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당산에서 잠실까지 걷다

샌. 2009. 7. 5. 07:00

열두 번째 <토요 걷기>는 한강을 따라 당산에서 잠실까지 걸었다. 전철 당산역에서 한강으로 나가 여의도와 반포를 지나 잠실 종합운동장까지였다.거리는 약 21 km,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여름 장마철이라 후덥지근했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따가웠다. 걷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여의도 둔치는 '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하는 토목공사로 발가벗겨져 있다. 공사가 끝난 반포지구를 보니 별 것도 없던데 시늉만 요란하다. 파헤치기 전의 한강 여의도 지구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라 전체가 온통 공사판이고 돈놀음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괜히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여의도를 지나기로 했는데 통과하는 내내 언짢기만 했다. 길은 공사장 가운데로 외줄기로 이어졌다.

 




고작 손을 댄다는 것이 이렇게 돌덩이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전에 63 빌딩 앞 이곳은 작지만 예쁜 백사장이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던 곳이다. 그런데 무슨 심보인지 땅과 물 사이에 돌로 축대를 쌓아서 둘을 갈라 버렸다. 저들이 4대강 정비라고 하는 짓거리도 이럴 게 분명하다. 이젠 불평하기도 지친다.

 



하루에 몇 차례씩 내뿜는다는 반포대교의 분수를 마침 만났다. 이 분수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96억이나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베토벤 '운명'도, 춤추는 분수도 삐딱이의 눈에는 달갑지가 않다. 다만 잠수교의 차선을 줄이고 자전거와 보행자 길을 넓힌 것은 반가웠다. 그리고 다리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쉽게 건너편으로 넘어가게 한 것도 좋았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멀리 아득한 곳을 바라보면 언제 갈까 싶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힘들여서걸으려고 하는가. 그저 걷는 게 좋을 뿐이고, 그나마 다리 힘이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은 마음 뿐이다. 걷고 싶을 때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시기도 그리 많지 않았다.

 

'걷곳 싶은 욕망, 거기엔 길이 열리고

쉬고 싶은 욕망, 거기에선 응달이 부르며

깊은 물가에서는 헤엄치고 싶은 욕망,

침대 곁에 설 때마다 사랑하거나 잠들고 싶은 욕망,

나는 대담하게 모든 것에 손을 내밀고....'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나오는 말이다.

 




간간이 꽃들을 만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저들은 종일 자동차 소음에 시달려도, 탁한 한강물의 냄새 가운데서도 여전히 밝고 맑은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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