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70

용두회에서 남한산성 걷기

용두회의 이번 달 월례 걷기는 남한산성이었다. 넷이 남문에서 시작하여 수어장대, 서문, 북문을 거쳐 산성마을까지 걸었다. 수어장대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에는 원형 지지대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 걷기는 노인들의 산책 수준이 되었다. 전 같았으면 응당 씩씩한 성곽 한 바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좀 더 지나면 이마저도 힘겨워서 아랫동네에서만 놀려고 하겠지.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애잔하다. 바꿔 말하면 오늘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겠다. 어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었다. 범야권이 190석에 이르는 대승을 했다.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게 매운 회초리를 든 셈이다. 내심 생각은 많겠지만 우리 사이에서 선거 결..

사진속일상 2024.04.12

남한산성 얼레지(2024/4/8)

얼레지가 지고 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남한산성을 찾았다. 사기막골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 능선 왼쪽으로 가면 검단산이 나오는데 이 주변에 얼레지가 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피는 얼레지다. 얼레지를 처음 본 것이 30년 전 천마산에서였다. 그때 첫 느낌이 "참 당돌한 꽃이구나"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꼿꼿이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과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꽃 모양이 연 날릴 때 실을 감는 도구인 얼레와 비슷하다고 해서 얼레지란 이름이 붙었다고 옆의 선배가 설명해 주었다. 나는 내심 마를린 먼로가 떠올랐다.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간 명장면 말이다. 얼레지의 젖혀진 꽃잎이 꼭 그러했다. 그 뒤로 거의 매해 여러 산에서 얼레지를 만났다. 얼레지는 언제 봐도 찬..

꽃들의향기 2024.04.09

사기막골에서 오르다

남한산성에 난 길은 대부분 걸어보았으나 성남의 사기막골에서 오르는 코스는 이번이 초행이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발길이 멀어졌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리면 황송공원을 지나 사기막골근린공원에서 산에 들게 된다. 산은 춘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기막골에서 오른 목적은 남한산성의 얼레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얼레지가 나타나기 전에 만개한 진달래가 먼저 반겨주었다. 검단산 부근에서 시들기 시작하는 얼레지를 만났다. 며칠만 늦었어도 얼레지를 보지 못하고 올해를 넘길 뻔했다. 제비꽃 종류로는 태백제비꽃(?)이 많았다. 꽃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니 꽃 이름 불러주는 것도 자신이 없다. 사기막골에서 검단산까지 올라 얼레지를 보고 뒤돌아나와 망덕산을 거쳐 이배재까지 걸었다. 이배재터널이 ..

사진속일상 2024.04.09

아내와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다

발 통증으로 아내가 걷기를 중단한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운동 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다. 요사이는 매일 뒷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아내의 발 상태를 체크할 겸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중년이었을 때도 만만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반 바퀴만 돌고 중단하기도 했다. 둘은 이제 일흔줄에 들어서서 다시 도전해 보는 것이다. 무리가 되면 아내는 중간에 그만두기로 했다. 여기서는 힘들면 아무 데서나 산성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장경사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아내는 흙길만 나오면 신발을 벗었다. 아내의 발 통증 이후로 걷기는 늘 혼자였는데 오늘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동안 노년의 부부가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

사진속일상 2023.09.25

2022년 남한산성의 가을

가을 속에서 가을을 만나러 남한산성에 갔다. 이번에는 장경사를 기점으로 해서 성곽을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가을이 잘 익은 맑은 날이었다. 남한산성에는 단풍나무가 드물어 산 색깔이 화려하지는 않다. 동문 주변도 갈색 톤으로 물들었다. 사람이 많을 남문과 북문 구간을 피하기 위해 개원사로 내려와서 산성리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향했다. 주 성곽에서 벗어나 남한산 정상까지 다녀왔는데 새롭게 정상 표지석이 만들어져 있었다. 정상부는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표지석은 실제 위치에서 100m 정도 벗어난 곳에 있다. 산하를 물들인 가을 색깔이 은은하며 고왔다. 남한산성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1624년(인조 2)부터 쌓기 시작해서 2년 뒤에 완성한 성이다. 축성 작업에는 주로 군인과 승려들이 동원되었..

