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76

북악산 성곽길을 걷다

직장 동료들과 같이 올봄에 완전 개방된 북악산 성곽길을 걸었다. 창의문에서 출발하여 숙정문까지 약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이곳은 바로 청와대 뒤쪽이라 아직은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미리 예약을 해서 안내원을 따라 안내를 받으며 걸어야 했다. 서울 성곽은 태조 4년(1395)에 정도전의 계획에 따라 축조된 것이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길이 18.2 km의 성곽으로 숙종 30년(1704)에 대대젹인 보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이 개발되면서평지의 성곽은 다 없어졌고 지금은 산지 성곽 10km 정도만 남아 있다. 오늘 우리가 걸은 창의문-숙정문 구간은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라 옛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맨 처음 쌓은 성곽 모습이 일부 남아있다.설명에 보면 큰..

사진속일상 2007.06.02

분회원들과의 강화도 나들이

분회원들과 함께 강화도로 나들이를 갔다. 적석사와 동검도를 둘러보고 석양을 보기 위해 장화리 해변가에 나갔다. 아쉽게도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해변가에 달려 도착했을 때는 연분홍 해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바다에는 옅은 안개가 깔려있어 해면 위 높은 곳에서 일찍 모습을 감추었다. 인적 끊긴 저녁 바닷가는 고요하고 쓸쓸했다. 넓은 갯벌로는 바닷물이 조용히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했던 마음이 공연히 미안해졌다. 사진 찍기에 몰두하다 보면 풍경이 주는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못한다. 이렇게 카메라를 놓으니 도리어 풍경이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만남이 즐겁듯 풍경도 그러하다. 오늘은 그 둘을 동시에 누리는 행운을 얻었다. 비록 세상은 팍팍하고 꿈은..

사진속일상 2007.05.08

2007 봄의 남도여행

동료 열두 명과 함께 1박2일로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중심은 백련사와 다산초당이었고, 부근의 고금도, 미황사, 영란생가를 들렀다. 특히 백련사에서 템플 스테이로 일박을 한 것과, 아침 공양 후 주지 스님과 차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눈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절의 객사에서 잠을 잔 것은 내 인생 최초의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에서의 제 버릇대로 절에서까지 밤이 늦도록 곡차를 마시며 시끄럽게 한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로 옆방에서 스님이 주무셨는데 잠이나 제대로 주무셨는지 죄송스럽기만 했다. 주지 스님과 차를 나눈 곳은 앞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주지 스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자리에 잡은 절은 소백산 부석사와 이곳 만덕산 백련사..

사진속일상 2007.05.01

잣나무 숲길을 산책하다

축령산 동편 자락에 있는 수련원에 직원들과 1박2일의 연수를 다녀왔다. 조직의 생리에 적응하기 어려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서 불편한 점이 여럿 있었지만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어디에 불평할 수도 없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토의가 안 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직원들 간의 친목 도모에 이번 연수가 도움이 된 것은 다행이다. C와는 올해 계획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저녁까지는 간간이 눈발도 날리더니 밖에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드러났다. 오랜만에 보는 눈에 익은 별자리들이 내 마음을 환하게 했다. 이렇게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본 지도 참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얼 위해 그리 고민하고 애쓰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병들고 더러워진 것은 내 마음이지 저 하늘은..

사진속일상 2007.02.15

차가운 계절

며칠 전에 중부지방에 함박눈이 내렸다. 수원은 25 년만의 대설이었다고 한다. 한 순간에 나타나서 황홀케 했던 하얀 설국도 이틀이 지나니 자취를 감추었다. 홀연히 피어난 겨울나무의 설화도 이젠 다 사라졌다. 눈 온 다음 날 친구와 같이 경복궁을 걸었다. 이 친구는 30 년 지기다.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직장에 놀러갔다가 처음 이 친구를 만났다. 그 뒤 2 년 정도 같이 근무했지만 가까운 관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 겨울에는 같이 도봉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포대능선에서 눈에 미끄러졌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잡아주어서 아래 절벽으로 떨어지는 걸 막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친구는 늘 자기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잘 모시라면서 부담을 준다. 그때 재미있었던 것은 몸에 갑자기 브..

