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20

우울한 한국

미국의 인기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이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가 '우울한 한국'이라는 주제로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어서 찾아보았다. 마크 맨슨이 내린 진단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짜깁기해 놓은 느낌이 들었다. 영상 제목이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로 자극적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자살률인데 한국은 10만 명당 25명이 자살하여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다. 특히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낮은 출생률 또한 우울한 한국을 드러내주는 징표다. 마크 맨슨은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며..

참살이의꿈 2024.02.06

밍밍한 걷기

하루의 감정 상태는 일기(日氣)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잔뜩 흐린 채 간간이 비가 뿌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왕 내리는 비라면 시원하게 뿌렸으면 좋으련만 전립선 걸린 중년 남자의 오줌발처럼 찔끔거린다. 경안천으로 걷기에 나서보지만 우중충한 하늘 아래서 마음만 개이길 바랄 수 있겠는가. 밍밍하면서 기계적인 걷기다. 이런 마음이라면 발 옆에 핀 꽃에도 눈길을 주지 못한다. 맹물에 식은 밥을 말아먹는 맛이다. 된장에 매콤한 고추라도 마련되어 있다면 좋으련만. 안팎이 다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면서 우울하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공원의 약 올리듯 선명한 초록 잔디를 보며 중얼거린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밍밍한 맛도 때론 별미가 될 수 있..

사진속일상 2023.08.25

쓸쓸하고 가련한

늦가을 비가 떠나가는 가을을 재촉한다. 지난밤의 차가운 비바람에 나무는 더욱 홀쭉해졌다. 성하(盛夏)의 계절을 장식하던 나뭇잎은 생명의 물기가 빠지고 바닥에 떨어져서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날린다.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해체되고 소멸하는 것이 생명체의 숙명이다. 인간 역시 유전하는 만물의 흐름 속에서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진다. 가을 끝자락 풍경을 보면 울적해진다. '울적(鬱寂)'은 사랑스러운 말이다. 사전에는 '쓸쓸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나와 있지만, 나는 '우울한 적요(寂寥)'라고 해석한다. 즉, '우울과 함께 하는 고요/평화'다. 세상사의 덧없음을 비관하면서 동시에 긍정한다. '울적'이라는 말에는 단순한 감정으로서의 우울을 넘어서는 깊은 울림이 있다. 가을에는 어쩔 수 없이 죽은 사람들이 자주 생각..

참살이의꿈 2022.11.29

행복호 / 윤보영

가을 타세요? 그럼 타세요 사랑으로 밀어드릴게요 - 행복호 / 윤보영 '타다'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다. 사전에 나온 설명은 이렇다. 타다 1. 탈것이나 짐승의 등 따위에 몸을 얹다. 2. 불씨나 높은 열로 불이 붙어 번지거나 불꽃이 일어나다. 3. 몫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 4. 다량의 액체에 소량의 액체나 가루 따위를 넣다. 5. 먼지나 때 따위가 쉽게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다. 6. 부끄럼이나 노여움 따위의 감정이나 간지럼 따위의 육체적 느낌을 쉽게 느끼다. '가을을 탄다'라고 할 때의 '타다'는 6번의 의미이고, 시의 제목으로 쓰인 '행복호'는 1번의 의미로 쓰였을 테다.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이용한 재미있는 시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계절 변화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가리킨다. 기온이 떨..

시읽는기쁨 2022.11.01

비 오는 날 부침개

새벽 빗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 가을비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내린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덮여 있고 밖은 어두침침하다. 열린 양쪽 창문으로 낙숫물 소리가 구슬픈 음악처럼 울린다. 지금 같은 초가을의 때, 가을비는 기분을 멜랑콜리하게 만든다. 누가 어깨를 툭 치면 찔끔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다. 아침에는 가까운 공원을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낮이 되니 만사가 귀찮다. 이럴 때는 부침개와 막걸리 한 잔이 내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준다. 아내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손주 얘기, 이웃 얘기, 텃밭과 터 얘기 등이 또 다른 반찬이다. 과거 회상으로 접어들려는 아내를 나는 한사코 말린다.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고단한 일일 거라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도..

사진속일상 2021.09.29

불안의 책

오랜만에 묵직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기분은 많이 가라앉았다. 색깔로 치면 회색의 우울한 감정이었다. 고독, 허무, 몽상, 냉소, 권태, 무기력, 비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 책을 쓴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사람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났고 쓸쓸한 유년기를 보낸 뒤 번역 일을 하며 글을 썼다. 천성적으로 고독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많은 글을 썼지만 생전에는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도 페소아가 사망한 지 47년 만인 1982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은 리스본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소아르스의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소아르스는 곧 페소아 자신이다. 그가 살아간 공간은 사무실과 셋방과 리스본의 거리 뿐으로 좁았다. 사색하고..

