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44

신의 연주에 끼어들지 말라니까

"농담 하나 듣겠나. 아인슈타인이 죽고나서 눈을 떠보니 천국이었지. 자기 바이올린도 있었어. 그는 기뻤지. 바이올린을 사랑했거든. 물리학보다 여자보다 더. 천국에서 연주 실력은 어떨지 알아보고 싶었어. 바이올린을 조율하는데 천사들이 급히 그에게 왔어.- 뭐하는 건가?- 연주하려고요.- 관두게. 신께서 싫어하실 거야. 색소폰 연주자시거든.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멈췄어. 그런데 높은 곳에서 색소폰 연주가 들려와. 아인슈타인은 생각했지. 신과 함께 연주하겠어. 우리 합주는 근사할 거야. 그러고는 그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색소폰 연주가 멈추고 신이 나타났어. 신은 아인슈타인에게 다가와 사타구니를 뻥 찼어.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바이올린도 박살났지. 아인슈타인이 바닥에 누워 몸부림치는데 천사가 와서 말했지.- 우..

참살이의꿈 2024.05.26

축소되는 세계

2050년이 되면 세계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07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감소하는 변곡점에 도달한다. 거기에 기후 변화, 기술 발전, 정치 불안정 등의 요소가 더해진다. 가장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일 것이다. 미국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가 쓴 는 줄어드는 인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한 책이다. 도시 전문가여서 그런지 '축소도시' 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이 책을 본 것은 우리의 근미래가 궁금해서였다. 인구 감소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시차가 있을 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로 인한 주..

읽고본느낌 2024.03.27

0.72

작년(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발표되었다. 역대 최저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값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것도 1보다 한참 밑이다. 작년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23만 명이었다. 2013년에 43만 명이였으니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부터 자연감소하기 시작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출산율이 2명은 되어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이런 출산율이라면 앞으로 인구 감소 경향은 가속화할 것이다.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그만큼 이 땅에서 살기가 팍팍하다는 뜻이다. 자식을 낳아 기를 엄두가 나지 않고, 살아..

길위의단상 2024.03.07

북극곰의 불안한 휴식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작은 해빙(海氷) 위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주관하는 사진전에서 '올해의 야생 사진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목은 '얼음 침대(Ice Bed)'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찍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3일간의 기다림 끝에 얼음덩이를 팔로 긁어내 기댈 곳을 마련한 뒤 잠이 든 북극곰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표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에게 해빙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과..

길위의단상 2024.02.28

새로운 가난이 온다

철학자인 김만권 선생이 쓴 책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선생은 제2 기계 시대로 부른다. 이전 시대의 증기나 전기 에너지에 의한 산업혁명을 하나로 묶어 제1 기계 시대라 하고, 디지털과 AI에 의한 혁명을 제2 기계 시대라 명칭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만큼 제1 기계시대와 구분되는 근본적이면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불안을 야기한다. 제2 기계 시대를 맞는 우리의 불안은 대체로 셋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 둘째, 기계가 마침내 우리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셋째,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가져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선생은 다가오는 시대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헤쳐나가자고 한다. 첫..

읽고본느낌 2024.02.14

인류의 여정

인류의 여정이라고 하면 대략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뒤 현재의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이 거대한 여정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 은 오데드 갤로어(Oded Galor)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여정을 풀이한다. 다루는 주요 주제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급격한 전기를 맞았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을 인류의 여정의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본다. 지은이가 그래프로 보여주는 건강이나 부, 교육 면에서의 변화는 이 시기에 와서 너무나 폭발적이다.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 같다. 그전까지 인류의 삶은 질적인 면에서 수천 년에 걸쳐서 대동소이했다. 기술 혁신이 있었더라도 생활수준이 향상되..

