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24

11월의 폭설

첫눈이면서 대단한 폭설이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27일 새벽 3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28시간 동안 누적적설량 45cm가 쌓였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에 내린 눈의 최고 기록이었다. 28일 아침의 집 앞 도로는 옴짝달싹 못 하는 자동차가 긴 줄을 만들었다. 학교는 휴교했다. 나도 바깥 약속이 있었지만 나가지 못했다.  기상청에서는 이번 폭설의 원인을 "예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서해상의 해기차(대기와 바닷물간 온도차)가 크게 났고 그로 인해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통과하면서 지속해서 수증기로 인한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의 한 결과라는 얘기다.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이런 식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지구온난화가 진행한..

사진속일상 2024.11.29

북극곰의 불안한 휴식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작은 해빙(海氷) 위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주관하는 사진전에서 '올해의 야생 사진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목은 '얼음 침대(Ice Bed)'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찍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3일간의 기다림 끝에 얼음덩이를 팔로 긁어내 기댈 곳을 마련한 뒤 잠이 든 북극곰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표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에게 해빙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과..

길위의단상 2024.02.28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기후변화의 현실과 심각성을 확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룹부터 기후변화의 위기가 과장되었으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그룹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런 사람들 태도는 여섯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경각심, 우려, 신중, 무관심, 회의, 거부 등이다. 기후변화 메시지에 왜 이처럼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지 이해해야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인간 활동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아무리 쏟아져도, 세계 곳곳에서 재난이 벌어져도 많은 사람들은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다. 기존의 기후 과학은 사람들을 설득해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 논리적인 이 접근법은 설득 대상이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자주..

읽고본느낌 2023.04.10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최근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각국 정부에 보내는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내용이 사뭇 심각하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기후 행동에 나서 않으면 기후 위기 임계점을 넘어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양동이에 물이 가득 차 한 방울의 물만 떨어져도 기후 위기라는 물이 넘쳐버리는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현재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10년 전보다 12% 증가했고,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과거 100년 동안 1.1℃ 상승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미 해수면 상승이나 극지의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는 기후..

읽고본느낌 2023.03.24

내가 사랑한 지구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면서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감탄한 것 중 하나가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나 화산 등의 자연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잘 들어맞아도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이론이다. 이제 판구조론을 떠난 지질학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 는 판구조론이 등장하는 과정을 19세기 지질학의 초창기에서 시작하여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테노, 허턴, 스미스, 라이엘 등의 초기 지질학자들의 노력이 쌓여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낳고, 치열한 논쟁과 검명을 거치며 판구조론이라는 이론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지질학자인 최덕근 선생이 썼다. 일반인이..

읽고본느낌 2021.04.29

우주정거장에서 본 지구

국제우주정거장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는 16개국이 참여하는 하늘에 떠 있는 다국적 우주 기지다. 크기는 축구 경기장만 하며 지상 400km 높이에서 하루에 지구를 15바퀴 정도 돈다. 400km라면 대략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지구를 사과 정도 크기로 축소하면 우주정거장은 사과 껍질에서 2m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맨눈으로도 쉽게 보이고, 성능 좋은 망원경이면 형체까지 뚜렷이 볼 수 있다. 승무원은 여섯 명인데 평균 6개월 정도 체류한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봤다. 우리는 중력에 의해 지구 표면에 갇혀 있다. 지구 전체를 조망하는 넓은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숲을 보자면 숲 밖으로 나가야 한다. ..

길위의단상 2021.01.25

지적 생명체 실험 실패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실제 주인은 유전자다. 유전자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지적 존재인 인간을 이용할 뿐이다. 처음부터 지적 존재가 되도록 계획하고 유도한 주체는 유전자다. 인간은 오로지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이기성이 제일 잘 발현된 존재가 호모 사피엔스다. 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이다. 지구는 살아 있다. 지구는 토양과 대기, 해양과 생물 생태계를 포함해서 조화롭게 작동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존재다. 지구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무기물은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지구의 상태를 조절 유지해 왔다. 만약 지구 시스템을 파괴하는 요인이 생기면 지구는 그를 제거할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다. 두 이론이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지구의 위기 상황이..

