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75

만해 길을 걷다

불교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금강산 건봉사의 불이분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만해의 길을 탐방했다. 만해의 길은 한용운 스님이 백두대간을 넘어 백담사와 건봉사, 유점사 등을 왕래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선유령과 흘리계곡을 잇는 옛길이다. 우리는 마산봉 임도 입구에서 소똥령을 거쳐 장신리까지 12km를 걸었다. 23일 아침 7시에 잠실운동장에서 버스 5대로 출발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떤 기억은 없다. 아침 식사는 김밥이었고, 점심은 주먹밥이 나왔다. 임도로 쓰기 위한 길은 널찍했다. 대신 아기자기한 산길의 맛은 없었다. 지루하게 여겨질 때쯤 장신리에 닿았다. 점심 포함 3시간 20분 가량 걸렸다. 건봉사를 둘러보고 절에서 저녁 공양을 했다..

사진속일상 2017.09.25

가을 오는 뒷산

어제 저녁 8시에 침대에 들어갔는데 그대로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이 며칠째 계속 그랬다. 보통 날도 아홉 시간은 잠을 자니 특별하지는 않다. 별로 활동하지 않는데도 근래 피로감이 깊어졌다. 약간의 감기 기운도 있다. 환절기 탓인가 보다. 가벼운 뒷산 걷기에 나섰다. 연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봄에는 미세먼지가 괴롭히더니 여름부터는 대기가 깨끗하다. 티끌 하나 없는 파란 하늘도 자주 나타났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다. 숲에는 가을 기운이 배기 시작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도토리가 토도독 떨어진다. 뭔가 달콤하게 익어가는 냄새도 난다.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켠다. 집에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이런 뒷산이 있다는 게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자꾸 멀리만 바라보았던 일을 뉘우친다...

사진속일상 2017.09.19

청계산 옥녀봉

청계산 옥녀봉에서 북능선을 따라 양재화물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용두회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잔뜩 흐렸고 다행히 잠깐만 우산을 쓰면 된 날이었다. 산길 길이는 5km 정도 될까,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옥녀봉은 해발 375m의 낮으막한 봉우리다. 여기서는 북서 방향의 전망이 트였다. 발 아래가 과천이고 그 너머에 서울 도심이 보인다. 옥녀봉 정도면 실버 코스로 적당하다. 길을 걸은 뒤에는 양재통닭에서 치킨과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인근 당구장에서 게임을 한다. 무슨 공놀이든 시합에 들어가면 양보가 없다. 도토리 키재기 실력이지만 사뭇 진지해진다. 그래서 재미있다. 요사이 당구장은 노인 세상이다. 한때는 고딩들이 독차지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보기 어렵다. 당구는 80이 되어도 즐길 수 있는..

사진속일상 2017.09.06

한적한 대공원 산림욕로

평일이지만 사람이 많으리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한적했다. 전에는 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로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세 시간 넘게 걷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 소풍 겸해서 산길을 걸었다. 길이 좋아 아내는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걸었다. 지압이 되면서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건강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기세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이 그나마 지금의 상태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온 몸이 벌레에 물려서 엉망이 되었다. 이놈들이 옷 속으로 기어들어온 모양이다. 쉼터에서 점심 먹을 때 모기 등의 날벌레들이 달려들어서 애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가..

사진속일상 2017.09.01

아내와 남한산성 일주

휴일에는 바깥나들이를 거의 안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축복의 날씨라고 해야 할까, 일 년에 몇 번 나타나지 않을 맑고 투명한 날이 열렸다. 대기는 상큼하고, 하늘은 티 없이 푸르렀다. 배낭을 꾸려 아내와 남한산성으로 나갔다. 오늘 같은 날은 남한산성 일주를 욕심내도 될 법했다. 늘 평일 산길만 걷다가 휴일에 나오니 남한산성 마을은 장날 같은 분위기였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혜택을 누리며 사는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주변이 소란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자고 다짐했다. 산성의 동문과 북문 사이는 성벽 보수 공사로 통제되고 있었다. 일주 거리인 9km를 걷는 데 약 4시간 30분이 걸렸다. 세 번이나 넉넉하게 쉬었다. 그래도 둘이서 같이 이만큼 걸을 수 있음이 다행이다. 아내는 무릎 이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진속일상 2017.08.26

