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45

행복은 이슬비다

행복은 이슬비다. 작은 것이 쌓여 촉촉이 젖어드는 것이 행복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사람은 천차만별이지만 행복을 향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만약 행복을 부자나 스타만 독차지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잿빛이 될 것인가. 크고 거창한 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로또 당첨은 일시적인 충격요법일 뿐 기쁨의 강도는 급속하게 감소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서 불행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행복은 잔잔하면서 오래 지속하는 감정이다. 오르내리는 진폭이 크면 평온을 유지하기 힘들다. 많은 소유는 욕망을 크게 하므로 내적 만족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적게 가진 사람이 자족할 줄 안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다. 이혼한 사람이나, 쫄딱 망한 ..

참살이의꿈 2018.06.22

리틀 포레스트

맑고 따뜻한 영화다.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이가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치유와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혜원은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뒤 고향의 빈집에 내려온다. 아르바이트로 버티던 서울 생활은 삭막했고, 남자 친구와는 삐걱거렸다. 시골집은 고등학생 때까지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는 혜원이 대학에 들어가자 본인의 삶을 찾아 떠나갔다. 고향 마을에는 옛 친구들이 있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연이 있다. 혜원은 눈동냥 했던 엄마의 요리를 따라 하며 엄마와의 추억과 함께하면서 행복을 찾는다. 이런 자연주의 삶을 뜬구름 잡는다거나 도피적이라는 등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신주의에 투쟁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자연주의 삶이다. 재벌의 갑질을 비난하지만 내일이면 대한항공을..

읽고본느낌 2018.04.23

휘게 라이프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다. 모든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그 중심에 '휘게(hygge)'가 있다. 덴마크어인 휘게는 어떤 특정한 단어로 번역하기 어렵다. 휘게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으로, 정취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같은 것이 휘게다.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인이 가장 사랑하는 삶의 모습이다. 휘게 라이프는 간소한 것,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를 즐기는 삶이다. 단순하고 느린 삶이다. 여기서 ..

읽고본느낌 2018.03.07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이름 외우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정치경제 과목이 싫었는데 법칙의 명칭조차 어렵기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계효용'이니 '체감'이니 굳이 이런 한자 용어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좀 쉽게 부르는 말이 없을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다. 단위 재화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는 원리다. 예를 들면, 갈증이 나서 물 한 잔을 마시면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두 잔을 마신다면 두 번째 잔은 첫 번째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그냥 밍밍한 맛일 수 있다. 잔이라는 단위가 주는 만족도는 감소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인생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는 것만도 가..

참살이의꿈 2018.02.12

사람이 아니야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사오십 대 때 제일 뜨거웠는데 그 시절에는 한 해에 백 권 정도는 읽었다. 직장에서 벗어난 지금은 자유 시간이 더 많이 나지만 독서량은 줄어들었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육칠십 권은 될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나에게는 평생의 습관이 되었다. 여행을 갈 때도 보든 안 보든 책 한 권은 가방에 넣는다. 일행에서 벗어나 몇 장이라도 들춰봐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런 별스러운 나를 어떤 사람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친구들은 안부를 물을 때 "요즘도 ..

길위의단상 2017.12.20

2017 세계 번영지수

영국에 있는 경제연구소인 레가툼(Legatum)에서 매년 세계 각국의 번영지수를 발표한다. 올해는 149개국을 대상으로 9가지 지표로 각국의 순위를 매겼다. 평가 지표는 경제, 기업 환경, 국가 경영, 개인의 자유, 사회적 자본, 안전과 안보, 교육, 보건, 자연 환경 등으로 종합적으로 삶의 질을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한 계단 하락한 36위에 올랐다. 이 평가가 시작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계속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줄곧 20위권에 머물다가 작년부터 30위권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높은 평가를 받은 부문은 보건, 교육이고 낮은 평가를 받은 부문은 개인의 자유, 자연 환경, 사회적 자본이다. 거의 100위권까지 떨어진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중..

