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여러 차례 했다. 한겨울 새벽인데도 눈이 아닌 비가 내릴 정도로 날이 눅었다. 비는 낮까지 이어져 오다 그치다를 계속했다. 예보로는 앞으로 이틀 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보다가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드라이브 겸 하남에 있는 수제비집을 찾아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랜만에 맛집의 맛을 보고 싶었다. 옛날 자주 찾아갔던 안국동의 수제비 맛이 떠올라서였다. 벌써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 뒤로는 제대로 된 수제비를 맛보지 못했다. 잔뜩 흐린 채 안개비가 보얗게 낀 날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먼저 팔당 한강변에 나가 보았다. 고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고니는 70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두 무리로 나누어 모래톱에서 쉬고 있었다. 스산한 날씨 탓인지 고니도 움츠러든 느낌이었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강변이라 바람 불고 싸늘해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강당만큼 넓은 식당은 빈자리 없이 손님으로 가득하고 어수선했다. 분위기가 영 아니올씨다였다. 소주를 세 병이나 깐 옆자리 두 남자의 떠드는 소리가 더욱 신경이 거슬렸다. 이럴 거면 우리 동네 촌스러운 국숫집이 나았다. 맛집이라고 멀리까지 찾아온 것을 후회했다.
이런 날은 기분이 가라앉고 울적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벗어나고 싶어 밖에 나왔지만 도리어 나한테 갇힌 꼴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퇴촌 팔당호변은 짙은 안개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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