길위의단상 2020.05.16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이저 1호다. 보이저 1호(Voyager 1)는 1977년 9월에 발사되어 1990년에 명왕성을 지났고,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을 여행 중이다. 현재 위치는 지구에서 약 150AU(220억km) 떨어져 있다. 태양계 지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거리다. 보이저 1호는 명왕성을 지날 때 태양계 끝에서 본 지구 사진을 찍었다. 1990년 2월이었으니 꼭 30년 전이다. 지구에서 60억km 밖에서 본 우리 지구 사진인데, 이 희미하게 빛나는 영상을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명명했다. 촬영 30주년을 맞아 이 사진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NASA에서는 옛 사진을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보정하여 다시 발표했다. 보일..

길위의단상 2020.02.22

공기 / 이시영

공기를 사러 다니는 꿈을 꾸었다. 편의점마다 공기가 동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어하지 못한 인류는 이제 툰드라나 아이슬란드 혹은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수입한 공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부자 동네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다량이 공기를 매점해버렸기 때문에 서민들은 겨우 1리터의 공기 팩을 사기 위해 세븐일레븐과 GS25, 미니스톱을 향해 뛰었으나 품절되고 말았다. 병원 응급실마다 산소통이 반입되지 못해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었으며, 영유아들은 울부짖다가 쓰러졌다.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뉴질랜드로부터 대량의 공기선(船)이 들어온다고 발표했으나, 격분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지금, 당장 마실 공기를 달라!"고 외쳤다. 경찰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진격..

시읽는기쁨 2015.11.17

한 장의 사진(20)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잊히지 않는 사진 한 장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 탐사에 나섰던 1970년대에 찍은 사진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40여 년쯤 전일 것이다. 위치로 볼 때 달 궤도를 도는 우주선에서 찍은 것 같다. 사진의 구도는 단순하다. 달 지평선이 화면을 1/2로 가르고 그 위에 지구가 떠 있다. 달은 회색이고 하늘은 새까만데 지구는 푸른색으로 반짝인다. 흰 구름이 있고, 대륙 모양도 보인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약간 뒤쪽에 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준 충격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외계로 나가 지구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지구가 어떻게 보일지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진을 통해 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주의 보석과 같았다. 우리가 아는 한 이 넓은 우주에서 ..

길위의단상 2015.02.04

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칼 세이건이 지구에 붙인 이름이다. 1990년에 태양계 밖으로 날아간 보이저 1호가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했는데, 희미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명명했다. 이번에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가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19일에 지구에서 15억k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토성의 고리 밑에 화살표로 표시된 점이 지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보면 태양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사진 찍기가 힘들다고 한다. 다행히 이 경우는 토성 뒤에 태양이 가려져 있어 지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NASA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지금까지 외계에서 지구 사진을 찍은 경우는 세 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사진이다. 우리가 사는 ..

길위의단상 2013.07.28

70억

지난달부터 세계 인구가 70억 시대에 접어들었다. 내가 태어날 때만 해도 30억이 안 되었는데 그동안에 세 배 가까이나 늘어났다. 폭발적인 증가다. 자료를 찾아보니 10억 단위로 인구가늘어난 해는 이렇다. 10억 1805년 20억 1927년 30억 1959년 40억 1974년 50억 1987년 60억 1999년 70억 2011년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서 20억 명으로 되는 데 122년이나 걸렸지만, 그 뒤부터는 주기가 점점 짧아져 지금은 12년마다 10억 명씩 늘어나는 엄청난 속도다. 학자들은 지구 인구가 금세기 중반이 지나면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이 정도면 식량이나 에너지에 문제가 생길 때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환경과 자원의 관점에서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인구는..

길위의단상 2011.12.07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이 지은 (A New Green History)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 책이다. 부제가 'The Environment and the Collapse of Great Civilisations'이듯이 인간이 만든 문명이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고 약탈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한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관점을 지구로 돌리면 심각한 생태적 위기와 만난다. 인류 역사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하고 환경에 타격을 주는 방법을 써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과학 보고서라 할 정도로 정량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약 1만 년 전 농경정착사회가 되면..