길위의단상 2017.12.14

행복의 계단 / 이후재

창문을 넘어온 손수건 한 장 같은 아침 말간 햇살과의 만남이 첫 계단 작은 식탁에 앉아 아내의 손맛에 취해 날마다 감개무량하다면 두 번째 누군가의 초대로 길을 나서며 이웃의 온기 머금은 인사를 받는 것은 세 번째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살포시 포옹하는 두 나비에게 배시시 웃음 던지면 그건 네 번째 아, 그러나 탱글탱글한 물상物象 앞에서 소유욕이 돋아나면 그것은 망령 - 행복의 계단 / 이후재 현대인은 행복의 파랑새를 쫓느라 발밑은 바라볼 줄은 모른다. 행복은 멀리, 높이 있지 않다. 내가 내딛는 작은 발걸음에 행복으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다. 그저 한 발 내닫기면 하면 된다. 불평등한 세상이라지만 행복만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돈이 많다고, 권세가 크다고 더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시읽는기쁨 2017.11.08

사과 한 알

해마다 주로 먹는 과일이 다르다. 어떤 해는 토마토, 어떤 해는 복숭아가 최고의 과일이 된다. 올해는 단연 사과다. 봄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 한 알을 먹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입이 칼칼해서 냉장고에 든 사과를 꺼내 먹었는데 상큼하고 좋았다. 아침에 먹는 사과 한 알은 보약보다 낫다는 말도 생각났다. 그 뒤로 일어나면 자연스레 사과로 손이 가게 되었다. 머리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몸이 저절로 그렇게 움직였다. 가을 들어서는 고향에서 계속 사과가 올라오고 있다. 벌레가 먹어 상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이웃에서 거저 준 것이다. 썩은 데를 도려내면 성한 사과나 별반 차이가 없다. 사는 경우는 낱개로 포장되어 껍질째 먹는 사과를 고른다. 아무래도 정성을 들인..

참살이의꿈 2017.10.15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 신경림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이것이 어머니가 서른해 동안 서울 살면서 오간 길이다. 약방에 들러 소화제를 사고 떡집을 지나다가 잠깐 다리쉼을 하고 동향인 언덕바지 방앗간 주인과 고향 소식을 주고받다가, 마지막엔 동태만을 파는 좌판 할머니한테 들른다. 그이 아들은 어머니의 손자와 친구여서 둘은 서로 아들 자랑 손자 자랑도 하고 험담도 하고 그러다보면 한나절이 가고, 동태 두어마리 사들고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오면 어머니의 하루는 저물었다. 강남에 사는 딸과 아들한테 한번 가는 일이 없었다.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오가면서도 만나는 사람이 너무 많고 듣고 보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더 멀리 갈 일이 무엇이냐는 것일 텐데. 그 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먼,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그 고향 뒷산에 가서..

시읽는기쁨 2017.08.05

세계행복지수

얼마전 유엔에서 2017년 각 나라의 행복지수 랭킹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155개 국가의 3천 명 이상의 사람을 조사해서 순위를 매겼다. 행복을 수치로 나타낸다는 게 얼마나 타당할까 싶기도 하지만 일면의 참고 자료는 되리라고 본다. 평가 항목은 일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수명, 인생 선택의 자유도, 관용 정신에 국민의 사회 의식 수준을 포함했다. 심리적 행복도보다는 물리적 행복 조건에 대한 반영 비율이 높다. 객관적 평가라고 보여지며 당연히 선진국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의 나라는 이렇다. 1. 노르웨이 2. 덴마크 3. 아이슬란드 4. 스위스 5. 핀란드 6. 네델란드 7. 캐나다 8. 뉴질랜드 9. 호주 10. 스웨덴 우리나라는 56위에 등장한다. 가까운 일본은 51위,..

참살이의꿈 2017.03.24

행복불감증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행복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행복한 사람이 되느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행복은 타고난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 좌우된다. 같은 조건에서 비관파보다는 낙관파가 훨씬 더 행복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행복유전자가 있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분류하자면 비관파에 속한다. 한 예로, 바둑을 둘 때는 형세 판단을 하게 된다.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알아야 작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하면 안전하게 마무리하려 할 것이고, 불리하면 무리가 되더라도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그런데 내 경우는 집이 많은데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다.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판을 그르친다. 바둑만이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이..

