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47

남한강변 드라이브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가을 하늘이 이뻐서 남한강변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드라이브 중에 문득 양평에 내려 와 있는 후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집에 있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만나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었다. 나름대로 의미를 찾으며 살려고 하는 후배의 모습이 대견했다.   후배와 만나면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서로 관심 분야는 달라도 책을 옆에 두고 산다는 공통점이 우리를 묶어준다.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인연의 끈은 불가해하다. 남한강과 연결되는 다산길을 짧게 걸었다. 자연 속 모든 존재가 순리에 따라 잘 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디메쯤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자문하며, 부끄러웠다.

사진속일상 2024.09.26

한강을 걷다(자양역~강변역)

요사이 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더 이상 바라지 못할 정도로 맑고 밝은 하늘과 땅이다. 대기도 깨끗하며 상큼하기 그지없다. 거의 일주일 정도 기적처럼 이어지는 날씨다. 서울에서 1차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만에 한 시간여 한강변을 걸었다. 서울을 떠난 뒤로는 한강을 걸을 일이 없어졌다. 자박자박 내딛는 걸음마다 아스라하면서 쓸쓸한 추억이 되살아났다. 버드나무 그늘에 앉아 강물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쉬기도 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강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두 주 전에 뚝섬한강공원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주 행사는 끝났지만 정원 전시는 올 가을까지 계속된다. 작가가 만든 정원과 학생들이 출품한 정원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라는 명칭에 비해 내..

사진속일상 2024.06.05

겨울 아침의 한강 윤슬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의미의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물비늘'이 있다. 인터넷에서 '윤슬'을 검색하면 연예인이 20명 가까이 나온다. 그만큼 예쁜 이름이라는 뜻이겠다. 겨울 아침의 한강에서는 아침 햇살을 받은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렸지만 윤슬은 개의치 않고 영롱했다. 명멸하는 빛무늬가 강에 뜬 미리내처럼 보였다. 우리네 인생도 저 수많은 반짝임 중 하나가 아닐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며, 하물며 강물에 무슨 흔적인들 남길 수 있으랴. 해가 뜨든 말든, 윤슬이 반짝이든 말든, 무심한 강물은 유유히 흐를 뿐이다. 아서라, 선악이 무엇이며 애증이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희망이란 것조차도.

사진속일상 2024.01.31

겨울비 내리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여러 차례 했다. 한겨울 새벽인데도 눈이 아닌 비가 내릴 정도로 날이 눅었다. 비는 낮까지 이어져 오다 그치다를 계속했다. 예보로는 앞으로 이틀 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보다가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드라이브 겸 하남에 있는 수제비집을 찾아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랜만에 맛집의 맛을 보고 싶었다. 옛날 자주 찾아갔던 안국동의 수제비 맛이 떠올라서였다. 벌써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 뒤로는 제대로 된 수제비를 맛보지 못했다. 잔뜩 흐린 채 안개비가 보얗게 낀 날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먼저 팔당 한강변에 나가 보았다. 고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고니는 70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두 무리로 나누어 모래톱에서 쉬고 있었다...

사진속일상 2023.01.14

한강변 따라 드라이브

고향 마을 이웃분이 코로나로 돌아가셨다. 지병으로 쇠약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의 제일 가까운 친구였는데 어머니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전화기로 전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나 제대로 하시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쐬면서 우울한 심사를 달랠 겸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 집 부근에는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도로가 여럿 있다. 오늘은 한강변을 택했다. 달리다가 적당한 곳이 나오면 잠깐씩 쉬기로 했다. 퇴촌을 지나 342번 지방도를 탄다. 분원리에서 운심리까지 팔당호를 끼고 있는 이 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잠시 물안개공원에 들렀다. 전 같으면 공원을 한 바퀴 돌았겠지만 아내가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수청리 나루터도 빼놓을 수..

