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45

행복한 가정을 위한 교황의 권고

지난 연말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에게 연설하며 특별히 가정의 행복을 강조했다. 교황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들은 다음 세 말을 자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첫째, "부탁합니다." 이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감사합니다." 이 말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떨어지는 걸 막아준다. 셋째, "죄송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고백이다. 이 세 마디 말은 건강한 가정을 측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자주 하고 들을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한 가정일 것이다. 반면에 군림하고, 배려할 줄 모르고, 상대 탓만 한다면 병든 가정이다. 나 자신도 반성 되는 바가 많다. 가족에게 '부탁, 감사, 죄송'..

참살이의꿈 2014.01.06

아내가 활짝 웃을 때

아내가 활짝 웃을 때는 손주와 함께 있을 때다. 숨어 있던 생의 에너지가 마구 폭발하는 것 같다. 둘이 같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핏줄의 힘은 무섭다. 다들 손주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왜 그런지 나는 별로다. 그래서 별종이라는 말도 듣는다. 이놈은 외할머니와는 잘 놀면서 나만 마주치면 얼음이 된다. 말은 못해도 눈치는 9단이다. 웃는 얼굴을 찍자면 시간이 더 흘러야 가능하겠다. 돌이 갓 지난 손주는 아직 걷지는 못하고 다른 데를 의지하고 일어설 정도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얼굴을 부딪쳐 상처가 났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이놈이 아장아장 걷게 될 따스한 봄이 기다려진다.

사진속일상 2013.12.22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한국 어머니들의 과도한 자식 집착에 대해 사회학자가 분석한 걸 보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다. 제일 큰 원인은 가정이 행복하지 못하고 부부관계가 껄끄러우니까 남는 에너지를 자식에게 쏟는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남편은 바깥 일이고, 아내는 자식이다. 핑계는 가족을 위한다지만 실은 배우자에게서 생긴 공허함을 잊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일 뿐이다. 아이를 잘 기르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 집에는 냉기류가 흐르는데 자식은 행복해지라고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뿌리가 병든 나무와 같다. 아무리 가지를 치료하고 정성을 쏟아도 뿌리가 병들어 있으면 허사가 된다. 건강한 가정의 바탕에는 성숙한 개인이 있다.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건강한 가정을 바라기 어렵다. 독립적이지 못한..

참살이의꿈 2013.12.21

코헬렛의 행복

성경 구약의 '코헬렛'은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는 탄식으로 시작된다. 개신교 성경은 '전도서'라고 하는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로 번역되어 있다. 뒤에 가면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귀결되지만, 도입 부분에 나오는 인생무상에 대한 내용은 성경이 아니라 철학서를 연상시킨다. 기독교에 입문해서 처음 성경을 통독했을 때, 구약에서는 이 '코헬렛'을 제일 좋아했다. '코헬렛'의 저자가 솔로몬이라 배웠지만 성서학자에 따르면 BC 2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거의 700년이나 차이가 난다. 읽다 보면 내용이 매끄럽게 연속되지 않는데 아마 여러 책이 편집된 때문일 것이다. '코헬렛'에는 세상을 보는 유대인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코헬렛'은 신앙을 강조하기보다 인생을 얼마나..

참살이의꿈 2013.12.02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청춘 시절에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라는 말만으로도 매력적인 철학자였다. 그의 책을 읽고 세상의 허무함을 자각한 여러 사람이 자살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옛날 노트를 보니 쇼펜하우어의 를 읽었던 느낌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작 스무 살짜리가 쇼펜하우어를 자네라고 부르며 젊음의 객기를 부리는 모습을 흰 머리가 되어 흐뭇하게 바라본다. 1973/9/27 Arthur Schopenhauer(1788-1860) Schopenhauer에 대한 선입감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독특하고 쓴 웃음이 나오는 묘한 감정 말이다. 처음 그의 저서를 대할 때는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높은 산을 정복하기 전의 알피니스트의 심정과 같다고나 할까. 그의 思想에 젖어보고 싶었으며 특출한 그의 재능이 나에..