사진속일상 2006.12.22

가을 나들이를 다녀오다

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먼저 찾아간 곳은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城隍林)이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 미리 공문을 보내 허락을 받아 놓았는데, 현장에서 이장님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성황림은 성황단(서낭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치악산의 서낭신을 이곳에 모셔, 100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면서 이 숲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숲에는 신이 산다고 믿으며, 신이 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이름도 신림(神林)이라 하였다고 한다. 사람들 출입을 통제하며 아름다운 자연림으로 보호된 이 숲은 현재 500년 된 전나무를 비롯해 50 종류 내외의 나무들과 다양한 초본류들이 자라고 있다. 성황림은 천연기념물 93호로 지정되어 ..

사진속일상 2006.11.06

닮고 싶은 사람

금년에는 전 직원을 상대로 하는 업무를 맡았다.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조급한 사람, 느긋한 사람, 덤벙대는 사람, 꼼꼼한 사람 등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 마감 기한을 앞당겨 제출하는 사람도 있고, 늘 기한을 넘겨서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다. 늦는 사람은 대개 항상 늦는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을 접촉하게 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체로 비판을 잘 하고 불평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결코 칭찬받을 만큼 잘 처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져오는 서류를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이 불평하는 그것을 본인이 더 자주..

길위의단상 2006.05.12

아침가리골

직장의 등산회동료들과 함께 아침가리골을 다녀왔다.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아침가리골은 한자로 조경동(朝耕洞)으로 표기되는데, 구룡덕봉 기슭에서 발원하여 20 km를 흘러 진동리에 이른다. 아침가리골은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곡을 따라난 길도 중간 중간에 끊어져 있어 여러 번 계곡물을 건너며 올라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계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계곡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망가지는 과정을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이 찾으면 숙박시설과 유흥시설이 생기고 개발 바람이 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렇게 되면 오염이 뒤따르고 맑은 자연을 찾는 의의가 없어진다. 아침가리골에도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얘..

사진속일상 2006.05.03

한탄강 지질 답사

연수 과정 중 하나로 연천의 한탄강 지역을 중심으로 지질 답사를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경기 북부인 연천, 철원 지방은 신생대 제 4기인 약 27만 년 전의 화산 활동에 의해 지표에는 화성암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보는 현무암을 이 지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이 지역에는 선캄브리아시대에 만들어진 지층(연천복합체)과 중생대 백악기와 쥬라기 때의 화산 활동에 의한 지층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맨 처음찾은 곳은 양원리 고인돌이었다. 고인돌은 전 세계적으로 약 6만 기 정도가 있다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만 3만 기가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나라라고 부를 만도 하겠다. 이 양원리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북방식 계열이다. 덮개돌은 중생대 쥬라기 때 만들어진 ..

사진속일상 2006.01.16

청초호의 철새

직원들과 함께 1박으로 속초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내내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바람도 잦아들어 바깥 나들이길에는 아주 좋았다. 여러 군데 다녔지만 속초 시내에 있는 청초호의 철새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청초호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수질이맑아보여서 무척 반가웠다. 호수에는 갈대 같은 수초들도 잘 자라고 있어서 새들이 지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청초호는 도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바다와 통하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도 도시와 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철새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호수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지방의 소도시여서 그런지 호수 주변의 소음이 적고 조용해서 좋았다. 문득 서울의 석촌호수를 떠올..

사진속일상 2005.12.30

한 장의 사진(3)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발령받은 학교가 K여중이었다. 당시에는 대학 4년 동안의 성적순으로 발령을 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정식교사로 발령을 받지 못하고 우선 임시교사로 이 학교에 근무하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기간제교사였던 셈이다. 그해 12월에 다른 학교로 정식 발령을 받았으니까 여기서는 약 6개월 정도 근무했었던 것 같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는 학교이다. 부임하던 첫 날 교무회의 시간에 선생님들께 인사하던 내 모습이 선연히 떠오르는데 어느덧 벌써 30년이 흘렀다. 돌아보면 그때와 지금과의 거리가 한 호흡 간격만큼이나 짧게 느껴진다. 그때 내 자리는 시청각실이었다. 선배 선생님 한 분과 같이 있었는데 시청각기자재를 선생님들께 빌려주고 관리하는 일..

