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50

11월의 폭설

첫눈이면서 대단한 폭설이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27일 새벽 3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28시간 동안 누적적설량 45cm가 쌓였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에 내린 눈의 최고 기록이었다. 28일 아침의 집 앞 도로는 옴짝달싹 못 하는 자동차가 긴 줄을 만들었다. 학교는 휴교했다. 나도 바깥 약속이 있었지만 나가지 못했다.  기상청에서는 이번 폭설의 원인을 "예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서해상의 해기차(대기와 바닷물간 온도차)가 크게 났고 그로 인해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통과하면서 지속해서 수증기로 인한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의 한 결과라는 얘기다.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이런 식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지구온난화가 진행한..

사진속일상 2024.11.29

뜨거운 여름

올여름은 무척 덥다. 어제는 우리 지방 낮 최고기온이 35℃까지 올랐고, 서울은 36℃를 넘었다. 이번 더위는 습도가 높아서 사우나실에 있는 것 같은 찜통더위다. 기상청 자료를 보니 8월 들어 평균습도가 79%로 예년보다 훨씬 높았다. 올초 캄보디아에 갔을 때도 덥긴 했지만 가만히 있거나 그늘에 들어가면 땀이 잦아들고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하지만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더위는 그늘에 들어가도 소용이 없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달아오른 시멘트 도시의 열기는 피할 수 있다. 낮에는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켜지만 저녁이 되면 서늘한 바람이 분다. 한밤중에는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다. 낮의 열기가 그만큼 쉬이 사그라진다. 어제 만난 서울 사는 지인은 열대야로 잠을 설친다고 불평을 했다. 바..

길위의단상 2024.08.14

북극곰의 불안한 휴식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작은 해빙(海氷) 위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주관하는 사진전에서 '올해의 야생 사진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목은 '얼음 침대(Ice Bed)'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찍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3일간의 기다림 끝에 얼음덩이를 팔로 긁어내 기댈 곳을 마련한 뒤 잠이 든 북극곰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표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에게 해빙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과..

길위의단상 2024.02.28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닐봉지를 줄이려고 에코백을 샀는가?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구입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갖고 다닐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을까? 단언한다. 당신의 그런 선의만으로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온난화 대책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고 믿는 당신이 진정 필요한 더 대담한 활동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코백과 텀블러 등을 구입하는 소비 행동은 양심의 가책을 벗게 해주며 현실의 위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 그런 소비 행동은 그린 워시(green wash), 즉 자본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행동을 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너무도 간단히 이용되고 만다." 의..

읽고본느낌 2023.09.26

인간 / 유자효

같은 종을 죽이는 종 닮으면 닮을수록 더욱 잔인하게 죽이는 종 마침내 제 터전마저 허무는 종 제 새끼들이 살아야 할 터전까지도 제멋대로 없애버리는 종 마침내 자살로 멸종의 길로 가는 이 세상에 전례가 없는 희한한 종 똑똑한 체하면서도 가장 어리석은 종 - 인간 / 유자효 대학생 때 생물학 시간을 좋아했다. 담당 교수님이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동물의 왕국' 이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주셨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얘기 중 하나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산다는 레밍이라는 쥐다. 번식력이 좋은 레밍은 어느 시기가 되면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해안가 절벽에 이르러 모두 바다로 떨어진다고 한다. 일종의 집단 자살이다. 이유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신기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를 읽다가 레밍이 ..

시읽는기쁨 2023.08.29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기후변화의 현실과 심각성을 확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룹부터 기후변화의 위기가 과장되었으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그룹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런 사람들 태도는 여섯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경각심, 우려, 신중, 무관심, 회의, 거부 등이다. 기후변화 메시지에 왜 이처럼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지 이해해야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인간 활동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아무리 쏟아져도, 세계 곳곳에서 재난이 벌어져도 많은 사람들은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다. 기존의 기후 과학은 사람들을 설득해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 논리적인 이 접근법은 설득 대상이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자주..

