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5

나의 아저씨

2018년에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했다. 다 보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을 찍어내는 장면이 많은 휴먼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이선균과 아이유의 연기가 빛났다. 이선균은 작년에 세상을 떠나 보는 내내 안타까웠고, 가수 아이유는 이렇게 재주가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그녀의 냉소적이며 시크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두 연기자에게 홀딱 반했다. 겉으로 보면 남 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 부장인 박동훈(이선균 분)과 밑바닥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이지안(아이유 분)이 서로를 보듬고 힘이 되어 주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다. 드라마에서는 인간사의 온갖 사연이 잘 어우러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고되고 힘들지 않..

읽고본느낌 2024.11.30

그 땅에는 신이 없다

오랜만에 서부극을 봤다. 'GODLESS[그 땅에는 신이 없다]'라는 미국 드라마다. 7부작이지만 러닝타임이 길어 다른 드라마라면 10회 가까이 되는 양이다. 무대는 19세기 후반 라벨이라는 광산 마을이다. 광산 사고로 남성 대부분이 죽어서 마을에는 여자들만 사는데, 이 여자들과 악당들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남성 영웅이 등장하는 전통적인 서부영화와 달리 여성이 주역으로 나오는 점이 흥미롭다. 무법자 프랭크을 두목으로 한 30여 명의 무리는 서부의 마을들을 약탈하며 무차별적인 살육을 벌인다. 프랭크에 반기를 든 로이 구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라벨 마을이 공격받게 되고 드라마의 마지막에 선과 악을 상징하는 대결인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무엇보다 멋진 촬영 솜씨에 있지 않나 싶다. ..

읽고본느낌 2024.09.25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대학생 때 파동 수업을 들을 때로 기억한다. 교수님이 이렇게 물었다."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면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우리는 왈가왈부하면서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곧 이 질문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관점을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8부작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봤다. 제목만으로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위의 질문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동시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50여 년 전에 강의실에서 받은 질문을 똑 같이 드라마에서 만날 줄이야. 드라마는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우연히 마주한 사건으로 인해 모텔 주인의 삶은 풍비박산이 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대처 방식을 다루는 드라마다. 누군..

길위의단상 2024.09.06

삼체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흥미롭게 본 SF 8부작 드라마다. 초반에 나오는 1960년대의 중국 문화대혁명 묘사가 압도적이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되었다. 칭화대 물리학 교수가 상대성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인민재판을 받고 처형되는 장면인데 끔찍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딸이 결국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삼체(三體, 3 Body Problem)'란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항성이 셋인 시스템을 뜻한다. 이곳에서 문명을 발전시킨 삼체인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지구로 향한다. 드라마에 보여진 것으로는 엄청난 기술을 가진 초고도 문명이다. 특히 양성자를 펼쳐 만든 '지자(智者, Sophon)'로 지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설정은 압권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까..

읽고본느낌 2024.03.26

브레이킹 배드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시리즈 5까지 62회로 된 미국 드라마다. 10여 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이번에 작심하고 보게 되었다. 한 회를 50분으로 잡으면 전체가 30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만둘까도 했는데 그때까지의 시간 투자가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갔다. 후반부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아슬아슬하면서 예상 밖의 장면이 자주 나와 다음 회를 클릭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다 보는데 삼 주 가량 걸렸다. 고등학교 화학교사인 월터는 폐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당장 치료비도 걱정이다. 더구나 아들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월터는 자신이 죽은 뒤 가족..

읽고본느낌 2024.03.03

성난 사람들

지난달에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했다. 10부작으로 된 이 드라마는 한국계 배우가 다수 참여했고,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양인의 삶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였다. 호기심이 생긴 차에 넷플릭스에서 이틀에 걸쳐 몰아봤다. 미국 문화가 낯설어선지 껄끄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다.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서는 주로 성공한 교포의 삶이 소개되지만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은 주목하지 않는다. '성난 사람들'은 약자로서의 동양인의 심리에 내재한 불만과 트라우마를 잘 드러냈다고 본다. '성이 났다'는 것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틀 안에서 생기는 심리적 원인이 있다..

읽고본느낌 2024.02.08

더 크라운 & 더 퀸 & 스펜서

어제 찰스 3세가 영국 국왕에 오르는 대관식 행사가 있었다. 70대의 찰스 3세는 전임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워낙 장수하는 바람에 왕세자에 오른 지 65년 만에 왕위에 올랐다. 말썽 많았던 커밀라도 왕비가 되었다. 찰스 3세는 1981년에 다이애나와 결혼했으나 커밀라와의 불륜 관계로 이혼했고, 그 뒤 다이애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셋이 떠오른다. '더 크라운', '더 퀸', '스펜서'다. 본 지 꽤 되었지만 기억을 되살려본다. 1. 더 크라운 영국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다. 2016년에 시즌 1을 시작으로 작년에 시즌 5가 나왔다. 총 50부작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보는 데 나는 3년이 걸렸다. 엘리자베스 2세는 2..