참살이의꿈 2017.01.03

세 가지 불행

송나라 때 철학자로 정이(1033~1107)란 분이 있다. 중국 성리학의 기초을 놓은 분이라는데, 후세에 남긴 잘 알려진 글이 있다.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少年登科 席父兄弟之勢 有高才能文章 人生三不幸 소년 시절에 과거급제하고, 부모 형제의 권세가 대단하고, 재주와 문장이 뛰어난 것, 이것이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다. 삶의 늘그막이 되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아마 젊은이는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금수저로 태어나느냐, 흙수저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거반 결정되어 버리는 요즈음 같은 시대는 더욱 그렇다. 아마 정이가 살았던 송나라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런 말을 남긴 것이리라. 정이는 왜 이 세 가지를 불행이라고 했을..

참살이의꿈 2016.10.17

공부하면 는다

지지옥션배 바둑대회는 남자 기사와 여자 기사의 단체 대항전이다. 각 12명씩 연승 방식으로 대전한다. 남자와 여자의 기력 차이가 있으니 남자는 40세가 넘어야 참가할 수 있다. 지금 10회 지지옥션배가 진행되고 있는데 1장으로 나온 서봉수 9단이 9연승을 했다. 어제 오유진 2단에게 져서 10연승은 좌절되었다. 그러나 9연승도 대단한 기록이다. 바둑에도 전성기가 있다. 타이틀 홀더는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다. 30대가 되면 힘을 못 쓴다. 머리로 하는 싸움인데도 바둑 역시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현대 바둑의 짧은 제한시간에 있다. 대전 방식의 문제가 크다. 나이가 들면 집중력이나 순발력이 떨어진다. 특히 초읽기에 들어가면 두뇌 회전이 젊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

길위의단상 2016.08.10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이 되는 입구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 있다. 나이 든다고 절대 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다. 더 철딱서니가 없어지고 옹졸하게 된다. 그런 내 꼬락서니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서글픈 일이다. 몸이 쇠약해지는 건 차라리 괜찮다. 나이가 들면 원숙해지고 인격도 높아질 거라 생각한 건 젊었을 때의 착각이었다. 퇴직 이후의 삶을 연상하면 우선 여유가 떠올랐다. 시간의 여유와 함께 당연히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관용과 이해, 그리고 흘러가는 세상을 관조하는 힘은 노년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친구는 별로 없다. 늙으면서 가장 경계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되는 일이다. 인생의 경험이 옹고집으로 변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자기 세계에..

참살이의꿈 2016.08.03

목표 지향의 삶

근대화가 한창일 때는 목표 지향의 삶이 찬양받았다. 국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지도자가 군인 출신이어선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이 지배한 시대였다. 그때는 개인의 삶도 비슷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다. 그래서 놀라운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 중심의 피로사회는 그 시절이 남긴 쓴 유산이다. 아직도 6, 70년대의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몸은 어른으로 성장했는데 아직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꼴이다. 목표를 중시하는 결과주의 사회는 자아 실현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집단주의 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집단주의는 정치적으로는 독재의 온상이면서 개인적으로는 불행의 씨앗이다. 목표를 중시하게 되..

참살이의꿈 2016.06.13

행복의 기원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가 진화론의 관점에서 행복의 정체를 밝힌 책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다. 반대로 살기 위해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행복감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책 은 행복에 덧씌워진 관념을 냉철하게 발가벗긴다. 행복은 '비움', '느림', '감사'라는 공허한 지침에 반기를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왜' 행복을 느끼는가를 묻는 책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

읽고본느낌 2016.06.12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 행복 / 나태주 짧은 시 만큼이나 행복은 의외로 간단한지 모른다. 크고 거창한 게 아니다. 행복은 하늘 위 높은 곳에 있지도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조금씩이지만 자주 만나는 만족감에서 행복은 출발한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특별함으로 다가오느냐, 거기에 행복의 마음이 있다.

시읽는기쁨 2016.06.10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

종편 MBN의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가끔 본다. 이번 주의 제목이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었다. 여느 분과 마찬가지로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의 행복을 찾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 성대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과연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도시의 빈털터리라면 먼저 노숙자가 떠오른다. 빈털터리란 재산도 수입도 없는 사람이다. 도시에서 돈 없이, 그것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빈털털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산속에서 홀로 살아간다. 욕심을 버리니 행복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고 남과 비교하며 경쟁을 시키는 시스템 속에서는 평상심을 지키기 어렵다. 빈..