읽고본느낌 2018.02.20

흑사탕

환절기가 되면 계절앓이를 한다. 일종의 통과의례다. 증상은 심신이 축 가라앉고 의욕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세상이 생기를 잃는다.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다. 드디어 손님이 찾아오셨구나, 한다. 봄과 가을이 시작될 때가 심하다. 꽃이 피었건만 봐도 심드렁하다. 꽃을 보러 가자는 친구의 초청도 사절했다. 옆에서 아내는 걱정이 많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다. 연례행사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손님은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제가 지겨워지면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조바심치면 도리어 죽치고 버티는 성질이 있다. 모른 척하는 게 최고다. 이럴 때 생각이 나는 게 단 음식이다. 집 앞 슈퍼에서 좋아하는 흑사탕을 몇 봉지 사 왔다. 우울할 때는 달콤한 게 제일이다. 소파..

길위의단상 2015.04.01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인생은 덜 익은 감을 깨문 것처럼 떫다. 인생의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요사이는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봄의 우울이 미열처럼 찾아왔다. 주기적으로 마음이 앓는 계절병이다. 감기에 치료약이 없듯 아픈 마음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안다.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전에 후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후배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건만 초연하게 말했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각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몫이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은 연기(緣起)로 얽혀 있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인간의 이성으로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다. 어떤 때는 하늘을 원망하고 하느님을 원망한다. 왜 이런 고통이 찾아오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

참살이의꿈 2010.05.12

봄볕을 쬐고 기운을 되찾다

며칠간 슬럼프가 계속되었다. 삶의 의욕을 앗기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별 이유도 없이 이런 손님이 찾아오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동안 헤매게 된다. 그래서 어제는 작심하고 일찍 직장에서 나와 교외로 나갔다. 강바람을 맞으며 봄볕을 쬐야 이 불쾌한 손님이 떠날 것 같아서였다. 하남의 한강변으로 가서 당정생태공원 길을 걸었다. 일부러 모자도 쓰지 않고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강가의 초록이 싱싱했고 강바람도 시원했다. 풀과 나무 사이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꽉 막혔던 마음은 대개 저절로 열린다. 자연은 가장 훌륭한 마음의 치유사이다. 당정생태공원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덜 미쳐서 야생 상태 그대로의 분위기가 있어 좋다. 둔치는넓은 억새밭이고 그 사이로 난 흙길이 예쁘다. 강변을 따..

사진속일상 2009.05.15

우울한 대한민국

연이은 유명스타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2,074명으로 하루 평균 33.4명, 인구 10만 명당 26.1명이었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면서 자살률 1위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그리고 2000년에 비해서도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한국사회는 지금 전체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광우병 파동이 지나가니 멜라민 소동이 일어나 연신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부동산값은 요동치고 주식은 폭락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거기다 외환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며 일자리는 여전히 ..

길위의단상 2008.10.10

짜증의 계절

"당신, 왜 이렇게 짜증만 내는 거야?" 요사이 아내로부터 자주 듣는 짜증 섞인 대꾸다. 그러면 되돌아가는 내 말투 또한 투박해지고,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응답은 뻔한 것이다. 어제 저녁에도 사소한 데서 발단이 되어 둘은 냉전 상태로 들어갔다. 같이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들어왔건만 불안한 평화는 고작 몇 시간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시 깨졌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자탄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하고 있다. 아내의 불만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것까지 짜증으로 몰아가는 아내의 태도가 나로서는 기분 나쁘다. 그러니 아내에게 타박을 하고 그것이 아내로서는 원망스러울 법하다. 둘은 요사이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아내..

길위의단상 2007.08.14

비가 오면 우울해져요

나이가 들면 날씨 변화에 둔해지게 될까? 민감해지게 될까? 아니면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나는 걸까? 오늘 같이 차르륵거리며 비가 내리는 날은 나는 무척 우울해진다. 동시에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이것은 최근에 찾아온 회색 손님의 영향이 크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날씨에는 괜스레 안절부절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축 가라앉더니 오전에 천둥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그리고 오후부터 봄비가 내린다. 갈 곳을 잃은 내 마음은 이리저리 헤매이고 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건만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전에는 빗속을 달리는 드라이브가 좋았다. 그때는 그래도 뭔가 생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아무 의욕도 없이 그저 멍하니 비 내리는 창 밖 풍경을 구경만 한다. 머릿속으로..

사진속일상 2007.05.16

회색 손님

불청객 회색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이 손님은 내 집을 점령하곤 온통 나를 무기력증에 빠뜨린다. 때도 없이 나타나서는 몇 주씩 머무르며 회색빛 세상만 보여주는데 이때 나는 세상 살 맛을 잃는다. 어제까지 찬란하던 신록이 오늘은 잿빛 어둠 속에 잠겨있다. 어떨 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귀찮기만 하다. 세상은 나를 등지고 돌아앉았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외톨이로 고립되어 누구 하나 신경써 주는 사람 없어 외롭기만 하다. 못난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회색 손님이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안 좋은 일들이 겹쳐지며 증폭되어 내 자신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이때 회색 손님은 슬그머니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자기가 주인 행세..

길위의단상 2007.05.14

가을 아침

가을이 되면 내 몸에서는 우울호르몬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한다. 첫서리를 맞은 풀처럼 몸과 마음이 생기를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진다. 세상은 나를 등지고 돌아앉았고 나는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에 시달린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오듯 이런 느낌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다.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살 맛을 잃는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갱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도 같다. 나에게 가을은 무척 힘든 계절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이것은 사람을 만나거나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해결될 병이 아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나 자신은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를 둘러싼 음의 기운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나에게도 괴롭..