남한산성 반 바퀴

아내와 남한산성을 반 바퀴 돌았다. 중앙주차장에서 보건소 옆을 지나 성곽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걸어 개원사로 내려왔다. 함께 한 오랜만의 걸음이었다.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도 한낮의 햇볕은 따갑다. 어제 비가 내리고 오늘은 전형적인 여름 날씨다. 대기는 미세먼지 걱정 없이 깨끗하고, 시야도 확 트였다. 서문 전망대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 눈에 잡힌다. 아마 혼자 왔더라면 더 난이도가 있는 코스를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이서는 이 정도의 걸음이 적당하다. 좀 더 훈련이 되면 이번 가을에는 도봉산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아내의 무릎이 염려되어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걸은 시간: 2시간 50분(휴식 40분) * 걸은 거리: 6.5km * 평균 속도: 2..

사진속일상 2017.08.11

서리풀 걷기

뙤약볕을 고려해서 짧은 코스를 잡았다. 서리풀공원은 서울 서초구에 자리잡은 녹지대다. '서리풀'은 '서초'의 옛 지명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 이름이 훨씬 낫다. 서리풀공원을 따라 산책로가 약 4km 가량 이어져 있다. 우리는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나 남서 방향으로 청권사까지 걸었다. 용두회원 여섯 명이 참가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누에다리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해서 그런지 트랭글 기록은 3.2km가 나왔다. 숲길이 많아 햇볕을 가려주기 때문에 한여름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 길에서 제일 명물은 누에다리다. 이름으로 보아 이곳이 옛날에는 누에를 많이 길렀나 보다. 가까이에 잠원동도 있다. 전에는 7, 8월은 덥다고 걷기도 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짧기는 했지만 한여름에도 같이 만났다는 데 의미가..

사진속일상 2017.08.04

두 발이 보약

사진은 두 발로 찍는다는 말이 있다. 많이 움직여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부지런한 사람에게 멋진 장면을 찍을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다. 글도 두 발로 쓴다고 한다. 현장을 찾아가는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걸을 때 헝클어진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기 때문이다. 글이 안 써져 답답할 때 산책을 나가면 저절로 머리가 정리되고 환해진다. 뇌세포가 발바닥에도 있는 것 같다. 허리가 삐끗해서 열흘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 안 가던 찜질방에 가서 소금 찜질을 하고 물 샤워도 받아보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움직이는 것보다는 누워 있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러니 집에서는 주로 침대에서 지낸다. 회복 속도가 아주 느리다. 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집 옆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나갔다. 옆구..

길위의단상 2017.08.01

장마 지나는 경안천

장마철이다. 연나흘 비가 내리다가 잠시 그치고 햇빛이 환하다. 경안천에 나가니 바닥의 열기와 물비린내가 섞인 계절의 냄새가 진하다. 가물 때는 비를 바랐는데, 막상 비가 연일 쏟아지니 구름이 야속하다. 인간의 장단을 맞추자면 하늘도 피곤할 것 같다. 땡볕에서 한 시간 넘게 걸으니 몸이 흐느적거린다. 이런 날에 배낭 메고 나오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더울 때는 다리 밑이 최고다. 다리 밑은 왜 시원할까? 물, 그늘, 바람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 다리 밑이다. 특히 다리 구조물 때문에 주위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 수밖에 없다. 베르누이의 원리다. 할 일이 없다 보니 별스런 생각을 다 한다. 벽화에 적힌 '배려 대한민국, Better Korea'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배려'와 'Better'를 연관시킨 발..