참살이의꿈 2015.12.11

덴마크 사람들처럼

전 세계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정치 체제나 경제 수준이 각양각색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공자의 '대동사회'는 꿈이었을 뿐 한 번도 실현된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의 모델이 될 만한 국가는 없을까?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가 우선 떠오른다. 여기엔 덴마크도 포함된다. 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 덴마크를 소개하는 책이다. 행복의 비결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은이가 말해준다. 병원비가 공짜인 나라 대학 등록금도 공짜인 나라 대학생에게 매달 생활비 120만 원을 주는 나라 실직자에게 2년 동안 월급 90%를 주는 나라.... 우리는 복지라는 말을 꺼내면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를 친다. 그러..

읽고본느낌 2015.11.01

좋은 세상

지난달에 영국으로 연수를 간 조카가 외국 생활의 일면을 가끔 전해준다. 런던에 방을 얻고 세간살이를 장만하는 것부터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 늦어 불편하다고 하소연이다. 인터넷을 신청했더니 일주일 만에 와서 설치해 주더란다. 너무 느린 나라에 오니 적응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쁘게 사는 한국 사람이 불쌍해 보이더라고 말한다. 생활의 편리함을 음지에서 지탱해 주는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보인 것이다. 얼마 전에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보험회사에 연락했다. 기계음이 들리면서 위치 추적을 허용하시겠느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더니 10분 뒤에 바로 기사가 도착했다. 있는 곳을 말해 줄 필요도 없었다. 신속 정확도 좋지만 너무 잽싸니 오히려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준은 세계 제일이라고 할 만하..

참살이의꿈 2015.10.07

삼관

노년 행복의 조건이 '삼관'이라고 한다. 삼관은 관절, 관계, 관심거리다. 즉, 튼튼한 관절, 원활한 대인관계, 즐거운 관심거리가 있어야 노년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절이 튼튼하다는 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는 걸 뜻하니 넓게 말하면 건강하다는 뜻이다. 관절에 이상이 없어도 병석에 누워 있다면 아무 소용 없다. 어느 경우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즐거움의 반은 포기한 셈이다. 나는 특히 걷기와 산을 좋아하니 행복의 조건으로 관절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고 싶은 산을 다리 때문에 못 간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불행해질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위하여 산길을 걸을 때는 조심한다. 특히 내려갈 때는 발을 세게 디디지 않도록 한다. 스틱이 없더라도 주의만 한다면 크게 문제..

참살이의꿈 2015.08.29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배 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유는 엉뚱했다. 해 뜨고 지는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했더니 가당찮은 얼굴로 보는 것이었다. "야, 일하다 보면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른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아마 한 달 동안 원양어선에서 생활한다면 나 역시 비슷한 말을 할 게 틀림없다.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만 지나도 시들해질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일상이 되면 무감각해진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본 구절에 무릎을 쳤다. 대상이 무엇이든 딱 사흘만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아름답고 귀하지 않은 게 있을까. 지루하기만 한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이고, 아내의 잔소리마저 꾀꼬리의 지저귐으로 변할 것이..

참살이의꿈 2014.11.09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이런 류의 제목에 끌리는데 책을 읽어보니 정작 지은이는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다. 이것저것 오지랖 넓게 기웃거린다고 별명이 오지래퍼(Ozirapper)다. "범인(凡人)은 이해 못 할 시를 쓰고, 정부가 부숴버린 제주 바위 옆에 돈 안 되는 도서관을 짓고, 환쟁이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고, 영화판에 참견하고, 만화를 향한 연심(戀心)은 책 한 권이 족히 넘는 그는, 공사다망한 중에도 틈틈이 친구들을 불러내 술을 마시는, 인생이 '작당'인 한량이다. 평생 멋대로 살아왔으나 잘못 살았던 적 없고, 누구도 설득하려 들지 않는 대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 씨의 자기소개다. 역설적인 제목의 은 재주 많은 이 분이 쓴 에세이집이다. 어느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 스님은 태블릿 PC를 ..

