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57

앙코르와트의 옛 모습

앙코르 와트를 만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조는 802년에 시작되어 1431년에 아유타야 왕국의 침략을 받아 멸망했다. 그리고 앙코르 와트는 밀림 속에 묻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100년 뒤 왕족의 후손인 앙찬 1세가 코끼리 사냥을 나갔다가 다시 발견했다고 한다. 불과 백 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 선조가 세운 이 거대한 구조물을 보고 몰라서 놀라워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다. 그때부터 소문이 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찾지 않았을까 싶다. 1586년에 스페인 탐험가였던 안토니오 다 마달레나가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이곳을 찾았다. 앙코르 와트가 유명해진 것은 1860년에 프랑스의 식물학자 겸 탐험가인 앙리 무오가 이곳을 방문하고 탐험록을 출판한 결과였다. 앙리 무오는 이렇게 썼다. "이 사원은..

길위의단상 2024.01.28

앙코르 인문 기행

씨엠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읽은 책이다. 인천공항에서 씨엠립까지 다섯 시간 정도 걸리니 책 한 권 읽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다. 일부러 집에서 읽지 않고 배낭에 넣어 비행기 안으로 가져간 책이다. 은 대만의 쟝쉰(蔣勳) 선생이 썼다. 선생이 앙코르 유적지에서 친구에게 쓴 편지들을 엮었다. 선생은 앙코르를 14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앙코르 사랑에 빠진 분이다. 그는 폐허가 된 앙코르 유적을 보면서 문명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폐허 구석에 앉아 가만히 눈물을 흘리는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앙코르 유적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찾은 책은 대부분 여행 안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단순한 여행의 감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깊숙한 부분을 건드리는 인문서다. 인간의 가..

읽고본느낌 2024.01.23

중세 유럽인 이야기

학창 시절에 유럽의 중세는 '암흑시대(Dark Ages)'라고 배웠다. 지금도 중세라고 하면 제일 먼저 그 말이 떠오른다. 대략 서기 500년부터 1500년에 이르는 1천 년의 시간으로 봉건제와 미신에 가까운 종교가 인간 정신을 옭아맨 몽매의 시대라는 것이었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시기가 되어서야 문화의 빛이 살아나고 서구 문명이 개화했다고 한다. 를 쓴 주경철 선생은 이런 선입견은 버리라고 말한다. 중세는 야만성과 함께 세련된 문화가 공존한 콘스라스트가 강한 시대였으며, 이 시대 사람들은 독특한 문명을 건설하여 후대에 물려준 총천연색의 화려한 중세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는 중세를 살았던 여러 인물을 중심으로 중세의 속살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어 단숨에 읽었다. 책은 5부로..

읽고본느낌 2024.01.03

인류의 여정

인류의 여정이라고 하면 대략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뒤 현재의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이 거대한 여정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 은 오데드 갤로어(Oded Galor)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여정을 풀이한다. 다루는 주요 주제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급격한 전기를 맞았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을 인류의 여정의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본다. 지은이가 그래프로 보여주는 건강이나 부, 교육 면에서의 변화는 이 시기에 와서 너무나 폭발적이다.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 같다. 그전까지 인류의 삶은 질적인 면에서 수천 년에 걸쳐서 대동소이했다. 기술 혁신이 있었더라도 생활수준이 향상되..

읽고본느낌 2023.08.22

이순신의 바다

황현필 선생이 쓴 충무공 이순신의 이야기다. 전기라기보다는 충무공이 치른 해상 전투를 중심으로 장군의 활약상이 그려져 있다. 국뽕기가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사실(史實)에 입각한 드라이한 설명이 좋았다. 또한 각 전투마다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조선 해군의 힘이었다. 천자총통 등의 함포로 무장한 판옥선은 일본 해군보다 뛰어났다. 충무공은 우리 해군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모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충무공의 기본 전술은 일본의 조총 사거리 밖 먼 거리에서 포로 일본 함선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지형이나 때를 이용한 충무공의 전술이 더해져서 23전 23승의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이 완전히 다른 ..