사진속일상 2017.07.11

화성 걷기

35℃도까지 치솟은 땡볕 날이었다. 폭염주의보도 내려졌다. 더구나 장마철이라 후덥지근까지 했다. 그래도 용두회에서 수원 화성 걷기에 나섰다. 더위 탓인지 약속을 취소한 친구도 있었다. 화성은 9년만에 다시 찾았다. 전체로는 세 번째다. 화성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성이라고 생각한다. 군사용이기보다는 미학적으로 설계된 것 같다. 화성에서 제일 높은 팔달산 정상에 있는 화성장대(華城將臺). 화성에 주둔했던 장용외영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정조는 이곳에서 군사 훈련을 지휘했다고 한다. 서북각루(西北角樓). 각루란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설이다. 비상시에는 군사지휘소 역할도 한다. 화서문(華西門). 화성의 4대문 중 서쪽 대문이다. 성문 원래의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속일상 2017.07.07

세계 50 트레킹 코스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세계의 이름난 트레킹 코스 50개를 소개한 걸 보았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코스가 다 나온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하나도 없다.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제일 많이 등장하는 나라는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호주, 네팔 등이다. 서양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쉽다. 내가 걸어 본 길은 랑탕과 밀포드 둘이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나온 길이 모두 욕심나지만 그럴 정도로 젊지가 않다.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안나푸르나, 몽블랑, 산티아고다. 그리고 다시 뉴질랜드에 간다면 여기 소개된 코스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어쨌든 가슴이 뛰는 트레일 목록이다. 1. Inca Trail - 위치: 페루 - 길이: 42km - 소요일: 4일 - 최적기: 5월~9월 One ..

길위의단상 2017.06.22

전주천 걷기

둘째의 눈물바람을 뒤로 하고 전주천에 나갔다. 한 시간 정도 걸으니 무거웠던 발걸음이 풀리는 듯했다. 돌아올 때는 가속을 붙여 땀으로 몸을 적셨다. 찬물로 샤워를 했고, 그때쯤에는 둘째의 서러움도 풀어져 있었다. 어찌 되었든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누가 도와줄 수 없다. 제가 풀고 제가 견뎌내야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한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좀 더 튼실해졌으면 좋겠다. 전주천을 걸은 지 꽤 오래되었다. 퇴직하고 오히려 걸을 여유가 없었다. 점심 약속이 아니었다면 이 길의 끝까지 걷고 싶은 날이었다. 종아리를 문지르며 발바닥을 두드리며 종일 걷고 싶다. 그렇게 하면 삿된 마음의 때가 후루룩 벗겨질 것만 같다.

사진속일상 2017.06.11

한양도성길 걷기(3)

한양도성길 걷기 세 번째면서 마지막 구간이다. 창의문에서부터 숙정문과 혜화문을 지나 흥인지문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용두회원 여섯 명이 함께 했다. 아침에 소나기가 지나가고 청명한 초여름 날씨가 열렸다. 창의문에서 출입증을 교부 받아 성곽길을 오른다. 30분 가까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 정상. 이곳에는 DMZ 같은 철조망이 아직 남아 있다. 1968년 무장공비가 침투한 1.21 사태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그 뒤로 49년이나 지났다. 이젠 철거해도 괜찮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양 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 여기 조금 지나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행동이 자유로워진다. 시내에 들어서면 훼손된 성곽이 보인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남아 있으면 다행이다. 혜화문. 옛날 이 부근에 살았..

사진속일상 2017.06.02

탄천 걷기

미세먼지 걱정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요사이 맑고 깨끗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늘은 더 화창하다. 뉴질랜드의 공기와 하늘이 이랬다. 우리도 어쩌다 이런 날이 아니라 늘 이래야 정상인 나라가 아닌가. 날씨 따라 기분도 통통 튄다. 새로 맞춘 선글라스를 찾으러 야탑에 나간 길에 탄천길을 걸었다. 투명한 대기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가웠지만, 거침없이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서울 방향으로 가는 길은 햇볕을 등져서 다행이었다. 야탑역에서부터 가락시장까지 혼자 따복따복 걸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안도현의 책 에 걷기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혼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이 아니다. 걷는 일이 유아독존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일이라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 세계는 우리의 걷기..

사진속일상 2017.05.26

한양도성길 걷기(2)

용두회에서 두 번째 한양도성길 걷기다. 전체 18km를 우리 수준에 맞게 세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이번에는 숭례문부터 창의문까지 인왕산을 지나는 길이다. 도성을 따라 4대문이 있다. 4대문의 본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발견했다. 우리 역사에 너무 무지한 게 부끄러웠다. 동 - 흥인지문(興仁之門), 서 - 돈의문(敦義門), 남 - 숭례문(崇禮門), 북 - 숙정문(肅靖門)이다. 이중에 현재 소실된 상태로 볼 수 없는 것이 돈의문이다. 일제 때 전차길을 내면서 해체했다고 한다. 이번에 걸으면서 보니 '돈의문 터'라는 안내와 함께 가림막이 설치된 걸 보니 다시 복원하려는 것 같다. 11시 가까이 되어 남대문에서 출발했다.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색다른 덕수궁 주변을 지났다. 도심..