사진속일상 2022.10.28

남한산성에서 만나다

처제네와 남한산성에서 만나 함께 가을 낮을 즐겼다. 비 지나가고 쌀쌀해져서 "가을이구나!"라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날이었다. 산성마을에서 점심으로 보리비빔밥을 먹고 행궁을 둘러봤다. 행궁 맨 위에 이위정(以威亭)이 있다. 순조 17년(1817)에 광주부 유수였던 심상규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행궁이라 해도 궁궐 안 제일 높은 곳에 유수의 활 쏘는 정자를 만들어도 되는지 의아했다. 유수(留守)란 직책은 조선 시대에 수도 이외의 요긴한 곳을 맡아 다스리던 정이품의 외관 벼슬이다. 개성, 강화, 광주, 수원, 춘천 등지에 두었다. '이위(以威)'란 '천하를 위압한다'는 뜻이겠다. 산성리가 조선 시대 300년 동안 광주부 관아가 있던 광주의 중심지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남한..

사진속일상 2022.10.08

성지(34) - 남한산성 순교성지

성지 49. 남한산성 순교성지 남한산성은 신해박해(1791년) 이후 약 300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장소다. 성지 부근에 처형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시신은 동문 옆 수구문(水口門)을 통해 버려졌다. 워낙 시신이 많이 쌓여 수구문을 사람들은 시구문(屍口門)으로 불렀다고 한다. 순교자 가운데 행적이 밝혀진 분은 한덕운 토마스(1752~1802)를 비롯하여 36명이다. 새 성당은 2015년에 신축했다. 지금은 '토마스 홀'로 사용하는 곳이 예전 성당이었다. 오래전에 이곳에서 마루에 앉아 미사를 드리던 기억이 새로웠다. 성당 옆 성모 마리아. 숲 속 산책로. 십자가의 길과 연결되어 있다. 야외 미사터에 있는 예수 고난상. 성지 안은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십자가와 구름. 순교자 명단이 ..

사진속일상 2022.09.22

남한산성 성곽 한 바퀴

남한산성 성곽을 한 바퀴 돌았다. 걷는 겸해서 새로 산 갤럭시 S22U 카메라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다른 카메라 없이 휴대폰만 달랑 들고 걸으니 단출해서 좋았다. 출발은 남한산성 동문이었다. 언제나 쉼터가 되어 준 동장대터였는데 벤치는 모두 철거했다. 집에서 기른 고양이로 보이는데 누군가 버리고 간 걸까,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애절하게 쳐다보며 운다. 산길에서 10배 망원으로 서울과 북한산을 당겨 보았다. 셀카도 찍어 보았다. 이발 안 한지 석 달이 지났고, 수염 안 깎은지도 보름이 넘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남한산성 성곽은 전체 길이가 12km에 이른다. 뱀이 기어가듯 산허리를 따라 꿈틀대며 나아간다. 산 아래 마을은 하남시 춘궁동이다. 북문을 지나면서 대로가 나오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서문 ..

사진속일상 2022.03.28

은고개 - 남한산 왕복

가을이 짙어간다. 울긋불긋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계절이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모든 산길이 아름답다. 발길은 가까운 남한산으로 향한다. 은고개가 출발 지점이다. 은고개는 경기도 하남과 광주의 경계에 있다. 왜 '은'고개라는 지명이 생겼는지 궁금하지만 유래가 확실치는 않다. 옛날에는 엄고개로 불렀다고 하는데, 고개 옆 마을이 엄미리인 걸 보면 수긍이 간다. 은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남한산까지 올라가는 길은 초반 된비알만 지나면 수월하다. 산 중턱에서부터 노랗게 물들어가는 참나무들이 보인다. 정상부는 완연히 색깔이 다르다. 남한산까지 산길을 왕복해서 걸으며 가을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네 시간 가까이 걷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인적 끊긴 산길이었다. 살짝 무섭기도 했다..