길위의단상 2005.11.05

작은 전시회

저녁부터 가을비가 내리다. 그림을 그리는 동료의 작품 전시회에 가다. 찻집의 한쪽 벽면을 이용한 작은 전시회이다. 전시된 작품은 다섯 점인데 모두 생소한 기법으로 제작되어 있다. 액자의 유리 표면에도 물감을 칠해서 효과를 낸 것이 인상적이다. 소재는 전원 풍경과 현대 도시의 구조물들이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것은 간소하고 작은 전시회인 것이다. 보통 생각하는 미술 전시회라면 입구에 화환이 늘어서 있고, 부담을 주는 큰 방명록도 펼쳐져 있고, 그리고 관람객의 기를 죽이는 넓은 홀과 환한 조명이 연상된다. 그런 곳에서 나 같은 사람은 괜히 의기소침해진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는 작은 찻집의 벽면을 이용했다. 작품 밑에서 차를 마시며 부담 없이 얘기를 나눈다.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작가가 아닌 보통 사..

사진속일상 2004.11.05

교정의 가을

가을비가 지나가니 가을 색이 더 깊어졌다. 가을 교정은 빨강, 노랑, 초록의 빛깔로 가득하다. 나무는 물론 땅도 사람 얼굴도 온통 단풍물이 들었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초순의 짧은 한 때, 스쳐가듯 우리 마음을 흔들며 가을의 정령이 지나가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떨어진 낙엽이 곱고도 포근하다. 복자기나무에도 빨간 물이 들었다. 건물 벽에 매달린 담쟁이 덩굴도 대부분 떨어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밑에서 올려다 본 층층나무 잎도 은은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사진속일상 2004.11.03

가을 나들이

동료들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매봉을 찾았다. 7명이서 지프와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외진 산이어서선지 험한 비포장길을 한참을 가야 했다. 결국 승용차는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K와 나는 자원해서 뒤에 처지게 되었다. 그래서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산 아랫쪽에서 수락폭포라는 비경을 만나서 늦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산의 나무들은 벌써 몸의 물을 비우면서 겨울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땅으로 돌아온 나뭇잎들이 발에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사각거렸다. 특히 계곡의 물 위에 떨어진 잎은 단풍의 선명한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평화롭고 아름답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화려한 단풍철은 지나서마치 잔치가 끝난 자리처럼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대신에 늦가을의 산은 삶의..

사진속일상 2004.10.31

테니스 대회

직장 테니스 대회가 열리다. 20명이 A, B조로 나누어 복식 시합을 하다. 그런데 파트너를 잘 만나서 B조에서 우승을 하다. 20대때 테니스를 시작했으니 경력은 오래되었으나 중간에 공백이 많아 지금도 시작할 때 실력 그대로다. 더구나 금년 들어서는 라켓을 잡는 것이 두 번째이다. 운동을 즐길 여유가 그만큼 없었다. 그러나 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동료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다. 웃음 소리, 고함 소리에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다. 끝나고 저녁 식사자리에서 소주 맛이 너무 좋아 여러 잔을 마시다. 몸은 뻐근하지만 고였던 찌꺼기가 빠져나간 듯 몸도 정신도 개운하다. 바쁘더라도 운동을 즐길 여유를 되찾아야겠다.

사진속일상 2004.10.14

쓸쓸한 건배

일과를 일찍 마치고 동료들은 남한산성으로 단풍 구경을 떠났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그냥 보낼 수 없단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풍나무 아래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가을 정취를 즐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혼자 있고 싶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려고 노력했다. 여러 모임에도 참여하고 개인적으로 만나 술도 마셨다. 그것은 잊기 위해서였다. 나에게는 벅차게 다가온 사건들의 고통, 그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희석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나술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어떤 때는 도리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오늘은일찍 집으로 들어가야지. 그냥 아내와 둘이서 소주 몇 잔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사라져가는 마가리의 꿈을 향하여 쓸쓸한 건배라도 했으면 좋겠다.

참살이의꿈 200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