밤에 사납게 퍼붓던 비로 인해 중랑천 물은 무서운 기세로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2시간의 기다림. 마침내 팔뚝만한 잉어가 수중보..

읽고본느낌 2006.02.03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다. 중국으로 들어갔던 태풍 '카눈'이 서해로 빠져나오며 소멸되었으나 남아있던 비구름이 한반도를 지나간 탓이다.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우산을 썼지만 비로 흠뻑 젖었다. 마침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키아로스타미 사진전 를 보았다. 키아로스타니는이번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이란의 영화감독인데 예술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신문 기사를 보고 전시회에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이번 사진전의 주제가 '길'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량해 보이는 산야를 배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흑백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인생을 나타낼 때 '길'만큼 적당한 이미지도 없는 것 같다. 길은 설레임이기도 하고 덧없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꼬불꼬불 구부러지며 끝없..

읽고본느낌 2005.09.14

2005 보도사진전

현재 서울갤러리에서 2005 세계 보도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때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었고, 사진 경향이 점점 사실에서 추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진의 특징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 아닌가 싶다. 보도사진전에서 한 장의 사실적인 사진이 주는 감동을 접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사진 속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현실 고발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연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일 수도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지구촌의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이번 보도사진전에 나온 작품 중에서 몇 개를 골라보다. - Arko Datta (India) - 쓰나니메 희생된 친지를 보며 한 인도 여인이 오열하고 있다. 작년 12월 26일 수..

읽고본느낌 2005.06.30

존재하지 않는 세계

대림미술관에서 장 보드리야르 사진전을 보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며 현대성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상가가 사진전을 연다고 하는 것이 우선 흥미로웠다. 장 보드리야르는 지난달에 열린 서울국제문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었다.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독창적 이론인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본질을 설명하는데, 시뮬라시옹은 실재가 가상실재로 전환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가상실재의 세계, 즉 시뮬라크르의 환상 속인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걸프전이 한창일 때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

읽고본느낌 2005.06.02

나무, 그 품에 안기다

세종문화회관 앞 보도에서 '나무, 그 품에 안기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환경재단과 그린페스티발이 주관해서 매년 열고 있는 환경사진전인데, 올해는 나무와 숲을 주제로 해서 세계의 사진 작가 16명이 참여하여 84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 안타까움, 또 생명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인상 깊은 사진들이 많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작품을 모아 보다. [미국 뉴욕시 점심시간 / Thomas Hoepker] 한 남자가 발가벗은 채 바닥에 누워 있다. 빨리 점심을 먹어치우고 다시 숨가쁘게 일에 매달려야 할 텐데, 남자는 바쁜 세상을 잠시 접어두고 한가롭게 오후의 휴식에 빠져 있다. 나무와 남자가 이 거대한 문명의 도시에서 알몸으로 마주한다. 서로간에 대화는 없지만, 미풍의 달콤함을 맛..

읽고본느낌 2005.04.22

사람만이 희망이다

일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민식 사진 전시회에 다녀오다. 다큐멘타리 사진작가로서 최민식 님은 흑백사진을 통해서 5, 60년대의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너무나 변했지만 사진 속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들 어제의 모습이었다. 거기에는 궁핍과 삶의 무게에 찌들었던 우리의 모습이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는다. 사진 속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 자갈치 시장 아줌마의 건강한 웃음, 아이를 꼭 껴안고 국수를 먹이는 야윈 엄마의 행복한 미소 등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결코 절망에 무너지지 않을 희망과 사랑이 사진에는 있다. 사진을 보며 나는 역설적..

읽고본느낌 2004.11.15

좋은 친구

어제 저녁 인사동에 친구를 만나러 나간 길에 선(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 전시회에 들렀다. ※ 매그넘 Magnum; 50여명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고의 보도사진 작가 그룹. 한 장의 사진으로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전쟁 고발, 문명 비판이 주조를 이루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도 밝은 면보다는 억압받고 고난에 찬 내용으로 많이 그려지고 있었다. 주제가 묵직해서 여러 가지로 깊은 생각에 젖게 되었고, 서구 문명의 팽창이나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좋은 전시회였다. 그런데 어제 만난 친구는 나에게는 특별하면서 참 좋은친구이다. 만난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얘기를 나누면 많은 부분에서 서로 공감을 하게 되고 또한..

읽고본느낌 200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