읽고본느낌 2023.08.22

더 브레인

몇 달 전에 읽은 의 여운이 남아 있다. 인간의 정신이나 의식, 무의식의 세계를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설명에 끌린다. 심리학자의 분석과는 방법이 다르지만 만나는 지점은 같을 것이다. 아직 뇌에 관한 인간의 지식은 초보 수준이다. 외부 세계의 질서나 작동 원리의 지식에 비해 정작 자신 안에 들어있는 - 어쩌면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 1.4kg의 두뇌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이 책 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이글먼이 썼다. 같은 제목의 TV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뇌과학의 입문서로 좋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한 친절한 설명과 사례가 돋보였다. 내용은 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았다. 에서도 인간 뇌의 특징으로 가소성(..

읽고본느낌 2023.07.08

어금니 깨물기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이다. 시인의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이 떠오른다. 시인의 사전에서 단어들이 영롱하게 꽃 피는 것을 감탄하며 바라봤었다. 그 뒤로 을 읽어봤으니 정작 시보다 산문을 더 많이 접한 셈이었다. 시인의 예민한 감성의 촉수가 내 무딘 마음을 간지리는 책들이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 자주 어금니를 깨물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어금니 깨물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 것 같다. 회복을 갈망해 온 울퉁불퉁한 시간들의 기록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 책에는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타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씨가 요란하지 않으면서 따스하게 그려져 있는 글들이다. 책 표지에는 시인 소개가 이렇게 되어 있다. "시인. 수없이 반복해서 지겹기도 했던 일들을 새로운 ..

읽고본느낌 2023.04.24

화성 한 달 살기

어젯밤 10시 33분에 있었던 스타십 시험 발사를 유튜브를 통해 지켜보았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아침 8시 33분이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가 마지막 30여 초를 남기고 중단되어 또 연기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몇 분 뒤 재개되었다. 스타십(Starship)은 화성으로 가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야심차게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추진체인 부스터와 우주선인 스타십의 2단으로 구성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높이가 120m에 달하며 추진력이 7,500t에 달하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크고 강하다. 우리나라의 누리호 추력이 300t이니 스타십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다. 스타십에는 승객 100명과 화물 100t 이상을 실을 수 있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이용하여 2050년까지 화성에 10..

길위의단상 2023.04.21

이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이문재

입학식이 따로 없고 자기 생일 아침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나라가 있습니다. 여덟 살짜리와 열두 살 짜기가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나라, 교과서가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돌려달라며, 등교를 거부하는 여학생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할머니와 직장인과 미혼모 여학생이 한집에 사는 나라 등록금을 나라에서 다 대주는 나라 달리기 시합 때 아이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골인하는 나라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앞세우는 나라 연간 입국 관광객 수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나라 군대 없는 나라 또한 한둘이 아닙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키우지도 않고 수입하지도 않는 나라 에너지를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는 나라 식량 자급을 위해 농업, 농촌, 농민을 존중하는 나라 새..

시읽는기쁨 2023.04.06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최근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각국 정부에 보내는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내용이 사뭇 심각하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기후 행동에 나서 않으면 기후 위기 임계점을 넘어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양동이에 물이 가득 차 한 방울의 물만 떨어져도 기후 위기라는 물이 넘쳐버리는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현재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10년 전보다 12% 증가했고,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과거 100년 동안 1.1℃ 상승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미 해수면 상승이나 극지의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는 기후..

읽고본느낌 2023.03.24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다

ChatGPT가 화제다. ChatGPT는 Open AI라서 회사에서 두 달 전에 공개한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이다. 단순한 검색 기능을 넘어서서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놀라운 점은 ChatGPT가 시나 에세이, 논문까지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ChatGPT에 연결하여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인간의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에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남을 볼 수 있었다. 가끔 부정확한 자료가 뜨기도 한다. 그러나 금방 나온 초기 버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ChatGPT에게 시를 하나 쓰게 해 보았다. 요청은 이렇게 했다. "일몰을 소재로 시를 하나 쓰고 싶어. 석양, 바다, 구름..