읽고본느낌 2023.04.10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최근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각국 정부에 보내는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내용이 사뭇 심각하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기후 행동에 나서 않으면 기후 위기 임계점을 넘어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양동이에 물이 가득 차 한 방울의 물만 떨어져도 기후 위기라는 물이 넘쳐버리는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현재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10년 전보다 12% 증가했고,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과거 100년 동안 1.1℃ 상승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미 해수면 상승이나 극지의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는 기후..

읽고본느낌 2023.03.24

새와 사람

지은이인 최종수 선생은 생태사진가로 새 사진 촬영만 아니라 새와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분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이야기와 새들과 친해지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새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새들의 정원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지은이가 만든 정원에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한 기록이 책에 실려 있다. 넓을 필요가 없이 작은 버드 피딩이라도 괜찮다. 특히 겨울철에는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새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만약 내가 정원이 있는 집에 산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버드 피딩이다. 선생은 전문 사진작가이니만치 에는 멋진 새 사진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0여 종의 새를 관찰할 수 있다는데 내가 직접 눈..

읽고본느낌 2023.03.16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빛 공해를 다룬 책이다. 빛 공해란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져서 생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건물의 과도한 조명, 낮보다 더 환한 쇼윈도, 자동차 전조등, 마당과 골목 구석구석을 밝힌 전등으로 도시를 말할 나위도 없고 농촌에서도 어둠을 몰아냈다. 문명은 환한 밤을 만들었다. 환한 밤은 동식물의 생태 변화로 나타났다. 철새들은 본래의 경로에서 이탈했고, 곤충 수십억 마리는 가로등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식물들은 계절 감각을 잃어버렸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빛은 전통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찰과 계몽, 순수의 표상이다. 반면에 어둠은 공포, 범죄, 무지와 연결된다. 하지만 빛의 과잉은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 이웃간의 분쟁의 소지도 된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 밝힌 빛이 다른..

읽고본느낌 2023.03.04

용서하세요 / 공재동

태평양 어느 섬에서 찍은 사진에는 비닐장갑과 플라스틱 컵이 마구 쌓여 있었다 파도에 떠밀려 온 죽은 고래 뱃속에서 꺼낸 2037개의 장갑과 3434개의 플라스틱 컵 하나님! 용서하세요 - 용서하세요 / 공재동 한 해에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5억 t이 넘는다. 이중 10% 정도가 바다로 버려진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는 해류를 따라 모여든 플라스틱 조각들이 떠 있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무려 한반도 면적의 5배라는데 작은 알갱이여서 육안에는 안 보인다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대형 해양생물 소식도 이젠 새롭지 않다. 조개나 물고기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모른다. 먹이사슬을 통해 당장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

시읽는기쁨 2022.01.18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작은 책이지만 내용은 알차다. 프랑스의 조류학자인 뒤부아(P. J. Dubois)와 철학자인 루소(E. Rousseau)가 함께 썼다. 새는 1억 5천만 년 전에 공룡에서 생겨난 아주 오래된 생명체다. 저자들은 새를 '작은 철학자'라고 부른다. 가볍고 조용히 살아가는 새들에게서 그들이 가진 철학을 발견한 것이다. 은 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나 가르침을 열린 마음으로 들으면서 전하고 있다. 이 책에는 오리를 비롯해 22종의 새가 등장한다. 사랑, 번식, 싸움, 절제, 열정 등 각각이 가진 특징이 재미있고 묘사되어 있다. 오리의 털갈이 이클립스(eclipse), 암탉이 모래 목욕을 할 때의 행복, 바위종다리 부부의 유별난 바람기, 새장 밖을 떠날 줄 모르는 카나리아, 거위의 정신적 젖떼기, 도요새의 신비한..

