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5

블로그 20년

2003년 9월 12일에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20년이 된다. 막상 해당 날짜에는 모르고 지나쳤다가 연말이 되어서야 20년이나 된 걸 알았다. 그때 알았다면 뭔가 기념이라도 했을 텐데. 20년 전 무렵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된 시기였다. 밤골 생활이 벽에 부딪치면서 좌절과 무력감에 시달렸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차가운 질책뿐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그때 절박한 심정으로 찾은 것이 블로그였다. 나를 진실로 위로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타인와 소통하기 위해서 개설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나한테 하는 대화며 독백이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뭔가를 쓴다는 것이 엄청난 위안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 블로그가 아니었으면 우울증에 걸렸거나 자포자기했을지 모른다. 좀 ..

길위의단상 2023.12.31

나를 살리는 글쓰기

시인, 비평가, 에세이스트, 문장 노동자, 독서광 - 이 책의 저자인 장석주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다. 작가는 40년 동안 쉼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100권에 가까운 저서를 낼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다. 작가는 말한다. "글쓰기는 피와 종이의 전쟁이다." 는 글쓰기에 임하는 작가의 치열한 정신을 보여준다. 글쓰기는 유희가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를 투신하는 행위다. 전업작가의 글쓰기는 종교인의 처절한 수행과 닮았다. 그러므로 자기 발견이면서 자기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글쓰기의 엄중함과 치열함이 잘 드러나 있다.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서관에 묻혀 살며 읽고 글쓰는 일에 몰두했다. 이런 과정이 '..

읽고본느낌 2023.10.23

7000

블로그의 글 수가 7,000개를 기록했다. 블로그를 처음 개설한 날이 2003년 9월 12일이니 어느새 20년 가까이 되었다. 날수로는 정확히 7,090일째다. 남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천 단위의 소중한 기념일이다. 20년 전에 나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밤골 생활이 여의치 못해서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세상은 등을 돌린 채 나를 외면했고, 진심을 터놓고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때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한 게 블로그였다. 온라인 공간에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위로해 나갔다. 누구에게 드러내거나 보여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블로그는 상상한 이상으로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

길위의단상 2023.02.08

글쓰기 테스트

지난 15일 오후에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제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카톡은 다음날 일부 기능이 돌아왔지만, 티스토리는 50여 시간이 지난 아직까지도 온전치 못하다. 블로그의 틀이라 할 수 있는 스킨은 원래대로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PC 화면에서 모바일 버전으로만 보이고 있는 상태다. 지하층의 기계실 화재로 전체 서버가 먹통이 되고 복구조차 지지부진한 것은 거대 IT 기업 답지 않다. 사고에 대비해 데이터를 여러 곳에 분산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별 쓸모가 없었다. 사고 이후의 고객에 대한 조치도 실망이다. 티스토리의 경우 원상복구하는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된다는 안내 멘트 하나 없다. 티스토리 홈 화면은 이럴 때 활용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러니 돈벌이에만 급..

길위의단상 2022.10.17

스킨을 바꾸다

스킨은 블로그가 입는 옷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스킨이 있지만, HTML이나 CSS에 능숙한 사람은 자신이 스킨을 만들어 개성을 뽐내기도 한다. 나처럼 컴맹인 사람은 기본 스킨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스킨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 옷만 걸치고 사는 꼴이다. 지금 내가 쓰는 스킨이 오래되었으니 새로운 스킨으로 바꾸라는 통지가 티스토리 홈페이지에 떴다. 10년 전에 티스토리로 강제 이주하고 나서 받은 스킨을 지금까지 계속 써 왔다. 그런데 옛 스킨은 블로그 서비스에 제한이 있으니 새로운 반응형 스킨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현재 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스킨은 열 종류가 있다. 어제는 이 열 종류를 돌아다니며 어느 것이 나한테 맞는지 체크하느라 하루를 헤맸다. 마치 옷가게에서..

길위의단상 2022.01.05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

반년 전이었다. '양자인문학'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친구의 소개로 B 선생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양자론은 물리를 공부한 나도 몇 문장 쓰기 어려운데 하물며 인문학을 전공한 분이라니, 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블로그에서 만나게 된 B 선생은 다방면으로 박식하고 영민한 분이었다. 그분 블로그에는 종교, 철학, 예술, 여행, 과학 등에서 수준 높은 글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B 선생은 암 투병중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양자인문학' 등 다양한 글을 쉼 없이 쓰는 게 인상적이었다. 물론 암 투병 과정도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힘든 과정에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인생을 긍정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B 선생은 항암치료를 '살래의 길'이라고 명명하며 생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나는 연..