사진속일상 2017.05.12

내 일상의 종교 / 이재무

나이가 들면서 무서운 적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에 기록된 여자들 전화번호를 지워버린 일이다 술이 과하면 전화하는 못된 버릇 때문에 얼마나 나는 나를 함부로 드러냈던가 하루에 두 시간 한강변 걷는 것을 생활의 지표로 삼은 것도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대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던 위대한 스승께서 사소하고 하찮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이 아프게 걸어온 생을 스스로 부정한 것을 목도한 이후 나는 걷는 일에 더욱 열중하였다 외로움은 만인의 병 한가로우면 타락을 꿈꾸는 정신 발광하는 짐승을 몸 안에 가둬 순치시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강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한다 내 일상의 종교는 걷는 일이다 - 내 일상의 종교 / 이재무 걸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종교 의식에 빠졌을 때와..

시읽는기쁨 2017.04.24

한양도성길 걷기(1)

용두회에서 한양도성길 걷기에 나섰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단번에 끝내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18km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걷기로 했다. 첫번째는 흥인지문에서 숭례문까지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였다. 출발 지점인 흥인지문(興仁之門). 광희문(光熙門) 앞. 시내 성곽은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장충체육관을 지나면서부터는 제대로 된 석축이 나타난다. 여기는 형태로 보아 세종 때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성곽과 남산에는 봄꽃이 환했다. 이번에는 넷이 같이 걸었다. 고정 멤버들이다. 남산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는 못 미더운 사랑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 내린 후 잔뜩 흐린 날씨였다. 비 덕분에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좋았다. 복원된 남산공원의 성벽. 서울역 고가도로는 새 단장이 한창이다. 다음달 20일에 보도..

사진속일상 2017.04.07

뒷산 한 바퀴

산에 들면 봄을 본다. 갓 돋아나는 애기 잎을 보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한다. 내 마음 속에도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것 같다. 겨울 동안에는 뒷산 출입을 하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오른 뒷산을 배낭 메고 한 바퀴 돌았다. 포근했다. 멀리 떠나면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것이 여행의 참 의미인지 모른다.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생강나무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산길에는 벌써 애기괭이눈도 환하게 피었다. 밀포드에서 신었던 등산화를 버리고 새 신발로 바꾸었다. 이제 내 걷기는 다시 안으로 수렴해야겠다. 여기에 온 지 어느덧 7년째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탈각을 시도해 볼 때가 되었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으련다.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안다.

사진속일상 2017.03.26

뉴질랜드(11) - 통가리로 트레킹

통가리로(Tonggariro)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북섬에서 가장 높은 루아페후(Ruapehu, 2797m), 응가우루호에(Ngauruhoe, 2291m), 통가리로(Tonggariro, 1968m)의 세 화산이 인접해 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gariro Alpine Crossing)은 이들 화산 사이를 지나는 20km의 트레킹이다. 완주하는데 8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차 때문에 통가리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양 지점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통가리로 가는 길,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루아페후다. 오른쪽의 원뿔 모양의 화산이 응가우루호에이고, 가운데 밋밋한 산봉우리가 통가리로다. 황량하면서도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

사진속일상 2017.03.13

뉴질랜드(10) - 로토루아, 레드우즈

로토루아(Rotorua)는 온천 도시다. 화산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지표에서는 끓는 물과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패키지 여행에서도 이곳은 필수 코스다. 로토루아에 있는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오래전부터 마오리족이 살던 마을로 지금은 민속촌으로 변해 있다. 마을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며 간헐천도 있다. 나에게는 화산 지형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오리족이 직접 가이드를 하며 마을을 안내한다. 마오리족 교회. 묘지. 뉴질랜드 인구의 9% 정도가 마오리족이다. 백인과 큰 차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뉴질랜드 주류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인과 마오리족이 서로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마오리족의 민속 공연. 마오리족은 인사할 때 혀를 쑥 ..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8) - 아벨타스만 트레킹

