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24

장모님 모시고 진안 나들이

전주에 내려간 길에 장모님에게 바깥바람을 쐬 드리기 위해 진안으로 함께 가을 나들이를 나갔다. 걸음이 불편하시니 주로 차 안에서 가을 풍광을 즐기실 수밖에 없었다. 산야는 가을로 무르익고 있었다. 먼저 찾은 곳은 부귀면 세동리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이었다. 옛 도로를 따라 모래재를 넘으면 500m 정도 메타세콰이어가 길게 늘어선 이 길을 만난다. 1980년대에 심었다니 수령이 40년이 되는 메타세콰이어들이다. 노랗게 물들어서 더욱 예쁜 길이었다.   다음에는 사양저수지에 들렀는데 마이산 두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는 경치가 좋았다.  천황사에서는 곱고 선명한 단풍을 만났다.  14년 만에 다시 만난 천황사 전나무다.  용담호 주천생태공원에서 가을 분위기에 빠졌다. 장모님은 조심스레 걸으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진속일상 2024.11.14

가을걷이를 돕다

고향에 내려가서 4박5일을 보내며 어머니의 가을걷이를 도왔다. 내내 밭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힘이나마 올 농사의 마무리에 보탠 셈이었다.  마구령터널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려가는 길에 영월로 우회해서 마구령터널을 지나갔다. 아직 부분 개통인지 한 개 차로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새 길이 뚫린 것이다.  겸하여 백두대간수목원에도 들렀다. 트램을 타고 꼭대기까지 이동하여 걸어서 내려왔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대충 훑어만 봤다. 넓이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라고 한다.   이번 가을걷이의 제일 큰 일은 들깨를 터는 일이었다. 지난 주말에 동생들이 내려와서 반 이상을 끝낸 터라 하루만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총량이 50되가량 나왔을 성싶다.  고춧대를 뽑고 밭을 정..

사진속일상 2024.10.29

서후리숲 소풍

아내와 양평에 있는 서후리숲으로 소풍을 갔다. 점심은 외식을 할까도 했지만 소풍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집에서 김밥을 싸 가지고 갔다. 비 그치고 더없이 맑고 청명한 봄날이었다. 2014년에 개장한 서후리숲은 양평군 서종면 서후리에 있는 10만 평 규모의 사설 수목원이다. 수목원 안에는 자작나무숲 등 다양한 나무의 숲이 있으며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가꾸고 있다. 입장료는 8천 원이다.  카페 옆에 삼색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플라밍고 셀릭스(Flamingo Salix)인데 흰색, 분홍, 초록색으로 된 잎 색깔의 조화가 신비하게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택의 정원에 심으면 무척 예쁠 것 같다.  숲에는 이 계절에 맞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댕강나무꽃의 향기에 취한 건 ..

사진속일상 2024.05.28

늦가을의 서울식물원

모임이 있는 마곡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전철 정거장까지 한 시간가량 걸은 것을 포함하면 총 세 시간이 걸렸다. 전철은 경강선, 신분당선, 9호선을 타야 했다. 그렇게 지하에 있는 동안 살짝 눈이 뿌렸던 모양이다. 첫눈을 맞았다고 들뜬 사람이 있었다. 지상으로 나왔을 때 눈은 다 녹았고, 보도는 물기만 젖어 있었다. 이걸 첫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환담을 나누고, 그리고 늦가을의 서울식물원을 돌아보았다. 개원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처음 와 본 식물원이었다. 식물원이기보다는 잘 꾸며진 도시공원이었고, 주변의 현대식 건물들과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식물원의 중심 시설은 대형 온실이다. 이곳에서는 지중해와 열대 지방에 위치한 세계 12개 도시 식물과 식물 문..

사진속일상 2023.11.18

신구대식물원 꽃무릇

꽃무릇을 보러 신구대학교 식물원을 찾았다.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다. 사진처럼 대부분의 꽃무릇이 탈색되어 볼 품이 없었다. 이곳 꽃무릇을 보자면 15일 이전에 와야 할 것 같다. 위로 올라가니 그나마 거실 넓이만 한 비탈에 일부가 남아 있었다. 끝물이었지만 일부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도 있었다. 보물찾기를 하듯 싱싱한 놈을 고르면서 중얼거렸다. 너희들만이라도 남아 있어 줘서 고마워~ 성남에 있는 신구대학교 식물원은 처음 가 봤는데 아기자기하면서 아담했다. 현장 학습을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 꽃무릇은 나무와 오솔길을 따라 피어 있어 규모는 작아도 정감 있는 분위기에 젖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때를 잘 맞추어 찾아와 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22.09.28

광릉수목원 산책

아내와 봉선사 연꽃을 보고 인근의 광릉수목원을 산책했다. 수목원 안에서 제일 시원한 길은 전나무 숲길일 것이다. 이 길은 약 200m 길이로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다. 1920년대에 오대산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것으로 수령은 100년 가까이 되었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수목원 한 바퀴 돌게 되어 있지만, 중간에 공사로 통제되어 되돌아 나왔다. 숲 사이로 난 아담한 길이 있다. 이름이 '숲 생태 관찰로'로 길이는 460m다. 데크로 되어 있는데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수목원 안에는 호수(육림호)가 있다. 초기에는 발전 시설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있는 산책로 역시 좋다. 수목원과 봉선사를 연결하는 길이 3km의 '광릉..