참살이의꿈 2021.07.14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미상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미상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

시읽는기쁨 2021.06.20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찾아오는 횟수가 하루에 500~900번 정도다. 가끔 1천 회가 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2천 회를 넘은 날이 있었다. 아주 드문 경우다. 어떤 검색어로 들어왔는가 봤더니 박노해의 '동그란 길로 가다'라는 시를 통해서였다. '동그란 길로 가다'는 2012년 5월에 블로그에 올렸는데, 하루에만 이 시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1천 명을 넘었다. 정경심 교수가 페이스북에 이 시를 인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확인차 내 블로그에 찾아온 것이다. 덕분에 시를 다시 읽어본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

길위의단상 2019.10.23

2017 블로그 결산

티스토리에서 2017년도 블로그 결산을 했다. 작년과 달리 순위를 매기지 않고 각 블로거들의 한 해 활동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다. 경쟁보다는 내실을 추구한 진일보한 방법이었다. 도표에서 보듯 나는 일년동안 306개의 글을 올렸다. 2월에는 뉴질랜드에 가 있었기 때문에 공백이 생겼다. 컴퓨터와 떨어져 있었던 날을 감안한다면 1D1P를 작년에도 꾸준히 실천한 셈이다. 작년에 내 블로그를 찾은 사람은 209,880명이었다. 하루 평균 575명 꼴이다. 작년보다 8만 명 가까이 늘어났고, 일평균 500명을 넘어섰다.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보여준 단어 통계도 흥미롭다. 많이 등장한 것은 '사람' '나무' '우리' '인간' '세상' 같은 단어들이다. 내 관심이 어디에 있는..

길위의단상 2018.01.07

5000

블로그 글 수가 드디어 5,000개가 되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날은 2003년 9월 12일이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리자고 다짐했는데 그때로부터 5,052일이 지났다. 1D1P[1 Day 1 Post]는 꾸준한 블로거의 상징이다. 불가피하게 어긋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 약속을 지켰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일차 목표가 글 수 5,000개였다. 십삼 년 열 달 만에 그 목표에 이르렀다. 블로그 내용은 하찮더라도 나의 꾸준함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나에게 '성실상'을 주고 싶다. 이렇게 초지일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글쓰기가 내 생활과 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블로그를 하기 전부터 시 읽기는 매일의 습관이었다.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기로 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일주일에 시 ..

길위의단상 2017.07.12

나를 위한 글쓰기

고등학교 1학년 때 소설이랍시고 끄적거린 적이 있다. 글을 쓴 계기는 사랑의 열병 때문이었다. 서울로 유학 온 열여섯 살 시골 촌놈이 사춘기를 맞았는데 묘하게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스 조각상처럼 멋있게 생긴 미소년이었다. 지금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이니셜로는 JY다. J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은 동성애의 시기를 지나 이성에게로 향한다고 한다. 나에게는 동성에 대한 밀도가 너무 짙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J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가까이 있으면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멀리서 지켜보며 애만 태웠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더더욱 드러내지 못할 일이었다. J 역시 추호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짝사랑이 1년 내내 계속되었다. ..

길위의단상 2016.05.20

한 걸음

산길을 걸을 때 배우는 것은 한 걸음의 소중함이다. 멀리 보이던 산봉우리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다. 저 먼 거리를 어떻게 걸어왔는가, 싶으면서 내가 대견하게 생각된다. 높은 정상에 오르는 것도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욕심을 부려 뛰어오르다가는 제풀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 한 걸음은 미미해 보이지만 그것이 쌓이면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든다. 오랜만에 본 조카가 훌쩍 성장해 있는 걸 보듯 작더라도 지속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사람 키가 크듯 나무가 자라듯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건 아니다. 앞으로 가다가도 뒤로 후퇴하는 지그재그 걸음이 세상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사회의 진보도 그렇다. 아무리 걸어도 표시가 나지 않을 ..

참살이의꿈 2014.12.19

블로그 10년

블로그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2003년 9월 12일에 한미르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첫 글을 올렸으니 오늘로 꼭 10년이 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하루에 하나의 글을 쓰자고 다짐했는데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온 게 우선 기쁘다. 포스트의 양보다 꾸준함이 스스로 대견하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도 일기를 계속 썼으니 매일 글 쓰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블로그는 공개되는 일기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블로거들과의 소통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그건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방문해 댓글을 다는 이웃 블로거는 거의 없다. 내가 나들이 나가는 경우도 드물다. 내 블로그는 그저 독백 수준의 자기만족으로 그만이다. 블로그에서는 블로그 주인의 성격이 나타난다. 오지랖이 넓지 않은 건 블로그 세계에서도 마..