사진속일상 2022.09.01

후배 집에 오가는 길

도시에 본 집을 두고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후배 H가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하는 일에 딱 맞는 전원주택을 양평에 갖고 있다. 약속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오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집에서는 성당 반 모임이 있어서 일찍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덕분에 팔당호를 따라 난 342번 도로를 돌며 장맛비 속 드라이브를 즐겼다. 수청(水靑)나루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팔당댐이 생겨 수몰되기 전 강 건너편은 넓은 백사장과 갈대밭이 있었고, 수청나루터 부근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경치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갈수기 때는 강을 걸어서 건너기도 했다니, 물이 가득 차서 호수가 된 지금은 옛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기 힘들다. 안내문에는 수청리에 있는 예쁜 지명들이 ..

사진속일상 2022.06.30

겨울옷 벗은 강물을 바라보다

요 며칠 동안 감정 소비가 컸다. 지난주에 실시한 대통령 선거 후유증이다. 동기 단톡방에서 논쟁이 일었고, 결국 방에서 나와 버렸다. 더 이상 조롱과 비아냥을 보고 있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재인 머저리는 노무현처럼 뛰어내리지도 못할 거야." "윤석열 대통령이 좌파 연놈들을 조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통쾌하다." 몇 차례 자제를 부탁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 나라를 공산주의로 몰고가려 한 죄과는 받아야 한단다. 무릎 꿇고 반성부터 하란다. 다른 동기들은 침묵하고 나만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그만 뛰쳐나와 버렸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였다. 원래는 수리산 변산아씨를 만나려 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수난을 겪는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 대신 넓고 유장한 강물이 보고 싶었다. 날..

사진속일상 2022.03.17

꽁꽁 언 한강

지난주 강추위에 한강이 꽁꽁 얼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동장군의 기세가 무서웠다. 첫 한강 결빙은 지난달 15일에 이미 시작되었다. 대개 1월 중순이 되어야 한강이 어는데, 12월 15일은 71년만의 기록이었다. 올해는 상당히 추운 겨울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 세 주 동안 거의 두문불출이었다. 날씨가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극성이고, 아니면 너무 추워서 꼼짝을 못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모임이 두 개 있었지만 부득불 참가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빨 치료를 위해 야탑에 두 번 나갔다 온 게 전부였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려서 가까이 있는 물안개공원에 나가 보았다. 팔당호는 완전히 꽁꽁 얼었고, 그 위로 잔설이 하얗게 덮여 있다. 이 넓은 곳에 스케이트장을 만들면 호쾌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

사진속일상 2018.01.28

강변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올림픽공원에서 삼삼회 모임이 있어서 강변역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많이도 걸었던 길이다. 발을 내딛는 모든 곳에 추억이 서려 있다. 지층이 쌓이듯 나이가 들수록 추억도 두꺼워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된다. 당시에는 고통이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 예쁘게 채색해 놓았다. 노년의 버팀목 중 하나가 추억의 힘이다. 잠실철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강을 건넌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난 길이다. 그동안 스카이라인도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게 연말에 준공 예정인 롯데타워다. 성내천 둑길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이 둑길을 걸었다. 한강까지 나가 강물을 보며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15년 전이다. 벚나무가 많이 컸다. 올림픽공원에 들어가서 약..

사진속일상 2016.06.17

가을 강변을 걷다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산과 들이 오색 단풍으로 덮이고,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이러한 때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책을 본다는 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 햇살의 유혹을 이길 자 누구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직장에 매여 꼼짝하지 못하지만, 이럴 때는 나 같은 불한당으로서의 행복을 맛본다. 다산길 1코스(한강나루길)를 걸었다. 1코스는 한강 삼패지구에서 운길산역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16.7km의 길이지만, 오늘은 팔당역에서부터 운길산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팔당역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옛 중앙선 철길을 걷어내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만들었다. 새로 포장을 했는지 아스팔트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강가로 나서니 바람이 쌀쌀했지만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비치니 곧 따스해졌다..