사진속일상 2020.07.29

손주와 휴양림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유명산자연휴양림에 갔다.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않는 손주를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일에 하루는 손주와 놀기로 했다. 지난주는 전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건너뛰었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자락에 있다. 휴양림 안에 자생식물원이 있어 숲 속에서 꽃 관찰하기에 적당하다. 휴양림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통제 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 명분이 생겼다. 발걸음은 먼저 자생식물원으로 향한다. 꽃 구경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도 찾아보고...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아이는 잔디밭을 뒹굴고 뛰어다닌다. 우리는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지켜본다. 평일의 식물원에는 우리 외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사진속일상 2020.05.15

5월의 전주수목원

코로나19로 전주수목원이 폐쇄되었다가 8일에 재개장했다. 전주에 내려간 길에 잠시 짬을 내 들렀다. 전주수목원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수목원이다. 고속도로 건설시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복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에 조성하였다. 처음에는 조경수의 포지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10만 평의 부지에 4천 종 가까운 다양한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종합 수목원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선지 조용한 분위기에 많은 식물이 전시된 알찬 수목원이라 할 수 있다. 공기업이 운영하지만 여느 수목원 못지 않은 정성이 느껴진다.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로 수목원에 들어왔다. 그런데 꽃 구경을 하며 녹색 숲을 걷다 보니 마음은 어느덧 무장해제가 되어 있다. 자연이 주는 치유 효과다. 오전 두 시간 정도를 천천..

사진속일상 2020.05.10

벽초지수목원과 마장호수

손주를 데리고 파주에 있는 벽초지수목원에 갔다. 정문에 들어서니 색색으로 고운 튤립이 활짝 피어 있었다. 혼자 뒤처져서 튤립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과, 예술을 자연으로 그려내는 한 화가가 만나 벽초지수목원의 기나긴 여정이 200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안내 팸플랫에 나오는 설명이다. 벽초지수목원은 잘 가꾼 공원 같다. 설렘, 신화, 모험, 자유, 사색, 감동 등 여섯 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는 제 엄마가 따라와서 우리 손이 줄었다. 대신 손주와 노는 재미도 같이 줄어 들었다. 코로나19 덕분에 손주와 노는 재미을 알게 되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게 된다. 손주는 할머니를 잘 따르면서, 하는 말과 행동이 예뻐 귀염을 독차지한다. 다시 유치..

사진속일상 2020.04.29

2020 한택식물원의 봄

손주를 데리고 한택식물원에 갔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표를 끊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한 시간이나 달려온 시간이 아까워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꽃잔치에 흥겨웠다. 다양한 꽃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튤립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튤립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꽃인 것 같다.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제 잘 난 척 튀지 않으면서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내가 꽃사진 찍는 게 부러웠는지 이번에는 저도 카메라를 들고 왔다. 사진을 찍고나서는 화면을 보여주며 자랑하느라 바쁘다. 사실 자세랑 결과물이랑 별로 나무랄 데 없다. 한택에 있는 내내 꽃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는 손주가 기특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한테 귀여움 받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직 ..

사진속일상 2020.04.25

손주 따라 광릉수목원에

손주들 여름휴가 끝에 합류해서, 집으로 돌아오며 광릉수목원에 들렀다. 태풍이 지나간 뒤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원한 산림박물관에 들어가서 나올 줄을 모른다. 이 더위에도 제일 싱싱하고 화려한 꽃이 무궁화다. 시련이 닥칠 때 더 강해지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는 것 같다. 무궁화 정원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볼 수 있다. 아이들 크는 건 말하는 데서 느낄 수 있다. 어른 투의 표현에 깜짝 놀란다. 우리 어릴 때는 아이들과 주로 어울려 지냈으니 대개 아이들 말투였다. 지금 아이들은 어른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어휘도 어른이 쓰는 걸 흉내 낸다. 그래서 더 성숙해져 보이는가 보다. "외할아버지, 행복하게 사세요." 첫째 손주가 헤어지며 진지하게 말한다. 여덟 살짜리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까?..