길위의단상 2013.09.12

어처구니 / 이종문

온통 난장판인 어처구니 없는 세상, 제일로 그 중에도 어처구니 없는 것은 知天命, 이 나이토록 어처구닐 모른 그 일. - 어처구니 / 이종문 요사이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이전되면서 블로그 내용이 엉망이 되었는데, 3천 개가 넘는 글을 하나하나 수정하고 있다. 사진 수백 장이 사라졌고, 글은 줄이 맞지 않고, 띄어쓰기도 제멋대로 되었다. 가장 심각한 건 5천 개가 넘는 태그 단어가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나는 카테고리가 단순해 태그가 아니면 내용 분류를 하기가 어렵다. 태그가 없으면 반신불수 블로그로 변한다. 파란 측에 질의했건만 명확한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없어진 사진은 자료를 찾아 다시 넣어야 하고, 태그도 일일이 달아줘야 한다. 이 작업만도 몇 달이 걸릴 것이다. 난민..

시읽는기쁨 2012.07.18

난민의 설움

파란이 없어지면서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옮겨졌다. 파란 블로거들은 집단 난민이 되어 낯선 티스토리에 새 터를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나로서는 벌써 두 번째의 강제 이주다. 한미르에서 파란으로, 이번에는 파란에서 티스토리로,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 경험이 있어서 많이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초기에 올렸던 사진들은 'invalid file'이라는 글이 뜨며 나오지 않는다. 파란에서 티스토리로 이관되면서 빠진 파일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줄 간격과 띄어쓰기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시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크다. 또한, 내용 검색도 되지 않는다. 가장 답답한 건 태그 내용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태그가 없으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정리하는데 너무 애로사항이 많다. 옛 모습..

길위의단상 2012.07.15

파란이 사라진다

내 블로그의 포털로 사용해 오던 '파란'이 2012년 7월 31일 24시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공고되었다. 심심치 않게 폐쇄 소식이 들리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블로그를 옮겨야 하게 되었다. 벌써 두 번째다. 2003년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한미르'였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파란'에 흡수되었다. '파란'은 KT에서 의욕차게 만들더니 수익이 안 나서 문을 닫기로 한 모양이다. 남의 내부 사정에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오직 경제적인 논리로 결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많은 서비스가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블로그는 '티스토리'로 이관된다고 한다. 제발 내용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옮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번에 '한미르'에서 '파란'으로 넘어갈 때는 사진이나 ..

길위의단상 2012.06.16

3000

블로그에 올린 글 수가 3,000개를 기록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8년여 만이다. 매일 하나씩의 글을 쓰자고 약속하며 블로그를 2003년에 열었는데 지금까지 그 다짐을 잘 지켜온 셈이다. 내용이나 양보다 매일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집을 떠나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글을 올리려 노력했다. 매일매일 한 걸음씩 걸어왔다는 게 소중하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대문 이름은 ‘마가리의 꿈’이었다. 백석 시에 나오는 ‘마가리’는 당시 내 귀촌 생활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그 후 꿈이 깨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문패는 ‘내 마음의 뒤란’으로 바뀌었다. 블로그는 답답하고 울적한 심정을 토로하고 위안을 받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재작년부터는 지금의 ‘먼.산.바.라.기.’를 쓰..

길위의단상 2011.10.04

블로그에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D씨와는 블로그 인연이 오래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초기인 2004년에 알게 되었으니 햇수로 7년이나 된다. D씨도 그때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는데 나와 달리 블로거들과 교류도 활발하고 글도 많이 올렸다. 여러 방면에 재주가 많으신 분이었다. 어느 날 내 블로그를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서 알게 되었는데 나와 연배가 비슷했다. 그래서 더 친밀감을 느꼈지만 생각하는 바가 틀려서 공감을 나누기는 어려웠다. 글로 본 D씨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었고 프라이드가 강한 완고한 타입이었다. 그러다보니 댓글도 끊어졌고 그분의 이웃 명단에 내 이름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나 역시 찾는 횟수가 뜸해졌다. 그러나 가끔씩은 그분 블로그에 접속해 글을 읽고는 했다. 3천개가 넘는 글 중에서도 나비와 역사에 대한 내용은 전문가 수준을..