아침을 먹고 웨스트포트(Westport) 시내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Long Black)'이라고 부른다. '숏 블랙(Short Black)은 약간 달콤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때문에 점심은 11시 쯤 적당한 쉼터에서 먹었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간단히 때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아침 식사는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로토로아 호수(Lake Rotoroa). 호수 둘레를 산책하려 했으나 샌드플라이 때문에 쫓겨났다. 도로 옆 쉼터에서는 어디서나 캠핑카를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캠핑가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우리도 인원만 적었다면 캠핑카 여행을 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독방을 썼던 모투에카(Motueka)의 숙소, 'White El..

사진속일상 2017.03.11

뉴질랜드(4) - 밀포드 트레킹

'밀포드 트레킹' 때문에 뉴질랜드에 왔다. 세계 3대 트레킹이라고 하면 중국의 호도협 트레킹, 페루의 마추픽추 트레킹, 그리고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킹이 꼽힌다.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그만큼 밀포드 트렉은 누구나가 걷고 싶어하는 길이다. 뉴질랜드 여행 열흘째, 드디어 밀포드로 들어간다. 3박4일 동안 헛(Hut)을 이용하는 트레킹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테아나우다운스(TeAnau Downs)에서 배를 타고 그레이드워프(Glade Wharf)로 이동한다. 여기가 트레킹 출발점이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건 샌드플라이(sandfly)였다. 우리말로 하면 '모래파리'인데,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다. 물리면 피부가 발갛게 변하고 엄청 가렵다. 흔적이 한 달 넘게 가기도 한다. 밀포드만 ..

사진속일상 2017.03.07

뉴질랜드(2) - 와카티푸호와 밴로몬드 트레킹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는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빙하가 흘러내리며 판 골짜기를 긴 호수가 만들어졌다. 길이가 무려 77km에 이르며, 주변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호숫가에 있는 퀸스타운(Queenstown)은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인구는 14,000명 정도지만 시내에 나가면 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호수를 따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 있다. 'Glenorchy Paradise Rd.'로 불리는 퀸스타운에서 글레노키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쉬는 곳마다 절경이다. 호수 물빛은 코발트색이지만 부분 부분 다른 색깔도 나타난다. 호수면이 그리는 무늬가 신비하고 아름답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도 만들어져 있다. 아침 자유시간을 이용해 'Sunshine B..

사진속일상 2017.03.04

뉴질랜드(1) - 후커밸리 트레킹

2월 3일 8시 5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과 오클랜드를 경유하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는 4일 12시 25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렌터카를 인수한 다음 제랄딘(Geraldine)으로 향했다. 예약한 안도라 모텔이 체크인이 안 돼 대체 숙소를 구해야 했다. 일행은 트레커 아홉 명이었다. 여행 둘째날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있는 후커밸리 트레킹을 했다. 마운트 쿡(Mt. Cook)은 해발 3,725m로 뉴질랜드 최고봉이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3천 미터가 넘는 20개의 산봉우리가 서던 알프스를 이루고 있다. 정상부는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 있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이 마운트 쿡에서 등정 연습을 했다. 후커밸리(Hooker Valley) 트레킹은 화이트 ..

사진속일상 2017.03.03

소금강과 상원사

뉴질랜드 트레킹 연습으로 아홉 명이 1박2일 오대산 걷기에 나섰다. 일행 중 한 명이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가벼운 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소금강, 둘째날은 선재길 걷기였다. 그런데 소금강 들어가는 입구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내 등산화 뒷굽이 떨어져서 덜렁거리게 된 것이다. 아이젠으로 임시처방을 했으나 돌길을 온전히 걸을 수는 없었다. 일행에 뒤처져 걷다가 중간에서 되돌아왔다. 금년들어 계속 따뜻한 날씨로 계곡의 눈이 모두 녹았다. 깊게 그늘진 곳만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눈 없는 겨울산은 썰렁했다. 느린 걸음으로 구룡폭포까지 올라갔다. 폭포 구경만 하고 하산하니 만물상까지 올라간 일행과 대략 완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대신에 천천히 걸으며 겨울 계곡 감상할 여유는 넉넉히 가..

