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떠회 21

탑골공원과 익선동 모임

종로3가에서 모임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부터 밖의 거리까지 온통 노인 천지였다. 탑골공원과 종묘 앞 광장, 송해 거리 등 이곳은 노인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홍대나 강남이 젊은이의 거리라면 종로3가 주변은 노인의 거리다. 전과 달리 이제는 나도 같은 노인 무리에 섞여 걷고 있다. 동류의 노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되어 탑골공원에 들어가 보았다.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보고 싶어서였다. 이곳은 원각사(圓覺寺)가 있던 곳으로, 조선 세조 13년(1467)에 이 석탑을 만들었다. 아마 왕실의 번영을 위한 염원이 들어갔으리라. 고등학생 때 처음 찾았던 탑골공원(그때는 파고다공원이었음)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이 이 10층석탑이었다. 절에서 만나는 일반..

사진속일상 2023.12.09

추억의 서달산

15년 전 서울 생활 마지막에 살았던 동네는 동작동이었다. 아파트가 서달산 옆에 붙어 있어서 시간이 나면 오르곤 했다. 뒷산이었던 셈이다. 여기 살 때 교직에서도 은퇴한 터여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장소다. 경떠모에서 서달산 트레킹이 있었다. 서달산은 국립현충원을 둘러싸고 있어서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길은 그때와 여전하고, 이렇게저렇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발걸음을 자꾸 느리게 만들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동한 것처럼 어리둥절했다. 산길에서 당시 살았던 아파트가 보였다. 울면서 들어가서 요란했던 4년을 보내고 떠난 곳이었다. 아내가 뇌수술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회복 기간에 아내와 함께 현충원 산책을 자주 나왔다. 유난히 이곳에서 살았던 때에 애틋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

사진속일상 2023.04.15

경떠회의 경안천 탐조

경안천의 고니를 보러 경떠회에서 광주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회원 일곱 명이 다 모인 날이었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가, 고니는 다른 날에 비해 숫자가 적었다. 탐조는 오로지 운빨인 걸 어떡하겠는가. 다행히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고니 몇 마리가 있었다. 큰부리큰기러기는 가까이 다가가니 잔뜩 경계하더니 후두둑 날아갔다. 딱다구리는 열심히 나무줄기를 쪼고 있었다. 등이 보이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쇠오색딱다구리로 보인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방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탐조와 겸해 인근의 신익희 생가와, 허난설헌 묘에도 들렀다. 두 어린 자녀의 무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해진다. 마무리는 팔당호에 인접한 카페에서 했다. 백로 한 마리가 얼어..

사진속일상 2023.02.11

창경궁의 봄

전 직장 동료들이 창경궁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내심 벚꽃을 구경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바꾸면서 벚꽃을 없애긴 했으나 춘당지 부근에는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과 이삼 년 전에 춘당지에서 화려한 벚꽃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가 보니 착각이었다. 창경궁에는 벚나무가 드물 정도로 없다. 춘당지의 기억은 벚꽃이 아니라 가을 단풍이었다. 벚꽃은 귀해도 창경궁의 봄은 따스했다. 열 달만에 만난 동료들의 얼굴도 반가웠다. 나는 사진을 찍는답시고 동선이 다르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봄을 즐기는 사람들을 넣어 보았다. 한 분은 코로나 자가격리 중이라 못 나오고 여섯이 모였다. 다음주에 고향 어머니를 찾아갈 예정이라 나는 점심도 같이 못 하고 헤어졌다. S22 자랑을 하면서 ..

사진속일상 2022.04.09

서울숲-남산길을 걷다

나갈까 말까 망설였다. 수도권에서는 코로나가 확산 중이라 모임을 자제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이 모임은 지난번에 취소되어서 넉 달 만에 만나는 거였다. 야외 걷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떠회 여섯 명이 모였다. 가볍게 생각하고 작은 숄더백만 하나 걸쳤다. 이 여름에 물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남과 물통을 공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갈증을 오래 참아야 했다. 구름이 껴 햇빛을 막아주었지만 습도가 높아 쉬이 지치는 날이었다. 서울숲-남산길은 성수동 서울숲과 남산을 연결하는 길이다. 서울숲,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넘어 남산까지 연결된다. 우리는 옥수역에서 만나 응봉산에 올랐다. 응봉산은 봄 개나리로 유명하다. 꼭대기..