사진속일상 2012.10.29

반포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걷다

판사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고가 한 차례 연기된 뒤였다. "원고에게 부과한 세금을 취소하라!" 순간 고생했던 여주 생활과 그 후유증이 떠올라 눈물이 맺혔다. 돈보다는 내 자존에 관계되는 문제였다. 억울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다음에 소송을 도와준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판사님, 감사합니다. 한강을 혼자 걸었다. 가을 바람이 서늘했고 하늘은 청명했다. 마음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사라졌다. 걷는 걸음이 가벼웠다. 한강을 오랜만에 걸었다. 옛 생각이 많이 났고 기분은 들떴다. 세상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 걸은 시간; 4 시간(11:00 - 15:00) * 걸은 거리; 14 km * 걸은..

사진속일상 2011.09.20

걷다

여주 밤골에서 떠나온지 3년이 넘었다. 그런데 당시 세금 계산이 잘못 되었다며 추가분 2천여만 원을 더 내라는 연락이 지난 달에 세무서에서 왔다. 농지를 자경한 것 같지 않으니 고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경작했다는 증빙서류를 붙여 청구서를 제출했는데 인정할 수 없다는 통지를 어제 받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 선바위역에서 내려 양재천을 걸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는 비는 맞았고 굵은 비는 다리 밑에서 피했다. 10년 전 밤골 땅을 구입할 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경작하겠다고 신청해서 여주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 세무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

사진속일상 2010.08.28

한강의 아침

날씨가 좋으면 출근길에 가끔 한강에 나간다. 전철을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 그 거리만큼 한강변을 따라 직장까지 걸어간다.도시에 갇혀 사는 몸이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출근 시간은 약 30분 정도 더 걸리지만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해지니 좋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와 마시는 아침 커피 한 잔은 내 작은 행복이다. 한강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며칠 전까지 꽃창포밭이 예뻤는데 오늘 나가보니 깨끗하게 베어지고 사라졌다. 저 자리에는 또 다른 꽃이 심어져서 바뀌는 계절을 장식할 것이다. 비록 인공적이긴 하지만 그런 정성으로 인하여 나는 눈요기의 호사를 누린다. 작년에 비해서는 걸음이 많이 줄어들고 게을러졌다. 산에 오르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 그러나 줄어들면 줄어든대로, 게으르면 ..

사진속일상 2010.06.16

선상 번개팅

어제 저녁에는 대학 동기들의 번개팅이 있었다. Y가 주관하는 행사가 한강에서 있었는데 우리도 초대받았다.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된 거라 네 명만 나왔다. 유람선을 전세 내어 배 안에서 행사를 갖는 모임이었는데 우리도 같이뷔페 식사를 하며 서울의 야경을 즐겼다.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하류와 상류를 오르내렸는데 반포대교 분수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다. 덕분에 세 시간 동안 밤의 유람선도 타보고 호사를 누렸다. 우리가 대학생이었을 때의 일화를 Y가들려주었다. K 형과 내가 너무 자주 예수 얘기를 해서 싫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 중에도 둘이서 뒤에서 그랬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Y가 K 형과 한 판 붙었다고 했다. 나도 한때 예수에 미쳤던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였는지는 ..

사진속일상 2010.06.05

한강변의 봄꽃

늘 보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꽃이다. 꽃은 아침에 보는 얼굴이 다르고,저녁에 보는 얼굴이 다르다. 같은 때라도 날씨에 따라서도 표정이 변한다. 또 같은 조건이라도 내 마음에 따라 꽃은 생글생글 미소짓기도 하고, 큰 소리로 파안대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찡그리는 꽃을 보지는 못했다. 슬퍼하고 우는 꽃을 보지는 못했다. 꽃이라고 어찌 슬픔이나 눈물이 없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들은 상처자리 하나하나마다에 예쁜 꽃을 피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꽃은 아름답다. 한강과 안양천변을 산책하다가 눈에 띄는대로 봄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꽃들의향기 2010.05.04