읽고본느낌 2023.06.28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역사학자 김영수 선생이 사마천의 삶을 재조명한 책으로 총 세 권 중 첫째 권이다. 제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쉽게 읽히면서도 고증에 충실한 내용이 탄탄하다. 선생은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문헌 속에서만이 아닌 현장의 생생한 사마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마천의 일생에는 두 번의 변혁기가 있다. 첫 번째는 20세 때부터 시작한 역사 탐방 여행이다. 사마천은 20년간 일곱 차례에 걸쳐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역사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1차 여행은 2년 동안 12,000km를 이동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한다(讀萬券書 行萬里路)'를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두 번째는 49세 때 이릉의 화로 당하게 된 궁형이다. 사마천은 BC 99년에 흉노족에 투항한 장군인 이릉을 변호했다가 한..

읽고본느낌 2023.06.03

경주, 천년의 여운

지난달 손주를 데리고 경주에 갔을 때 경주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발견하고 나 스스로 놀랐다. 손주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하고도 한 마디 해 주지 못하고 벙어리가 되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은 역사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찬웅 선생이 경주에 대해서 쓴 책이다. 경주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이라고 얻고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와 의 기록을 바탕으로 신라의 역사와 경주에 존재하는 고분, 사찰 등 유적지를 설명한다. 다시 경주에 간다면 손주에게 조금은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망록 겸해서 몇 가지 사실을 간추리면, - '천년 왕국'이라 불리는 신라는 정확히는 992년(BC 57 ~ AD 935)이다. - 거서간,..

읽고본느낌 2023.03.30

독일의 과거 청산

지난 20일에 독일 법원이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만행에 협력한 97세 할머니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이름가르트 푸르히너(Irmgard Fruchner)라는 할머니는 79년 전인 18세였을 때 나치 강제수용소 지휘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하면서 유대인 학살을 방관하고 조력한 혐의를 받았다. 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푸르히너는 작년에 체포되었고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푸르히너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적용된 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재판에서는 과거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을 사과하고 그 시절을 후회한다며 참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독일은 나치에 소극적으로 협력한 이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로 죄를 묻고 있다. 그때로부터 8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전범을 추적하며 죄상을 밝히고 있다. 푸르히너의 ..

길위의단상 2022.12.25

조선의 뒷골목 풍경

우리는 왕조나 위인 중심으로 역사를 배운다.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라면, 정사(正史)란 역사 스토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긴 시간 우리 역사를 만들어 간 수많은 평민, 상놈들의 땀내 나는 사연은 통째로 잊혀 있다. 왕이나 양반, 위인들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의 삶을 드러내는 작업도 역사가의 책무라고 본다. 은 일반 백성들의 삶의 현장을 재현한 사람 냄새 나는 생활의 역사서다. 지은이인 강명관 선생은 한문을 전공한 교수로 옛 서적에 나오는 장삼이사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백성을 살린 이름 없는 민중의, 군도와 땡추, 유흥가를 지배한 무뢰배들, 조선의 오렌지족, 투전 노름에 골몰한 도박꾼, 술과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 족집게 대리시험 전문가, 금주령과 술집, 가부장 체제에 반기를 든 여인 등..

읽고본느낌 2022.09.18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요사이 책 읽기에 게을러졌다. 핑계를 대자면 장마철의 후덥지근한 날씨다. 아직 에어컨을 켤 정도는 아니지만 책에 집중하기에는 꿉꿉하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 권을 읽는데 이 책은 두 주일이 걸렸다. 그것도 듬성듬성 읽었다. 영국의 역사 평론가인 그레그 제너가 쓴 는 발상이 재미있다. 현대인의 하루 일상을 - 침대에서 빠져나와 화장실에 가고 아침을 먹고 몸을 씻고 입을 옷을 고르고 시간을 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이를 닦고 침대에 들어가 자명종을 맞추는 것 -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관습화된 행위의 역사적 연원을 밝히는 내용이다.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힌 책이다. 우리의 일상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의식적으로 되풀이하면서 굳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수백 년, ..