길위의단상 2023.02.06

SF 소설 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분량이 엄청나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6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이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져 책 읽는 대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의 감동이 크면 책을 사서 읽어볼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기대가 커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듄'은 10,000년 뒤의 우주를 무대를 한다. 인류는 거대한 은하 제국을 만들고 황제가 통치하면서 귀족 가문들이 각자의 행성을 다스린다. 꼭대기에 왕이 있고 성을 중심으로 봉건 군주들이 통치하던 중세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우주 전쟁도 성 뺏기 전투에 다름 아니다. 아트레이디스 가문은 본거지를 떠나 아라키스 행성으로 이주해 통치하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는다. 아라키스는 사막으로 되..

읽고본느낌 2021.12.08

블랙 미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전체가 19편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SF는 먼 미래를 다루어서 황당한 내용이 많지만 '블랙 미러'는 몇 년 뒤의 세상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현재에서 조금만 더 기술이 발전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들이다. 두 달 전쯤에 본 것이지만 상당히 재미있었고, 일부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몇 편 있다. 하나는 '아크 엔젤'이다. 어린 딸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한 어머니가 딸의 머리에 칩을 이식한다. 그러면 집에서 컴퓨터로 위치뿐 아니라 아이가 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밖에서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확인 가능하다. 심지어는 스트레스 필터를 통해 아이의 시각도 통제한다. 위..

읽고본느낌 2021.03.10

소셜 딜레마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나와 SNS의 실상과 폐해를 알려준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내용이었다. 내가 유튜브를 보게 된 건 몇 달 전부터다. 도올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는데,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이 플랫폼에 영상으로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포털보다는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유튜브를 열면 내 성향에 맞거나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제가 알아서 보여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에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사람은 어떤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반대로 그들은 문재인을 나라를 망치는 빨갱이라고 ..

읽고본느낌 2020.10.17

질긴 장마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 질긴 장마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중부 지방의 장마는 어제 8월 16일에야 끝났다. 6월 24일부터였으니 무려 54일간 지속한 최장기간 장마였다. 그전 기록은 2013년의 49일이었다(6.17~8.5). 또한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로 기록이 남게 됐다. 1987년 장마가 8월 10일에 끝났는데, 그때보다 무려 6일이나 더 오래 끌었다. 특히 7월 하순부터 장마 끝날 때까지는 거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내리 비가 내렸다. 땡볕 더위는 피했지만 후덥지근한 습도 높은 날씨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올 장마의 전국 누적 강수량은 920mm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질긴 장마와 비로 인한 피해도 컸다. 마치 전염병과 기상 이변은 연관되어 있다는 걸 하늘이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길위의단상 2020.08.17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를 구분하자는 얘기도 한다. 과연 그 정도일까?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궁금한 문제다. 과연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생길까? 인류가 개과천선해서 더 나은 대안적 삶을 찾을까? 이 정도가 아니라면 코로나로 세상이 바뀐다고 큰소리를 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회의적이다.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면 코로나19는 표피에 상처에 남긴 채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수년간 지속하며 우리를 괴롭히거나,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참살이의꿈 2020.04.19

머스크의 테러

어느 분이 얼마 전에 찍은 별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사진 가운데로 낙서를 한 것처럼 흰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분의 설명으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여러 대가 열을 지어 이동한 흔적이라고 했다. 사진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그분 입장에서는 '머스크의 테러'라고 부를 만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야심을 가진 사업가다. 그가 꿈꾸며 실행하는 스케일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 불허다. 그중 하나에 '스타링크 프로젝트(Starlink Project)'가 있다. 인공위성으로 세계 전역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프로젝트다. 2027년까지 지상 550km의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 12,000개를 올려서 사막이나 극지방 등 지구 어디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

길위의단상 2020.03.30

알파고 제로

'알파고 제로' 버전이 새로 나왔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해서 바둑 실력을 키웠다는 점이 기존의 알파고와 다르다. 이세돌과 커제와 대결했던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를 바탕으로 실력을 연마했다. 그런데 알파고 제로는 기존 지식을 완전히 배제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알고리즘 설계 때 입력된 바둑의 기초 규칙 외에는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자가 강화학습을 통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알파고 제로가 이전 알파고들을 모두 물리쳤다는 사실이다. 알파고 제로가 인간 기사를 넘어서는 데는 불과 70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파고 제로는 현존 최고 레벨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제는 인간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AI의 능력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무서워지는..

