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24

그리스도의 탄생

"인간 예수는 어떻게 그리스도가 될 수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엔도 슈사쿠의 해석을 담은 책이다. 어이없는 스승의 죽음을 본 제자들은 황망한 가운데 스승을 배신하고 도망쳤다. 그렇게 나약한 제자들이 어떻게 스승을 재인식하게 되고 삶이 변화되며 담대하게 되었는지를 성서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추론해 간다. 엔도 슈사쿠는 제자들의 변화를 예수의 사랑에서 찾는다. 자신을 배신했던 제자들을 미워하기는 커녕 십자가 상에서도 끝까지 사랑하려고 한 예수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죄를 대신 지려 한 예수의 이미지가 생겨났다. 자책하면서 굴욕을 느끼던 제자들에게 새로운 예수의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예수는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과 다시 제자들 곁으로 올 것이라는 신념이 생겼다. 기독교의 핵심 교..

읽고본느낌 2022.11.23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막달라 마리아를 보는 시각이 신선한 기독교 영화다. 부제가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다. 신약성서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죽음을 지킨 여인으로 나온다. 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또 여자들도 먼 데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 마르코 15,40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를 모신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 마르코 15,47 "안식일이 지나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무덤에 가서 예수의 몸에 발라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 마르코 16,1 "일요일 이른 아침,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뒤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는데, 그는 예수..

읽고본느낌 2022.03.20

예수 없는 예수 교회

"신화화된 그리스도는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교리로 박제된 예수는 교회 쇼윈도에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지만 역사적 예수, 갈릴리 예수, 나사렛 예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인 한완상 선생이 한국 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다. 교회가 예수를 앞세우지만 정작 예수의 정신은 없다. '믿습니다'의 열정에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의 크리스천이 예수의 삶은 '따름'에 있어서는 자국민의 경멸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믿음과 은총만 강조하다 보니 질문과 성찰은 소홀히 하고 값싼 기복신앙만 난무한다. 저자는 이를 '신앙의 치매'라고까지 표현한다. 선생은 먼저 역사적 예수의 매력을 되찾자고 한다. 교리로 박제된 예수는 살아 있는 예수의 역동성을 외면한다. 구속 드라마 속의 예수는 구속사에서 배우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읽고본느낌 2022.03.04

예수냐 바울이냐

"바울의 기독교 신학 안에 갈릴래아 청년 예수의 정신은 없다." 저자인 문동환 선생이 이 책에서 맺는 결론이다. 책의 '시작하는 말'의 서두 부분은 이렇다. "기독교는 2000년 동안 바울 신학을 추종해 왔다. 그리고 이것을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며 온 세계에 전파했다. 바울 신학은 예수를 유대 민족이 대망하던 메시아라고 주장함으로써 예수가 창출한 '생명문화공동체운동'을 곁길로 오도하였다. 그리고 다윗 왕조가 섬기는 일개 민족의 신을 유일신이라며 앞으로 올 메시아 왕국이 온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울은 이방인들을 메시아 왕국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자처했다. 어처구니없는 민족주의다." 는 예수와 바울을 비교하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힌다. 이 책은 바울이 예수의 정신을 왜곡했다고 보는 ..

읽고본느낌 2022.02.25

다읽(15) - 예수는 없다

세 번째 다시 읽는 책이다. 20년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으면서 직설적이고 시원한 글에 가슴 한 편의 응어리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번민만 있을 뿐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내 신앙의 정체기에 찾아온 단비 같은 선물이었다. 가 나오기 전의 어느 때였다. 이 책의 저자인 오강남 선생의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선생의 인기를 반영하듯 넓은 강의실은 청중으로 가득 찼다. 청중 중에는 선생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연 중에 그 사람들이 단체로 일어나 하나님과 성경을 모독하지 말라고 큰소리치던 기억이 난다. 또, 선생의 친구라면서 조영남 씨가 나와서 자신의 신앙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도발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예수 자..