사진속일상 2019.08.09

홍릉수목원 풍년화와 복수초

Y 형과 홍릉수목원에 들리다. 나무꽃인 풍년화와 풀꽃인 복수초를 만나다. 풍년화는 홍릉수목원에서 제일 번저 피는 꽃이다. 원산지는 일본으로 잎보다 먼저 진한 노란색의 꽃이 피며, 일찍 필수록 풍년이 온다는 얘기가 전한다. 꽃이 형태가 특이하다. 우리나라에는 1931년에 들어왔다. 복수초 역시 꽃을 피우고 있다. 남녘까지 못 찾아가니 가까운 여기서 이른 봄을 느낀다.

꽃들의향기 2019.02.23

양주 나들이

바깥바람을 쐬러 아내와 양주로 나들이 나갔다. 장욱진미술관에 들렀는데 마침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장욱진(張旭鎭, 1917~1990) 화백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삶이나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전시장에서 그림과 생애를 보면서 화가의 예술혼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 화백은 생애의 대부분을 한적한 시골 화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치열하게 창작활동에만 전념하신 분이다. 기본 사상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백남준과 공통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작품은 주로 소품이고 정겹다. 전시장도 단순하며 깔끔하다. 백남준의 그림인데 '가나다라 부처'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손이 여러 개인 걸로 보아 천수관음불이 아닌가 싶다. 그림이 천진..

사진속일상 2018.09.20

한택식물원의 봄

봄 향기를 맡으러 아내와 한택식물원에 갔다. 신록 사이를 걸으며 다양한 봄꽃을 구경했다. 한택(韓宅)식물원은 1979년에 설립된 국내 최대의 식물원이다. 자생식물 2,400여 종과 외래식물 7,3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한 바퀴 돌아보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지만 점심을 싸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놀아도 괜찮은 곳이다. 너무 꽃이 많으면 세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게 된다. 이곳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맛보면 된다. 인공의 정원이라 야생의 꽃과는 다른 느낌이다. 각각의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이번 나들이에는 아내와 함께 개량한복을 커플룩처럼 같이 입었는데, 사람들 시선을 좀 받았다. 그런데 개량한복을 입어 보니 무척 편하다. 앞으로 애용하게 될 것 같다. 한택식물원에서는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다. 에 나오..

꽃들의향기 2016.05.12

태안 나들이

꽃향기를 맡고 싶어 아내와 태안으로 하루 나들이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천리포수목원과 태안 튤립 축제장이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4월 한 달동안 목련 축제가 열리고 있다. 수목원 안에는 600여 종의 목련이 있다고 한다. 3월부터 종에 따라 피고 지기를 계속하고 있다. 목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없을 것 같다. 목련이 아니어도 천리포수목원은 봄의 향기로 가득하다. 정성들여 가꾼 풀꽃들이 많다. 느리고 행복하게 꽃길을 걸었다. 이름표에 큰별목련이라고 적혀 있다. 별목련은 이보다 꽃이 더 작다. 목련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여러 종류의 수선화도 볼 수 있다. 한두 시간 훌쩍 보고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흰색과 붉은색 꽃이 동시에 피는 명자나무도 흥미로웠다. 화분 사람. 수..

사진속일상 2016.04.20

곤지암리조트 화담숲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안에 있는 화담숲은 LG상록재단에서 만든 수목원이다. 약 23만편의 면적에 17개의 다양한 주제정원이 있어, 사계절내내 다양한 식물과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숲을 지나는 산책 코스도 잘 만들어져 있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집에서 멀지 않아 아내와 함께 오후에 가볍게 찾아가 보았다. 입장료가 8천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정성들여 잘 가꾸어 놓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너무 인공적이어서 아쉽지만 자연과 함께 하루를 즐기는 장소로는 괜찮을 듯하다. 우리는 숲속산책길을 걸어 올라가서, 제일 외곽의 힐링숲길 2코스를 돌아 테마원을 구경하며 내려왔다.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길 식물 분재 힐링숲길 2코스에 독바위 전망대가 있었다. 여기서 보면 곤지암 스키장..

사진속일상 2014.10.08

가을 산책

9월의 마지막 날, 광릉수목원과 동구릉으로 아내와 가벼운 나들이를 나갔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햇빛과 공기가 먼저 가을이 가까이 와 있다는 걸 전해 주었다. 걷는 게 좋아서 수목원과 동구릉을 한 바퀴 돌았다. 이번에는 광릉수목원에서 전에 가 보지 못했던 동물원까지 다녀왔다. 동구릉은 가족 추억이 쌓인 장소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동구릉에 여러 차례 놀러 왔다. 가을에는 낙엽에서 뒹굴고,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워했다. 아내는 눈사람 만들 때 쓴 소도구까지 기억해 냈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이만큼 된 나이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아내가 불면증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 최근 들어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고민을 끊으라고 충고하지만 그게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옆에서 ..

