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45

합정에서 화전까지 걷다

걷다 보면 목표한 곳과는 다르게 엉뚱한 곳에 가게 되는 수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그럴 수도 있고, 길이 막혀 가지 못하게 되어 그럴 때도 있다. 오늘은 합정동에서부터 한강의 하류 방향으로걸어서 행주대교를 건넌 후, 반대편에서 거슬러 올라 선유도까지 걸을 계획이었으나 도중에 길이 막히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았던 화전으로 가게 되었다. 덕분에 낯선 동네에 들리는 경험을 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화전이라는 마을에 가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모든 게 인연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철 합정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나가는 길머리에 있는 절두산 성지에 들렀다. 이곳은 예전에 양화진(楊花鎭)이라 불린 곳으로 1866 년 병인박해 때 수천 명의 신자들이 목이 베어져 한강으로 던져진 순교의 현장이다..

사진속일상 2008.07.22

사당에서 홍제까지 걷다

지난 주에 테니스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네트 앞에 떨어진 공을 받으러 급히 달려나가다가 다리 뒤의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절룩거리며 걸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까지는 집에서 푹 쉬려고 했으나 아침부터 시작된 옆 공사장의소음 때문에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집 옆에서 신축 아파트 공사를 하는데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유독 소음에 약한 나로서는 철근이 부딪치는 금속성의 굉음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도망을 치듯 아침도 먹지 않고 부리나케 베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목적지도 없이 떠났는데 자연스레 뒷산을 넘어 국립현충원을 지나 한강으로 나갔다. 여기서는 여의도나 잠실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또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목적지를 홍제천으로 정했다. 동작대..

사진속일상 2008.06.28

팔당에서 구리까지 걷다

다섯 번째 는 팔당에서 시작하여 한강과 왕숙천변을 따라 구리에 이르는 강변길을 걸었다. 중앙선 전철로 팔당역에 간 다음에 한강의 둔치길로 내려가 하류를 향해 걸었다. 덕소를 지나 왕숙천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구리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구리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6 월의 여름 햇살이 무척 따가웠다. 걸은 구간 : 팔당역 - 덕소 - 수석리 - 미음나루 - 왕숙천 - 구리역 걸은 시간 : 11:30 - 16:00 걸은 거리 : 약 17 km 여기가 한강으로 들어와 걷기 시작한 지점이다. 팔당역에서 내리면 바로 한강으로 진입이 안되고 한참을 국도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길은 보도가 없어서 위험한 편이다. 육교를 건너면 한강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한강길에 접어들면 좀전의 번잡함은 눈 녹듯 사라진..

사진속일상 2008.06.14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11:50 - 16:20, 약 15 km]. 오늘 한강길 걷기에는 아내가 동행했다. 동작 하류 방향은 아내로서는 첫길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더우기 평소에 가보고 싶어하던 여의도공원과 선유도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11:50, 집을 출발하다. 12:40, 한강 동작지구에 도착하다. 13:10, 한강철교를 지나다. 걷는다는 것은 심리적 중화효과가 있다. 걷기를 통해 사람의 감정은 중화되고 순화된다. 기쁜 일이 있어도 지나치게 기뻐해서만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마찬가지로 슬픈 일이 있어도 크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걷다 보면 자연히 느껴지게 된다. 또한 세상 살다 보면 생기는 서운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서운했던 사람과 같이 말없이 걸어 보라. 서운했던 감정은 ..

사진속일상 2008.02.09

동작에서 구의까지 걷다

오랜만에 한강 둔치길을 걷다[동작에서 구의까지, 11:00-15:00, 약 18 km]. 11시에 집을 나서다. 집에서 산길을 따라 1시간 가까이 걸으면 동작지구 한강변이 나온다. 하류쪽으로는 여의도로 갈 수 있고, 상류쪽으로는 잠실 방면이다. 걸으면서 한강 다리를 중심으로 흔적을 남겨 보았다. 12:00, 동작대교를 지나다. 12:10, 반포지구의 서래섬을 지나다. 12:30, 반포대교를 지나다. 날씨는 맑고 포근하다. 그러나 한강 둔치에는 사람이 없다. 멀리서 웅웅거리는 자동차 소음만 들릴뿐 도시 한가운데건만 인적이 끊어진 풍경은 기괴하기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내가 한강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면 나오기가 꺼려졌을지 모른다. 12:50, 한남대교를 지나다. 13:1..