읽고본느낌 2021.03.14

질긴 장마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 질긴 장마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중부 지방의 장마는 어제 8월 16일에야 끝났다. 6월 24일부터였으니 무려 54일간 지속한 최장기간 장마였다. 그전 기록은 2013년의 49일이었다(6.17~8.5). 또한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로 기록이 남게 됐다. 1987년 장마가 8월 10일에 끝났는데, 그때보다 무려 6일이나 더 오래 끌었다. 특히 7월 하순부터 장마 끝날 때까지는 거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내리 비가 내렸다. 땡볕 더위는 피했지만 후덥지근한 습도 높은 날씨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올 장마의 전국 누적 강수량은 920mm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질긴 장마와 비로 인한 피해도 컸다. 마치 전염병과 기상 이변은 연관되어 있다는 걸 하늘이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길위의단상 2020.08.17

코로나19를 보는 글 두 편

코로나19를 대하는 글 두 편을 옮긴다. 첫 번째는 지난달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종철 선생의 칼럼이다. 제목이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이다.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 / 김종철 인류가 소위 문명생활을 시작한 이래, 역병은 인간 사회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세계의 역사는 어떤 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때로는 국지적으로, 때로는 대륙 전체에 걸친 역병의 창궐과 그 후유증으로 세계사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인 요인은 생산력의 발전이나 계급투쟁 혹은 전쟁이 아니라, 감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표적인 예는 중세 말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페스트일 것이다..

참살이의꿈 2020.05.17

지적 생명체 실험 실패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실제 주인은 유전자다. 유전자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지적 존재인 인간을 이용할 뿐이다. 처음부터 지적 존재가 되도록 계획하고 유도한 주체는 유전자다. 인간은 오로지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이기성이 제일 잘 발현된 존재가 호모 사피엔스다. 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이다. 지구는 살아 있다. 지구는 토양과 대기, 해양과 생물 생태계를 포함해서 조화롭게 작동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존재다. 지구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무기물은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지구의 상태를 조절 유지해 왔다. 만약 지구 시스템을 파괴하는 요인이 생기면 지구는 그를 제거할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다. 두 이론이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지구의 위기 상황이..

길위의단상 2020.05.16

1월의 개불알풀

전주천을 걷다가 개불알풀을 만났다. 일찍 피는 꽃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1월에 보는 느낌이 기이했다. 꽃 상태로 볼 때 이미 한참 전부터 피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추위가 사라진 겨울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식물이다. 보통 2월 중순에 피는 홍릉의 복수초는 1월 중순에 피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핀 것이다. 올겨울이 특이하긴 하다. 사람이 체감할 정도면 기온에 더 예민한 식물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뜻한 겨울이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더 뜨거워진 여름을 견뎌야 하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해충의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겨울에 유행을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

꽃들의향기 2020.02.01

미세먼지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서 미세먼지 수치부터 확인한다. 하루의 활동 여부가 그 수치로 결정된다. 집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몇 박스나 쌓여 있다. 그런 아내를 나는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핀잔 주고, 아내는 무지하면 병을 키운다고 나를 타박한다.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안 쓰겠다'로 서로 티격태격한다. 같은 공기를 마시지만 미세먼지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내처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무딘 사람도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미세먼지의 발생원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일 텐데 그마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중국 영향이 몇 퍼센트인지부..

길위의단상 2019.03.29

바다의 경고

인간종을 나타내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저 스스로 '지혜롭다'는 명칭을 부여했으니 이만저만 자가당착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 '지혜롭다'고 하기보다는 '어리석다'라고 하는 게 더 옳다. 하는 짓을 보면 말이다. 일주일 전에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향유고래가 발견되었다. 사인을 알아보기 위해 배를 해부해 보니 몸속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슬리퍼를 포함해서 플라스틱 컵만 115개가 나왔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병을 합하니 6kg이 넘었다. 사흘 전에는 우리나라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뱃속에서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죽은 물고기를 찍은 두 사진은 끔찍했다. 공기와 물을 더럽히더니 이제는 바다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게 인간이다. 제 살아갈 터전을..

참살이의꿈 2018.11.27

2018년 여름

아침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한낮 햇볕이 뜨거워도 30도에 미치지 못하니 여름의 기세가 푹 꺾였다. 2018년 올여름의 더위는 대단했다. 기상 관측 이래 제일 더웠다는 1994년의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다.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 된 날인 폭염 일수는 올해가 31.2일로 1994년의 31.1일을 넘어섰다. 40도를 넘어선 경우도 여섯 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8월 1일 기록한 홍천의 41.0도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날 서울도 39.6도를 찍었다. 그전까지는 낮 최고 기록이 1942년에 대구 40도가 유일했다. 전국 기상 관측소의 64%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올해 작성됐다. 이만하면 가공할 더위를 올여름에 경험한 셈이다. 거의 한 달 반 동안 외출은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에어컨과 함..

