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18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 박노해

일단 꼬박꼬박 밥 먹고 힘내기 깨끗이 차려 입고 자주 웃기 슬프면 참지 말고 실컷 울기 햇살 좋은 나무 사이로 많이 걷기 고요에 잠겨 묵직한 책을 읽기 좋은 벗들과 좋은 말을 나누기 곧은 걸음으로 다시 새 길을 나서기 -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 박노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인생살이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골인 지점의 테이프를 제일 먼저 끊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승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들러리다. 허겁지겁 달리다 보면 넘어지고 깨져서 상처가 아물 틈이 없다. 그 와중에 "세상은 일등만 기억합니다"라는 잔인한 문구를 광고로 쓴 기업도 있었다. '다시 꿋꿋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세상의 북소리에 맞춰 달음박질을 계속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질주하는 무리에서 벗어나 ..

시읽는기쁨 2024.03.25

도토리 두 알 /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 도토리 두 알 / 박노해 분별하고 비교하는 것은 인간의 일일 뿐, 잘난 도토리 못난 도토리가 어디 있겠는가. 땅에 떨어져서 청설모의 먹이가 되든, 어찌해서 참나무로 자라든, 도토리는 각자의 몫을 한 것뿐 거기에 우열은 없다. 들에 핀 꽃이나..

시읽는기쁨 2021.08.30

꼬막 / 박노해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南道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못 묵으면 몸살한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 전화를 했더니 찬바람 부는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그 머시냐 태풍 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 오셨다는 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읎어서 바다와..

시읽는기쁨 2021.02.04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찾아오는 횟수가 하루에 500~900번 정도다. 가끔 1천 회가 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2천 회를 넘은 날이 있었다. 아주 드문 경우다. 어떤 검색어로 들어왔는가 봤더니 박노해의 '동그란 길로 가다'라는 시를 통해서였다. '동그란 길로 가다'는 2012년 5월에 블로그에 올렸는데, 하루에만 이 시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1천 명을 넘었다. 정경심 교수가 페이스북에 이 시를 인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확인차 내 블로그에 찾아온 것이다. 덕분에 시를 다시 읽어본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

길위의단상 2019.10.23

힘없는 자는 / 박노해

힘없는 자는 용서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비굴함이기에 힘없는 자는 화해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도피이기에 힘없는 자는 침묵할 자유마저 없나니 그것은 불의의 승인이기에 힘을 기르자 저 강대한 세력을 기어코 뛰어넘을 저 사나운 폭력을 끝끝내 품어 안을 끈질긴 힘, 사랑의 힘을 - 힘없는 자는 / 박노해 지난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인용한 시가 김기림의 '새나라송頌'이다. 이 시에는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라는 구절이 나온다.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그 의미가 엄중하게 다가온다. 박노해 시인의 이 시 역시 ..

시읽는기쁨 2019.08.17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물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소년 시절 겨울 풍경을 소환해 본다. 아무리 필름을 되돌려 봐도 온종일 논 것밖에 없다. 학원도 없었고,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도 없었다. 낮에는 앞 논에 나가 '씨게또'를 타고, 양지바른 마당에서 뜀박질하며 놀았다...

시읽는기쁨 2019.01.02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서른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한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처진 육신에 또 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

시읽는기쁨 2016.05.17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바람이 거셀수록 나무가 할 일은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 키가 커질수록 나무가 할 일은 가지를 떨궈내리는 것 거목이 돼갈수록 나무가 할 일은 제 안을 비워 영원을 품어가는 것 그리하여 나무가 할 일은 단단한 씨앗 속에 자신을 담아 푸른 산맥으로 돌아가는 것 -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나무' 대신에 '나'를 대입하여 읽는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일도, 가지를 떨궈내리는 일도, 여전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인간이 나무처럼 성장한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헛말이구나. '한 일'은 하나도 없고 '할 일'만 남아 있을 뿐, 그것도 아득한 약속으로만.....

시읽는기쁨 2015.06.22

다른 길

그의 프로필에는 혁명가, 시인, 사진작가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혁명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진정한 혁명가는 시인이 되어야 하고, 진정한 시인 역시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 투사이자 저항 시인이었고,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수가 되어 7년여를 감옥에 갇혀 있었다.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묵묵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해 사진전에 다녀왔다.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사진전을 찾아온 관람객이 매우 많았던 점이었다. 사람에 걸려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없었다. 대중적이지 않는 내용의 ..

읽고본느낌 2014.03.02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겨울 사랑 / 박노해 며칠 전에 입춘이 지났고, 계절적으로는 겨울의 끝에 이르렀다. 사계절이 순환하듯 인생에도 주기적인 사이클이 있다. 전에 명리학책을 보다가 10년 주기로 대운(大運)이 찾아온다는 내용을 보고 내 지나온 삶에도 적..