읽고본느낌 2022.07.21

마지막 차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와 가족의 몰락을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황실 가족은 유폐되었다가 일곱 가족이 동시에 처형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마지막 차르'는 니콜라이 2세가 알렉산드라와 결혼하고 차르로 즉위하는 1894년부터 마지막 때인 1918년까지의 이야기다. 워낙 격변기였는 데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아 6부작이 짧을 정도로 몰입해 봤다. 역사학자의 고증을 통해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한 점도 좋았다. 니콜라이 2세는 사람은 좋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능한 황제로 나온다. 거기에 황후마저 요승 라스푸틴에 빠져 가족의 안위만 살필 뿐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하느라 황제가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황후..

읽고본느낌 2021.07.28

무서운 의학사

인류가 지금과 같은 의학 지식과 의료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19세기 이전에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해악을 끼친 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현대 의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겠다. 는 '무서운 병', '무서운 사람들', '무서운 의사', '무서운 의료'의 네 파트로 되어 있으며 짧은 에피소드로 소개하는 이재담 작가가 쓴 서양 의학사다. 책에 소개된 몇 개를 골라본다. # 1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1194~1250)는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으로 유명한 왕이었다. 그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절대로 납득하지 않아 주위 사람을 곤란하게 했다.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왕은 의..

읽고본느낌 2021.06.28

정약용의 여인들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한 여인의 시중을 받았고 딸까지 낳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여인의 이름은 진솔이고 딸은 홍임이다. 다산이 18년 간의 유배를 마치고 마재로 돌아올 때 진솔과 홍임도 동행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불명확하지만 다산에게 소실이 있었다고 해서 그분의 학문이나 인격에 흠이 되지는 않을 텐데, 후학들이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쉬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에 흥미를 느끼던 차에 찾아본 책이 최문희 작가의 소설 이다. 소설에는 다산의 유배 생활을 중심으로 부인인 혜완(惠婉), 그리고 유배지에서 만난 진솔과 홍임의 이야기가 얽혀서 나온다. 혜완은 명문가의 따님으로 다산보다 한 살 위였다. 혜완은 선비집 안방마님으로서의 위엄..

읽고본느낌 2021.05.09

나이트폴

대상포진에 걸려 집에 있으면서 본 넷플릭스 드라마다. 시즌 2까지 총 18편으로 되어 있다. 시대 배경은 14세기 초의 프랑스로 템플 기사단을 다루고 있다. 제목인 '나이트폴(KNIGHTFALL)'은 드라마 내용으로 볼 때 '기사단의 몰락'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템플 기사단은 예루살렘 성지 수호와 순례자 보호를 위해 12세기 때 만들어진 무장 조직이다. 이슬람 세력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유럽으로 돌아와서는 종교적 권위와 세속의 부를 쌓으면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왕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당시 프랑스는 미남왕이라 불린 필리프 4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템플 기사단과 상부상조하는 관계였으나 나중에는 적대적이 되고 결국에는 기사단을 해체시킨다. 이 과정에서 온갖 음모와 배신, ..

읽고본느낌 2021.04.27

나라 없는 나라

전봉준과 대원군의 밀회로 소설은 시작한다. 둘의 속은 달라도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명분이나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에서부터 전봉준이 체포되던 마지막까지를 다룬다. 이광재 작가가 썼고,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19세기 후반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불만과 요구가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동시에 외세는 호시탐탐 조선반도를 노리고 있었다. 나라의 중심을 잡을 힘 있는 세력은 없었다. 도리어 일본이나 청나라에 의존함으로써 한 줌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전봉준과 대원군이 암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외세를 몰아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1894년 3월에 고부 백산에서 1차로 봉기할 때 동학농민군은 네 가지 강령을 만들었다. ..