사진속일상 2017.01.11

2016년 끝날

2016년 끝날에 경안천을 걷다. 하늘은 흐리지만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 겨울 냉기는 없다. 경안천 오리가 오늘은 자맥질을 멈추고 얼음 위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생활이 많이 헝클어졌다.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흔들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가까운 사람한테는 짜증도 자주 부렸다. 앞을 가로막은 벽이 너무 답답했다. 망년(忘年) 대신 송년(送年)이라는 용어를 권하지만, 올해는 망년을 그대로 쓰고 싶다. 정말 잊고 싶은 한 해다. 더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바닥까지 내려갔으니 이젠 회복될 일만 남았다. 나랏일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희망이다. 물 같이 보이는 얇은 얼음 위에서도 새는 편안하다. 새의 가벼움이 부럽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면서 사람답지 않은 짓을 찾아서 하..

사진속일상 2016.12.31

강원도(1) - 주전골

오색 만경대가 1968년에 폐쇄된 이후 48년 만인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주전골을 따라 올라가 만경대를 통해 내려오는 약 5km의 순환 코스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일에 단풍철을 피했으니 설마 들어가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주차 전쟁으로 시작해서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올라갔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 만경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 입장하는 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 난 데는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덕분에 설악산 주전골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아내와 점봉산에 오를 때 주전골을 통과한 이후로 27년 만이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성국사에서 스님이 휘파람을 부니 산새가 날아와서 손바닥에 앉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

사진속일상 2016.10.15

서울둘레길 걷기(19)

드디어 서울둘레길 걷기의 마지막 구간이다. 작년 3월에 시작했으니 한 바퀴 도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첫 걸음을 시작했던 다섯 명이 끝 걸음도 함께 했다. 나 혼자였다면 한 달에 마칠 수도 있었겠지만 긴 기간을 함께 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종점인 도봉산역 부근에서 막걸리로 완주를 자축했다. 서울둘레길은 여덟 코스에 전체 길이 157km다. 1코스 수락불암산 18.6km 2코스 용마아차산 12.6km 3코스 고덕일자산 26.1km 4코스 대모우면산 17.9km 5코스 관악산 12.7km 6코스 안양천 18.0km 7코스 봉산앵봉산 16.6km 8코스 북한산 34.5km 걸어보니 각 코스마다 특징이 있고 걷는 맛이 다양하다. 주로 산길로 되어 있지만 강변이나 마을도 지난다. 그중에서도 1, 4, 5코스가 ..

사진속일상 2016.10.08

남한산성의 가을 하늘

태풍 말라카스(MALAKAS)가 먼 남쪽 바다를 지나면서 가을을 밀어올렸다. 비 뿌리고 바람 지나더니 파란 가을 하늘이 열렸다. 그 하늘을 맞으러 남한산성에 갔다. 청명(淸明)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날씨였다. 성곽을 돌면서 하늘바라기를 했다.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만나는 사람들 표정도 하늘처럼 밝았다. "보세요, 하늘이 어쩜 이렇게 맑나요!" 누구나의 눈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늘 보고, 꽃 보고, 느릿느릿 산성 둘레를 반 바퀴 돌았다. 가을 햇살에 곡식 영글듯 내 마음도 설레며 익어간 하루였다.

사진속일상 2016.09.19

경안천을 따라 걷다

걷고 싶어서 작은 배낭을 메고 경안천으로 나갔다. 집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인과 만난다. 경안천에 만들어진 보도는 시 경계에서 끝나지만 둑길을 따라 왕산교까지는 갈 수 있다. 용인 외대 캠퍼스 입구다. 이 길은 조용해서 좋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걷는 동안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길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제멋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젊었을 때는 선악, 진위의 시비를 가리느라 헛심을 썼다. 나이가 드니 둘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도 이젠 큰소리치지 못하겠다. 대신 느림과 침묵이 어느샌가 자리를 차지하려 엿보고 있다. 앎의 종착지는 모름지기 무지인가 보다. 살이 쪄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사진속일상 201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