시읽는기쁨 2014.02.07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방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이 나오고 나서 택시 기사들마저 모니터를 벗어나면 길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 보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동차 바퀴에 내 두 발로 걷는 능력을 내주고 대학 자격증에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내주고 의료 시스템에 내 몸 안의 치유 능력을 내주고 국가 권력에 내 삶의 자율 권력을 내주고 하나뿐인 삶으로 내몰리면서 나는 삶을 잃어버렸다 -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천지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한음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한 장부가 밭두렁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물길을 내고 우물에 들어가..

시읽는기쁨 2013.04.27

세 가지 선물 / 박노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 세 가지 선물 / 박노해 요사이 내 마음도 이렇다. 호미와 신발과 의자로 상징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적당한 노동, 그리고 신발과 의자가 뜻하는 동(動)과 정(靜)의 조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그래서 마음은 늘 전원에서의 삶을 꿈꾼다. 땅과 나무와 풀의 벗들과 가까이서 살고 싶다. 내가 ..

시읽는기쁨 2012.06.11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진보 정당이 시끄럽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요사이가 꼭 그 꼴이다. '통합'의 간판을 내건 지 몇 달도 안 되었다. 너무 잘 난 사람이 많아서인가, 자신의 길만이 옳다는 독단에서 벗..

시읽는기쁨 2012.05.18

가만히 돌아가기 / 박노해

자연을 거스르면 몸이 운다 몸이 울면 마음도 아프다 아플 땐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거스르고 무리한 것들 내려놓고 비우기 힘들고 아플 땐 기본으로 돌아가기 새 힘이 차오르도록 그저 비워두고 기다리기 - 가만히 돌아가기 / 박노해 그래, 서둘지도 안달하지도 마.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내려놓고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뭘 기대할 필요도 없어.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도 괜찮아. 때가 되면 다 무르익어가는 거야. 세상살이 잃고 얻는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마. 아픈 상처도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게 될 거야. 거스르고 무리하지 않기, 비워두고 가만히 기다리기....

시읽는기쁨 2012.04.10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 박노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꽃이 피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별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그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하루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 박노해 내 작은 걸음으로 언제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떠나온 곳은 아득하게 멀다. 작은 걸음이 모이고 모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인생에 왕도는 없다.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나는 나의 속도로 변하고 있고, 세상은 세상의 속도로 달라..

시읽는기쁨 2011.01.12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 속에서 우리 꽃처럼 웃자 땅속의 새싹도 웃고 갓나온 개구리도 웃고 빈 가지의 꽃눈도 웃는다 꽃샘바람에 떨면서도 매운 눈물 흘리면서도 우리 꽃처럼 웃자 봄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니 -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을 따라 감기가 손님으로 찾아왔다. 특히 목이 아픈데 아무래도 최근의 술과 담배를 즐긴 탓인가 보다. 올봄은 봄을 시샘하는 바람도 세고, 기상 변덕도 심하다. 오늘도 기온의 일교차가 15도가 넘는다고 예보되어 있다. 몸이 적응하기에 무리가 된다. 살다보면 인생의 꽃샘바람도 여러 번 겪는다. 세상사란 좋은 일이 생길수록 그것을 시샘하는 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법이다. 그래도 웃자! 꽃샘추위가 있음으로써 봄은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

시읽는기쁨 2006.03.31

내가 보고 싶은 것들 / 박노해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장애우 앵커를 보고 싶어요 노동하는 삶의 철학을 강의하는 노동자 교수님을 보고 싶어요 이혼한 젊은 여자가 실력 있는 대통령으로 뽑히는 걸 보고 싶어요 동남아시아계 서울 시장이 세계경영을 이끄는 걸 보고 싶어요 서울역에서 상경하는 농사꾼에게 정중히 경례하는 경찰들이 보고 싶어요 안기부 청사에 아이들과 김밥 싸들고 격려 방문하는 시민들을 보고 싶어요 북한 노동자의 손에 깨끗이 쓰러진 수령의 동상을, 항일 운동하던 시절의 김일성 장군 사진이 독립기념관에 걸려진 걸 보고 싶어요 거리에 자동차보다 많은 자전거의 물결을 보고 싶어요 안 갖는 긍지로 적게 벌고 나누어 쓰자며 '푸른 생산'을 내건 파업 노동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토실토실 살 오른 아프리카 아이들이 두 뺨 발그레한 남북한 아이들과 어..

시읽는기쁨 2004.11.21

사람만이 희망이다

일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민식 사진 전시회에 다녀오다. 다큐멘타리 사진작가로서 최민식 님은 흑백사진을 통해서 5, 60년대의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너무나 변했지만 사진 속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들 어제의 모습이었다. 거기에는 궁핍과 삶의 무게에 찌들었던 우리의 모습이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는다. 사진 속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 자갈치 시장 아줌마의 건강한 웃음, 아이를 꼭 껴안고 국수를 먹이는 야윈 엄마의 행복한 미소 등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결코 절망에 무너지지 않을 희망과 사랑이 사진에는 있다. 사진을 보며 나는 역설적..

읽고본느낌 200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