사진속일상 2021.10.26

남한산성의 여름 하늘

입추가 지나니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길었던 더위도 이제 막바지다. 어제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끌려 남한산성에 갔다. 탁 트인 곳에서 하늘의 구름을 맘껏 보며 걷고 싶었다. 하늘의 구름은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깐 한눈을 팔고 다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늘 전망이 좋은 그늘에 앉아 구름 구경만 해도 하루 해가 짧을 것 같다. 남한산성은 여러 달 공사를 하더니 시멘트로 된 길 양 켠에 코코넛 매트를 깔아서 걷기에 훨씬 편해졌다. 북문은 완전히 헐고 새로 짓는 중이었다. 남문, 수어장대, 북문을 지나 샛길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 했으나 통행금지가 되어 있었다.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만큼 관리 및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휴가철이라 ..

사진속일상 2021.08.10

남한산성 성곽길 걷기

용두회에서 남한산성 성곽길을 걸었다. 네 명이 나왔다. 원래는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북문까지 가는 코스를 걸으려 했으나 내년 2월까지 공사로 이 길이 폐쇄되었다. 그래서 부득이 동문으로 향했다. 삼사 년 전만 해도 성곽길 한 바퀴를 돌자고 하면 다들 기꺼이 응했다. 약 9km에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니 걸을 만하다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손사래를 친다. 나이에 맞게 걷자며 반 바퀴가 적당하단다. 흐르는 세월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남한산성 남문은 유일하게 '지화문(至和門)'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다. 정조 3년에 성곽을 개보수할 때 붙인 명칭이다. 4대문 중 그나마 규모을 갖춘 문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문을 통해 피신했을 것이다. 문에는 철판을 입혔는데 그 모양이 성곽의 돌을 쌓아 놓은 ..

사진속일상 2020.11.13

남한산성 솜나물

4월의 남한산성에는 꽃이 많이 피어 있다. 제비꽃과 현호색이 제일 많지만, 자세히만 살핀다면 어지간한 봄꽃은 만나볼 수 있다. 솜나물도 그중 하나다. 잎과 줄기에 솜처럼 하얀 털이 많다고 해서 솜나물이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당연히 어린 잎은 먹을 수 있을 게다. 정리되지 않은 듯 자유분방한 모습의 꽃잎도 특색 있다. 성곽길을 걸으며 앞서가던 손주가 "여기 하얀 꽃이 있어요" 라고 알려준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09

손주와 남한산성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남한산성에 갔다. 산성마을에 주차하고 현절사를 지나는 산길에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처음에는 무척 차가운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력이 엄청 좋다. 어른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을 무척 잘 잡아낸다. 또한, 움직이는 것에도 매우 예민하다. 슈퍼 레이더이다. 아이 눈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가 보다. 나는 사소한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아이를 신기해 한다. 손주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자연물에 호기심이 많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이든 움직이는 걸 찾아내고 놀려고 한다. 아이들이 '개미 박사'라고 불러줄 정도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번 산길에서도 새로운 꽃 이름을 여러 개 알려 주었다. 할머니와 손 잡고 성곽길을 걷는다. 이만큼 컸으니 이젠 어디든 ..

사진속일상 2020.04.09

한양 삼십리 누리길 걷기

'한양 삼십리 누리길'은 경기도 광주시에서 최근에 만든 길이다. 광주 목현동에서 남한산성 산성리까지 12km 길이로 기존의 등산로와 마을길을 연결했다. 4개 구간으로 되어 있으며 오전리, 불당리, 검복리를 차례로 지난다. 옛날에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용하던 길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 시험 길'을 주 컨셉트로 잡은 것 같다. 경떠회 다섯 명이 전 구간 걷기 도전에 나섰다. 남한산성 남문에서 만나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남한산성 7암문이 출발점이다. 산국이 곱게 피어 있다. 회원 여섯 중 하나만 빠지고 다섯 명이 만났다. 우리는 전부 '좌빨'이라 불릴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J가 새로운 용어를 하나 알려줘서 한참을 웃었다. '대깨문'이라고, '대가리가 깨져도 문..