사진속일상 2020.06.13

교동도와 장화리 석양

교동도에서 강화나들길 9코스를 걷는 경떠회 모임에 늦게 합류하다. 끝 구간을 30분 정도만 함께 걷다. 교동도는 교동대교가 세워지기 전 배를 타고 들어온 적이 있다. 화개사, 연산군유배지,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교동도의 오래 된 나무를 찾았다. 그때 찍은 나무 사진을 무슨 이유인지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다. 강화나들길은 총 20 코스에 길이가 310km인데, 교동도에는 9, 10코스가 있다. 조금밖에 걷지 못했지만 걷는 길로는 괜찮은 것 같다. 앞으로 강화도 나들이 계획 세울 때 나들길을 포함시키면 좋겠다. 대룡시장에서 국밥으로 점심을 먹다. 시장 분위기는 13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시골 장터의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현대적이고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 다리가 개통되고 외지인 출입이 늘면서 생기는 ..

사진속일상 2020.02.15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을 벗어나 프랑스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둘의 조합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어쨌든 새로운 시도는 상찬받을 만하다. 믿고 보는 고레에다 감독인데 이 영화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다. 동양과 서양의 어색한 동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 파비안느(까뜨린느 드되브)는 성공한 여배우인데 일밖에 모른다. "나쁜 엄마, 나쁜 친구가 되어도 괜찮아. 여배우로 명성을 얻을 수 있다면 만족해." 이런 멘트가 파비안느의 인생관을 말해준다. 당연히 딸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다. 엄마를 못마땅해하는 미국에서 사는 딸이 가족과 함께 엄마를 찾아온다. 엄마의 자서전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부딪치고 갈등을 겪은 뒤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읽고본느낌 2019.12.14

한양 삼십리 누리길 걷기

'한양 삼십리 누리길'은 경기도 광주시에서 최근에 만든 길이다. 광주 목현동에서 남한산성 산성리까지 12km 길이로 기존의 등산로와 마을길을 연결했다. 4개 구간으로 되어 있으며 오전리, 불당리, 검복리를 차례로 지난다. 옛날에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용하던 길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 시험 길'을 주 컨셉트로 잡은 것 같다. 경떠회 다섯 명이 전 구간 걷기 도전에 나섰다. 남한산성 남문에서 만나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남한산성 7암문이 출발점이다. 산국이 곱게 피어 있다. 회원 여섯 중 하나만 빠지고 다섯 명이 만났다. 우리는 전부 '좌빨'이라 불릴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J가 새로운 용어를 하나 알려줘서 한참을 웃었다. '대깨문'이라고, '대가리가 깨져도 문..

사진속일상 2019.10.12

경의선숲길 산책

1906년 개통된 경의선은 용산역과 신의주역을 잇는 518km 길이의 철도다. 일제가 한반도 지배와 대륙 침략을 위해 건설했다. 당시에는 경부선 다음으로 운수교통량이 많았다고 한다. 경의선은 남북 분단으로 끊어졌다가 2003년에 연결식이 군사분계선에서 있었다. 2009년에 광역전철이 개통되면서 경의선 중 용산선 구간 6.3km가 지하화됨에 따라 지상 구역은 공원으로 만들었다. 2016년에 경의선숲길 공원으로 완공되었다. 경떠회원 다섯 명과 경의선숲길을 걷다. 서울로 진입하는데 너무 시간이 지체한 통에 나는 중간에서 합류하다. 철로를 따라 만든 공원이라 띠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다. 꽃과 나무로 잘 가꾸었고 도심이지만 숲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주변의 가게들도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옛 철로 풍경을 재현한 ..

사진속일상 2019.09.07

남도 탐매 여행

경떠회 다섯 명이 산청과 구례 지역을 중심으로 탐매 여행을 다녀왔다. * 때: 3. 18 ~ 19(1박2일) * 곳: 단속사지 정당매 - 남사마을 원정매 - 산천재 남명매 - (지리산 더케이가족호텔) - 산수유마을 - 화엄사 흑매와 야매 - 백양사 고불매 같은 남도 지역이지만 산청에서는 매화가 거의 졌고, 고불매는 꽃봉오리 상태였다. 지금 이때, 구례 화엄사 흑매만이 한창이었다. 만개한 때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 마을 입구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라는 간판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사마을.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뭔가 부조화가 느껴진다. 마을길에 들어서도 높은 담장 때문에 답답하다. 안동 하회마을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 남..