읽고본느낌 2023.05.07

위기의 민주주의

2019년에 제작된 브라질 정치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넷플릭스에 올려져 있다. 2002년에 룰라가 군사 독재를 물아내고 브라질의 대통령이 된 때로부터, 룰라의 후계자였던 지우미가 탄핵되고 부패 스캔들로 룰라가 구속된 2018년의 상황까지를 다룬다.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과 겹쳐보이면서 먼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았다. 브라질은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룰라가 세 번째로 당선되었지만 극우인 보우소나루와는 1.8% 차이였다. 보우소나루의 극력 지지층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최근에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식이면 룰라가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파 기득권층이 다시 어떤 음모를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치 구조상 안정을 찾기는 쉽지..

읽고본느낌 2023.03.23

나는 신이다

MBC가 만들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총 8부작으로 JMS를 비롯해 네 집단을 다루고 있다. - JMS, 신의 신부들 -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 만민중앙교회, 만민의 신이 된 남자 이미 공개되었던 내용들이라 새로운 것은 없지만 공중파에서 담지 못한 수위가 높은 장면 때문에 사람들에게 준 충격이 큰 것 같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효과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아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교주들이 처벌을 받았거나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도들이 따르고 떵떵거리며 산다는 점이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비해 뒤처리는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단이냐 아니냐는 기존의 정통 교리..

읽고본느낌 2023.03.12

나의 해방일지

지인이 추천해줘서 다시보기로 닷새 동안 몰아서 본 드라마다. 16회분으로 올봄에 jtbc에서 방송되었다.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의 키워드는 '추앙'과 '환대'인데 이 단어들 자체가 낯설고 생경해서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부분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정과 구씨 관계는 끝까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뭐, 애매한 것은 애매한 채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환대'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화의 세계라면 가능하겠지만. 지지난주에 어느 모임에서 MZ세대의 의식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요사이 젊은이들의 고민과 삶을 알고 싶으면 '나의 해방일지'를 보라고 한 분이 말해줬다. 경기도 산본에 살면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삼남매의 애환과 꿈, 사랑이..

읽고본느낌 2022.07.09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

종교에 빠지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이성이 마비되고 너무나 쉽게 맹신의 늪에 떨어진다. 사악한 종교 지도자는 이런 인간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한다. 유사 이래 종교의 탈을 쓴 이런 집단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인간의 마을을 파괴해 왔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은 최근에 넷플렉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961년 칠레에 독일인들 수백 명이 이주해 와서 신앙 공동체(콜로니아 디그니다드)를 만든다. 우두머리는 파울 셰퍼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출신이다. 전후의 황폐한 시기에 기독교 리더로 등장해 활동하다가 소아 추행에 관련되어 추방 당하자 추종자를 이끌고 칠레에 정착한 것이다. 콜로니아 디그니다..

읽고본느낌 2021.10.18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워낙 핫한 드라마라 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데스 서바이벌 게임이라 사람이 너무 많이 죽고 섬찟한 장면도 자주 나온다. 456명이 게임에 참가하여 마지막 승자가 456억을 가져간다. 누가 이런 잔인한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지는 드라마 끝에 나온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다음 회를 계속 보게 되는 마력이 있는 드라마다. 단순한 킬링 타임용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대의 빈부 문제를 다룬 주제 의식도 돋보인다. 천민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우리나라라서 이런 드라마가 실감 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진 참가..

읽고본느낌 2021.09.28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났다. 며칠 전에 그라운드 제로에서 추도식이 열리는 뉴스를 봤다. 21세기에 접어들자마자 발생한 이 미증유의 테러로 미국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여객기가 무역센터에 충돌하고 이어서 건물이 붕괴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모골이 송연하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나온 다큐멘터리 드라마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Turning Point: 9/11 and the War on Terror)'은 테러가 일어난 배경과 미국의 보복 과정을 복기하듯 보여준다. 사건에 관여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9/11과 이후 경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실성 높은 다큐멘터리다. 발단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다. 미국은 반..