읽고본느낌 2013.11.10

삶은 단순하고 내 몸은 튼튼하니까

이름난 현사(賢士)의 수사학적 명언보다 평범한 사람의 보통 말에 감동할 때가 있다.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기잡이하며 살아가는 어부가 자신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삶은 단순하고 내 몸은 튼튼하니까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였다. 인류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 건 고작 100여 년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대부분 기간은 농경을 중심으로 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삶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이웃과의 관계는 따스했다. 서로 도우며 상부상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았을지라도 현대적 의미의 가난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풍족해도 과잉 욕망과 상대적 결핍이 빈곤을 생산한다. 필리핀 어부가 한 말 속에 ..

참살이의꿈 2013.10.15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교직에 있으면서 엄마의 지나친 교육열이 아이를 망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결손가정이나 방임 때문에 생기는 문제보다 이쪽이 훨씬 더 심각했다. 자식을 잘 키우려다 오히려 반편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독립심을 길러주고 놓아주어야 하는데 엄마는 끝까지 보살피려 한다. 내 자식은 특별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욕심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건 대견하지만, 엄마에게서 떠나려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다. 딸보다도 아들한테서 이 문제는 심각하다. 엄마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경우도 여럿 보았다. 겉모습은 그럴듯하더라도 온실 속에서 길러진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어린아이로 남아 있다. 심지어는 결혼한 뒤에도 모든 걸 부모에게 의지하려 한다. 안쓰럽다고 그걸 다 받아주는 얼빠진..

참살이의꿈 2013.08.30

합리적 행복

'불행 또한 인생이다'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서 이 책을 읽었다. 지은이인 영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만은 '긍정적 사고'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이론에 반기를 들고 도리어 비관론이 진정한 행복의 세계로 이끈다고 주장한다. 내가 젊었을 때도 노만 빈센트 필 목사로 대표되는 '적극적 사고방식'의 낙관론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다. 사람은 자기가 머릿속에 그리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즉, 성공이라는 긍정적 시각화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류의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방이 시궁창인데 과연 긍정적 사고라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일시적인 마취제 역할밖에 못 한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은 외롭고 슬프고 ..

읽고본느낌 2013.08.19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독일인답지 않은 독일인인 히르슈하우젠이 쓴 행복론이다. 서점에는 행복을 주겠다는 책이 넘쳐난다. 이 책도 그런 범주의 하나지만 조금은 독특하고 색다르다. 는 인간 심리와 최근의 뇌연구 결과를 인간 행복과 연결시켜 유머러스하게 풀이한 재미있는 책이다. 맛있게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하다. 지은이는 행복을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공동의 행복이다. 사랑, 우정, 가족 등과 관계된 모든 것을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 행복이며, 행복과 불행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둘째, 우연의 행복이다. 영어로는 'luck'으로서 행운이나 좋은 기회, 뜻밖의 기분 좋은 만남, 재수 좋은 발견, 길거리에서 주운 동전 등이 주는 기쁨이다. 지속적인 행복은..

읽고본느낌 2013.05.28

혼자 산길을 걸을 때지요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략 난감하지만 별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혼자 산길을 걸을 때지요." 내 삶의 에너지는 걸을 때 나온다. 길은 호젓한 산길이 좋다. 그리고 동행 없이 홀로여야 한다. 이 세 가지 박자가 맞으면 내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아드레날린이 샘솟듯 분출한다. 혼자면 외롭지 않느냐고?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다. 산길에는 사람 대신 풀과 나무 친구가 있다. 또한 꽃 친구도 나를 반겨준다. 이들과는 말 없어도 말 이상의 교감을 나눈다. 조용한 산책을 위해서는 산은 낮으며 부드럽고, 길은 익숙해야 좋다. 그래서 집 뒷산이야말로 제격이다. 정상까지 갔다 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적당한 길이다. 그동안에 한두 사람을..