사진속일상 2019.03.21

동대문 송년 모임

이상하게 생긴 건물을 비싸게 짓는다고 비난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자꾸 보다 보니 현대 도시에 어울리는 외양으로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마치 도심에 착륙한 거대한 우주선 같은데, 몇십 년은 앞선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래 도시는 이런 유형의 건물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이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나름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인 것 같다. 효율성만으로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울에서 제일 멋진 건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는 이 건물을 완성하고 2년 뒤에 사망했으니, DDP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경떠모 다섯 명이 동대문에서 만났다. 영하 10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점심은 '..

사진속일상 2018.12.08

경복궁에서 만난 날

전 직장 동료 다섯이 경복궁에서 만났다. 장길산이 산티아고를 40일 동안 걷고 돌아온 핑계로 모인 만남이었다. 퇴직하고 나니 각자 생활에 바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얼굴을 볼 뿐이다. 산티아고는 거의 포기 상태지만 다녀온 얘기를 듣다 보니 언젠가 나도 그 길에 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에 젖어 보았다. 실행 여부를 떠나 꿈꿀 수 있다는 것만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오랜만에 가 본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엄청 많아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현상도 한류 드라마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동료를 기다리느라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있는 50대 정도 되는 필리핀 남자가 말을 붙인다. 아내, 딸과 가족여행을 온 사람이다. 10일 간의 일정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

사진속일상 2018.06.22

눈 내린 남산

간밤에는 요란하게 천둥이 치면서 눈구름이 지나갔다. 아침에는 하얀 세상이더니 낮이 되면서 눈이 녹고 물기 촉촉한 땅이 되었다. 우수가 지나니 봄이 더욱 가까워졌다. 남산에서 경떠회원 일곱 명이 모였다. 오전에 남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나는 중간에 목멱산방에서 합류했다. 이번에 회원 중 셋이 한꺼번에 명퇴를 했다. 각자의 개성이 더욱 드러나는 때가 퇴직 이후다. 서로 다른 가운데 함께 뜻을 나누는 모임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목멱산방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충무로역 부근 카페에 잠시 앉았다가 헤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의 강권이 있어 소주 한 잔은 나누었을 것이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사진속일상 2018.02.24

박물관 산책

전 직장 동료 두 분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정례적으로 만나던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고작 셋이 모였다. 그것도 1년 반만이었다. 한 분은 여전히 여일한 생활이고, 다른 분은 손주 때문에 삶이 확 바뀌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젊게 사신다는 점이다. 생각이 젊다는 건 옆 사람에게도 생기를 준다. 국립박물관 뜰을 산책하고, 삼각지까지 서울 거리를 걸었다. 쌀쌀해진 맑은 가을날이었다. 도중에 설렁탕으로 점심을 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전쟁기념관까지 한 바퀴 둘러본 다음 헤어졌다. 오랜만의 만남인데 컨디션이 좋았으면 저녁 맥주가 곁들여졌을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이 든 뒤의 달라진 점이다. 마침 한글날이어서 한글박물관도 의미 있게 관람했다. 만약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16.10.10

서해안 하루 나들이

오랜만에 만난 경떠회원 다섯 명이 서해안으로 하루 나들이를 나갔다. 천리포수목원을 시작으로 태안과 서산 지역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 밖으로 나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겠다. 원래는 서울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전전날 한 친구가 천리포수목원에 핀 복수초 소식을 전해주는 통에 장소가 갑자기 변했다. 중부 지방에서 1월에 복수초를 본다는 게 무척 신기했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나 식물의 생태 변화를 보면 지구 온난화가 실감이 난다. 이상 기후 위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닷바람이 찼지만 마음은 따스해지는 겨울 천리포수목원이었다. 천리포수목원은 언제 가더라도 설립자의 정신이 느껴지는 곳이다. 목표한 대로 복수초와 납매를 보았고, ..

사진속일상 2015.01.28

송시열의 자취를 찾아서

작년 이맘 때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자취를 찾아 화양구곡을 중심으로 한 괴산 지역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송시열의 출생지인 대전과 논산 지역으로 선생의 흔적을 찾아 보았다. 이곳은 송시열과 윤증(尹拯, 1629~1714)이 대립한 회니시비(懷尼是非)의 현장이기도 하다. 경떠회 회원 3명과 함께 했다. 윤증의 부친인 윤선거(1610~1669)와 송시열은 윤휴의 경전 해석 문제로 사이가 벌어진다. 윤선거와 윤증 부자가 같은 서인인 송시열에 동조하지 않고 남인인 윤휴를 감싼 것이다. 윤선거는 주자 해석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데서 벗어나 현실에 바탕을 둔 정치와 사상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 바람에 스승과 제자는 원수로 갈라지고,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시키는 요인이 됐다. 단풍철 주말이라 고속..