길위의단상 2017.10.20

호모 데우스

전작 가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는가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21세기 신기술과 만나게 되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한다. 인간은 상호주관적 실재를 믿는 능력으로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고,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시기가 도래했다. 이 책 에서는 인본주의 혁명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신이 사라진 자리의 빈 구멍을 메워준 것이 인본주의 종교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를 정복한 새로운 교리가 인본주의다. 중세에서는 모든 판단을 종교의 경전이 했다. 진리는 이미 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서 의미와 권위의 최고 원천은 자신의 내면이 되었다. 기아, 질병, 전쟁을 극복한 인류는 자유 인본주의 정신에 따라 자연스럽게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

읽고본느낌 2017.06.25

부자를 질투한다

요사이 부자들은 돈만 많은 게 아니라 교양미도 갖추었다. 전에는 졸부라고 비난하면서 정신적 우위를 자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 된다. 도리어 부자들이 예의를 갖출 줄 알고 겸손하다. 심지어 착하기까지 하다. 부자의 기준은 뭘까? 도시에 빌딩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고, 월 소득이 3천만 원 이상이 되면 부자 소리를 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되면 상위 1%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개발 시기에는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식한 사람이 돈벼락을 맞으면 꼴불견으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그런 행동에 돈 없는 사람은 정신적 자위를 한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부가 대물림하면서 자식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해외 유학은 필수다. 노는 물이 다른 것이다. 지적이나 정서적..

길위의단상 2017.06.09

진화하는 AI

알파고가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작년에 이세돌 프로를 눌러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강화 학습을 통해 실력이 몇 단계 더 향상된 2.0 버전이 되었다. 중국에서 세계 1위인 커제와 대결 중인데 기보를 보니 인간은 이제 상대가 안 된다. 작년까지는 알파고가 프로들 기보를 보면서 공부했는데, 이제는 자기 스스로 학습한다고 한다. 바둑에 관한 한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전해도 창의성에서는 인간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에는 생각했다. 바둑에서도 그랬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우주에 있는 원자 숫자보다 많다면서 컴퓨터는 도저히 그 모두를 계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선입견이 작년에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때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더 ..

길위의단상 2017.05.25

4:1

전혀 예상 못했다. 과연 컴퓨터가 얼마나 인간 수준에 육박했을까, 궁금한 정도였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4:1로 이긴 것이다. 체스는 몰라도 바둑은 안 된다고 누구나 말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무서웠고, 이세돌이 고전 끝에 첫 판을 항복했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저녁 야탑의 먹자골목에서 소주를 들이킨 건 바둑의 영역마저 기계에 내준 허전함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기계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인간의 창의성을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인간의 기보를 입력해서 학습한 알파고가 변칙수에 정확히 대응할 수 없으리라고 누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프로기사도 예상 못한 멋진 수를 두었고 결국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가장 확률이 높은 수..

길위의단상 2016.03.21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이 영화가 개봉될 때는 병상에 있었고, 그 뒤에는 메르스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삼갔기에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영화도 때를 잘못 만났는지 예상보다 일찍 간판을 내려서 최근에 작은 화면으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핵전쟁으로 지구는 종말을 맞고 표면은 사막으로 변했다. 군데군데 소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물과 기름을 차지하려고 끝없이 싸운다. 독재자 임모탄이 지배하는 왕국에서 여전사 퓨리오사가 탈출하면서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진다.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이다. 얼마나 스릴 넘치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액션 장면만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받을 만하다. 겉은 부수고 죽이고 하는 마초적인 영화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데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맥스..