읽고본느낌 2011.11.08

지구를 정화하라

이외수님의 글에서 공룡 멸종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을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약 6천만 년 전의 거대한 운석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운석 충돌 후의 충격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먹이사슬 붕괴로 덩치가 큰 공룡이 아마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리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충돌 흔적이 남아 있는 지층 위에서도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공룡의 멸종은 다른 원인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기발하게도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공룡이 의도적으로 제거되었으리라고 상상한다. 세균이라는 존재는 생명계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균은 생명계의 균형이 깨지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쟁이 휩쓸고 간 지역에는 어김없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유가 여기에..

길위의단상 2009.11.03

지구 신발 / 함민복

너 지구 신발 신어 봤니? 맨발로 뻘에 한번 들어가 봐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금방 발에 딱 맞는 신발 한 켤레가 된다 그게 지구 신발이야 지구 신발은 까칠까칠 칠게 발에도 낭창낭창 도요새 발에도 보들보들 아이들 발에도 우락부락 어른들 발에도 다 딱 맞아 지구 신발 한번 꼭 신어보렴 - 지구 신발 / 함민복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즐겨 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알래스카편이 방송되었다. 북극권의 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광이 인상적이었지만 자연을 아끼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더 감동이었다. 국립공원에는 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지정 차량 외에는 운행도 금지한다. 원래 주인인 동물들을 지키고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함이다.그들의 관점에서는 인간이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시읽는기쁨 2009.10.26

지구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외식을 하고 영화 '지구'를 보았다. 아내는 '맘마미아'를 보고 싶어했으나, 나는 자연 다큐멘타리가 좋아서'지구'를 선택했다. 그러나 보고 나서는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다. 영상을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는데, 이 영화는 BBC에서 촬영한'살아있는 지구'라는 제목의 DVD와 내용이 중복되었기때문이다. 차라리 '맘마미아'를 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큰 화면으로 보는 자연 다큐의 감동은 새로웠다. 화면은 지구를 북에서 남으로 훑어내려가며 웅장한 풍경과 다양한 동식물들을 보여준다. 특히 나이아가라 폭포와 남극의 오로라는 장관이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가슴이 아팠다. 배가 고파 바다코끼리를 공격하는 북극곰, 물을 찾아 이동하는 아프리..

읽고본느낌 2008.09.07

패밀리 / 정일근

조심해! 자연에도 패밀리가 있다. 이딸리야 마피아나 러시아 마피아와 같은 패밀리가 있다. 자연의 패밀리란 사람의 족보로 치자면 같은 항렬자를 쓰는 형제나 사촌쯤 되는, 그러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의 족보와는 다른, 자연의 인드라망이 있다. 동물의 왕인 호랑이와 밀림의 왕인 사자는 고양이의 패밀리다. 고양이가 형이고 호랑이와 사자는 아우다. 은현리에 와서 도둑고양이에게 야단을 쳐보라. 달아나기는 커녕 느릿느릿 왕의 걸음걸이로 걸어가며 빤히 쳐다보기까지 하는,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배경에는 도둑고양이에게 왕이 둘이나 있는 패밀리의 '빽'이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흘레붙는 개에 대해 뜨거운 물을 뿌리며 방해해서는 안된다. 늑대, 은빛여우, 너구리가 개의 패밀리다. 가끔씩 개가 하이톤의 고독한 늑대 울음소리..

시읽는기쁨 2007.11.20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미국의 한 교수가 뉴욕을 중심으로 예상을 했다. 인간이 사라지면 맨하튼 땅 밑으로 흐르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와 이틀 만에 뉴욕의 지하철은 물에 잠긴다. 이어서 하수 오물이 땅 위로 떠오르고 부패하면서 1년 뒤에는 도로 포장이 마멸된다. 4년이 지나면 빌딩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자연발화에 의해 불이 나 엄청난 화재가 발생해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 폐허가 된 맨허튼 거리에는 개울과 늪이 생기고,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는 온갖 초목이 자라면서 뉴욕 특유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500년 뒤가 되면 뉴욕은 거대한 수풀 지대가 된다. 15000년이 지나면 빙하기가 찾아오는데, 맨해튼에 남아 있던 거대 건물들의..