사진속일상 2014.10.01

한택식물원의 가을

답답했다. 가을이 고프고 꽃들이 보고팠다. 무리인 줄 알지만 남쪽으로 핸들을 돌려 한택식물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밤에는 악몽을 꾸었다. 찬 바람이 빈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한참동안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아득한 심연으로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에도 날 잡아주는 손 없었다. 모두들 뒤돌아서서 외면했다. 가을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가을이었다. 가을 속을 걸으며 더욱 진해지는 외로움만 만났다. 시들어가는 가을꽃들이 울고 있었다. 그래도, 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을 위하여.... 이 찬란한 가을을 위하여 건배-

사진속일상 2009.10.27

천리포수목원의 여름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날은 고운 비가 내렸다. 천리포수목원은 그동안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지난 봄부터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이곳까지 왔다가 들어가지 못해 아쉬워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천리포수목원은 30여 년 전에 한국을 사랑했던 한 외국인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했다. 18만 평의 면적에1만여 종의 수목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랑거리는 400종에 이르는 목련과 370종에 이르는 호랑가시나무라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다 옆에 자리잡은 수목원은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고 예술이었다. 이 수목원을 가꾼 분의 정성이 한 눈에 느껴졌다. 수목원을 돌아보는 세 개의 코스가 있는데 가장 긴 코스를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수..

사진속일상 2009.07.22

광릉수목원에 가다

광릉수목원은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150만 평에 자리잡고 있다.역사적으로는세조의 묘로 결정된 뒤부터 이곳 주변의 삼림이 엄격하게보호되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임업시험장이 이곳에 세워졌으며, 1987년에 광릉수목원으로 개원하였다. 그러나 수도권에 있다 보니 워낙 입장객이 많아 지금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입장 제한을 하고 있다. 분회원들과 같이 광릉수목원에 다녀왔다. 입장 제한이 된 뒤로는 처음 가는 길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그동안 쉽게 가보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찾은 광릉수목원은 예전과 달라 길도 많이 생겼고인공적인 냄새도 많이 났다. 사람이 이용하는 편의성은 커졌으나 대신에 자연 그대로의 맛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봄의 숲은 아름다웠다...

사진속일상 2008.04.29

홍릉수목원 백송

홍릉수목원에 갈 때면 꼭 이 백송을 찾아가서 만난다. 1938년 생이니 나이는 그리 많이 되지 않았지만 백송 자체가 워낙 희귀해 비록 큰나무는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히 눈요기가 된다. 그런데 홍릉수목원의 백송은 피사의 사탑 마냥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중국 원산인 백송이 우리 기후에 잘 맞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소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보기 어렵고 그래서 귀한 대우를 받는다. 천연기념물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백송들이다. 예로부터 백송은 양반 중에서도 내노라 하는 집안에서만 기를 수 있었다 한다. 백송은 흰색의 수피가 특징이다. 그래서 전에는 백골송(白骨松), 백피송(白皮松)으로도 불렸다. 잎은 세 가닥이어서 다른 소나무와 구별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잣나무에 더 ..

천년의나무 2007.11.13

초가을의 물향기수목원

기상청에서 보도자료로 내놓은 지난 9월의 기후 특성을 보면 또 다시 각종 기록을 갱신했다. 9월 강수량은 412mm로 평년(150mm)보다 2.8배나 비가 많이 내려 1973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강수일수도 17일로 최고를, 월평균 일교차는 7.1도로 최소를, 월 평균일조시간은 98시간으로 평년(184시간)에 비해 무려 86시간이나 줄어들어 최소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 변화를 우리가 지금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구분이 아니라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야할 지도 모른다. 7, 8, 9월은 우기가 되는 셈이다. K 형과 같이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을 찾은 날도 이슬비가 내리더니 하루 내내 하늘이 잔뜩 흐렸다. 감각적으로는 한 달여 이상 이런 날씨가 계속되고 ..

꽃들의향기 2007.10.04

물향기수목원

Y 형과 같이 물향기수목원에 다녀왔다. 이 수목원은 지난 봄에 개원했는데 경기도에서 오산시 수청동 10만 평 부지에 조성했다. 물향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이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내문에 보면 16 개의 주제원에 16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차분히 관람하자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로 넓었고 도립이지만 정성들여 만든 흔적을 어디서나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주관람로를 따라 여름꽃 중심으로 관찰했는데 다만 아쉬웠던 것은 날씨가 더워서 제대로 식물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Y를 통해서 그동안 헷갈렸던 꽃이름도 몇 가지 바로잡을 수 있었다. 위치로나 경치로나 이 수목원의 중심은 수생식물원이다. 가운데 섬이 있는 넓은 연못에 창포, 부들, 부처꽃, 택사 같은 수..

꽃들의향기 200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