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지구 신발 / 함민복

샌. 2009. 10. 26. 10:22

너 지구 신발 신어 봤니?

 

맨발로 뻘에 한번 들어가 봐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금방 발에 딱 맞는

신발 한 켤레가 된다

 

그게 지구 신발이야

 

지구 신발은

까칠까칠 칠게 발에도

낭창낭창 도요새 발에도

보들보들 아이들 발에도

우락부락 어른들 발에도

다 딱 맞아

 

지구 신발 한번 꼭 신어보렴

 

- 지구 신발 / 함민복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즐겨 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알래스카편이 방송되었다. 북극권의 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광이 인상적이었지만 자연을 아끼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더 감동이었다. 국립공원에는 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지정 차량 외에는 운행도 금지한다. 원래 주인인 동물들을 지키고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함이다.그들의 관점에서는 인간이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고 인근에는 댐도 만들려 한다. 새만금의 갯벌은 사라졌고, 강화도 갯벌도 조력발전소 건설로 망가지게 생겼다. 자연은 개발과 이용의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아직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신발'이라는 표현이 무척 재미있다. 이런 발상은 동심이 아니면 절대 나오지 못 할 것 같다. 이 가을에 '말랑말랑'의 함민복 시인이 살았던 강화도 동막 해변에 가보고 싶다. 가서 나도 지구 신발 한번 신어보고 싶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부드러운 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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