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22

당구 명언

PBA가 생기면서 우리나라는 당구의 중심국이 되었다. 그러나 당구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관계로 용어는 대부분이 일본어다. 가라꾸, 나미, 다마, 다이, 레지, 무당, 빠킹, 삑사리, 오시, 짱꼴라, 쫑, 황오시, 후루꾸, 히까기, 히끼, 히네루, 히로 등 많다. 이중에 다수는 지금도 당구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빨리 바로잡아야 할 텐데 습관의 힘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용어만이 아니라 당구 이론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보인다. 물리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엉터리로 적용하는 게 많다. '힘'이나 '충격량', '운동량'에 대한 기본 개념이 결핍되어 있으면서 공의 운동을 설명하려고 하니 억지가 심하다. 그렇다고 당구가 이론으로 되지도 않는다. 이론에 정통한 사람이 당구를 잘 친다면 물리학자나..

길위의단상 2024.04.28

호승심

2023-2024 당구 시즌을 마감하는 월드 챔피언십 결승이 어제 끝났다. 남녀부 우승자는 조재호와 김가영 선수였다. 당구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선수들 경기를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승부를 벌이는 선수들의 긴장된 모습과 호흡에서 짜릿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호승심(好勝心)이라는 말이 있다. 승부욕과 비슷한 말로 '반드시 이기려는 마음'을 뜻한다. 승부사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인드다. 아마추어라면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지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 호승심이 없다면 프로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 대한 프로의 사명이기도 하다. 승부를 가려야 할 때 이기려는 마음은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이다. 친..

길위의단상 2024.03.18

올해 마지막 당구

올해만큼 당구에 집중해 본 때가 없었다. 그동안은 심심풀이로 치는 당구였다. 그런데 올봄에 불현듯 당구 실력이 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책을 사서 읽고 유튜브 당구 강좌를 보며 공부했다. 당구 모임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당구를 치자고 졸랐다. 당구 치는 횟수가 몇 배로 늘어났다. 노력하면 일취월장할 것 같았다. 가을이 되면서 벽에 부딪쳤다. 예상한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공놀이든 자신 있다고 여겼는데 당구는 아니었다. 당구가 얼마나 섬세하고 어려운지를 실감한 거다. 소질이 없는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진척이 없으니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겨울에 들면서 당구 공부를 포기했다. 못 치더라도 즐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올해의 마지막 당구 모임에 참석..

사진속일상 2023.12.29

당구 혀?

지인과 통화할 때면 늘 물어보는 말이 있다. "당구 혀?" 그렇다는 답이 돌아오면 무척 반갑다. 선뜻 장소와 시간 약속을 잡는다. 어제도 5년 만에 한 친구와 만났다. 며칠 전 통화를 하다가 당구를 한다는 얘기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다음에 보자, 라고 하면서 미루었을 게 분명하다. 당구가 아니었으면 언제 볼지 기약이 없었으리라. 요사이 당구 공부에 빠져 있다. 당구 책도 샀다. 좀 더 잘 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예전에 바둑 공부할 때는 바둑책 수십 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당구는 이제 시작한 셈이다. 너무 앞서나가려는 마음은 자제시켜야 마땅하리라. 목표가 있으면 의욕과 활력이 생기지만, 대신에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알고 보..

사진속일상 2023.08.01

위선을 긍정한다

나는 스포츠 중에서 PBA에서 주관하는 프로 당구 시합 중계를 즐겨 본다. 올해 PBA 2차 투어가 지난주에 안산에서 열렸는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결승전이 끝나고 해프닝이 있었다. 여자 우승자인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와 남자 우승자인 쿠드롱(벨기에)이 같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였다. 스롱이 가까이 해서 찍자고 신호를 보내니 쿠드롱이 고개를 젓는 게 화면에 보였다. 머쓱해진 스롱도 다가섰다가 반 발짝 정도 떨어졌다. 서로 미소는 지었지만 어색한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스롱이 지인에게 불만을 털어놓았고, 화가 난 지인이 쿠드롱에게 가서 인종차별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 쿠드롱은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돌아가버렸다. 며칠 지나 PBA에서는 두 선수에게 주의를 주고, 물의를 일으킨 지인은 시합장..