사진속일상 2006.09.13

비 와서 흔들리는 날

저기압이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진다. 스스로를 어떻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버린다.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이러저리 방황한다.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헝클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이것은 나만의 독특한 현상인 것 같다. 예전에는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아내는 다시 사춘기로 돌아가느냐며 착각하지 말라고 놀리지만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이런 날은 종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다. 돌아보니 옛날에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던 때, 비 오는 날이면 퇴근길에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고는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왔다. 그때는 차창에 쏟아지는 ..

사진속일상 2006.06.08

화나고 우울할 때

살면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사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부득이하게 큰소리가 나오고 마음속에 쌓여있던 불만과 미움의 마그마가 한 순간에 분출한다. 나의 경우 어떨 때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 낸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떠나 자신이 그렇게 흥분했다는 사실에 대해 곧 자책감의 밀물이 밀려온다. 상대방보다도 자신이 더욱 미워진다. 이렇게 되면 며칠간 우울한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규모가 큰 폭발일수록 후유증은 오래 간다. 화나고 우울할 때 조심할 것은 자신의 잘못에만 집중하며 자책하고 자괴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날아간 화살에 너무 아파해서는 안 된다. 화가 일어나면 그 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미움과 분노를 감추려하거나 숨기..

길위의단상 2006.05.30

우울에 대한 변명

“한낮의 우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내용 중에서 우울증을 생물의 진화와 관련시켜 설명한 부분이 흥미가 있었다. 우울증이 진화의 단계에서 생식에 이롭게 작용한 메커니즘의 하나로 보는 특이한 관점이었다. 그렇다면 우울은 제거되어야 할 정신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종족 보존이나 개체의 생명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중증의 우울증은 사람을 파멸시키기도 하지만 보통 멜랑콜리라고 부를 때 그 어감이 가지는 조금은 낭만적인 느낌처럼 우울은 도리어 인생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첫째, 우울증이 과거에 이루어졌던 유익한 기능의 잔재라는 해석이 있다. 즉 어떤 유형의 우울증은 원시적 계급 사회 형성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한다. 집단 생활에..

읽고본느낌 2004.08.10

지구촌 전염병, 우울증

이번 달 초 뉴스위크 한국판에 우울증에 대한 특집이 실렸다. 표지에는 지구가 우울증으로 찡그린 얼굴을 한 그림과 함께 '지구촌 전염병, 우울증'이란 제목이 달렸다. 선진국 국민의 1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제 우울증은 선, 후진국 가리지 않고 확산되어 모든 나라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전 지구적 질병이 되었다는 것이다. 공동체 분화, 도덕적 확신의 붕괴, 국제 미디어에 대한 노출 증가 등의 사회적 변화로 오지의 빈곤층까지 우울증이 퍼져서 세계 전체로 볼 때 인간의 활동 능력을 앗아가는 제일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현대 문명이 인간에 가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보인다. 국민 소득은 높아지고 잘 살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의 욕망은 커지..

길위의단상 2004.07.26

Blue days

장마와 함께 찾아온 손님이 떠날 줄을 모른다. 떠나기는커녕 이젠 안방까지 차지하고서는 주인 노릇을 한다. 이 손님이 주는 선물은 무기력과 권태와 절망이다. 가을만 되면 이 손님이 찾아와서 마음은 열병을 앓았다. 그런데 올해는 장맛비 소리에 이 손님의 잠이 일찍 깨었나보다. 우울증이라고 불러야 하나? 세상은 잿빛으로 변하고, 모든 것이 돌아앉았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세상살이는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서걱거린다. 밤에는 악몽에 시달리고, 낮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귀찮기만 하다. 깃털 같은 것의 무게가 천근 만근 무겁게 느껴진다. 어쩌다 사람을 만나도 대화는 겉돌기만 한다. 이럴 때는......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저 몸을 낮추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임을 안다. 이 손님과..

길위의단상 2004.07.08

가을 불청객, 우울증

몇 해 전부터던가, 가을만 되면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 손님은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 살금 스며 들어와서는 아차 하고 알아챌 때에는 벌써 나는 포로가 되어 버렸다. 가을의 정점이 되면 내 가슴은 갈갈이 찢어져 찬 바람이 제 멋대로 불어 지나가고 내 마음은 모랫바람 날리는 사막이 된다. 무기력과 절망 - 이런 증상에 한참을 시달려야 한다. 내가 개인주의적 성향이어선지 이 시기가 되면 더욱 자폐적이 되어 버린다. 자신이 만든 고치 속으로 숨어 버린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고, 세상도 싫고 그렇다고 자신을 긍정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작은 성 안에서 웅크리고 있다. 그 성은 따스하지도 않다. 역시 찬 바람 불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는 안과 밖으로 호되게 시련을 당하는 시기이다. 온 세상의 고통을 혼자 짊어진 듯..

길위의단상 200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