읽고본느낌 2022.02.16

다읽(12) -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수많은 세대의 허다한 사람들이 예수라는 이름을 받들어 왔지만, 그 예수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적다. 더구나 예수가 뜻한 바를 실천에 옮긴 사람은 더욱 적다. 예수의 말은 별의별 뜻으로 왜곡되어 아무 뜻도 없게까지 되었다. 예수의 이름은 범죄를 정당화하고 어린이들에게 겁을 주며 필부들에게 어리석은 영웅심을 불어넣는 데에 이용, 아니 악용되어 왔다. 예수는 자기가 뜻한 것보다 뜻하지 아니한 것으로 더 자주 찬양과 숭배를 받아 왔다. 무엇보다 큰 역설은 예수가 세상에 살면서 가장 강력히 반대하던 바에 속하는 바로 그런 것들이 종종 되살아나서는 온 세상에 널리 설교,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는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기독교 교리라는 안개가 예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보..

읽고본느낌 2021.09.24

나는 예수입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예수전이다. 도올 선생은 마가복음에 기반한 있는 그대로의 예수 알기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네 복음서 중에서 그나마 마가복음이 예수의 원형을 제일 잘 간직하고 있다.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한 복음서이면서 다른 복음서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을 마가복음으로, 있는 그대로 읽자는 것이 도올 선생의 주장이다. 교회에 다닐 때 마가복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다른 복음서의 축쇄본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복음이야말로 오리지널한 예수의 모습이 담긴 복음서라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발견했다. 선생은 이전에 를 펴냈다. 와 상통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이 책도 곧 사서 읽어볼 예정이다. 도올의 예수는 갈릴리 지평에서 민중에게 하나님 나라를..

읽고본느낌 2020.10.13

메시아

10부작의 미국 드라마다. 2천 년 전의 역사적 예수가 현대에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관점에서 흥미 있게 보았다.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이 사람이 메시아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마 당시 예수도 그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 사람 이름은 알마시히다. 이란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전쟁의 포화 속에 휩싸인 시리아에 나타나 모래폭풍을 일으켜 IS를 격퇴한다. 이슬람과 기독교를 아우르는 구세주인 셈이다. 미국 CIA에서는 이 독특한 인물을 추적하며 정체를 밝히려 한다. 알마시히는 돌연 미국으로 가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워낙 화제를 모으다 보니 미국 대통령과도 면담하게 된다. 알마시히는 여러 기적을 행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워싱턴에서 물 위를 걷는 기적이다. 많은 사람 앞에..

읽고본느낌 2020.08.10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예수가 언제 어떻게 신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바트 어만(Bart D. Ehrman) 교수의 저작이다. 예수는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 질문과도 연관이 있다. 기독교는 예수가 곧 하느님이라는 교리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예수가 직접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갈릴래아의 가난한 예언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신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저자는 예수를 '묵시론적 예언자'로 이해한다. 예수 당시에 유대인들 사이에는 묵시론적 열정이 퍼져 있었다. 사악한 시대를 끝낼 메시아가 오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예수 역시 악의 세력을 파괴하기 위해 하느님이 곧 개입하리라고 가르쳤다. 하..

읽고본느낌 2018.08.29

억울한 빌라도

빌라도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다. 기독교인들은 예배나 미사에서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시고" 라며 신앙 고백을 한다. 전 세계 기독교인 숫자가 23억이니 주일날이면 적어도 수억 명이 예수의 고난이 빌라도 탓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이 빌라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빌라도는 예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를 구해주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당시 유대교 성직자들은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명목으로 예수를 붙잡아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의 사형 판결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빌라도는 무력 투쟁이나 봉기를 하지 않은 예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예수는 로마 식민 통치의 위험인물이 아니었다. 빌라도는 예수가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는 것을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했..

길위의단상 2014.08.29

인간의 선

고분고분하거나 말을 잘 들으면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렸을 때는 이런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달라진다. 정신적 미성숙자가 아니라면 그런 칭찬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권위나 체제는 순종하는 인간을 원한다. 잘 길들여진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근대 교육의 출발점이었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목표를 내걸지만 속내는 지금도 여전하다. 착하다, 선하다, 바르게 산다는 의미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왜곡되어 있다. 선(善)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은 선해, 착해,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라고 할 때 선하고 착하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선하지 않다면 개인의 선량함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체제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결..