길위의단상 2023.07.16

당구와 바둑

노년에 들어서 취미는 당구와 바둑으로 좁혀졌다. 그중에서도 요사이는 당구에 열중이다. 전에는 술 한 잔 걸치고 심심풀이로 하는 당구였다면 이제는 맨정신으로 제대로 쳐보려 한다. 금주가 준 효과다. 쓰리 쿠션 시스템은 어느 정도 머리에 입력시켰는데 문제는 스트로크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겠지만 당구 역시 기본 자세가 중요함을 절감한다. 고수가 가르쳐주는 대로 하려 해도 손놀림은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교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G는 당구와 바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둘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기원과 당구장을 왕래하며 논다. 실력이 서로 비등하니 재미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G가 한 뼘 정도 앞서 있다. 승률은 대체로 G가 나은 편이다. 이제 당구에서는 G를 추월하기..

사진속일상 2023.07.03

당구 배우는 재미

쓰리 쿠션 당구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시스템을 공부하고 당구장에서 배치를 놓고 연습하면서 익히고 있다. 감각으로만 칠 때와 달리 공이 진행하는 원리를 알게 되니 당구가 훨씬 흥미롭다. 30대 때 당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다니던 직장 분위기는 술을 마시고 나면 2차 또는 3차는 당구장에서 노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큐대를 잡게 되었지만 취중에 흉내낸 당구라 기본이 안 된 채 엉망이었다. 맨정신으로 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십 년을 쳐도 4구 100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 50대 때는 당구와 멀어졌다가 다시 재개한 것은 퇴직 후였다. 대학 동기 당구 모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모이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대여섯 명이 고정 멤버이고 나는 출석률..

길위의단상 2023.05.12

피아비의 인간 승리

부쩍 당구에 관심이 많아졌다. 쓰리 쿠션을 감각으로만 치다가 얼마 전부터 시스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프, 파이브 앤 하프, +2 시스템이 처음 접했을 때는 복잡했는데 알고 보니 재미가 있다. 스트로크 자세 등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처음부터 새로 배우고 적응하는 중이다. 당구에 쏠리다 보니 자연히 당구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PBA 시합이 있을 때는 빠짐없이 시청하면서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한다. 그중에서 캄보디아 출신의 스롱 피아비 선수가 있다. 당구를 잘 치면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감명을 주는 선수다. 더해서 선한 인간성도 갖추고 있다. 피아비는 가난한 캄보디아에서 부모를 도우며 농사를 짓고 살다가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한국 남자에게 시집을 왔다. 2010년..

길위의단상 2023.04.02

마스크를 벗고 당구와 놀다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고 당구를 쳤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로 근 3년 만이다. 사흘 전부터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습관이 된 건지 조심하는 건지 셋 중 둘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야외에서도 아직 태반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별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쓰라고 해도 안 써서 소동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쓰지 말라고 해도 각자 알아서들 잘 쓴다. 오늘 뉴욕타임스에서 이 현상을 다룬 기사가 났다. 전 세계가 마스크를 벗고 있지만 한국은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을 하거나 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있으며, 마스크를 벗으면 다시 '꾸밈 노동'에 대한 ..

사진속일상 2023.02.02

탄천에 나가다

당구 모임에 가는 길에 탄천에 나갔다. 오후 모임이었지만 아파트 이웃이 공사를 하는 탓에 소음이 커서 일찍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당 매화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여수천을 따라 내려가 탄천과 합류했다. 여수천 곳곳에는 지난 수해의 상흔이 남아 있다. 걷는 도중에 조깅을 하는 레펜스 선수를 봤다. 분당에 집을 얻어 아내와 함께 생활하며 당구선수 활동을 하는 벨기에 선수다. 매너와 인상이 좋아서 시합에 나오면 응원을 한다. 다시 한번 우승하길 바란다. 청명한 초가을 날씨로 한낮 햇볕은 따가웠다. 한 시간 반 정도 천변을 걷다가 이매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임 장소로 갔다. 알코올은 입에 대지 않으면서 술자리에 오래 동석했다. 술 취한 친구들 넋두리를 듣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허나 과거 내 모습이 그러하지 않..

사진속일상 2022.09.02

바둑과 당구로 놀다

서울에 나가 오후 시간을 바둑과 당구로 놀았다. 기원 바둑은 3년 만, 당구는 5개월 만이었다. 길게 뜸했던 것은 코로나가 주원인이지만 다른 사연도 있었다. '勝固欣然 敗亦可喜' - 바둑 친구를 기다리면서 기원 벽에 걸린 글씨를 오래 바라보았다. 소동파의 '관기(觀棋)'라는 시에 나오는 문구인데 '이기면 응당 즐겁지만 져도 또한 기쁜 일이다'라는 뜻이겠다. 인생은 한 판의 바둑과 같다는 말이 있다. 바둑을 대하는 태도는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한탄하거나 서러워할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오랜만의 바둑과 당구였지만 즐거운 줄은 모르겠다. 집에서 혼자서 노는 버릇이 되어선지 사람 북적이는 곳에 있는 게 피곤하다. 별 영양가치 없는 말을 들어줘야 하고 또 그런 말을 만들어내야..