사진속일상 2019.10.12

불당리 기점 두 번째 산행

알려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다. 불당리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첫길인 줄 알고 나갔다. 그런데 5년 전에 같이 올랐던 코스란다. 설명을 듣고 같은 길을 걸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옛 일기장을 확인하고서야 그랬던가 싶다. 이런 멍충이가 있나! 8월 3일, 폭염 경보가 내린 날이었다. 불당리에서 출발하여 검단산과 망덕봉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왔다. 트레커 여덟 명과 함께 했다. 다수가 코카서스 트레킹 한 달을 마치고 온 터여서 여행 얘기가 많았다. 6, 7월의 코카서스는 온통 꽃밭이더라는 전언이 제일 부러웠다. 무릎 연골을 다친 A가 몇 년만에 나왔다. 꾸준한 재활 노력으로 이제 동네 뒷산 정도는 다닐 정도가 되었다 한다. 작년에 퇴직한 뒤로 어학 공부도 부지런히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진속일상 2019.08.03

남한산성 벌봉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났지만 꼬리가 길다. 짙은 구름이 벗겨질 줄 모른다. 간간이 가는 비가 뿌리는 날, 산성리에 차를 파킹하고 남한산성 벌봉에 다녀오다. 남한산성은 하나의 성곽으로 되어 있지 않고 본성, 봉암성, 한봉성, 신남성과 5개의 옹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다. 벌봉은 본성이 아닌 봉암성(蜂巖城)에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내부를 볼 수 있는 벌봉을 청군에 빼앗겨 곤란을 겪었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숙종 12년(1686)에 봉암성을 쌓았다. 벌봉에 가자면 본성과 봉암성을 연결하는 관문인 3암문을 지나야 한다. 3암문에서 벌봉으로 가는 길을 40대 때는 무척 좋아했다. 바람이 시원하고 꽃이 많은 길이었다. 한동안 뜸했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걸어본다. 남한산에서 이만한 바위는 벌봉..

사진속일상 2019.07.30

산성마을 느티나무

남한산성 안 산성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곧고 훤칠하게 잘 자란 나무다. 다만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점이 아쉽다. 여름에는 풀이 무성해 접근할 수 없다. 잘 정비하면 주민의 훌륭한 쉼터가 될 텐데 안타깝다. 행궁 안팎에 있는 느티나무 옆에도 가 본다. 행궁 뒷산에는 소나무가 많지만, 행궁 주변에는 느티나무를 많이 심었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느티나무가 10여 주는 될 듯하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일부분일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9.02.27

트레커와 남한산성 만남

서울 마천역에서 등산을 시작한 트레커 팀과 남한산성 북문에서 만났다. 함께 성곽길을 일주할 생각이었는데 팀이 중간에서 접는 바람에 짧은 걸음이 되었다. 예상보다 날이 차가워 오들오들 떤 탓인가, 산길 걸은 뒤 몸살이 찾아왔다. 기침이 나고 몸이 새큼거려서 오늘은 하루 내내 누워 지냈다. 주제 파악 못 하고 까불면 탈이 생긴다. 2년간 트레커 팀과는 소원하게 지냈다. 올해부터는 여건이 되면 가능한 참석하려 한다. 트레커는 같이 만났을 때 그나마 마음이 편한 멤버들이다. 올해 첫 산행에 열두 명이 참석했다. 한 명의 신입회원도 있었다. '오복두부집'에서 점심을 하고, 다시 짧은 산책 후 '반월'에서 단팥죽을 맛보았다.

