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일장을 치르면서 조문객들을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아버지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아버지에 얽힌 사연이 가벼우면서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어 묵직한 주제인 이데올로기 문제가 깔려 있지만 부담 없이 읽힌다. 신안 여행을 할 때 책을 가져가서 이틀 저녁 동안에 다 읽었다. 정지아 작가의 전작인 이 부모의 구술을 받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정리한 것이라면, 이번 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결연한 비장미를 풍긴다면, 이 책은 경쾌한 댄스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미소와 함께 가슴 뭉클한 장면도 많다. 자신의 신조였던 사회주의와 평등사상을 삶으로 실천하신 아버지의 모습은 존경심이 든다. 이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