사진속일상 2022.07.08

정치와 술

당구 모임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만난다. 매주 한 번이지만 나는 거리도 있고 해서 출석률이 좋지 않은 편이다. 나가면 네댓 시간 당구치고 반주를 겸해 저녁을 먹는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대체로 각 소주 1병씩 마신다. 어제는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생각지도 않게 과음을 했다. 정치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열을 받은 게 첫째 이유였다. 진보와 보수로 나눌 때 나는 왼쪽이다. 당연히 정치적 견해에서는 우리 또래에서 외톨이다. 반대하는 진영의 대통령이나 후보를 욕하는 게 얼마나 맛있는 술안주인가. 노털들이 서로 박자를 맞추며 비난하는 소리에 종내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목소리가 높아졌고 애꿎은 소주병만 늘어갔다. 술자리는 2차로 이어졌다. 다행히 대통령 선거와 후보에 대한 얘기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되..

길위의단상 2022.01.28

코로나 시대의 당구장

코로나 때문에 바깥 만남을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당구장에 나갔다. 친구들은 매주 당구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겁이 많은가 보다. 현재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고 있어 당구 치러 오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낮 1시인데도 노는 테이블이 없었다. 1차 당구를 한 뒤 점심을 먹고 다시 찾으니 아예 자리가 없었다. 이웃 당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번째로 간 어느 지하 당구장에서 겨우 빈 테이블을 발견했다. 당구장으로만 보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람으로 북적인다. 4단계 방역 지침이 무색하다. 당구장 주인장은 주인장대로 불만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테이블당 두 명만 칠 수 있단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다. 실제 당구장에 있어보니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코로나 ..

사진속일상 2021.08.28

석 달만에 당구와 놀다

어제는 석 달만에 서울에 나가 당구를 치며 놀았다. 대상포진이 오래 지속된 통에 이제야 자유롭게 바깥출입을 하게 된 것이다. 멤버 여섯 명이 모였으니 출석률도 좋은 편이었다. 우리는 이른 시간에 만나기 때문에 당구장이 한산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걱정도 적다. 여섯 중에 넷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고, 둘은 소신에 따라 접종을 안 하고 있다. 그 또한 개인의 선택 사항이니 뭐라고 할 일은 아니겠다. 두 시간 정도 당구를 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반주로 소주 한 병 정도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멤버들이 반갑기도 하고 심드렁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온 Y도 있었다. 우리 중에서는 제일 젊고 활발하게 산다. 다시 당구장으로 들어가는 멤버들과 헤어져 나는 가까이 있는 양재시..

사진속일상 2021.06.26

두 달만에 당구와 놀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주부터 당구장이 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두 달만에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놀았다. 11월 중순부터 코로나 잠수에 들어가서 바깥 모임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이젠 수면 밖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 당구장이 첫 신호탄이다. 밖에 나가보니 집에서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의 일상은 다름이 없었다. 어쩌면 코로나에 대해 내가 너무 몸을 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친구는 정부가 코로나에 대해 과잉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렇게라도 했으니 이만큼이나마 통제되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코로나를 대하는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우리에게는 올해가 대학 입학 50주년이 되는 해다. 해외여행 얘기가 나오다가 슬그머니..

사진속일상 2021.01.23

98일만에 모임 나가다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만나는 당구 모임에 나갔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로 외부 모임에 나간 게 98일만이다. 그간 가족끼리 바깥나들이는 했어도 친구 만남은 삼갔다(불가피하게 상가 조문과 치과 진료는 있었다). 대중교통도 98일만에 이용했다. 거리에 나가니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착용률이 90%는 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몇 시간 계속 쓰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적은 데서는 살짝 벗기도 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더니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팔로 입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러려면 왜 마스크를 쓰는지 모르겠다. 불안해서 다른 칸으로 옮겼다. 마스크를 펼치지 않고 쓴 사람도 있었다. 코와 입을 겨우 가릴 정도였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사진속일상 2020.05.23

당구장에서 만난 이미래 선수

친구들과 모임 후 당구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미래 선수를 만났다. 나는 당구의 초보자여서 게임을 직접 하기보다는 TV로 당구 시합 보는 걸 더 즐긴다. 그래서 이미래 선수를 잘 알고 있다. 예쁜 외모와 말씨에 마음씨마저 고와 보여 내가 좋아하는 여자 당구 선수다. 실력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탑 클래스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프로 당구 대회가 만들어졌다. 남자는 PBA, 여자는 LPBA 투어라고 부른다. 아직은 세계 유명 선수 중 일부만 참가하지만, 상금 때문에 대회의 인기는 높다. 남자부 우승은 1억 원, 여자부 우승은 1천 5백만 원이다. 골프나 테니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나마 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곱 차례의 투어가 있었는데, 이미래 선수는 5차 대회에서 한 번 우승..

