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75

Leisure / W. H. Davies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s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 Leisure / W. H. Davies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

시읽는기쁨 2006.07.31

驟雨 / 良寬

오늘 구걸하다 소나기를 만나 잠시 낡은 사당으로 비를 피하네 우습구나, 바랑 하나와 바리때 하나 생애 맑고 깨끗한 무너진 집의 바람 今日乞食逢驟雨 暫時廻避古祠中 可笑一囊與一鉢 生涯潚灑破家風 - 驟雨 / 良寬 료칸[良寬, 1758-1831]은 무욕의 화신, 거지 성자로 불리는 일본의 선승이다. "다섯 줌의 식량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라는 말이 뜻하듯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무욕과 무소유의 최고 경지를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다. 료칸은 떠돌이 걸식 생활을 하면서도 시를 써가며 내면의 행복을 유지했다. 말 그대로의 청빈을 실천하며 산 사람이다. 단편적으로 듣게 되는 료칸의 일화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료칸의 생애를 통해 대현[大賢]은 곧 대우[大愚]와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시읽는기쁨 2006.06.07

기도 / 십자가의 성요한

보다 쉬운 것보다 보다 어려운 것을 보다 맛있는 것보다 보다 맛없는 것을 보다 즐거운 것보다 차라리 덜 즐거운 것을 쉬운 일보다도 고된 일을 위로되는 일보다도 위로 없는 일을 보다 큰 것보다도 보다 작은 것을 보다 높고 값진 것보다 보다 낮고 값없는 것을 무엇을 바라기보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기를 세상의 보다 나은 것을 찾기보다 보다 못한 것을 찾아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하여 온전히 벗고, 비고, 없는 몸 되기를 바라라 모든 것을 맛보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맛보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얻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 말라 모든 것이 되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되려고 하지 말라 모든 것을 알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 맛보지 못한 것에 다다르려면, ..

시읽는기쁨 2006.03.01

너무 많은 것들 / 긴스버그

너무 많은 공장들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제품 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 연기 너무 많은 종교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양복 너무 많은 서류 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 물질 너무 많은 비만 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침묵 - 너무 많은 것들 / 알렌 긴스버그 현대 문명이 번성한 20세기는 동시에 파괴와 자학의 세기이기도 했다. 지..

시읽는기쁨 2005.05.18

화살과 노래 / 롱펠로우

하늘을 향해 나는 화살을 쏘았네 화살은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네 노래는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눈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빠르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화살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을 나는 알았네 - 화살과 노래 / 롱펠로우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

시읽는기쁨 2005.05.07

바람만이 알고 있지 /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은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 척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더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

시읽는기쁨 2004.12.23

나무들 / 칼머

나무보다 아름다운 시를 나는 결코 알지 못할 것 같다. 대지의 달콤한 가슴에 허기진 입술을 대고 있는 나무 하루 종일 신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에는 머리 위에 개똥지빠귀의 둥지를 이고 있는 나무 가슴에는 눈이 내려앉고 또 비와 함께 다정히 살아가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가 짓지만 나무를 만드는 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 - 나무들 / 칼머 사람보다는 나무가 더 좋다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는 꼭 나무를 닮았다. 그의 곁에 가면 숲에 든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별명은 물푸레나무이다. 이 친구 따라 나무 설명을 들으며 나도 나무와 많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무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눈이 떠진 느낌이다. 지금 밖에는 다가오..

시읽는기쁨 2004.11.11

당나귀가 나는 좋아 / 프란시스 잠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를 끼고 걸어가는 순한 당나귀가 나는 좋다. 당나귀는 꿀벌에 마음이 끌려 두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 주기도 하고 호밀이 가득 든 부대를 나르기도 한다. 당나귀는 수챗가에 가까이 이르면 버거정거리며 주춤 걸음으로 걸어간다. 내 사랑은 당나귀를 바보로 안다. 어쨌든 당나귀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언제나 생각에 젖어 있고 그 두 눈은 보드라운 비로드 빛이다. 마음씨 보드라운 나의 소녀야, 너는 당나귀만큼 보드랍지 못하다. 당나귀는 하느님 앞에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 닮아서 당나귀는 보드랍다. 당나귀는 피곤하여 가벼운 모양으로 외양간에 남아서 쉬고 있다. 그 가련한 작은 발은 피곤에 지쳐 있다. 당나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가 할 일을 모두 다했다. 그런데,..

시읽는기쁨 2004.09.20

기도 / 야마오 산세이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다여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고쳐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이여 우리의 병든 욕망을 치유해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강이여 우리의 병든 잠을 고쳐 주셔요 그 푸른 시냇물 소리로 편안한 잠자리를 되찾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내면에 있는 여래여 우리의 병든 과학을 고쳐 주셔요 모든 생명에 봉사하는 과학의 길을 찾아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무여 우리의 침울해 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축복해 주셔요 그 곧게 선 푸른 모습에서 우리들도 또한 조용하고 깊게 곧게 설 수 있는 길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람이여 우리들의 ..

시읽는기쁨 2004.09.14

걸어 보지 못한 길 /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

시읽는기쁨 2004.07.13

후손들에게 / 브레히트

참으로 나는 암울한 세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 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 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줄뿐이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많은 범죄 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저기 한적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은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내가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 (나의 행운이다 하면, 나도 끝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

시읽는기쁨 2004.05.01

순수를 꿈꾸며 / 블레이크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의 손바닥 안에 무한이 있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며 주인집 문 앞에 굶주림으로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쫓기는 토끼의 울음 소리는 우리의 머리를 찢는다. 종달새가 날개에 상처를 입으면 아기 천사는 노래를 멈추고....... -- W. Blake / Auguries of Innocence 중에서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A robin redbreast i..

시읽는기쁨 2003.11.24

낙엽 /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떨어져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 구르몽(R. Gurmon) 아침에 흐린 하늘이 낮이 되면서 개이더니 지금은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이런 날은 하던 일..

시읽는기쁨 2003.11.19

My heart leaps up / Wordsworth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면 내 가슴 뛰노라. 내 삶이 시작될 때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니 늙어서도 그러하리라. 아니라면 죽음만도 못하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애로 이어지기를.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 My heart le..

시읽는기쁨 2003.11.11

달빛이 내 몸을 / 까비르

`마음의 평화`를 노래하는 문맹의 농부 시인 까비르! 인도의 갠지스 강 근처 한 산중 마을에서 어느 수도승과 과부의 사생아로 태어난 까비르는 태어나자마자 길에 버려졌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평생을 물긷는 일과 베짜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 그는 틈틈이 삶의 초월에 대하여, 그리고 마음의 평화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적었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문맹의 시인이며 농부였던 까비르의 시는타고르가 엮어세상에 알려졌다. 달빛이 내 몸을 누리고 있네 그러나 눈먼 내 눈은 그것을 보지 못하네 달이 해가 내 몸 속에 있네 영원의 목소리가 내 몸 속에서 울리고 있네 그러나 내 먼 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네 나 나의 것 그것들을 외치고 있는 동안의 그대의 노력은 무가치하네 나 나의 것에..

시읽는기쁨 200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