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1

축소되는 세계

2050년이 되면 세계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07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감소하는 변곡점에 도달한다. 거기에 기후 변화, 기술 발전, 정치 불안정 등의 요소가 더해진다. 가장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일 것이다. 미국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가 쓴 는 줄어드는 인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한 책이다. 도시 전문가여서 그런지 '축소도시' 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이 책을 본 것은 우리의 근미래가 궁금해서였다. 인구 감소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시차가 있을 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로 인한 주..

읽고본느낌 2024.03.27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닐봉지를 줄이려고 에코백을 샀는가?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구입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갖고 다닐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을까? 단언한다. 당신의 그런 선의만으로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온난화 대책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고 믿는 당신이 진정 필요한 더 대담한 활동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코백과 텀블러 등을 구입하는 소비 행동은 양심의 가책을 벗게 해주며 현실의 위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 그런 소비 행동은 그린 워시(green wash), 즉 자본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행동을 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너무도 간단히 이용되고 만다." 의..

읽고본느낌 2023.09.26

인류의 여정

인류의 여정이라고 하면 대략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뒤 현재의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이 거대한 여정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 은 오데드 갤로어(Oded Galor)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여정을 풀이한다. 다루는 주요 주제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급격한 전기를 맞았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을 인류의 여정의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본다. 지은이가 그래프로 보여주는 건강이나 부, 교육 면에서의 변화는 이 시기에 와서 너무나 폭발적이다.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 같다. 그전까지 인류의 삶은 질적인 면에서 수천 년에 걸쳐서 대동소이했다. 기술 혁신이 있었더라도 생활수준이 향상되..

읽고본느낌 2023.08.22

우리 동네 다운타운

영어의 '다운타운(downtown)'은 시내의 중심 지역을 뜻한다. '다운(down)'으로 연상되는 의미와는 다르다. 영어를 배우고 나서 나는 다운타운을 오랫동안 헷갈렸다. 다운타운을 생활 수준이 한 수 아래인 달동네로 착각한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잘못된 해석으로 오답을 적은 적도 있었다. 점수를 잃고나서야 제대로 개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시내에 나가자면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말 그대로 '다운(down)' 타운이다. 미국에서도 시내 외곽에 위치한 주거 지역이 대체로 고도가 높다 보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에 와서야 실감한다. 우리 동네 다운타운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스카이라인이 계속 바뀌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다가 해제된 탓인지 고층 아..

사진속일상 2022.12.03

부러진 사다리

불평등이 인간에게 끼치는 폐해를 보여주는 책이다. 불평등의 거시적 원인이나 경제적 영향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간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을 드러낸다. 부제가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이다. 인간은 절대적 가난보다 상대적 빈곤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소유량보다는 남들과 비교했을 때의 내 위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사다리는 길어지고 중간에 부러지기까지 한 상태다.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지은이의 희망인 것 같다. 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키스 페인(Keith Payne)이 썼다. 책은 많은 심리 실험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불평등이 ..

읽고본느낌 2022.09.06

빈곤을 보는 눈

며칠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근 3년간의 국가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OECD 37개 국가 중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35위였다. 우리 밑으로는 그리스와 터키만 있었다.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는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 수치도 행복지수와 마찬가지로 하위권이다. 빈곤율은 약 15% 정도 되는데 우리 아래로는 미국과 일본 정도가 있다. 특히 노인의 빈곤율은 40%가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은 경제 규모만 그렇다 뿐이지 삶의 질은 형편 없다. 나라는 부자여도 국민은 힘들게 살아간다. 자칭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이 정권에서도 빈부격차나 빈곤율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 부동산 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읽고본느낌 2021.05.22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20세기 말 미국의 대기업 엔론이 '등수 매겨 내쫓기'라는 모델을 도입했다. 직원의 성과를 경쟁의 잣대로 평가하여 상위 20%에게 보너스를 몽땅 몰아주고 하위 10%는 해고했다.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에서 능력에 따라 인간을 평가하는 '20/70/10 규칙'이 적용되는 사회를 '엔론 사회'라고 부른다. 이런 실적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문장에서는 '빚으로 산 우울한 향락의 사회' '역사상 가장 잘 살지만 가장 기분이 나쁜 사람들' '우리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사회' 등으로 표현한다. 벨기에의 정신분석학자인 파울 페르하에허가 쓴 는 신자유주의 가치의 지배를 받는 현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길게 설명한..