읽고본느낌 2014.10.22

감성에 물주기

늙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들라면, 건강한 무릎 연골과 살아 있는 감성이라고 답하겠다. 세상 사람들이 자주 꼽는 돈과 친구도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연골과 감성의 뒷순위다. 돈은 생존하기에 적당한 양만 있으면 되고, 친구가 없으면 혼자서도 잘 놀 줄 알면 된다. 중요한 건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인 감성이다. 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일상기록공작가'로 자처하는 공혜진 님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비결 100가지를 보여준다.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 삶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커다랗게 나선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제와 같은 패턴을 그리는 듯하지만, 어제 그려진 원과는 결코 만나지 않는 나선형이다. 그래서 오늘 ..

읽고본느낌 2014.09.29

행복의 역습

미국 의사가 쓴 이 시대를 경고하는 책이다. 원제는 '인공행복(Artificial Happiness)'이다. 지은이는 정신작용 약물, 대체의학, 운동요법 등으로 주어지는 인공행복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비판한다. 그러한 행복 찾기는 인간을 현실에서 유리시키고 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인공행복은 삶은 비참한데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 마음만은 행복을 느끼는 상태다. 불행은 사라졌지만 불행의 원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공행복의 특징은 삶을 부정하는 힘이다. 인공행복을 경험하는 사람은 비참한 삶도 비참하게 여기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다지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은 여전히 유쾌하다. 이들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의 경험이 깊은 내면을 관통..

읽고본느낌 2014.07.08

행복한 부부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행복한 가정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다. 결혼 3년차라는데 요즘에 이런 젊은이들도 있구나, 무척 경이로웠다. 참 건실한 선남선녀라고 생각하기에 내용을 소개한다. 행복한 부부의 7가지 비밀 1. 부부끼리 존댓말을 쓴다. 우리 부부는 존댓말을 쓴다. 연애 때부터 서로 존댓말을 써왔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고, 서로 말다툼을 하더라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화가 났을 때는 반말을 종종 하기도 하는데, 만약 평소에 반말을 했더라면 싸울 때는 더 험한 말이 오고가지 않았을까? - 나도 아내와 존댓말을 쓰고 싶은데 아직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몇 번 노력해 보았지만 이젠 포기 단계, 이 젊은 부부가 정말..

참살이의꿈 2014.07.03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얼마 전에 서울 광화문 거리를 지나다가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리포터가 마이크를 갖다 대며 이렇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은 어떤 것인가요?" 그런데 갑자기 행복에 대해 물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방송용 카메라가 노려보고 있으니 더 그랬는지 모른다. 결국 머뭇거리다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행복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고 행복에 관해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다고 여겼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난감했다. 인터뷰 자리를 떠나서도,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명확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이 한 행복 이야기는 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과거에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 또는 불행하다고 느꼈던 때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행..

참살이의꿈 2014.04.03

덕분입니다

덕분, 참 좋은 말이다. 한자로 쓰면 '德分'이 된다. "덕분입니다"는 당신이 나에게 덕을 베풀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이다. 덕을 나누면 모두가 행복하다. 그에 비해 새해 인사말로 쓰이는 "복 많이 받으세요"는 좀 욕심꾸러기 같은 느낌이 난다. 세상의 복 분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혼자서 복을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든다는 건 모른다. 아쉽게도 "복분(福分) 합시다"라는 덕담은 없다. 어느 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명함만 한 종이를 나누어 주는 걸 보았다. 거기에는 직접 붓글씨로 쓴 '덕분에'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살자는 뜻이리라. 전에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잘못되면 네 탓이오, 잘 되면 내 탓이라고 한다. 이러면 분쟁과 싸움..

참살이의꿈 2014.03.17

노인이 행복한 나라

얼마 전에 KBS TV에서 세계에서 노인 복지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스웨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좋은 면만 보여준 건지는 모르지만, 스웨덴은 무척 부러운 시스템을 갖춘 나라였다. 교육이나 복지 제도에서 본받을 나라가 스웨덴인 것 같다. 스웨덴은 GDP의 34%를 복지에 쓰고, 그중에서 1/2이 노인복지 예산이다. 모든 노인이 월 140만 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받으니 생활에 쪼들리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직장 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보태지면 더 넉넉해진다. 더구나 스웨덴은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어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며 삶을 즐길 수 있다. 또, 의료비 상한제가 있어 병원 치료를 걱정하지 않는다. 노년의 불안이 있을 수 없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잘 사는 나라가..

참살이의꿈 201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