읽고본느낌 2021.01.29

오스만 제국의 꿈

6편으로 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다룬 이야기다. 술탄 메흐메드 2세는 1453년 4월 5일에 공격을 시작해서 55일 만인 5월 29일에 성채를 넘는다. 당시 상황을 보면 콘스탄티노플은 이미 오스만 제국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점령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콘스탄티노플은 1천 년을 버틴 난공불락의 요새로 쉽사리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오스만 제국의 꿈'은 메흐메드를 중심으로 콘스탄티노플 함락의 전말을 다룬다. 메흐메드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19살에 술탄에 올랐다. 어린 술탄은 선왕의 신하들과 힘겨루기에서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목표로 선언하고 국력을 쏟아붇는다. 실패하면 술탄의 지위를 빼앗길 수도 있는 모..

읽고본느낌 2021.01.18

26일 동안의 광복

1945년 8월 15일부터 미군이 조선총독부에서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게양하는 9월 9일까지 26일 동안을 기록한 책이다. 부제가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이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한겨레신문의 길윤형 기자가 썼다. 1부는 8월 15일 광복 당일의 숨 가빴던 시간을 세 세력(여운형, 총독부, 송진우)의 입장에서 복원한다. 혼란한 때에 발빠르게 나선 쪽은 여운형이었다. 총독부는 치안 유지와 일본인의 안전을 위해 명망 있는 인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여운형은 총독부의 방침에 협조하면서 건국동맹을 기반으로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든다. 광복을 전후한 시기의 중심인물은 여운형이었다. 그가 만든 건준은 안재홍 주도로 끝까지 좌우합작을 시도한다. 그러나 우익을 대표하는 송진우는 좌익에 이용당할 것을 두려워해 ..

읽고본느낌 2021.01.09

로마 제국

로마 제국의 세 황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부는 칼리굴라, 2부는 카이사르, 3부는 코모두스가 주인공인데, 각 부는 여섯 편으로 되어 있다. 거대한 로마 제국에서 권력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이 다큐멘터리는 잘 보여준다. 칼리굴라나 코모두스 같은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황제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측근이나 심지어는 형제에게마저 배신당하는 환경에서 폭군으로 변해간다. 처음부터 광기가 있었다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황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카이사르가 한 일을 보면 과연 영웅의 칭호를 들을 만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를 봐도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만 너무 야망이 커서 문제였다. 실라리우스 전투, 갈리아 정..

읽고본느낌 2020.12.28

친일과 대한민국

친구가 카톡으로 긴 글을 보내 주었다. 글쓴이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최진석 선생이다. 전에 EBS를 통해 선생의 노자 강의를 감명 깊게 들었던 적이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념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해방 직후의 좌우 대립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한 번은 견뎌내야 할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언젠가는 발목을 잡는다. 친일과 반일에 관련된 논란도 그중 하나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단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지만 선생의 견해 역시 경청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가을호에 실린 따끈따끈한 글이다. 친일과 대한민국 / 최진석 조국과 민족의 번영을 꿈꾸는 나는 작년 7월에 발표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

길위의단상 2020.09.01

경성에서 보낸 하루

청소년과 함께 떠나는 경성 여행기다.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의 어느 봄날이다. 친일파 두취(頭取, 은행장)의 아들이 유학 중인 동경에서 귀국하여 하루 동안 경성을 둘러보는 내용이다. 사실적인 묘사가 실제로 당시 경성 시내를 거니는 듯하다. 1934년은 일제의 식민 통치 체제가 더욱 단단해지고 해방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져 버린 시대였다. 1937년 중일전쟁을 앞두고 전시 체제로 돌입하기 직전의 비교적 안정된 시대였으며, 식민지의 그림자를 덮어버릴 정도로 경성은 화려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졌다. 그때 경성은 인구가 40만 정도 되었는데 일본인은 12만 정도였다. 경성은 북촌과 남촌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일본인은 주로 남촌에 거주했다.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시설이나 유흥업소도 남촌에 주로 형성되었다...