읽고본느낌 2021.09.16

마지막 차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와 가족의 몰락을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황실 가족은 유폐되었다가 일곱 가족이 동시에 처형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마지막 차르'는 니콜라이 2세가 알렉산드라와 결혼하고 차르로 즉위하는 1894년부터 마지막 때인 1918년까지의 이야기다. 워낙 격변기였는 데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아 6부작이 짧을 정도로 몰입해 봤다. 역사학자의 고증을 통해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한 점도 좋았다. 니콜라이 2세는 사람은 좋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능한 황제로 나온다. 거기에 황후마저 요승 라스푸틴에 빠져 가족의 안위만 살필 뿐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하느라 황제가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황후..

읽고본느낌 2021.07.28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1980년대 후반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내 책장에도 그때 사서 읽었던 오쇼 책이 10여 권 꽂혀 있다. 기성 종교나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던 사람들이 오쇼에 심취했다.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화려한 필체에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뭔가가 있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넷플릭스에서 만든 6부작 다큐멘터리다. 1981년에 오쇼는 인도 아쉬람을 정리하고 미국 오리건주 앤털로프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오쇼의 비서였던 쉴라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공동체 실험의 시작부터, 주민과의 갈등으로 실패해서 1985년에 철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쉴라를 비롯해서 그때의 운동에 함..

읽고본느낌 2021.07.15

나이트폴

대상포진에 걸려 집에 있으면서 본 넷플릭스 드라마다. 시즌 2까지 총 18편으로 되어 있다. 시대 배경은 14세기 초의 프랑스로 템플 기사단을 다루고 있다. 제목인 '나이트폴(KNIGHTFALL)'은 드라마 내용으로 볼 때 '기사단의 몰락'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템플 기사단은 예루살렘 성지 수호와 순례자 보호를 위해 12세기 때 만들어진 무장 조직이다. 이슬람 세력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유럽으로 돌아와서는 종교적 권위와 세속의 부를 쌓으면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왕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당시 프랑스는 미남왕이라 불린 필리프 4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템플 기사단과 상부상조하는 관계였으나 나중에는 적대적이 되고 결국에는 기사단을 해체시킨다. 이 과정에서 온갖 음모와 배신, ..

읽고본느낌 2021.04.27

블랙 미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전체가 19편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SF는 먼 미래를 다루어서 황당한 내용이 많지만 '블랙 미러'는 몇 년 뒤의 세상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현재에서 조금만 더 기술이 발전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들이다. 두 달 전쯤에 본 것이지만 상당히 재미있었고, 일부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몇 편 있다. 하나는 '아크 엔젤'이다. 어린 딸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한 어머니가 딸의 머리에 칩을 이식한다. 그러면 집에서 컴퓨터로 위치뿐 아니라 아이가 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밖에서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확인 가능하다. 심지어는 스트레스 필터를 통해 아이의 시각도 통제한다. 위..

읽고본느낌 2021.03.10

오스만 제국의 꿈

6편으로 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다룬 이야기다. 술탄 메흐메드 2세는 1453년 4월 5일에 공격을 시작해서 55일 만인 5월 29일에 성채를 넘는다. 당시 상황을 보면 콘스탄티노플은 이미 오스만 제국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점령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콘스탄티노플은 1천 년을 버틴 난공불락의 요새로 쉽사리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오스만 제국의 꿈'은 메흐메드를 중심으로 콘스탄티노플 함락의 전말을 다룬다. 메흐메드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19살에 술탄에 올랐다. 어린 술탄은 선왕의 신하들과 힘겨루기에서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목표로 선언하고 국력을 쏟아붇는다. 실패하면 술탄의 지위를 빼앗길 수도 있는 모..

읽고본느낌 2021.01.18

로마 제국

로마 제국의 세 황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부는 칼리굴라, 2부는 카이사르, 3부는 코모두스가 주인공인데, 각 부는 여섯 편으로 되어 있다. 거대한 로마 제국에서 권력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이 다큐멘터리는 잘 보여준다. 칼리굴라나 코모두스 같은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황제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측근이나 심지어는 형제에게마저 배신당하는 환경에서 폭군으로 변해간다. 처음부터 광기가 있었다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황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카이사르가 한 일을 보면 과연 영웅의 칭호를 들을 만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를 봐도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만 너무 야망이 커서 문제였다. 실라리우스 전투, 갈리아 정..