길위의단상 2018.09.01

우리는 언제쯤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인데 더 열을 받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도로 확장을 하려고 제주도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잘라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2차선 도로를 4차로로 바꾸기 위해 2천 그루가 넘는 삼나무를 벨 예정이라고 한다. 저곳은 산굼부리 인근 지역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웠던 곳이다. 삼나무 숲 사이로 난 2차로 길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가까이 도시가 없으니 막히는 길도 아니다. 예쁜 길에 빠진 관광객이 탄 차가 서행을 하니 지역 주민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삼사 분 정도 더 걸릴 뿐이다. 그 시간이 아깝다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넓히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4차로로 되어 쌩쌩 달리면 길의 정..

길위의단상 2018.08.12

미세먼지에 갇히다

나흘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위가 지나고 날씨가 포근해졌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온 역전층 때문에 대기 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중국발 더러운 공기도 겹쳤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 당 16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매우 나쁨'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기 오염도가 OECD 41개국 중 최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야외에서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28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나빴다. 공기가 좋은 나라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순이다. 이들 나라는 5마이크로그램 이하다. 기본적으로 공기와 물이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이제 부끄러워 꺼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공기를 마음대로..

사진속일상 2018.01.18

나도 보험에 들었다 / 이상국

좌회전 금지 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택시기사가 핏대를 세우며 덤벼 들었지만 나도 보험에 들었다 문짝이 찌그러진 택시는 견인차에 끌려가고 조수석에 탔다가 이마를 다친 남자에게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했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의 불행이나 죽음이 극적일수록 보험금은 높아질 것이고 아내는 기왕이면 좀더 큰 걸 들지 않은 걸 후회하며 그걸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구를 바꾸며 이 세계와 연대할 것이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 나도 보험에 들었다/ 이상국 아내가 공기 청정기를 사 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일이 아내의 일과가 된 지 오래였다. 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걸 보..

시읽는기쁨 2017.03.25

에필로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996)이 타계한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서 무척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과학자들 중에서 세이건만큼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던 사람도 없었다. 그의 저서 는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판매된 과학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TV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과학 다큐멘터리가 공전의 인기를 누린 건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신비를 접하고 꿈을 키웠다. 이 모든 것이 칼 세이건 개인의 능력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만큼 다방면에서 자질이 뛰어난 과학자였다. 나도 를 비롯해 등 여러 그가 쓴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의 임펙트가 워낙 강해 뒤에 나온 책들이 시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

읽고본느낌 2016.07.29

공기 / 이시영

공기를 사러 다니는 꿈을 꾸었다. 편의점마다 공기가 동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어하지 못한 인류는 이제 툰드라나 아이슬란드 혹은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수입한 공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부자 동네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다량이 공기를 매점해버렸기 때문에 서민들은 겨우 1리터의 공기 팩을 사기 위해 세븐일레븐과 GS25, 미니스톱을 향해 뛰었으나 품절되고 말았다. 병원 응급실마다 산소통이 반입되지 못해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었으며, 영유아들은 울부짖다가 쓰러졌다.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뉴질랜드로부터 대량의 공기선(船)이 들어온다고 발표했으나, 격분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지금, 당장 마실 공기를 달라!"고 외쳤다. 경찰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진격..

시읽는기쁨 2015.11.17

논어[121]

선생님은 낚시질은 하되 그물질은 안 했고, 주살을 쏘되 잠든 새는 잡지 않았다. 子 釣而不網 익不射宿 - 述而 23 생태적 관점의 내용이 반갑다. 이렇게 인(仁)은 인간 너머 뭇 생명에로 확장된다. 절제와 중용의 가치가 이 말 속에 있다. 동물에게 이러할진대 사람을 대하는 자세 역시 넉넉히 짐작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많은 동물이 멸종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생명을 대하는 공자의 태도는 존경받을 만하다. 개화된 현대인도 아직 이런 인식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큰 스승님이시다.