사진속일상 2019.01.06

남한산성 산책

안양에 사는 G한테서 전화가 왔다. 걱정 되어서 연락한다고 했다. 송년 모임에 나가지 않았더니 엉뚱한 소문이 돈 모양이다. 가족 건강 문제가 심각한 줄 안다. 두문불출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면 안 되겠구나. 사람들은 제 식으로 상대방을 파악한다. 제 앎과 경험의 범위 안에서만 본다. 그게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는 인간의 한계다. 그렇다고,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살아갑니다, 라고 변명하기도 뭣하다. G는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지 말라고 충고한다. 허허, 하고 웃어넘겼다. 첫째가 와서 남한산성을 셋이서 산책하다. 함께 걸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남한산성 주차비가 3천 원으로 올랐다. 그동안 천 원이어서 싸다 했더니 배포있게 세 배나 인상하며 현실화시켰다. 주차장에서 북문, 서문, 남문을 거쳐 내려왔다...

사진속일상 2018.12.22

트레커와 남한산성을 걷다

1년 2개월 만에 트레커 산행에 동행했다. 마침 남한산성을 온다기에 남한산 정상부에서 합류해서 광주 엄미리로 내려왔다. 트레커 팀은 서울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서문을 거쳐 왔고, 나는 엄미리에서 올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내려온 길은 처음 걸어보는 능선길로 길이 순해서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엄미리와 남한산을 연결하는 능선은 세 개가 있다. 라운딩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해졌다. 산행 후 점심을 한 은고개의 두부전골집도 새로이 알게 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두 가지 수확이었다. 산길에서 재회한 트레커의 옛 얼굴이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사진속일상 2018.11.17

신현회와 남한산성에

신현회원 넷이 남한산성에 올랐다. 12시에 마천역에서 만나 남한천약수터를 지나는 길을 걸었다. 이 길은 거의 20년 만에 찾은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초로의 남자가 모이니 온통 건강 이야기다. 누구를 아느냐,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죽었다, 잠깐 슬픔에 젖지만 누구에게나 미구에 닥칠 일이 아닌가. 아직은 휴우, 하고 안도할 뿐이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남한산성의 높이를 묻는데 대답을 못해 주었다. 미안하면서 고맙기도 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확인할 수 있을 터인데 묻기도 하는구나. 뒤에 가만히 찾아 보았다.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의 높이는 482m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높은 남한산은 522m다. 맑은 가을날에 감탄하며 한참동안 지형 찾기 놀이를 했다. 꽃에서도 완연히 가을 분위기가 났다. 여름 꽃에 ..

사진속일상 2018.10.02

남한산성 큰꿩의비름(180910)

재작년부터 매년 찾아가는 남한산성의 큰꿩의비름이다. 다행히 큰꿩의비름이 자라는 성벽은 제초 작업을 하지 않아 매년 이 꽃을 볼 수 있다. 큰꿩의비름을 지키려는 산성 측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이번에는 매크로를 갖고 가지 않아 일반 렌즈로 찍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꽃이 커서 담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늘 배경을 찾아 찍기 위해서는 고개를 젖혀야 했는데, 뻐근한 고개를 풀기 위해 뒷운동이 많이 필요했다.

꽃들의향기 2018.09.10

남한산성 큰제비고깔

큰제비고깔은 키가 훤칠해서 눈에 잘 띌 법하건만 의외로 만나기 어렵다. 여름에 남한산성 성곽 바깥쪽을 돌다 보면 서너 개체 정도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 본 곳에서는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보라색 꽃받침 안에 들어 있는 까만색이 꽃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제비 새끼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제비고깔로 불린다. 여름이 되면 큰제비고깔과 인사를 나누러 남한산성을 찾는다.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멸종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18.08.26

남한산성행궁 느티나무(3)

노을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남한산성을 찾았더니 포인트는 이미 수많은 삼각대로 점령되어 있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두 시간 전에 이미 만원사례였다. 사진가의 열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도 휑해서 석양이 멋진 풍경을 연출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행궁 옆을 지나며 오래 된 느티나무와 인사를 나누었다. 역광 상태에서 카메라의 HDR 기능을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다. 사진은 맴맴 제자리만 돈다.