참살이의꿈 2014.07.14

성탄절의 기도

더 낮아지고 더 비워지기를 바라는 기원이 촛불로 타오르는 아침에....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 고린토2서 8, 9 "주님은 거대한 분이시지만 스스로 작아지셨습니다. 주님은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지셨습니다. 주님은 권력자이시지만 스스로 연약해지셨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맨 처음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니 그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은 맨 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만물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건만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씀이 참된 빛이셨으니 그 빛이 세상에 오시어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분이 세상에 계..

사진속일상 2013.12.25

우리 시대 산상수훈 / 고정희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겨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남북분단 시대, 그대를 세상은 빨갱이라 부르네 내 기적을 알고 싶거든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내밀고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까지 따라가라 따라가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먹이사슬의 시대, 몸을 달라 하면 쓸개까지 주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창녀라 부르네 내 평화를 누리고 싶거든 땅에서 가난하라, 땅 위에 재물을 쌓지 마라, 주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본독점 시대, 오직 가난한 이 여기 있으니 그대..

시읽는기쁨 2013.09.09

어떤 사마리아 사람

어느 날 예수를 떠보려고 한 율법학자가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물었다. 예수는 율법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 반문했다. 율법학자가 "네 온 마음으로, 네 온 영혼으로, 네 온 힘으로, 네 온 정신으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시오. 그리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시오." 라고 적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는 올바로 말했다고 칭찬하며, 그대로 한다면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율법학자는 스스로 의로운 체하려고 누가 자신의 이웃인지 물었다. 아마 다시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때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매질하여 반쯤 죽여 놓고 물러갔습니다. 그..

참살이의꿈 2013.07.22

아기 예수

광주성당에서 두 번째로 맞는 성탄이다. 성탄절이 지난 며칠 뒤에야 아기 예수를 만나보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그분, 불과 몇 사람밖에 이 기쁜 소식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비밀스럽고 조용하게 우리 속으로 들어오셨다.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는, 들을 수 없는 걸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복이 있으리라. 하찮고 연약한 존재에서 오히려 신성을 느끼는, 절망의 늪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여라. 어둠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욱 반짝인다.

사진속일상 2012.12.28

또 다른 예수

1945년 12월 어느 날, 한 이집트 농부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라는 곳 산기슭에서 땅을 파다가 토기 항아리를 발견했다. 농부는 그 안에 들어 있던 파피루스 종이 문서를 시장 골동품상에게 팔아 담배, 설탕 등과 맞바꾸었다. 이 문서가 바로 도마복음이다. 1947년에 발견된 사해 두루마리와 함께 성서 고고학상 최대의 성과였다. 발견된 도마복음은 기원후 350년경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마복음이 씌어진 것은 기원후 약 100년경으로 요한복음과 비슷한 시대일 것으로 본다. 도마복음은 예수 어록으로만 되어 있으며, 공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과 50% 정도는 일치한다. 그러나 공관복음에서 자주 나오는 기적, 종말, 부활, 믿음, 심판, 대속 같은 단어는 거의 볼..

읽고본느낌 2012.12.02

가서 당신도 그렇게 행하시오

그 율사가 스스로 의로운 체하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니 예수께서 대꾸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그를 벗기고 때리고 하여 반쯤 죽여 놓고 물러갔습니다. 마침 한 제관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는 피해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레위 사람도 와서 보고는 피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 사람이 길을 가다가 와서 보고 불쌍히 여겨 다가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상처를 싸맨 다음 그 사람을 자기 짐승에 태워 객사로 데려다가 돌보아 주었습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객사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올 때 갚아 드리겠소.’ 하였습니다.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강도 맞은 사람의 이웃이 되..