이촌에서 새절까지 걷다

열여섯 번째 는 이촌에서 새절까지 걸었다. 출발지는 지하철 이촌역이었다. 역에서 내려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니 강바람이 차가웠다. 특히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맞바람을 맞아야 해서 더 힘들었다. 아내와 동행했는데 아내는 1차 목표가 절두산성지까지였다. 나는 불광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예정이었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여의도. 한강길을 걸을 때의 장점은 이렇게 전망이 넓게 트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어도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느낌이 다르므로 늘 새롭다. 한강의 얼음은 대부분 녹았지만 강 가장자리에는 아직 얼음 조각들이 남아 있다. 길은 강변북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큰 도로가 바로 옆에 있으면 소음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스팔트로된 자전거길과 보행로로 이용되는 ..

사진속일상 2010.02.06

반포를 한 바퀴 돌아오다

오늘은 서초구로 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약 30분 가량 걸어가면 서리풀공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작은 산으로 된 녹지가 반포 지역까지 연결되어 있다. 중간에 몽마르뜨공원이 있고 누에다리를 지나서 내려가면 고속터미널이 나온다. 아내와 함께 첫 걸음을 해 보았다. 산책을 하는 길은 여러 종류가 있다. 되도록이면 시내의 번잡한 길은 피하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길은 늘 가벼운 흥분을 일으킨다. 이석원의 산문집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세상에 길은 많고, 모든 길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여행지에서의 산책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근처를 거닐게 된다. 그리고 그날그날 산책의 용도에 따라 코스 또한 다양하게 선택된다. 운동을 겸해 약간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길, 생각할 것..

사진속일상 2010.01.29

과유불급

10여 일만에 한강에 나가보다. 아직 몸은 완전하지 못하다. 전에는 일주일이면 회복되었으나 이번에는 꽤 오래 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느려지는가 보다. 그래도 지금은 허리를 굽혀 머리라도 감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에 한강 풍경은 가을물이 많이 들었다. 강변에는 억새가 흰 물결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 나오니 세월이 유수와 같음을 더욱 실감한다.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은 나를 떨어져서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동안 까불거리고 다니며 너무 자신만만했다. 몸과 마음이 한통속으로 기고만장해졌으니 하늘이 경고를 내린 것 같다. 너 본래의 모드로 돌아가라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샌, 너 제발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자!

사진속일상 2009.09.30

가을의 문턱

9월 초하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다. 티 하나없는 유리창처럼 맑고 투명한 날씨가 새 가을을 맞는다. 한 해에 몇 번밖에 만날 수 없는 날씨다. 전방 60 km까지 시야가 열렸다고, 그래서 서울에서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고 보도에 나온다. 날씨가 뉴스가 될 만큼 축복 받은 날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퇴근하는 길에한강 선유도에 들린다. 날씨에 유혹 당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멀리 북한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상과 사람들이 아름답다. 고맙고 감사한 날이다.

사진속일상 2009.09.01

당산에서 잠실까지 걷다

열두 번째 는 한강을 따라 당산에서 잠실까지 걸었다. 전철 당산역에서 한강으로 나가 여의도와 반포를 지나 잠실 종합운동장까지였다.거리는 약 21 km,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여름 장마철이라 후덥지근했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따가웠다. 걷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여의도 둔치는 '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하는 토목공사로 발가벗겨져 있다. 공사가 끝난 반포지구를 보니 별 것도 없던데 시늉만 요란하다. 파헤치기 전의 한강 여의도 지구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라 전체가 온통 공사판이고 돈놀음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괜히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여의도를 지나기로 했는데 통과하는 내내 언짢기만 했다. 길은 공사장 가운데로 외줄기로 이어졌다. 고작 손을 댄다는 것이 이렇게 돌덩이를 갖다 ..