천년의나무 2018.08.17

남한산성에서 노을을 보다

내 몸의 느낌보다 스마트폰 숫자를 보고 더위를 확인한다. 38도를 넘어섰다니까 여름이 더 뜨거워진다. 몸도 수치에 반응한다.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이런 것을 두고 아는 게 병통이라고 하는가 보다.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며 빈둥거리다가 해 질 무렵에 남한산성으로 나갔다. 구름이 별로 없는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즈음에 해는 남산타워 바로 뒤로 진다. 석양을 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었다. 사진사들 틈에 끼여 사진을 찍는 재미도 있었다. 카메라를 조작하며 셔터 소리를 들으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결과물은 차후의 일이다. 앞 사진을 트리밍했다. 이 정도라도 확대해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집 가까이에 멋진 노을 조망 포인트가 있는데 그간 잊고 살았다. 카메라와 좀 더 가까워지고 내 몸..

사진속일상 2018.08.01

은고개~한봉

등산 목적으로는 올해 들어 처음 배낭을 멨다. 은고개를 기점과 종점으로 해서 남한산성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택했다. 아무리 한적한 경로라지만 산에 있었던 다섯 시간 동안 등산객 한 명 만나지 못했다. 너무 한적해서 조금은 무서울 정도였다. 은고개에서 약수산을 거쳐 남한산성 한봉까지 올랐다. 남한산성의 동쪽 지역에 있는 한봉은 병자호란 당시 청군이 올라와 산성 안 행궁으로 대포를 쏜 곳이다. 그래서 취약한 방어선을 보완하기 위해 한봉성을 쌓았다. 현재 한봉성은 많이 허물어져 있고, 아직 보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내려갈 때는 엄미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따랐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일말의 호기심과 함께 긴장도 되었다.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라 봄꽃 기대를 했었는데 의외로 삭막했다. 길이는 조금 단축되었으..

사진속일상 2018.04.12

누비길: 산성역~남문

용두회에서 올해는 성남을 한 바퀴 도는 누비길을 걷기로 했다. 누비길은 전체 길이 62km에 일곱 구간으로 되어 있다. 지난달에 복정역에서 소(小) 영장산 줄기를 지나는 1구간 A코스를 걸었고, 이번에 산성역에서 남문까지 이르는 B코스를 걸었다. 원래는 1구간을 한번에 걸어야 했으나, 걷는 도중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코스로 나누어졌다. 산성역에서 남문까지는 약 4km 길이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차도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나란히 나 있다. 우리는 남문에서 산성마을로 내려가 두부전골로 점심을 한 뒤에 오후에는 모란역으로 나가 관례대로 당구를 즐겼다. 산길은 벚꽃으로 환했다. 평지의 벚나무는 잎이 나오며 꽃이 진 곳이 많을 텐데 산은 지금이 눈부신 절정이다. 꽃 풍경에..

사진속일상 2018.04.11

남한산성 큰꿩의비름

만개 시기에는 조금 이르다. 작년과 다른 점은 성벽에 풀이 많이 자라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큰꿩의비름을 보호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좋게 해석해 본다. 다른 곳은 말끔한데 큰꿩의비름이 자라는 곳만 풀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큰꿩의비름 개체 수도 늘었다. 작품사진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꽃 주변이 지저분해서 좋은 앵글을 잡을 수 없는 게 아쉬울지 모른다. 남한산성에 큰꿩의비름이 피면 가을이 왔다는 신호다. 기다리는 꽃이 있고, 해가 바뀌어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꽃만큼 반겨줄 것 같지는 않다.

꽃들의향기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