사진속일상 2008.02.05

한강에 나가다

우리나라도 이젠 7월 장마 대신에 7, 8월의 우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는 장마때보다도 8월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곳이 많았다. 겨울의 삼한사온이 퇴색하듯이 여름 장마도 서서히 개념이 변하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가 급변하는 와중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비가 그친 날, 한강에 나갔다.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지나가는데, 저 멀리 반포대교 너머로는 여름의 뭉게구름이 멋지게 꽃을 피웠다. 한강물도 수위가 높아져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그래도 올해 중부 지방은 집중적인 폭우가 내리지 않아 홍수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스스로에 대한 고행의 차원에서 길게 걸으려고 했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살에 곧 지쳐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한껏 게을러진 몸이 ..

사진속일상 2007.08.16

무지개를 보다

저녁 산책길에 무지개를 보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한강에 나갔을 때였다. 무지개를 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는 뜻일 것이다.도시 속의삶이란철저히 자연과 차단되어 있다. 빌딩 숲에 가려 하늘 조차 손바닥만하게 작아져 있다. '도시가 더 자연적입니다' - 이런 광고 카피를 보고 실소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라고 자위해야 이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은 한강이 있어 그나마 살아있다. 오늘 저녁은 멀리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서늘한 바람에 더위도 가시고 가을 하늘처럼 맑고 넓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많은 시민들이 강변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잠실지구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소..

사진속일상 2006.08.20

한강을 걷다[선유-뚝섬]

오늘은 선유도에서 출발했다. 선유도에서 여의도까지 간 후, 서강대교를 건너 강 북단으로 건너가서 뚝섬까지 걸었다. 걸은 거리는 22km였다(12:00-17:00). 선유도공원은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원래 이 섬에는 선유봉이라는 절경의 봉우리가 있었다는데 60년대 개발 열풍에 사라져 버렸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쌍둥이빌딩과 63빌딩의 단순한 조형미가 아름답게 보였다. 서강대교에서 내려다 본 밤섬의 전경. 철새의 낙원이라는데 오늘은 철새 그림자 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 발길이 끊긴 밤섬은 덩굴식물의 천국이 되었다. 나무를 뒤덮은 모양이 마치 이불을 뒤짚어 쓴 듯 기묘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는 얼마나 답답할까? 한강 고수부지는 온통 시멘트로 도배를 했는데 ..

사진속일상 2006.01.02

2005년의 끝 날

한해의 끝 날이어선지 마음이 허전하다. 지난 한해 특별히 잘못 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래도 왠지 아쉽고 쓸쓸하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지는 것을 우리말로는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보통 먹는다는 것은 허기가 채워진다는 뜻인데,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도리어 더 허기지고 갈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신문에 ‘먹는다’는 표현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같은 동양문화권인데도 중국 사람들은 나이를 첨(添)한다고 하고, 일본 사람들은 도루(取)한다고 하는데 유독 우리말이 먹는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는 3000종 이상의 언어가 있다고 하지만 나이를 밥처럼 먹는다고 하는 민족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 같다..

사진속일상 2005.12.31

한강이 얼다

두 주일가까이 계속되는 강추위에 한강이 얼었다. 기상청 발표로는 12월의 한강 결빙은 26년 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올 12월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어떤 사람은 삼한사냉(三寒四冷)이라고 농담을 한다. 잠실대교 부근 한강에 나가보니 기슭을 따라 강폭의 약 사분의 일 정도까지 얼음으로 덮여 있다. 한강 결빙이라지만 한강이 완전히 언 것은 아니고 어떤 곳은 전혀 얼음을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남단에서 둘째와 넷째 교각 사이의 상류 100m 부근에 얼음이 생긴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기록상으로 나타난 한강 결빙일수는 40년대에는 평균 69일, 50년대는 43일, 60년대는 35일, 70년대는 32일, 80년대는 21일, 90년대는 8일로 ..

