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98일만에 모임 나가다

샌. 2020. 5. 23. 12:40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만나는 당구 모임에 나갔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로 외부 모임에 나간 게 98일만이다. 그간 가족끼리 바깥나들이는 했어도 친구 만남은 삼갔다(불가피하게 상가 조문과 치과 진료는 있었다).

 

대중교통도 98일만에 이용했다. 거리에 나가니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착용률이 90%는 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몇 시간 계속 쓰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적은 데서는 살짝 벗기도 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더니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팔로 입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러려면 왜 마스크를 쓰는지 모르겠다. 불안해서 다른 칸으로 옮겼다. 마스크를 펼치지 않고 쓴 사람도 있었다. 코와 입을 겨우 가릴 정도였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띄어 심심하지 않았다.

 

당구장은 빈 테이블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만원이었다. 시내에 나가보니 마스크 외에는 코로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당구장에서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더 많았다. 나도 나중에는 벗게 되었다. 에어컨을 켠 실내는 밀폐되어 있었다. 보균자가 들어왔다면 집단 감염은 불가피해 보였다. 다들 '설마' 내가 걸릴까, 라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래서 모임에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저녁 하늘에 자꾸 눈길이 갔다. 어두워질 때까지 집 주변을 몇 바퀴 돌았다. 하늘을 보면서.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술 마시고 떠든 뒤끝은 늘 꺼림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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