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38

봄날의 동네 걷기

봄이 한창인 때, 동네 걷기에 나섰다. 우리 동네는 현대와 과거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집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옛날 시골 마을 풍경과 만난다. 전에는 과수원, 논밭이 있었지만 몇 년 전에 논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래도 아직은 농촌 모습이 적게나마 남아 있어 다행이다. 과수원의 복사꽃은 막바지다. 꽃잎은 대부분 낙화하고 일부만 가지에 달려 있다.  걷는 중에 겹벚꽃이 핀 벚나무를 세 그루 만났다. 늦게 보는 벚꽃이 솜사탕 마냥 풍성하고 달콤했다. 꽃그늘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니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예쁜 창문을 가진 집은 유치원 건물이다.  마을을 지나 신록 가득한 뒷산으로 올라갔다.  뒷산을 넘어 건너편에 있는 이웃마을까지 가려한다. 이번에..

사진속일상 2024.04.24

동네 매화

우리 동네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녘 매화 축제는 보름 전에 열렸지만, 여기는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곳까지 찾아와 준 봄이 기특하고 고맙다. 동네에서 만나는 매화는 아파트 단지 안에 조경수로 심은 것이다. 백매가 제일 많고 홍매와 청매가 한 그루씩 있다. 그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홍매다. 수줍은 듯 발갛게 물든 색깔이 곱다. 올해 각 지자체에서 벚꽃 축제를 잡았지만 꽃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요사이 흐리고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벚꽃 개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벚꽃 축제를 일주일 연기하면서 이런 사죄 문구를 올렸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제 열흘 뒤면 총선이다. 집권당의 답답함도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죽을죄를 졌습..

꽃들의향기 2024.03.29

우리 동네 첫 산수유꽃(2024/3/10)

우리 동네에도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녘에서는 만개한 꽃소식이 들리지만 여기는 아직 봄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나무 꽃 중에서는 산수유가 제일 먼저 춘신(春信)을 전해준다. 옆에 있는 목련은 꽃봉오리가 기름칠을 한 듯 반들반들하다. 얼마 안 있어 터지기 시작하면 바라보는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 것이다. 겨울 잠바를 입고 외출했더니 등에 땀이 배었다. 봄이 성큼 가까이 왔다.

꽃들의향기 2024.03.10

과수원의 노란 손수건

"방에서 꼼짝 않는 사람이 어쩐 일이람." 아내가 반색하며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아침 하늘이 좋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가 보인 반응이었다. 뜻하지 않게 연이틀 바깥출입을 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복숭아 과수원이 많다. 수확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복숭아를 쌌던 봉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 멀리서 보면 노란 손수건을 걸어 놓은 것 같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이 담긴 'Going Home'의 사연이 바로 노란 손수건이다. 보기 흉할 수 있는 비닐봉지가 간절한 표징으로 변했다. 사연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누굴 기다리는 간절함일까 과수원 가득 걸어놓은 노란 손수건" 동네 걷기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오늘은 뒷산을 넘어 중대동으로 넘어..

사진속일상 2023.11.21

동네 공원 무궁화

무궁화를 볼 때면 과연 우리나라 국화(國花)로 적당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국화로서 사랑을 받는 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궁화를 심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벌레들이 너무 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랫동안 피기는 하지만 깔끔하거나 청결한 꽃은 아니다. 옛사람의 글에서도 무궁화가 언급된 경우는 드물다고 알고 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전하길, 중국 도로변에 무궁화를 엄청 많이 심어 놓아서 놀랐다고 한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더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동네 공원에 계속하여 무궁화가 피고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너무 오래 볼 수 있는 꽃이어서인지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

꽃들의향기 2023.09.18

가을을 느껴보는 산책

주말에 손주가 왔다가 코로나가 확인되어 일찍 제 집으로 돌아갔다. 늘상 있는 감기 정도로 알았던 모양이다. 요사이 코로나는 증세가 심하지 않고 전염력이 약한 대신 오래간다고 한다.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들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지혜를 얻은 것 같다. 근 일주일만에 집 밖으로 나와 동네 산책에 나섰다. 몸은 완전히 회복했다. 동네의 근린공원과 주변은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길에는 낙엽이 보이기 시작하고 알을 꺼낸 빈 밤송이도 흩어져 있었다. 공원에서 가을물이 제일 먼저 드는 것은 벚나무 잎이다. 작은 구슬이 옹기종기 달려있는 좀작살나무 열매의 보라색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색깔이다.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타고 노는 모습을 재미나게 지켜보았다. 딱새 암컷이 아닌가 싶다. 곧 산하가 울긋불긋..