길위의단상 2007.07.31

STOP CO2

어제 '지구의 날'에는 행사가 열리는 대학로와 기념 조형물이 있는 시청 앞을 다녀왔다. 이번 '지구의 날'은 'STOP CO2'가 상징하듯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지난 겨울에 유례없는 따뜻한 기온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나 몸으로 기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시의적절한 주제였다고 생각된다. 사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거시적 기상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엄청난 급변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열대우림이 급격히 황폐화되고, 앞으로 50년 이내에 현 생물종의 50% 가까이가 멸종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지구의 날'은생명의 모태인 지구를 돌아보고 우리의 행동양식..

사진속일상 2007.04.23

Pangea Ultima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과학 이론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구의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표면은 십여 개의 판으로 되어있고 이 판들 사이의 운동에 의하여 습곡산맥, 화산활동, 지진 등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거대 현상들이 모두 생긴다는 이론이다. 대학교 때 처음 이 이론을 접하고 그 간단명료한 단순함에 매료되었었다. 그때 교수님이 판을 보도블록으로 비유하며 비 오는 날 보도블록을 밟을 때 물이 튕겨나오듯 화산활동을 설명하던 기억이 새롭다. 감동을 주는 과학 모델들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그 공통점이 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옛날에 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는 서로 붙어 있었다가 분리되었다는 것인데교과서에서 가르치는증거 중의 하나가 두 대륙 간의 해안선의 일치..

길위의단상 2007.02.21

Pale Blue Dot

이 사진은 우주탐사선 카시니호가 지구에서 15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것인데,확대된 작은 화면에 한 점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을 볼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많지만 이렇게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보기 드물다. 이만한 거리에서 지구는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볼 때 모든 별들은 한 점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구는 크고 다른 별들은 작다는 상대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 우주 사진은 반대로 토성이 크게 보이고 지구는 한 점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우리 시각의 반전을 일으킨다.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없는 메시지이다.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배경으로..

길위의단상 2007.01.20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오눌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오늘 하루가 설레었나요? 오늘 밤, 눈을 감으며 당신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낄 것 같나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어디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 되나요? 선뜻, "네, 물론이죠" 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글을 선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주변이 조금 달라져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있는데 이것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 시킨다면, 100중 52명은 여자고 48명은 남자 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은 어른입니다. 그 중 7명은 노인 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 이고 10명은 동성애자 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은 백인종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은 아프리카 12명은 유럽 나머지 1명은 남태평양 사람입니다. ..

읽고본느낌 2006.12.26

지구의 밤

이것은 인공위성에서 지구의 밤을 찍은사진입니다. 잘 사는 나라들의 밤은 인공 불빛으로 환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깜깜합니다.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이 눈에 띄게 환합니다. 부와 문명의 편중 현상이 한 눈에 드러나는 사진입니다. 아마 백 년 전이었다면 전 지구가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캄캄했을 것입니다. 지구 40여억 년의 역사동안 내내 그랬을 겁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전기 문명이 시작되면서 지구의 밤 풍경은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백 년 뒤에는 대륙 전체가 온통 빛으로 덮일 것 같습니다. 지구의 이름이 그때는 광구(光球)로 바뀔지 모릅니다. 이 사진은 한반도 주변을 찍은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보입니다. 북쪽에..

참살이의꿈 2005.12.03

神은 망했다 / 이갑수

神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神은 망했다 - 神은 망했다 / 이갑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이런 말씀을 내린 神은 아마 지금쯤은 크게 후회하고 있으실지 모른다. 神의 명령에 충실한 아담의 후예들이 번성하고(60년대에 30억이던 인구가 지금은 60억을 넘었고 50년 뒤에는 100억이 될 거라고 한다), 정복하고(남북극 어떤 극한지에도 인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다스리면서(다른 종에게 인간은 무자비한 폭군이며 인간에 의한 멸종이 자연 멸종률의 근 1천배에 달한다), 지구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는지 神도 침묵만 하신다. '神은 ..

시읽는기쁨 200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