읽고본느낌 2015.07.01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이런 종류의 책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맛있게 요리를 하느냐에 읽는 재미가 결정된다. 지은이의 손맛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진화에 관한 획기적인 발상이 나오기 어려운 시점에서 발굴된 화석과 자료를 가지고 흥미 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헤닝 엥겔른(Henning Engeln)이 쓴 는 인간의 기원에서 미래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친절한 설명서다. 따라서 책 역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7백만 년 전에 유인원에서 갈라져서 진화하고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류 발생사의 마지막 장면은 유전학, 언어학, 고고학의 조사 결과로 이젠 분명해졌다...

읽고본느낌 2014.11.29

인터스텔라

상영 시간 3시간의 대작 SF 영화다. 가슴 두근거리며 봤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황당무계하고 폭력적인 SF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 이론에 기반을 두면서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인류는 환경 파괴에 의한 재앙에 시달린다. 모래 폭풍이 지표면을 휩쓸고 옥수수 외에는 어떤 작물도 기를 수 없다. 당연히 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여느 영화의 스토리처럼 외계 행성 찾기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추진된다. 때마침 외계인이 토성 부근에 웜홀을 만들어주었다. 이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탐사대가 파견된다. 우주선이 웜홀로 진입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다. 웜홀을 통한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리학에서 밝혀졌다. 최초로 웜홀을 시각적으로 ..

읽고본느낌 2014.11.12

트랜센던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가능해진 미래를 다룬 SF 영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때를 '특이점', 또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트랜센던스'라 한다. 얼마 전에 를 읽었는데 책의 내용과 연관지어 보니 영화의 내용이 더 현실감이 났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언젠가는 우리를 이 공상 같은 세계로 이끌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초지능이 만드는 세상이 어떤지에 관심을 가지고 봤다. 중심이 되는 건 역시 나노봇이었는데 이들은 마술 같은 세상을 만들어 낸다. 파괴된 것은 금방 복구되고 손상된 인체도 완벽하게 복구한다. 질병 없는 영생이 가능한 것이다. 윌은 여러 가지 육체를 입고 등장하는데, 다른 사람의 뇌에도 들어가 하이브리드 인간을 만들어 마음대로 조종한다. 마술 같은 상황이..

읽고본느낌 2014.08.02

특이점이 온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도 그만큼 충격적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만큼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도 드물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진화가 인류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특이점이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말한다. 블랙홀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물질과 에너지를 끌어당기며 그 패턴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특이점은 생물학적 사고 및 존재와 기술이 융합해 이룬 절정으로서, 생물학적 근원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특이점이 임박한 시기에 ..

읽고본느낌 2014.07.28

행복의 역습

미국 의사가 쓴 이 시대를 경고하는 책이다. 원제는 '인공행복(Artificial Happiness)'이다. 지은이는 정신작용 약물, 대체의학, 운동요법 등으로 주어지는 인공행복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비판한다. 그러한 행복 찾기는 인간을 현실에서 유리시키고 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인공행복은 삶은 비참한데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 마음만은 행복을 느끼는 상태다. 불행은 사라졌지만 불행의 원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공행복의 특징은 삶을 부정하는 힘이다. 인공행복을 경험하는 사람은 비참한 삶도 비참하게 여기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다지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은 여전히 유쾌하다. 이들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의 경험이 깊은 내면을 관통..

읽고본느낌 2014.07.08

인기 없는 에세이

러셀의 에세이 모음집으로 러셀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확인할 수 있다. 15년에 걸쳐 발표했던 여러 종류의 글이 모여 있지만 러셀이 평생을 추구했던 일관된 가치가 바탕이 되고 있는 건 물론이다. 그가 지키려 했던 진보적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 정의, 복지, 관용 등이었다. 에 실려 있는 12편의 글 중 눈에 띄는 게 '인류의 미래'와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다. 후자는 이 책의 부제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미래에 대한 러셀의 생각이 '인류의 미래'에 잘 드러나 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쓰여진 탓인지 내용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러셀은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다음 세 가지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실현될 것이라고 보았다. 1. 모든 인간, 어쩌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종말을 맞는다. 2. 인구..

읽고본느낌 201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