참살이의꿈 2013.05.10

임류의 자족

따뜻한 봄날에 백살이 다 된 임류라는 노인이 겨울에 입던 갖옷을 그대로 걸치고, 지난 가을에 떨어진 이삭을 밭이랑에서 주우며 노래를 부르다 걸어가다 하였다. 이것을 위나라로 가다가 벌판을 바라보던 공자가 보고는 뒤따라 오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노인은 말을 걸어 볼 만한 사람인 것 같다. 누가 가서 말을 해 보겠느냐?" 말 잘 하는 자공이 자청하여 밭 언덕을 가로질러 노인에게 가서 측은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이렇게 이삭을 주우며 노래를 부르시는데, 선생께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전혀 후회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그러나 임류는 들은 척도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불렀다. 자공 또한 노인이 말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말하였다 "내게 후회..

참살이의꿈 2013.04.29

감탄과 감동

감탄;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 감동;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임. 감탄과 감동은 사전적으로 비슷하지만, 마음이 움직인다는데 차이가 있다. 깊이 느끼는 게 감탄이라면 더 나아가 마음마저 움직이는 게 감동이다. 감탄은 감탄사가 나오지만, 감동은 아무 소리가 없다. 예를 들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 감탄한다. 또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감탄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대규모 블록버스터보다는 사소한 일상을 다룬 저예산 영화에서 오히려 감동을 할 때가 더 많다. 멋지고 웅장한 풍경 앞에서는 감탄을 한다. 반면에 산길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꽃 하나에는 감동을 받는다. 물론 이 둘이 꼭 구분되는 건 아니다. 감탄과 감동은 뒤섞여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

참살이의꿈 2013.01.20

미친 나라

어느 중견 회사에 다니는 조카로부터 회사 얘기를 가끔 듣는다. 조카를 보면 우리나라의 회사원 생활이 얼마나 고달픈지를 실감한다. 거의 매일 야근이어서 밤 10시 전에 퇴근하는 날이 거의 없고, 심지어는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휴일에도 출근한다. 내가 보기에는 거의 살인적인 근무 환경이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닌다고 본인도 말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회사 동료들도 속으로는 불만을 품고 있지만 입 밖에 내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랬다가는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듣는 범위에서 이 회사 사원들은 거의 현대판 노예에 가깝다. 법에 규정된 근로 조건도 지키지 않는 것 같다. 특수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곤 우리나라 대부분의 근무 여건이 비슷할 것이..

참살이의꿈 2012.12.18

노년에 필요한 것

노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자와 남자에게 물어보았단다. 여자; 돈, 건강, 친구, 딸 남자; 아내, 배우자, 집사람, 처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지만 요즈음 세태를 드러내 주는 말이다. 남자로서는 씁쓰름하다. 한 모임에서 이런 걸 소재로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 여자분이 "도대체 남자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을 해서 당혹했던 적도 있었다. 대체로 보면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활발하고 독립적이 된다. 적극적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러나 남자는 늙은 수컷 사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일이 모든 것을 덮어 주었다. 일과 돈을 매개로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라는 보호막이 벗겨지면 발가벗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그게 불안하니까 끝없이 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대우받았던 자신의 ..

참살이의꿈 2012.12.09

행복 감성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다. 비슷한 환경인데도 어떤 사람은 감사하고 행복해하는데 어떤 사람은 힘들고 불행하다며 징징댄다. 행복이 객관적 상황에 좌우되기보다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많은 연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행복을 발견하고 향유할 줄 아는 능력을 '행복 감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행복 감성이 발달한 사람은 밝고 풍요로운 인생을 산다. 선천적으로 행복 감성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런 역할을 하는 행복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별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위를 밝고 환하게 변화시킨다. 반면에 행복 감성이 부족한 사람은 본인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도 짜증 나게 한다. 사람들이 누구를 ..

참살이의꿈 2012.09.03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이면우

배추 무 씨는 늦여름 꿈의 부피처럼 쬐그맣다 텃밭 풀 뽑고 괭이로 쪼슬러 두둑 세워 심었다 나는 가으내 돈 벌러 떠돌고 아내 혼자 거름 주고 벌레 잡아 힘껏 키워냈던가 김장독 삿갓 씌우고 움 파 무 거꾸로 세워 묻고 시래기 엮어 추녀 끝에 내걸으니 문득 앞산 희끗한 아침, 대접 속 무청이 새파랗다 배추김치 새빨갛다 그 아리고 서늘함 무슨 천년 묵은 밀지이듯 곰곰 씹어보다 눈두덩이 공연히 따뜻해지다 햇살 동쪽 창호에 붉은 날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이면우 예순 번의 겨울을 겪으면서 나의 따뜻했던 겨울은 언제였을까.먼 과거,철모르던 유년의 겨울로 돌아가면그 온기 아직 남아있을까.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살게 되었지만 이 겨울은 그리 따스하지 않다. 뭐가 빠져있길래 이리 차고 공허한걸까. 이 시가 그리는 ..

