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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 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핑계 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 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인가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 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

시읽는기쁨 2005.11.25

조심스레 살기

사람들이 좀 조심스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즈음 들어 자주 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하는데 대체로 서툰 것 같다. 한국 사회가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돌진성은 뛰어나지만 옆을 돌아보는데는 소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늘 부딪치는 현상들이다. 사무실이나 도로에서의 몰염치한 태도들, 또는 쟁점이 되는 사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얼마나 관용이나 배려의 정신이 부족한지를알 수 있다. 물론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나서 되돌아 보면 내 안하무인격인 이기적 태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는지 낯이..

길위의단상 2005.11.24

유토피아의 농업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발표한 인간의 이상향을 그린 공상소설입니다. 유토피아가 당시 영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바탕을두고 쓰여진오래 된 소설이지만, 지금도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 권력이나 교회 같은 당시의 사회 지배층에게 억누리고 착취 당하던 일반 민중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서려 있는 작품으로사유재산이 없는 평등사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염원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유토피아에는 농민이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다 농민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유토피아는 54개의 도시로 되어 있는데 각 도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

읽고본느낌 2005.11.22

한강길 30km를 걷다

어제는 오랜 시간 한강 둔치길을 걸었다. 배낭에 가벼운 간식거리를 챙긴 후 아내와 같이 10시 30분에 집을 나섰다.집이 한강에서 가까운 관계로 10여분이면 한강에 닿을 수가 있다. 걸어서 잠실대교를 건너 남쪽 잠실지구 둔치로 갔다. 사람들은 대개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려고 하지 않지만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을 견딜 마음만 있다면 다리를 건너보는 맛도 색다르다. 여기서 한강 둔치의 남쪽 길을 따라 선유도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거리로는 약 25km, 7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제는 맑고 바람도 잠잠한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한강공원에는 늦가을의 조금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놀러나온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가끔씩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두 시간 정..

사진속일상 2005.11.21

차 없는 남산순환로

마침 남산 아래서 열린 친지의 결혼식에 참석한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남산 순환로 길을 걸어보다. 국립극장 입구에서 시작된 북쪽 순환로인데 이 길은 10여 년 전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보행로로 시민들에게 개방된 길이다. 금년 봄에 다시 남쪽 순환로까지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이제 남산 둘레를 따라 온전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사실 서울 시민이 일부러 남산을 찾기는 드물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차량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남산 식물원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다른 길은 보도가 없는 차도 뿐이라 매연을 마시며 차를 피해 위험하게 걷기는 어려웠다. 옛날에 잠깐 걸어보며 이 좋은 길을 보행자 전용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실현이 된 것이다. ..

사진속일상 2005.11.20

북관대첩비

지난달에 일본에서 반환된 북관대첩비가 경복궁 뜰에서 공개되고 있다.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는 임진왜란 때 북평사(北評事) 정문부(鄭文孚) 선생이 의병을 일으켜 함경도 길주, 백탑교 등지에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병들을 격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길주에 세워졌던 승전비이다.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이 지역에 주둔한 일본군 이케다 마사스케(池田正介) 소장이 이 비석을 읽어보고 자기네 조상들의 패전 기록을 알게 되자 이 비석을 뽑아 일본으로 보내버렸다. 그 후 이 비석은 일본 황실에서 보관하다 야스쿠니 신사로 옮겨졌다. 한참동안 잊혀졌던 이 비석은 뜻있는 개인들에 의해서 반환운동이 일어나고, 유배생활 10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비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눈물을 흘리며 ..

사진속일상 2005.11.19

익모초

익모초는 높이 1m 정도로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여름이면 작은 붉은색 꽃이 층층으로 핀다. 그런데 꽃 보다는 두 갈래로 길게 갈라진 잎에 더 눈길이 간다. 활짝 양 팔을 뻗은 자태가 멋지다. 익모초(益母草)는 이름 그대로 부인들에게 유용한 약초로 알려져 있다. 한방보다는 민간요법으로 부인병을 다스리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풀 전체를 찧어서 즙을 낸 후 불에 달여서 엿처럼 만들어 먹거나, 환(丸)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유둣날(음력 6월 6일)에 익모초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또 더위에 입맛이 떨어졌을 때 쓴 익모초 생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익모초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중국에 있는 대고산 아래에 수랑이라는 마음씨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수랑은 나이가 ..

꽃들의향기 2005.11.18

神은 망했다 / 이갑수

神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神은 망했다 - 神은 망했다 / 이갑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이런 말씀을 내린 神은 아마 지금쯤은 크게 후회하고 있으실지 모른다. 神의 명령에 충실한 아담의 후예들이 번성하고(60년대에 30억이던 인구가 지금은 60억을 넘었고 50년 뒤에는 100억이 될 거라고 한다), 정복하고(남북극 어떤 극한지에도 인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다스리면서(다른 종에게 인간은 무자비한 폭군이며 인간에 의한 멸종이 자연 멸종률의 근 1천배에 달한다), 지구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는지 神도 침묵만 하신다. '神은 ..

시읽는기쁨 2005.11.17

저항권포기죄

'오마이뉴스'에 초등학교를 정년 퇴임하신 어느 분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분의 소신있는 생각과 삶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촌지를 받아 처먹었으니 뇌물수수죄요. 내 고향 광주가 전두환 일당에게 칼질 당할 때 멀리서 보고만 있었으니 군부 학살행위 방조죄요…" 지난 8월말 초등학교 평교사로 정년퇴임한 노형근(64·전 안산성포초등학교 교사)씨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여하는 녹조근정훈장을 받을 자격이 됐지만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죄인이 무슨 포상이랍니까?" 그가 훈장을 거부한 이유다. 최근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81명 전원에 대해 훈·포장을 치탈하는 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길위의단상 2005.11.16

김장을 하다

김장을 했습니다. 터에 심은 배추가 백 포기가 넘어서 지지난 주에 반 정도를 하고 이번에 남아있던 배추를 마저 뽑아 김장을 끝냈습니다. 올해는 온전히 직접 가꾼 배추, 무, 파로 김장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접이나 되는 배추로 김장을 담근 것도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미리 했던 것은 이웃에 많이 나누어 주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 김치냉장고로 하나 가득 찼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올해 산 김치냉장고 덕을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날씨 때문에 아직 김장을 못했을 것입니다. 또 어느 해는 땅에 묻었다가 늦게 꺼내는 바람에 너무 시어져서 제 맛을 즐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김치냉장고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 좋습니다. 문명의 이기의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고향에 내려가 ..

참살이의꿈 200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