삶의나침반 2014.12.26

스모그에 갇힌 서울

한반도가 엿새째 미세먼지에 갇혔다. 여기에 스모그까지 더해져 서울의 공기는 최악이었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진다길래 배낭을 멨는데 별로 잘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나마 산에서는 덜 했는데 도심으로 내려오니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끔거리는 게 도저히 사람이 숨 쉴 공기가 아니었다. 참말로 어리석은 인간이 아닌가. 생명의 기본인 물과 공기를 더럽혀 놓고는 행복과 웰빙을 찾느라 난리니 말이다. 공기 청정기를 틀어놓아야 안심이 되는 게 현실이 되었다. 물을 사 마시듯이 공기마저 사서 들고 다니며 호흡해야 할 시대가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착잡한 심정으로 아내와 독립문에서 출발하여 인왕산을 넘어 창의문까지 걸었다. 서울을 뜬지 처음으로 다시 찾은 인왕산이었다. 인왕산은 338m지만 독립문 쪽..

사진속일상 2014.03.01

핵발전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실천

천주교 창조보존연대에서 '창조 질서 거스르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핵발전을 반대하는 팸플릿을 냈다. 만화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는데 내용이 알차다. 마침 강론에서는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독일에 유학 중인 어느 신부님이 독일 교수로부터 한국 가톨릭 교회의 성장 배경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80, 90년대에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당시는 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하던 시기였다. 가톨릭 교회는 국민의 열망에 호응하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그런 가톨릭의 입장이 국민의 호감을 샀고, 많은 사람이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였다는 게 신부님의 대답이었다. 그런데 독일 교수는 그게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정답이 ..

참살이의꿈 2012.09.24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이 지은 (A New Green History)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 책이다. 부제가 'The Environment and the Collapse of Great Civilisations'이듯이 인간이 만든 문명이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고 약탈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한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관점을 지구로 돌리면 심각한 생태적 위기와 만난다. 인류 역사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하고 환경에 타격을 주는 방법을 써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과학 보고서라 할 정도로 정량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약 1만 년 전 농경정착사회가 되면..

읽고본느낌 2011.11.08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나요

아침 3시 23분 나의 귀한 손자 손녀들이 나를 자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잠에서 깬다. 나의 귀한 손자 손녀들이 꿈속에서 내게 질문을 한다. 지구가 약탈당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나요? 지구가 위태로울 때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나요? 계절이 바뀌지 못할 때 포유동물, 파충류, 새들이 모두 죽어갈 때 할아버지는 정말 무엇을 했나요? 민주주의가 짓밟힐 때 할아버지는 거리에서 저항했나요? 이전에 알고 있었을 때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나요? 이라는 책을 보다가 이 시를 만나 뜨끔했다. 생각과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지는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강이 죽어가고, 정의가 짓밟히고, 지구가 약탈당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먼 훗날 내 사랑스런 손자 손녀들이 “그때 할아버지는 무엇을..

참살이의꿈 2011.10.13

흐르는 강물처럼

은 송기역 시인이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이상엽이 사진을 찍은 4대강 기행의 르포르타주다. 2010년 한 해 동안 4대강 공사현장을 답사하며 파괴되는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시대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의 고발서다. 책의 부제는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를 내고 분노한들 이젠 대책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올 가을이면 강을 죽이는 속도전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4대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른다. 구경꾼이거나 방관자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며 가끔은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부끄럽다. 이 책은 우리의 눈과 귀를 대신하여 처참한 상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

읽고본느낌 2011.08.27

변화를 일으키는 15가지 행동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가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창간 당시부터 정기구독을 했으니 무척 오래된 친구다. 환경에 관한 좋은 글이 많이 실리고, 이론보다는 실천을 강조하는 알찬 잡지다. 그런데 얼마 전에 판형과 함께 그림과 사진 중심으로 편집 스타일을 바꾸었는데 전보다 내용이 부실해진 것 같아 아쉽다. 이번 기념호에는 ‘변화를 일으키는 15가지 행동’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실었다. 최근의 환경 이슈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요약해 옮긴다. 1) 나노표시제를 시작하자 나노물질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당하게 규제를 하기에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나노물질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기존 규제를 활용할지, 나노물질만 독자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길위의단상 201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