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넘어온
손수건 한 장 같은 아침
말간 햇살과의 만남이 첫 계단
작은 식탁에 앉아
아내의 손맛에 취해
날마다 감개무량하다면 두 번째
누군가의 초대로 길을 나서며
이웃의 온기 머금은
인사를 받는 것은 세 번째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살포시 포옹하는 두 나비에게
배시시 웃음 던지면 그건 네 번째
아, 그러나
탱글탱글한 물상物象 앞에서
소유욕이 돋아나면 그것은 망령
- 행복의 계단 / 이후재
현대인은 행복의 파랑새를 쫓느라 발밑은 바라볼 줄은 모른다. 행복은 멀리, 높이 있지 않다. 내가 내딛는 작은 발걸음에 행복으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다. 그저 한 발 내닫기면 하면 된다. 불평등한 세상이라지만 행복만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돈이 많다고, 권세가 크다고 더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물욕이 앞서면 볼 것을 보지 못하고, 알 것을 알지 못한다. 그걸 망령된 마음이라고 한다. 허깨비를 따르지 않고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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