읽고본느낌 2021.01.14

서울 집값

노무현 정권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진보 정권을 자칭하는 무리가 집권하면 부동산이 한바탕 춤을 춘다.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고 주로 서울에 국한되지만, 서민을 위하겠다는 정부가 서민의 가슴에 허탈과 좌절의 대못을 박고 있다. 도대체 문재인 정권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시늉만 하는 것 같아 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청와대 참모부터 다주택을 처분하겠다고 한 약속이 언젠데 아직도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다가 다급해지니 무슨 수석이라는 자는 두 채 중 강남 집은 그대로 두고 지방에 있는 집을 팔겠다고 한다. 눈속임도 격이 있어야지, 이런 질 낮은 코미디는 없다. 구중궁궐에 있는 몇 명이서 집이 한 채니 열 채니 싸우지 말고 정책이나 제대로 세워라. 국민은 속으로 비아냥거린다..

길위의단상 2020.07.06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소견

점잖게 말하면 '수출 규제'이고, 사실은 '경제 보복'이다. 위안부 합의 사항을 파기한 것과, 개인의 불법 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의 배상을 결정한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역시 아베다운 행동이다. 첫째, 정치 문제를 무역으로 보복하는 일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본은 한국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의 수출 길을 막으려 한다. 자기들만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이니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치졸한 짓이다. 이렇게 하면 세계 자유무역의 질서는 깨진다. 상대국 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한국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이 명약관화하다. 껄끄러운 문재인..

길위의단상 2019.07.22

대한민국人 / 주영헌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원주민이라는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봄철이면 중국발 황사를 다 함께 호흡합니다. 우리는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월드컵에는 붉은 옷을 입고 함께 큰 함성을 질렀습니다. 올림픽에는 "영미!"라고 같이 외쳤습니다. 당신과 나는 한국말을 합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까? '안녕'이라는 말까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니까'라는 말도 이해하겠습니다. 주어와 동사와 단어, 그 낱낱의 의미는 이해하겠는데,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이 목청을 높이고,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니 감정의 격함은 알겠는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

시읽는기쁨 2019.07.16

노무현과 문재인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정책 입안자 상당수가 당시의 아픈 체험을 겪었을 텐데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듯하여 안타깝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고 나서야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사후약방문이다. 이런 즉흥적 처방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때려잡겠다고 얼마나 큰소리를 쳤는가. 그러나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런 데서 뭔가를 배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의 쓰린 과거를 갖고 있다. 서울 집을 처분하고 시골로 내려간 건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믿은 일면도 있었다. 시골에 잘 정착했으면 서울 집값이 오르든 말든 ..

길위의단상 2018.09.14

낭비 사회를 넘어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계획적 진부화'를 다룬 소책자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세르쥬 라투슈(Serge Latouche)가 썼다. 부제가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다. 경제학에서 진부화란 대체로 기술적 진부화를 가리키는 말로 기술 발전에 의해 기계, 설비 등이 구식으로 전락하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기술적 진부화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인간이 고의로 조작하는 진부화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진부화로 주로 광고를 통해 제품을 빠른 시간에 낙후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행의 변화나 사람 심리를 이용하여 휴대폰이나 자동차의 교체 주기를 빠르게 만든다. 두 번째가 이 책에서 다루는 계획적 진부화다.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으로 공산..

읽고본느낌 2015.02.08

북학의

교과서에서 이름만 배우고 읽어 보지 못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박제가(朴齊家)가 쓴 도 그런 책 중 한 권이다. 실학을 대표하는 책이라고 고등학생일 때 시험용으로 열심히 암기했다. 그나마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니 학교 공부가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하지 말자고 미리 다짐한다. 는 박제가가 1778년에 첫 번째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저술한 책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식자들이 주자학의 틀 안에 갇혀 있을 때 박제가는 폐쇄적 사회와 시스템의 개혁을 외쳤다. 과격하며 어쩌면 불손하기까지 한 사상가였다. 그의 말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박제가의 주장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떠오르게..

읽고본느낌 2014.10.29

중산층의 조건

우리나라와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을 비교한 걸 보았다. 중산층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물질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상, 중, 하를 가르는 것은 경제적 능력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정신적인 부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더 강조한다. 국민 의식이 다르다. 언제까지 경제 타령만 할 것인가, 아직도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 한국의 중산층 기준(직장인 대상 설문 결과) 1.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3. 자동차는 2,000cc 이상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5. 해외여행 1년에 몇 차례 이상 다닐 것 *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퐁피두 대통령이 '카르테 드비'로 정한 기준)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를 할 수 있을..