사진속일상 2009.07.05

한강의 아침

출근할 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전철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나간다. 둔치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전망은 시원하다.부지런한 사람들은운동복 차림으로 아침 산책을 하고 있고, 강가에는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둔치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렇게 30 분 정도 산책하고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 다 직장이 한강에 이웃해 있는 즐거움이다. 요사이는 이 아침 산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일찍 집에서 나오려고 한다. 오늘도 아침에 걸은 총 시간이 1 시간은 된다. 자가용으로 가면 집에서 직장까지 20 분이 채 안 걸리는데이렇게 하면 한 시간 반이나 소요된다. 그래도 나는 걷는 게 좋다. 주위의 이것저것에 눈길을 주면서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걷는다. 이때가 하루에서 행복한 시..

사진속일상 2009.05.26

봄을 만져 보세요

"자, 이리 와서 봄을 만져 보세요." 선유도공원에 맹인들이 봉사자의 손을 잡고 봄나들이를 나왔다. 봉사자들이 살구나무 앞에서 꽃의 감촉과 향기를 느끼도록 도와주고 계신다. 맹인들은 꽃잎을 만져보고 미소를 띠며 즐거워한다. 햇살 따스한 봄날 오후였다. 그런데 서울 지방의 오늘 낮 기온이 22.2 도로 3 월의 기온으로는 89 년만의 기록이란다. 한강 둔치에서 산보하는 사람들도 반팔 차림이 심심찮게 눈에 띤다. 나도 겉옷을 모두 벗어야 했다. 이젠 너무 자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는 고온현상이 두렵다. 한강변을 걸으며 여러 꽃들을 만났다. 매화, 홍매,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개불알풀, 냉이, 산수유, 생강나무꽃 등 어느 순간에 봄은 우리 곁에 왔다. 원래 봄이 오는 속도는 느린 걸음 정도인 시..

사진속일상 2009.03.21

당산에서 사당까지 걷다

아홉 번째 는 당산에서 사당까지 한강을 따라 걸었다. 전철 당산역 4 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바로 한강 둔치로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여의도 둔치는'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때문에 온통 공사판으로 변했다. 그래서 서강대교로 올라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두 풍경이다. 하나는 하류쪽의 밤섬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토요일 오후의 정체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강변북로의 모습이다. 도시의 도로에서는 질서의 아름다움을 본다. 그러나 질서 세계의 이면에는 도시의 삭막함이 숨어 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찬 금속의 감촉 같은 느낌에 가슴 서늘할 때가 있다. 인간적 따스함 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사진속일상 2009.03.07

한강을 걷다

오늘은 가볍게 한강길을 걸었다. 집 뒷산을 타고 한강에 나간 뒤 둔치길을 따라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날씨는 맑고 따스했다. 한강에는 겨울 철새인 오리들이 집단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오리들의 헤엄 치는 속도가 내 걷는 걸음과 비슷해 한참을 나란히 나아갔다. 그런데 갈매기들이 끼어들더니먹이를 갖고 다투는지 한바탕 소란이 일고 대열이 흐트러졌다. 아침에 마음이 별로 편치가 못했는데 한강에 나와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소통 부족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만이 아니라 가족간에서도 생길 수 있다. 늘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의도 63 빌딩 앞은 계속 공사중이다. 반포부터 여의도 지구까지의 한강 둔치는 중장비의 굉음으로 요란하다. 재개발을 하면서 내건 구호가 '한강 르네상스'인데 친구 H가 그랬다. 이름을 ..

사진속일상 2009.01.03

서래섬 메밀밭

서울에서도 넓은 메밀꽃밭을 볼 수 있다. 한강 반포지구에 있는 서래섬 전체가 희고 붉은 메밀꽃으로 가득하다. 서래섬에는 때에 따라 봄에는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이 피어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 봉평의 메밀밭을 가보지 못했는데 다행히 가까이에 이런 메밀밭이 있어 나로서는고마운 일이다. '대화까지는 80리의 밤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이 구절 때문인지 메밀꽃은 보름달빛 아래서감상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언젠가 보름달빛 아래서 허 생원처럼 강원도의 산길을 걸어볼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곳 서래섬을 제외한 반포지구 전체가 지금 공사중이다. 땅은 파헤쳐지고 중장비의 굉음이 시끄럽다. 전에 억새..

꽃들의향기 200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