사진속일상 2005.12.21

한강길 30km를 걷다

어제는 오랜 시간 한강 둔치길을 걸었다. 배낭에 가벼운 간식거리를 챙긴 후 아내와 같이 10시 30분에 집을 나섰다.집이 한강에서 가까운 관계로 10여분이면 한강에 닿을 수가 있다. 걸어서 잠실대교를 건너 남쪽 잠실지구 둔치로 갔다. 사람들은 대개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려고 하지 않지만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을 견딜 마음만 있다면 다리를 건너보는 맛도 색다르다. 여기서 한강 둔치의 남쪽 길을 따라 선유도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거리로는 약 25km, 7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제는 맑고 바람도 잠잠한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한강공원에는 늦가을의 조금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놀러나온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가끔씩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두 시간 정..

사진속일상 2005.11.21

기다려지는 봄

봄기운을 느껴보려고 한강에 나가다. 남쪽의 꽃소식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그러나 이곳 강변의 싸늘한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봄은 마음으로 먼저 찾아와서 애를 태우지만 정작 본인은 느릿느릿 올라오시려는가 보다. 일요일 오후건만 한강 둔치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하다. 뚝섬유원지의 오리 보트들도 아직 겨울처럼 한데 묶여있다. 곧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저기 오리 가족들도 사람들의 명랑한 웃음을 싣고 한강을 헤엄칠 것이다. 차가운 강변에 서니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그러나 봄의 선발대는 이미 상륙해 있을 것이다. 대기 중에는 선전포고를 앞둔 듯 벌써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사진속일상 2005.03.20

저녁 한강에서

오랜만에 저녁 한강에 나가 보다. 집이 한강변에 있어 몇 발자국만 걸으면 한강에 나갈 수 있지만 무엇에 그리 바쁘게 쫓기며 살았는지 저녁 산책을 나간 것이 몇 달 만이다. 넓은 강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낮의 열기를 식혀준다. 강가에 걸터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나이 지긋한 부부들, 젊은 연인들부터 다이어트를 하는지 강변 길을 따라 열심히 걷는 사람들로 저녁 한강은 활기가 가득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하늘을 난다. 그리고 탁 트인 시야가 마음까지 넓게 열어준다. 낮 동안 답답하고 폭폭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는 위무를 받는다. 강을 바라보며 아내와 나란히 앉는다. 이럴 때는 아내가 친구같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기만 하다. 참된 친구란 그런 관계가 아닐까 한다. 점점 어두워지며 건너..

사진속일상 2004.06.12

한강이 얼다

며칠간 된추위가 계속되더니 한강이 꽁꽁 얼었다. 설날을 정점으로 해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오늘한강에 나가 보았는데 한낮인데도 강변의 바람은 아직 칼같이 매섭다. 이렇게 기온이 떨어지면 고통받는 것은 대개 서민들이다. 계절로 보아서는 당연히 추워야 하고 또 추운 것이 정상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혹독한 때이기도 하다. 이번 추위에도 노숙자가 사망하고, 보온이 잘 안된 보일러나 수도관이 얼어터지고 하는 보도들이 안타깝게 한다. 지금 나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스위치 하나만 돌리면 여름이 무색하게지내고 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실내에서도 내복을 입고 지내보자고 결심한 적도 있지만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그리고 난방비 걱정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골로 내려가면 ..

사진속일상 2004.01.25

겨울의 시작

서울은 그래도 한강이 있어 아름답다. 한강변의 넓은 억새밭을 노랗게 물들이며 빌딩들 사이로 해가 진다. 가을도 저물었다. 어제부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지금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야 겨울 준비가 별 다른게 없지만, 옛날에는 김장을 하고 연탄을 들여 놓으며 겨울 준비에 부산했다. 그 당시 할머니, 동생과 셋이 살 때에도 배추를 50포기넘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좁은 부엌에 연탄을 가득 쌓고, 냉기를 막기 위해 방 창문 바깥에는 비닐을 붙였다. 벽으로는 왠 찬 바람이 그렇게 들어 왔는지 한창 추울 때는 이불로 벽에 커튼을 쳐야했다. 가끔씩 연탄 가스가 들어와서 어떤 날 아침은 정신이 몽롱해서 깨어났다. 그래도 밖에 나가 찬 공기를 쐬면 이내 정신이 들었다. 작은방 한 칸에 옹..

사진속일상 200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