시읽는기쁨 2012.01.31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시인의 말처럼 젊었을 때는 마흔이 되고, 쉰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슨 재미로 살까 싶었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마흔과 쉰이야말로 인생의 절정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뒷날이 되어 오늘..

시읽는기쁨 2011.10.06

자신의 현실을 껴안는 것이 행복이다

마음은 아직 허공에 떠있다. 허전하고, 고맙고, 부끄럽다. 큰일을 치른 후유증인지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이 오래 이어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인가 보다. 세상살이가 어찌 내 입맛대로 될 것인가. 체념도 인생을 사는 지혜 중 하나다. 행사를 치르며 이런저런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자. 신달자 시인의 행복에 대한 정의가 오늘은 마음에 와 닿는다. “자신의 현실을 껴안는 것이 행복이다.”

참살이의꿈 2011.09.05

세상의 모든 계절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Another Year]을 봄부터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마침 J가 ‘시네코드 선재’에서 지금도 상영하고 있다고 알려 주어서 여럿이서 보러 갔다. 하루에 조조로 한 번만 상영하고 있었고 전체 관객도 10여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장사가 안 되는 이런 영화를 소중하게 지켜주고 있는 영화관 측이 고마웠다. 소박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톰과 제리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잔잔하게 전개된다. 그렇지만 밝고 즐거운 영화는 아니다. 톰과 제리 가족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이 행복하지 못하다. 대표적인 이가 제리의 친구 메리다. 그녀의 성격적인 결함이 드러나긴 하지만 외로워하고 아파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음을 슬프게 한다. 아내를 잃고 망나니 아들마저 속을 썩이는 ..

읽고본느낌 2011.07.20

소유와 자유의 황금분할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으려 한다. 돈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갖고 싶은 것도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며, 가고 싶은 곳도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황홀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것이 자유의 전부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돈을 조금이라도 만지기 시작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는 얻는 듯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는 박탈당하기 시작한다. 점점 가족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사적인 휴식도 줄어만 간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을 자유는 손톱만큼도 얻을 수 없게 된다. 무한한 자유를 얻으려고 했지만 사실 일할 자유 외에는 다른 어떤..

참살이의꿈 2011.02.09

행복론 /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 행복론 / 최영미 행복이란 무엇인가? 몇 개 공감이 가는 구절도 있지만 전체적으..

시읽는기쁨 2010.10.28

행복전도사의 자살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 씨가자살해서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부부동반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몸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생을 마감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깝고도 착잡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한 동료는 그럼 그동안 사기를 친 게 아니냐며 반문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방송을 통해 강의를 몇 번 들은 적밖에 없다.스무 권이나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업주부에서 성공한 직장인으로, 그리고 행복론에 대한 스타강사로 변모한 그녀의 경력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경탄을 샀다. 현란한 말솜씨와 거침없는 자기표현으로 그녀의 행복론은 인기..

참살이의꿈 2010.10.11

행복은 나비와 같다

행복에 관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요소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행복감은 대부분이 이미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에 우리가 행복의 요소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 학력, 명성, 큰 집, 똑똑한 자녀 같은 것은 행복감에서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40% 정도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노력들 즉, 취미활동이나 인간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행복이란 우리가 성취하고 달성하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돈이나 지위 등 눈으로 보고 느껴지는 것에서 행복을 얻을 가능성은 더욱 낮다. 그것은 돈이나 지위를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반대급부가 너무 큰 탓인지도 모른다. ..