사진속일상 2020.02.16

2019 끝날 당구로 놀다

2019년의 끝날, 대학 동기들과 당구로 놀다. 한 해의 끝이라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날이다. 하나 같이 당구공이 춤을 추고, 컨트롤하는 데 애를 먹는다. 낮에 마신 막걸리 탓만은 아닐 것이다. 쏜살같이 한 해가 지나갔다고, 저녁 자리에서 다시 쓴웃음 지으며 소주잔을 부딪치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지나간 날에 대한 아쉬움으로 헛헛한 가슴을 달래는 나이가 되었다. 다들. 낯설게 다가오는 2020에도 곧 익숙해지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또한 나에 대해서도. 이젠 그럴 나이쯤 되지 않았느냐고.

사진속일상 2019.12.31

마음 설거지

스롱 피아비라는 캄보디아 출신 여자 당구 선수가 있다. 피아비는 2010년 스무 살 나이에 한국 남자와 국제결혼을 하고 우리나라에 왔다. 남편은 스물여덟 살이나 많았다. 의사가 꿈이었으나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타의로 낯선 나라에 온 것이다. 그녀는 한국에 온 뒤에 인생 역전이 일어났다. 결혼 이듬해 우연히 남편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큐를 잡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자세가 남달랐다. 재능을 알아본 남편이 당구 선수로 적극 지원했고, 그녀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여자 당구 3쿠션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고, 2017년에 프로가 되었다. 프로 데뷔 10개월 만에 국내 1위에 올랐다. 현재 아시아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당구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상..

참살이의꿈 2019.04.15

당구와 치킨

당구를 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옛날에는 술 한 잔을 한 뒤 술 깨야 한다는 핑계로 당구장에 들렀다. 그러다가 내기를 해서 다시 호프집으로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 당구 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100이다. 재미로만 치다 보니 거기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당구 모임이 있다. 예닐곱 정도 모이는데 100에서 250 사이로 고만고만하다. 즐기는 데는 잘 치고 못 치고가 관계없다. 그중에는 열심히 연구하는 친구도 있다. 1년 전에는 나와 비슷했는데 지금은 150으로 올라가 있다. 뭐든지 공부하면 는다. 당구를 하고 난 뒤에는 인근 시장에 있는 치킨집에 간다. 서울의 3대 치킨집이라는 소문대로 맛이 좋다. 전통 방식으로 닭을 튀긴다. 저녁에는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

사진속일상 2018.03.28

청계산 옥녀봉

청계산 옥녀봉에서 북능선을 따라 양재화물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용두회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잔뜩 흐렸고 다행히 잠깐만 우산을 쓰면 된 날이었다. 산길 길이는 5km 정도 될까,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옥녀봉은 해발 375m의 낮으막한 봉우리다. 여기서는 북서 방향의 전망이 트였다. 발 아래가 과천이고 그 너머에 서울 도심이 보인다. 옥녀봉 정도면 실버 코스로 적당하다. 길을 걸은 뒤에는 양재통닭에서 치킨과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인근 당구장에서 게임을 한다. 무슨 공놀이든 시합에 들어가면 양보가 없다. 도토리 키재기 실력이지만 사뭇 진지해진다. 그래서 재미있다. 요사이 당구장은 노인 세상이다. 한때는 고딩들이 독차지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보기 어렵다. 당구는 80이 되어도 즐길 수 있는..

사진속일상 2017.09.06

바둑과 당구

일은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지만 취미는 다르다. 취미의 속성은 재미다. 재미도 없이 억지로 하는 취미는 없다. 노년이 될수록 취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취미가 없다면 인생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욕심이 안 생길 수 없다. 실력이 느는 재미가 더해져야 취미도 내용이 알차진다. 취미에서 발전하여 전문가까지 된 사람도 있다. 취미도 건성이 아니라 심취할 때라야 도(道)의 경지에 가까워진다. 공부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집착은 금물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근래 새롭게 재미를 붙인 게 바둑과 당구다. 바둑은 직장 다닐 때 3급으로 뒀다. 실제는 3급에서 약간 약한 편이었다. 퇴직하고 나서 모..

길위의단상 201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