사진속일상 2023.09.18

하늘이 달라졌어요

9월이 되니 하늘이 달라졌다. 어쩜 이렇게 일변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침저녁 기온도 뚝 떨어져서 이젠 침대의 전기 온열기를 켜고 자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가을에 자주 나타나는 권형운은 상층운에 속한다. 반면에 여름의 적형운은 지면에 가깝게 떠 있다. 얼마 전 8월의 구름은 이랬는데.... 동네를 산책했다. 주변 여러 곳이 개발중이라 전처럼 호젓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일부에는 옛 농촌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 정자를 지날 때는 노인네들이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본다. 때로는 막걸리병이 놓여 있기도 하다. 비위가 좋다면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지만 늘 못 본 척 지나치기만 한다. 뒤통수에 여러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우리 텃밭 작..

사진속일상 2023.09.03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

더위를 피해 오전 일찍 도서관에 다녀오다. 도서관은 청량한 매미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실내는 냉방이 잘 되어 엄청 쾌적하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사람들도 드문드문이고 한적하다. 피서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다. 그러나 나는 책을 빌린 뒤 이내 나온다. 아무래도 집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매미 소리에 끌려 나무 사이를 살피니 매미 한 마리 한창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중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위협을 느꼈는지 노래를 멈춘다. 얼른 사진만 찍고 자리를 피해주다. 더워서 그런지 밖에 나선 사람들이 적다. 요사이 우리 고장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 정도다. 저녁이 되면 28도 아래로 떨어진다. 아마 도시 한가운데라면 열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교외 지역에 사는 장점 중 하나다. 오가는 길에 배롱나무꽃이 불붙..

사진속일상 2023.08.06

물빛공원 장미(2023)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장미의 달이기도 하다. 온갖 품종의 장미가 서로 자태를 뽐내며 화려하게 꽃피는 때가 지금이다. 전국에서는 장미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올림픽공원, 서울대공원, 중랑천 장미가 규모가 크면서 유명하다. 이름이 나면 당연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번잡하다. 우리 동네 물빛공원에 있는 작은 장미 터널이다. 아담한 소규모여서 한적하니 좋다. 대단한 볼거리가 아니니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물다. 공원을 걷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5월이 주는 선물이다. 나에게는 요란한 행사장보다 이런 소박한 장소가 더 낫다. 살펴보면 사는 곳이 어디든지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내 주변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다.

꽃들의향기 2023.05.24

동네 등꽃

차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 등꽃 명소가 있다.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러다가 등꽃이 지면 아쉬워할 게다. 다른 인생사와 마찬가지다. 집 가까이서도 등꽃을 볼 수 있다. 동네 산책 중에 만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한다. 여기는 야생 상태로 자라는 등나무다. 이 나무 앞에 서면 봄은 보라색이다. 그런데 올해는 색깔이 좀 시무룩하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식물이다. 등나무가 얼마나 힘이 세고 질긴지 잘못 등나무와 인연을 맺으면 자리를 내준 나무는 죽을 지경이 된다. 사람 세상에서도 이런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식물 세계든 인간 세계든 마음 편하게 살자면 우선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다. 세상살이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등꽃을 ..

꽃들의향기 2023.05.05

근린공원 철쭉

진달래, 벚꽃이 지고 철쭉의 계절이 찾아왔다. 어딜 가나 화려한 색깔의 철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인적으로는 철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요란하게 화장을 한 여인네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나는 작고 소박해서 눈에 뜨일락말락한 꽃에 끌린다. 동네 근린공원에도 경사면에 심어진 철쭉밭이 있다. 조성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가까이서 철쭉 군락을 볼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다. 철쭉은 이렇듯 무리지어 피어있어야 볼 만하다. 멀리서 보면 꽃주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철쭉과 연산홍을 구분하는 것에 아직 자신이 없다. 내가 소싯적에 동네 산에서 만난 철쭉은 - 당시는 철쭉이라 하지 않고 진달래라 불렀고, 진달래는 참꽃이라 했다 - 아래 사진처럼 연분홍 색깔이었다. 워낙 뇌리에 강하게 남..