참살이의꿈 2010.01.22

행복 / 천상병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 행복 / 천상병 괴테는 자신의 일생동안 행복했던 때는 17시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하지만 그 과실을 맛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대에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모욕적이기도 하다. 자급자족하는 로빈슨 크루소가 되지 않는 한 나..

시읽는기쁨 2009.12.21

행복의 정복

러셀의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을 처음 읽은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책은 파이프를 문 러셀의 케리커쳐가 표지에 그려진 작은 문고본이었다. 내가 들고 있던 이 책을 보며 네비게이터 회원이었던 친구가 묘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의 표정에서는 "세상의 철학으로는 행복을 절대 찾을 수 없을 걸" 하는 냉소 비슷한 의미가 느껴졌다. 당시 나는 그가 속한 신앙 공동체와 막 결별하고 난 직후였다. 그때로부터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만난 ‘행복의 정복’을 읽는 감상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러셀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처한 불행의 원인을 알고 적절한 방향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참살이의꿈 2009.11.11

촌놈의 행복론

사람은 왜 사나? 살라고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행복하게 살면 된다. 이것이 나의 인생철학의 전부다.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요리책을 보면 팔보채나 탕수육을 어떻게 만들라고 샅샅이 조리법을 말해준다. 행복을 만드는 요리책은 없을까? 러셀의'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이 내 머리에 떠오른다. 내가 어렸을 때 퍽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하나다. 그 책에는 건전하고 쓸모 있는 충고가 담겨져 있다.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모든 행복론과 같이 너무도 일반적이다. 이 책들은 마치 팔보채가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팔보채를 만들려면 어떤 채소가 얼마쯤 들고, 어떤 조미료가 필요하고 언제 어떻게 얼마 동안 이것들을 지지고 볶고 데치라고 말해주지..

읽고본느낌 2009.10.13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 경우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를 다녀온 사람만이 아니라 유럽 같은 선진국에 다녀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딴지를 걸 필요는 없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거북해지는 걸 어찌할 수 없다. 살기 좋은 나라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만큼 살기에 편리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음식점과 가게가 있으니 돈만 있으면 필요한 욕구는 당장에 해소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돈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과 통한다. 적어도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길위의단상 2009.07.23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네팔의 주식인 ‘달밧’은 접시에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네팔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밥과 반찬을 섞어서 먹는다. 그런데 한국인의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아 달밧을 먹기가 쉽지 않다. 쌀알은 훅 불면 날아갈 듯 퍼석퍼석하고 반찬도 특이한 향기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히말라야에서 두 주일 가까이 생활한 우리 일행 중 누구도 달밧을 먹지 못했다. 다만 한 사람 예외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나였다. 처음에 달밧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웠더니 모두들 신기한 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뒤에도 가끔 달밧을 시켜 먹었는데 맛보다는 양이 너무 많아 남길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히말라야 체질이라며 그냥 눌러 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내 몸이 자랑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나는 아무 음식이나 ..

길위의단상 2009.02.02

농어촌에 있는 교사가 음악을 들을 때

외국의 어느 대학에서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 '농어촌에 있는 교사가 음악을 들을 때'를 행복한 상황의 대표적인 예로꼽았다고 한다.즉, 외적 조건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행복에서 제일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행복론이 많다는 것은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행복론이 공통적으로 행복은 마음의 문제임을 강조한다.그런데도 사람들은 행복을모자람 없고 풍요로운 만족스런 상태로 그리며,재산이나 외모 또는 명예가 완벽한상태에 이르러야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행복할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플라톤은 다음의 다섯 가지를 행복의 조건으로 들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

길위의단상 2008.08.23

돈이 첫째

건국 60 주년으로 광화문 거리는 잔치 분위기란다. 경제적 수치들은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고, 지도자 역시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성취된 자랑스런 대한민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제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복의 조건으로 사람들은 돈을 첫째로 꼽았다. 돈이 32.3 %, 건강이 32.1 %, 가족이 24.0 %였다.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에서 돈이 1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참고로 2001 년 조사에서는 건강, 가족, 돈 순서였다. IMF를 겪으면서 한국인의 배금주의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것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때 새해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하더니 이젠 드러내놓고 ..

길위의단상 20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