참살이의꿈 2010.07.31

예수전

작년에 샀던 김규항의 을 다시 읽었다. 보통 두 번째 읽게 되면 긴장감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관점에 대한 긴장과 새로운 이해에 대한 설렘이 여전했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에 나가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지만 ‘마르코복음’에 대한 강독 형식의 해설서를 썼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성서에 대한 내공이 만만찮음을 알 수 있다. 작년에 이 책을 읽고 맨 처음 든 생각은 나도 언젠가는 이런 신앙 고백서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좀더 건방지게 말하면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을 이분이 먼저 써버렸다는 박탈감 같은 것도 있었다. 전부터 마르코복음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견해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마 그 소원이 이루어진..

읽고본느낌 2010.02.04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

시읽는기쁨 2009.11.09

누가 바리사이인가?

예수 당시 이스라엘에는 여러 개의 유대교 분파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가 민중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사두가이는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로마와 결탁하여 민중의 원성을 받았다. 반면에 바리사이는 이스라엘의 미래를 걱정하며 유대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성서의 율법을 지키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자 노력했고 회당의 지도자와 율법학자로서민중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 외에도 비록 소수지만 신비적이고 금욕적인 에세네파가 있었다. 그들은 은둔생활을 하며 자신들만의 종교적 순수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았던 요한도 에세네파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예수는 바라사이를 거의 증오라고 해야 할 정도..

참살이의꿈 2009.04.23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예수는 말했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뺨을 때린다는 것은모욕적인 행위다. 더구나 오른손잡이가 상대방의오른뺨을 때리기 위해서는손등으로 쳐야 하는데 이는 더욱 모욕적이다. 이럴 때 왼뺨마저 돌려 대어준다는 것은 항복이나 복종이 아니라 저항의 표시다. 너의 부당한 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다. 네가 나를 수치스럽게 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항의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주어라.”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그런 포기의 행위에는 내어주지만 꺾이지는 않는 저항 정신이 들어있다. 불의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지만 폭력적 방법이 아니라 체제를 무시하고 참여하기를 포기하는 완전한 내어줌이다..

참살이의꿈 2008.09.15

[펌] 당신들은 예수의 친구가 아니다

나는 예수쟁이이다. 왜 “크리스찬”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정 이런 식의 약간은 자기비하적인 용어를 사용하는지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기독교는 너무나 가진 자들의 편에 서게 되었다는 생각, 따라서 진실로 예수라고 하는 한 팔레스타인의 지독한 주변인이었던 기독교의 창시자의 정신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졌다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주변성을 자기 정체성 안에 통합해 넣는 용어를 일부러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천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줄 모르는 자는 크리스찬이 아니다. 나는 교회 안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스스로의 결단에 의거하여 자신을 옭죄던 봉건성을 기독교라는 각성의 형식으로 극복했던 1세대 기독교도의 아들이다. 내 아버지는 대한민국 최대의 교회 중 하나인 영락교회를 창건하신 열 분 장로님 중..

길위의단상 2004.11.29

그리스도의 수난

어제 밤에 본당에서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을 상영했다. 많은논란과 화제가 된영화라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작고 선명하지 못한 화면 등이 흠이었지만 꼭 옛날의 시골 극장같은 분위기여서 색다른 맛이 있었다. 영화는 그리스도의 체포로부터 죽음까지 하루도 못 되는 마지막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성서에 충실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의 말이 당시에 사용되었다는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미국에서논란이 되었다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대체로 성서에서 묘사한 것과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성서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영화를..

읽고본느낌 2004.05.07

성탄

"이 세상으로부터 그대의 이름을 떼어버린다면, 세계가 그 근저로부터 뒤흔들리리라." --르낭 오전 성탄 미사에 다녀오다. 성당 마당과 제대 앞에는 아기 예수가 모셔져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예했고,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 역사적 예수가 어떤 분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또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 영혼을 일깨우는예수와의 만남은 어느 순간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은 개인에게전 생애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내 존재와 삶을 변화시키는 그런 실존적 만남이야말로 예수가 이 땅에 찾아온 이유일 것이다. 20대 이후 몇 차례 이분과의 만남을 경험했지만 나는 아직 이분을 잘 모른다. 어느 때는그림자를 보고 이분의 ..

사진속일상 200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