참살이의꿈 2012.08.08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지구라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우리들은 빙산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내방송에서 몇 번이나 “빙산에 부딪힙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다. 그 말을 하면 사람들은 “또 그 얘기?”라고 반문한다. 현실적인 경제학자는 타이타닉호에 “전속력으로!” 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미 차례차례 빙산에 부딪치고 있는 중이다. 는 우리에게 저 위험한 바다를 보라고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타이타닉호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는 1949년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서 처음 제시되었다. 미개발 나라들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원조를 하고 투자를 하여 발전시킨다는 정책이었다. ‘미개발 국가’라는 용어도 이때..

읽고본느낌 2011.09.15

살림의 경제학

은 강수돌 선생이 쓴 책으로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모든 인간이 노동력으로 평가되는 사회로 경쟁과 이윤, 출세와 성공이 체제의 핵심 논리다. 여기서는 삶의 주체들이 돈벌이의 도구로 대상화되고 만다. 사람들은 먼저 자본과 국가에 의한 '물리적 폭력'을 경험하는데 여기서는 학교와 군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뒤에는 '물질적 보상'에 길들여지고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 수용'을 하면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런 체제 안의 인간은 자신의 내적 욕구를 억압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래서 남는 것은 결국 피폐한 자연과 병든 몸뚱이, 세상에 대한 원망, 두려움과 불안감뿐이다. 저자는 이런 인간파괴의 경제를 '죽임의 경제'라고 부른다. 이런 '죽임의..

읽고본느낌 2011.02.0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며칠 전부터 롯데마트에서 튀김닭 한 마리를 5천 원에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치킨집에서의 가격이 15000원이니까 무려 1/3 가격이다. 당장 동네의 영세 치킨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것은 기업의 윤리성을 망각한 대형 유통업자들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과 영세한 자영업자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헤비급과 플라이급 권투 선수의 시합은 해보나마나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찬성하는 자유시장론자들도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뒤 롯데마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곳에 소비자는 몰리게 마련이다. 이기적 기업가와 이기적 소비자로 이루어진 것이 시장의 생리다. 이번 파동은 대기업의 마케팅 차원의..

읽고본느낌 2010.12.13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동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행복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허황된 사람이라고 대중들로부터는 빈축을 사지만 그런 사람들의 꿈으로 인하여 세상은 맑아지고 환해진다. 러스킨이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읽은 뒤의 느낌도 이와 같았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포도밭 일꾼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포도밭 주인은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늦게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이나 한 데나리온의 똑 같은 보수를 준다. 이런 처사는 일견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포도밭 주인의 이런 행동을 합당하다고 말씀하신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러스킨이 포도밭 비유에서 인용한 것인데, 노동자는 공평한 보수로 생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능력과 경쟁이 최우선시..

읽고본느낌 2008.03.26

빼기의 진보

더글러스 러미스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대항발전'(counter-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대항발전은 20세기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삶의 이데올로기로 제시한 것이다. 경제는 무조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확신으로 현대인들에게는 심어져 있다. 그것은 곧 발전을 뜻하고 인류가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에 숨겨져 있는 폭력성이 야기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통해서는 절대로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발전하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대신에 환경과 인간성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만 낳는다. 빈곤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 번..

읽고본느낌 2007.12.22

5와 82

우리나라 상위 5% 계층이 전체 토지의 82%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토지의 편중 현상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결국 우리의 현실은 95%의 사람들이 남은 18%의땅을 가지고 싸우는 형세에 다름 아니다. 요사이 사회 문제로 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결코 이런 토지의 편중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제 보도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 계수, 5% 소득비등 여러 지표들이 그렇게 가리키고 있다. 이것은 세계 경제로의 편입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세상은 점점 살벌하게 변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경험해야 될 것 같다. 토지 편중 현상의 문제점 중 또..

길위의단상 2007.02.07

한미 FTA,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는 남은 임기 안에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를 체결하려는 속셈이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 FTA는 한국과 미국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과 같다. 관세도 없애고 무역의 규제 장벽도 허물게 된다. 그러면 경쟁력 있는 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부적인 FTA의 내용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뭔가 불안하다. 우선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에 의한 예속화가 더 심해지면서 뭔가 모를 늪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모든 것이 국익을 위해서라는데 그러나 누구를 위한 국익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 농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국익이라면 결단코 반대한다. 그래서 결국 누구의 배를 ..

길위의단상 200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