사진속일상 2013.10.28

서촌 산책

서촌(西村)은 조선시대 경복궁 서쪽에 있던 지역으로 주로 중인들이 살았다. 지금의 청운동, 효자동, 통의동, 체부동 일대에 해당한다. 골목 곳곳에는 오래 된 집이나 가게가 그대로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의 편안함을 준다. 그중의 하나가 '대오서점'이다. 마침 주인 할머니가 외출하시다가 우리를 보고 구경하고 가라며 문을 다시 열어 주셨다. 한옥은 100년 가까이 되었고, 헌책방을 하신지도 60년이나 된다고 하셨다. 안으로 들어가니 집 내부도 헌책으로 빼곡했다. 집도 굉장히 낡았다. 책이 얼마나 판매되는지는 모르지만 이만큼 지켜오신 것만도 대단하다. 집을 팔려고 내놓으셨다는데 새 주인이 들어오면 이곳에도 아마 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이상(李箱)이 살았던 집이 '제비다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문이 ..

사진속일상 2013.02.19

겨울 무등산

무등산은 오래전부터 찾고 싶었던 산이었다. 그곳은 민주와 저항을 상징하는 산으로 각인되어 있다. 무등(無等)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련한 동경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패배한 뒤에는 더욱 무등의 품에 들고 싶었다. 새해 첫 산행으로 경떠회에서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정이 생긴 여러 명이 빠지고 결국 셋이서 단출하게 출발했다. 셋은 전날 담양의 몇몇 정자를 둘러보고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후 산 아래 허름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잤다. 아직도 이런 숙소가 있나 싶게 70년대 여관 분위기가 나는 숙소였다. 남쪽 지방인데도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남광주시장으로 나가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김밥을 준비한 후 증심사(證心寺)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사진속일상 2013.01.11

산막이옛길과 화양구곡

경떠회 8명이 괴산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 4일 이틀간의 나들이였다. 첫째 날은 산막이옛길을 걸었고, 둘째 날은 화양구곡을 답사했다.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따라 옛길을 복원해서 만들었다. 옛날에는 깊은 산골짜기 안쪽에 산막이마을이 있었다. '산막이'는 산으로 막혀 있는 뜻이다. 1957년에 괴산댐이 만들어지면서 계곡이나 길이 대부분 물에 잠겼을 것이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이 길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마을 사람이 오가던 고단한 길이 아니라 건강과 레저용으로 탈바꿈된 길이다. 흙길도 있지만 대부분이 나무 데크로 만들어졌다. 이런 길은 호젓하게 걸어야 맛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너무 사람이 많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소란이 잦아졌다. 아담한 괴산호 풍경. 늦가을 산이 포근했다. 연리지. 여러가지..

사진속일상 2012.11.11

경북 북부지역 가을 여행

지난 주말(2011. 10. 22.), 경떠모 회원들과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1박2일의 여행을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내성천 이야기'였다. 고향에 미리 내려와 있던 나는 풍기에서 다섯 명의 일행과 합류했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풍기에서 갈비인삼탕으로 점심을 하고 순흥으로 이동해도호부 터를 찾았다. 옛 청사 자리에는 지금 순흥면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관원들의 쉼터로 썼다는 정원이 일부 남아 있다. 연못을 파고 봉도각(逢島閣)이라는 정자도 세웠다. 그러나 지금 인간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고 노목들만이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가을에 더욱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죽계천을 따라 피끝마을로 갔다. 1456년,..

사진속일상 2011.10.28

김수증의 자취를 따라서

경떠회 회원들과 김수증의 자취를 따라 화천 지역을 돌아보았다. 김수증이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인물사전에는 ‘조선시대의 문신(1624-1701), 자는 연지(延之), 호는 곡운(谷雲), 숙종 15년(1689) 기사환국으로 동생 수항이 사사되고 이듬해 동생 수흥도 배소에서 죽자 벼슬을 그만두고 곡운산에서 은거하였다. 저서에 이 있다’라고 간단히 나와 있다. B가 정리해준 안내문에 의하면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은 파란만장하던 역사의 한 시기에 권력에 대한 욕망보다는 은둔의 길을 택한 사람이다. 아우 둘은 차례로 영의정을 지냈다. 김수증의 할아버지가 병자호란 때 척화파 중 한 사람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한산성에 들어가 항쟁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에 지켜보..

사진속일상 201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