길위의단상 2010.12.06

먼산 바라기 / 박찬

산을 오르는 것은 거기 산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산 너머 풍경이 그리운 때문이다. 산기슭 어느 한적한 마을이 그려지는 것이다. 산을 넘으면 또 산. 그 너머 널따랗게 펼쳐진 들을 지나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 산 그 어디쯤.... 피처럼 나를 당기는 풍경이 그리웁기 때문이다. 그 풍경, 실은 나도 몰라, 산 넘어 산마을 지나, 강 건너 들을 지나 해지는 서산을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다. 끝없이 먼산 바라기를 하는 것이다. - 먼산 바라기 / 박찬 '먼.산.바.라.기.'로 블로그의 문패를 바꾸었다. '먼산바라기'는 그저 먼 산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는 뜻의 순수한 우리말이다.이 말에 담긴이미지를 그리다 보면 어릴 적 따스한 햇살 비치는 툇마루에서 나른하게 먼 산을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열병을 앓고난 ..

시읽는기쁨 2010.03.06

2000

블로그에 올린 글 수가 오늘로 2,000개가 되었다. 2003년 가을에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햇수로는 5년여만의 일이다. 처음에 다섯 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최소한 하루에 한 개씩의 글을 교대로 써보자고 다짐했는데 지금까지는 그 약속이 어느 정도 지켜진 셈이다. 2,000개를 그동안의 날수로 나누면 대략 하루에 한 개 정도가 된다. 특히 대부분의 글들이 다른 데서 스크랩하거나 퍼온 것이 아니라 직접 내 손으로 썼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글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일상의 소중한 기록들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언제 글 수가 1,000개를 넘을까 하고 조바심을 내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그 두 배인 2,000개에 이르렀다. 빠른 세월을 실감하면서 작은 한 걸..

길위의단상 2009.04.22

글 수 1000개를 자축하며

블로그는 재미있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통계 수치가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방문자 수라든가 코멘트 수, 글 수 등이 매일 기록되고 누계로 나타나니 단순한 글쓰기 보다는 훨씬 흥미가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어차피 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고, 그래서 이만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방문객 숫자라든가 코멘트에 신경을 쓰면서자신을 많이 찾아오게 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확실히 블로그는 내밀한 일기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이고 지루하지 않다. 마치 혼자서 하는 운동보다 여럿이서 어울려 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는 것과 같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 3년이 조금 지나 글 수가 1000개에 이르렀다. 일기 쓰듯 매일 기록..

길위의단상 2006.11.24

블로그 3년

블로그를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뭐든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이 3년은 무척 길게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니 여기에는 나의 전심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거의 매일 글을 올리며 그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글을 썼다. 인생을 진지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블로그에 글을 쓰며 확인하고 더 강화하고 싶었다. 그런 무게감 때문에 내가 느끼는 시간 감각이 3년을 길게 느끼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블로그 이름만 한 번 바뀌었을 뿐 다섯 개 카테고리와 형식은 처음 시작할 때와 똑 같다.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처음부터 개인적 독백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꽃과 인용하는 시도 그때그때의 내 마음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

길위의단상 2006.09.13

블로그 2년

오늘로 블로그를 시작한지 2년이 되었다. 블로그란 ‘웹(Web)에 쓰는 개인 일기’라는 정의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라면 나는 블로그의 충실한 고객인 셈이다. 전부터 일기를 써오던 습관 그대로가 일기장에서 블로그로 바뀐 채 계속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는 고립적인 기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거기에는 정보의 공유, 상호 대화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중요시되는데 그런 의미라면 나는 아직 자격 미달이다. 글쓰기 외에 다른 기능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고 코멘트를 남기고 할 여유가 아직은 없다.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연결하는 것이 일상이 되긴 했지만 사실 내 글만 써 넣는데도 동작이 느려서 ..

길위의단상 2005.09.12

블로그 1년

블로그를 시작한지 꼭 1년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가 나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세상일은 연속해서 꼬여가기만 하고 앞길에도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나를 지탱해 주던 믿음이나 신념마저 밑바닥에서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만난 일종의 도피처가 블로그였다. 원래는 홈페이지를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보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홈페이지를 만드는 준비를 했는데 진도가 나갈수록 내 능력에는 벅차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차에 어쩌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고 그 간편성에 끌리게 되었고 역시 우연하게 접하게 된 한미르 블로그의 조용한 분위기와 단순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가입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독백의 공간이었다. 블로그는 나에게 있어..

길위의단상 200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