꽃들의향기 2023.04.22

동네 봄꽃 산책

어제 비 내린 뒤 대기가 깨끗해지면서 화창한 봄날이 열렸다. 그간 궂은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환한 햇살이 반짝이는 날씨다. 아침 식사를 하고 동네 봄꽃 산책을 나선다. 동네 뒤편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복사꽃이 화사하다. 어느 집 정원에 핀 겹벚꽃이 눈길을 끈다. 마침 집 현관을 나오는 주인에게 양해를 얻고 들어가 나무 가까이에서 꽃을 감상하다. 눈부시게 고운 색깔이다. 정확한 이름은 왕겹벚꽃이라고 알려준다. 옆에 진홍색 꽃이 있어 물어보니 복숭아와 벚나무를 접 붙인 나무라고 한다. 사실인지 의아할 정도로 둘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꽃이다. 집에 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만첩홍도(꽃복숭아)인 것 같다. 이건 꽃사과겠지. 꽃잔디 색깔도 화려하고, 향기에 이끌려 가 보니 수수꽃다리가 ..

사진속일상 2023.04.19

동네 공원 벚꽃과 옛 친구

양재에 나갔다 오는 길에 동네 공원에 들러보았다. 어느새 벚꽃이 활짝 폈다. 올해는 봄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빠르다더니 벚꽃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남도에 상륙한 봄기운이 고속열차를 타고 북상했다. 지구의 호흡이 가빠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저녁에는 56년 만에 연락이 된 옛 친구 J와 통화를 했다. J와는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였다. 중학생 때는 같은 반이 아니어서 가까이 지내지는 못했지만 하굣길이 같아서 가끔 동행했다. 걷는 길이 한 시간 넘게 걸렸으니 그 사이에 장난도 치고 많은 얘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J는 그때부터 기독교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하는 얘기를 신기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J가 무척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뒤에 J는 목사가 되었고 국내에서 목회를 하다가 그리..

사진속일상 2023.03.31

우리 동네 다운타운

영어의 '다운타운(downtown)'은 시내의 중심 지역을 뜻한다. '다운(down)'으로 연상되는 의미와는 다르다. 영어를 배우고 나서 나는 다운타운을 오랫동안 헷갈렸다. 다운타운을 생활 수준이 한 수 아래인 달동네로 착각한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잘못된 해석으로 오답을 적은 적도 있었다. 점수를 잃고나서야 제대로 개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시내에 나가자면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말 그대로 '다운(down)' 타운이다. 미국에서도 시내 외곽에 위치한 주거 지역이 대체로 고도가 높다 보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에 와서야 실감한다. 우리 동네 다운타운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스카이라인이 계속 바뀌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다가 해제된 탓인지 고층 아..

사진속일상 2022.12.03

우리 동네를 물들인 가을 색깔

경안천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다가 동네 단풍에 홀려서 가야 할 곳을 잊어버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내 곁의 단풍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가을 색깔에 취해서 아파트 단지를 놀멍쉬멍 돌아보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주한 지 십 년이 넘었으니 단지 안 나무들도 어느 정도 무성해졌다. 이곳 나무들은 사계절 중에서 이맘때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각자의 색깔로 성장(盛裝)한 청년기의 매력이 넘쳐나는 나무들이다. 감탄사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이 가을이 어느 누구에게는 가장 슬픈 색깔이 될지 모른다. 희희낙락하는 뒤편 그늘에는 울음조차 사치스러운 아픔이 있다. 세상의 비극은 가없이 깊은데, 가을빛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사진속일상 2022.10.31

시청까지 걸어서 왕복하다

시청에 볼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한 번 걸어서 가보고 싶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직선거리로 3km지만 시끄러운 차도를 따라 걸을 수는 없고 우회를 해야 하므로 실제 걷는 거리는 4km가량 되었다. 오가는 길에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이미 한참 전에 공식적인 노인이 되었지만 '노인 복지관' 시설을 이용해 보지는 않았다.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지원해도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들어가 보았더니 내부는 깔끔했고 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둑 대국실도 환경이 괜찮았다. 심심할 때 여기 와서 바둑 한 판 두어볼까? 송정동은 도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10만 평에 이르는 넓은 구역이다. 한쪽에서는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고, 이곳 빈 터에는 단..