읽고본느낌 2020.12.28

스카이 캐슬

'스카이 캐슬'이 방영되던 2년 전에 친구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다룬 내용이라면서 꼭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그때는 TV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이 커서 코웃음 치며 흘려넘겼다. 이번에는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이 드라마를 보고 몰아보기를 했다. 예상외로 흡인력이 강하고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드라마에 빠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한때 이 드라마의 무대가 된 강남의 어느 명문 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 학교에 간지 이태째 되던 해에 어쩌다 담임을 맡았다가 정말로 죽을 고생을 했다. 강남 학부모와 아이들의 생태를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경험을 했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내가 있을 때 그 학교에서 암에 걸린 교사가 여럿 나왔고, 친한 동료는 몇 달 ..

읽고본느낌 2020.12.19

퀸스 갬빗

'메시아'와 '빨간 머리 앤'에 이어 세 번째로 본 넷플릭스 드라마다. 요사이 넷플릭스 때문에 드라마의 재미에 푹 빠졌다. TV의 영향이겠지만 '막장'이라는 선입견으로 드라마를 외면했는데, 잘 만든 드라마는 영화 이상의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인간의 성장기를 다루는 내용은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은 체스의 천재인 고아 소녀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7부작의 인생 드라마다. 제목으로 쓰인 '퀸스 갬빗'은 체스 용어라고 한다. '갬빗(gambit)'은 사전에서 찾아보니 '체스에서 기선을 제압하려고 폰을 희생시키는 초반의 수'라고 나와 있다. 주인공이 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함축한 의미가 들어 있는 것 ..

읽고본느낌 2020.12.08

빨간 머리 앤

코로나로 집에서 칩거하면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본 캐나다 드라마다. 시즌 3까지 27부작으로 되어 있다. 모두 보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1908년에 나온 몽고메리 소설의 원제는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인데,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Anne with an E'다. 앤이 자기를 소개하면서 한 말인데 앤의 성격을 잘 드러낸 제목인 것 같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드라마가 원작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무척 재미있게 봤다. 뒤에 소설을 읽으면 오히려 감흥이 깨어질까 두렵다. 드라마의 배경은 19세기 후반의 캐나다 동부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이다. 이 섬에서 쓸쓸히 살아가는 마릴라와 매슈 남매가 사는 초록 지붕 집에 앤이 들어오면서 얘기가 시작..

읽고본느낌 2020.12.01

메시아

10부작의 미국 드라마다. 2천 년 전의 역사적 예수가 현대에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관점에서 흥미 있게 보았다.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이 사람이 메시아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마 당시 예수도 그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 사람 이름은 알마시히다. 이란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전쟁의 포화 속에 휩싸인 시리아에 나타나 모래폭풍을 일으켜 IS를 격퇴한다. 이슬람과 기독교를 아우르는 구세주인 셈이다. 미국 CIA에서는 이 독특한 인물을 추적하며 정체를 밝히려 한다. 알마시히는 돌연 미국으로 가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워낙 화제를 모으다 보니 미국 대통령과도 면담하게 된다. 알마시히는 여러 기적을 행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워싱턴에서 물 위를 걷는 기적이다. 많은 사람 앞에..

읽고본느낌 2020.08.10

연속극 유감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TV는 연속극을 너무 많이 방송하는 것 같다. 그것도 황금시간대에 주로 편성이 되어 있다. 수요가 있으니까 방송을 하겠지만 나같이 연속극을 보지 않는 사람은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기분이다. 한류 열풍의 일등공신이 드라마니 무조건 나무랄 일도 아니나, 아무래도 입맛이 쓴 건 사실이다.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는 건 넋을 놓고 연속극에 빠지는 현상을 나무란 것이다. 연속극 보는 걸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책을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한심해진다. 한국인의 지적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는데 연속극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나이 들면 비슷해진다는 농담도 있다. 사람들의 TV 연속극에 대한 몰두가 불가사의하다. 막장이라고 욕..

길위의단상 2014.05.12

추노

TV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데 ‘추노’는 예외였다. ‘추노’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지인 중 한 사람이 이 드라마를 강력 추천해서 늦어서야 보게 되었다. 마침 쿡 TV에 가입되어 있어 프로그램 다시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아무 시간에나 찾아서 볼 수 있었다. 총 24편인데 지난 두 주일동안은 퇴근하면 이 드라마를 보는 게 일이었다. 추노(推奴)는 조선시대 때 도망친 노비를 수색하여 체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시대는 병자호란이 끝나고 청에서 볼모로 잡혀 있던 소현세자가 돌아와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인데, 추노꾼 대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여느 사극과 달리 고단한 민초들의 삶을 중심으로 하면서 새 세상을 꿈꾸는 인간들의 희망과 좌절을 그렸다. 특히 인간 대우를 받지 못했던 노비들을 비롯한 ..

읽고본느낌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