사진속일상 2022.10.05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가을 코스모스를 보면 아련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미루나무가 도열한 신작로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집에서 학교로 오가는 길이 둘 있었지만, 가을이면 아이들 발걸음은 저절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신작로로 들어섰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먼지를 날려도 상관없었다. 코스모스 꽃을 따서 책보를 장식하기도 하고, 동무 옷에 압착시켜 무늬를 새기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꽃을 날리면 코스모스는 헬리콥터 날개 마냥 돌면서 강물에 떨어졌다. 강물 따라 흘러 내려간 코스모스는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동네 산자락에 코스모스 길이 있다. 좁은 오솔길 양편으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질서 있게 가꾼 도시 공원의 코스모스와는 다른 분위기로 자연..

꽃들의향기 2022.09.24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다

뒷산 동쪽 구역에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넓이가 35만㎡나 되는 큰 공원이다. 그동안 시민의 휴식처가 없었는데 이제 제대로 된 공원이 생기는 셈이다. 공사 현장에 가 보니 산허리를 지나는 통행로가 나 있고, 시설이 들어설 부지 조성도 하고 있다. 자연 보존과 개발은 늘 딜레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을 만들자면 일정 부분 자연 훼손은 피할 길이 없다. 이 공원을 만드는 데도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70%가 넘어서 새로 개발하는 곳은 대부분 산림 파괴를 수반한다. 나 역시 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반기지만, 맨흙이 드러난 공사 현장을 보는 마음은 심란하다. 산 능선의 등산로도 사라졌다. 자주 쉬던 벤치가 전에 길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산 가운데로 진입하는 터..

사진속일상 2022.09.09

열흘만에 외출하다

코로나로 감방살이를 하다가 열흘만에 탈출하다. 동네 산책을 하며 콧구멍에 바람을 쐬다. 그동안 너무 누워 지내서 허리가 아프고 머리도 띵 하다. 이 무기력증은 코로나 뒤끝이기보다 너무 몸을 안 움직인 결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책을 읽지도 못하고 블로그에 글을 적지도 못했다.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 과정을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은 개체적이지만 또한 보편적이다. 위대한 사람의 일기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리라. 죽을 때까지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몇 사람을 알고 있다. 그중 한 분은 암 투병의 고통 중에서도 글을 올리며 정신 승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나는 코로나 따위에 일상이 망가졌다. 훗날에 대한 자신..

사진속일상 2022.08.14

동네 산책 한 시간

막바지 장마가 며칠간 소강상태다. 잔뜩 흐린 날씨지만 센 비는 내리지 않는다. 가끔 먹구름이 지나가며 몇 방울 후드득 떨어지는 정도다. 낮시간에 동네를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뒷산에 가는 것은 성가신 산모기들 때문에 꺼려진다. 동네길에서도 집요하게 달라붙는 모기 때문에 연신 손수건을 휘둘러야 했다. 모기는 느긋하게 산책하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얄미운 여름 모기다. 동네 뒤에 가면 산그리메도 볼 수 있다. 태화산까지 여러 봉우리가 겹쳐 보인다. 집 부근 두 군데에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돌아오는 길에 텃밭에 들러 토마토를 따가지고 왔다. 올해는 토마토를 사 먹지 않아도 된다. 매일 서너 개씩 수확이 나오니 항상 싱싱한 토마토를 먹는다. 다만 빨간 토마토는 새들이 쪼아 먹어서 완숙이 되기 전에..

사진속일상 2022.07.20

뒷산과 시내 야경

며칠간 바람 불고 비 흩뿌리며 봄날이 궂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였다. 아침을 먹고 상쾌하게 뒷산에 오르다. 식사를 하고 바로 나와선지 오르막 산길에서 몸이 무겁다. 한창 초록색 옷으로 단장 중인 뒷산은 봄 향기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에 아직 산벚꽃이 남아 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코로나 시절이 되면서 산길 인사가 줄어들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이런 날의 산길 걷기는 마냥 설레고 행복하다. 저녁에는 시내에 나간 길에 S22의 야경 테스트를 해 보았다. S22 카메라의 특장 중 하나가 야경 사진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장면에 따라 노이즈가 눈에 거슬리는 사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ISO가 굉장히 올라가고 셔터 타임이 느려질 텐데 이 정도..

사진속일상 2022.04.16

추석날 동네 산책

추석이지만 연 이태째 고향에 못 내려갔다.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는데 지금 내 사정이 그러하다. 교통 정체를 안 겪고 번거로운 만남이 생략되니 몸은 편해도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쓸쓸한 추석 명절이다. 오전까지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자 짙은 구름이 사라지고 밝은 가을 하늘이 열렸다. 비 내리다가 맑아지고, 맑다가 다시 흐려지고, 하는 것은 인생사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시름을 잊으려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집 앞 공터에 이제서야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다. 뜸 들인지 10년 만이다. 이 동네에 이사온 뒤로 아파트가 엄청 많이 들어서고 있다. 전에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아파트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 해제된 모양이다. 경기광주역 주변의 역세권 개발로..

사진속일상 2021.09.22

8월의 애기장미

동네를 산책하는 재미 중 하나는 장미를 만나는 일이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인 8월 하순, 그런데도 마을 골목길의 장미는 여전히 붉고 환하다. 줄기에서는 새로운 꽃봉오리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을이 되어도 이 붉은 장미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리라. 무슨 품종인지 모르지만 자그마한 이 장미에 나는 '애기장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귀엽고 앙증스러워 뽀뽀라도 해 주고 싶다. 이 장미가 있는 집은 작고 아담한 농가다. 집 앞 세 평 정도 되는 마당에는 꽃밭이 있고, 집 둘레로 장미가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 주인 얼굴은 보지 못했다. 꽃처럼 마음씨가 고운 분이리라 믿는다. 나도 마당 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애기장미를 키워보고 싶다. 그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가능할지 실험을 ..

꽃들의향기 2021.08.27

동네 여름꽃

오후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갑자가 쏟아지는 소나기를 두 차례 만났다. 우산을 써도 잠깐 동안에 온 몸이 다 젖었다. 그렇더라도 여름 소나기는 반갑다. 후덥지근한 대기가 한순간에 청량한 기운으로 바뀐다. 따가운 여름 햇살에 목말랐던 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범부채 △ 나무수국 △ 원추리 △ 참나리 △ 털여뀌 △ 자귀나무 △ 능소화 △ 해바라기 △ 메꽃 △ 장미 △ 채송화

꽃들의향기 2021.07.20

동네 장미

블로그에 꽃 사진을 못 올린 지 두 달 가까이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18년이 되는데 이렇게 뜸했던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지금은 봄으로 풍성한 꽃의 계절이 아닌가. 그만큼 꽃구경하기 위해 바깥출입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활짝 핀 장미를 보았다. 매년 같은 곳에서 보는 장미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I see you)."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인사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본다(see)'는 겉모습이 아니라 상대의 내면을 보고 만난다는 뜻이다. 동시에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네팔의 인사말인 '나마스떼'와 비슷하다. 내가 장미를 본다고 할 때,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보는' 것일까? 눈 뜬 장님이 무엇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지 염치 없는 짓이 아닌..

꽃들의향기 2021.05.30

가볍게 동네 산책

대상포진이 정점을 지나고 이제 잦아들고 있다. 병원 왕래를 제외한다면 아흐레 만에 동네 외출하다. 어느새 눈이 부실 정도로 봄은 한껏 부풀어 있다. "파랑파랑한 하늘과 초록초록한 땅", 오늘은 색깔을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로 쓰고 싶다. 이 계절을 왜 '봄'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가까운 주변에도 이렇게 신기한 볼거리가 많지 않은가. 느릿느릿 걷다가 앉을 데가 있으면 쉰다. 공기는 어디선가 묻어오는 향기로 달콤하다. 관목 숲에서는 지저귀는 새소리가 정겹다. 숲의 수다꾼인 직박두리들이다. 나뭇잎이 많아져서 새 보기가 점점 어렵다. 오늘은 고작 물까치 서너 마리와 눈 맞춤한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 아둔한 나는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깨우치곤 한다.

사진속일상 2021.04.26

우리 동네에도 찾아온 봄

멀리서 전해오는 꽃소식만 들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봄이 찾아왔다. 여기는 서울보다 위도가 낮지만 기온은 이삼 도 정도 낮은 지역이다. 봄이 늦게 찾아온다. 며칠 만에 밖에 나섰더니 집 주변은 꽃들로 환하다. 언제 이렇게 폭발하듯 나타났는지 신기하다. 봄까치꽃, 제비꽃, 산수유, 매화, 민들레를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만났다.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풀이다. 이름이 민망하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른다. 전해지는 이름에는 나름의 이유와 정서가 녹아 있는데 쉽게 바꾸는 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불알풀은 일본명을 직역한 것이라 변경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

꽃들의향기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