읽고본느낌 2020.05.18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코로나19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의 시스템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류를 파멸시킬지 모른다. 코로나19를 자연계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로 받아들여 본다. 는 리오 휴버먼(Leo Hubeman)이 쓴 책으로 1930년대에 나왔다. 90여 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추천받았다. 이 책은 나 같이 이과를 전공을 사람도 읽기 쉬우면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발전해 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이고, 2부는 '자본주의에서 ..

읽고본느낌 2020.05.12

광평대군 묘역

볼 일이 있어 서울 수서에 나갔다가 광평대군 묘역에 들렀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조선 왕자의 묘라는 것만 알았지, 누구의 묘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는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시간을 보낼 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왕손의 묘역으로는 원형이 제일 잘 보존된 곳이라 한다.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를 중심으로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 후손 묘 700여 기가 있다. 광평대군 묘는 처음에는 선릉 부근에 있었으나 연산군 때 지금 위치로 이장되었다. 광평대군과 부인 신씨의 묘소는 높은 언덕 위에 쌍분으로 되어 있다. 묘 앞에는 장명등과 명종 7년(1574년)에 세운 신도비가 있다. 거의 왕릉과 비슷한 규모다. 삼성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묘에서 내려다 보는 풍..

사진속일상 2019.06.14

스페인: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이달 하순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가는 나라의 개략적인 역사는 알아야 할 것 같아 이 책을 읽었다. 부제가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이다.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서희석 작가와, 역사학을 전공한 스페인 사람인 팔마 씨가 공저자다. 스페인 역사는 몇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기원 전후의 로마 제국 시대, 5세기 무렵의 서고트 왕국 시대, 8세기부터 13세기경까지 이슬람 점령 시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전성기, 합스부르크 왕조의 몰락과 쇠락기, 1900년대의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정권의 근현대 등이다. 에서는 1700년대까지의 스페인 역사가 서술된다. 근현대사가 빠진 것이 아쉽다.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는데 전혀 설명이 없다. 대신 왕권 투쟁이나 ..

읽고본느낌 2019.06.13

중세의 사람들

우리가 접하는 역사는 대부분 왕이나 위인, 전쟁 이야기로 되어 있다. 평범한 민초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사료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나에게 영웅들의 이야기보다 더 궁금한 것은 당시 민중들의 삶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민중의 일상을 알고 싶다. 은 그런 호기심을 일부 채워주는 책이다. 서양 중세시대에 살았던 여섯 사람의 삶을 복원했다. 프랑크 왕국의 농부 보도, 베네치아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 수녀원장 에글렌타인, 14세기 파리의 주부인 메나지에의 아내, 상인 벳슨, 직물업자 페이콕이 등장한다. 마르코 폴로를 제외하고는 보통 사람들이다. 픽션이 아니라 사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서양의 중세는 암흑시대라고 배웠다. 종교와 신..

읽고본느낌 2018.12.23

역사의 역사

유시민 작가의 역사 교양서다. 이 책은 역사서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History of writing history'다. 수많은 역사서 중에서 대표적인 역사서를 고르고, 그 책을 집필한 역사가와 정신,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설명한다.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왔는지 개관하는 데 유익하다. 동시에 '역사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응답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볼 수 있다. 에 등장하는 역사서는 다음과 같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분 할둔 레오폴트 폰 랑케 카를 마르크스 신채호 박은식 에드워드 H. 카 토인비 슈팽글러 새뮤엘 헌팅턴 제레드 다이아몬드 유발 하라리 이 중에는 읽은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목만 들어본 정도다. 는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필..

읽고본느낌 2018.11.16

여왕 마고

올 초 이탈리아에 여행 갔을 때 가이드가 메디치가를 설명하면서 카트린에 대한 일화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었다. 어떤 여인인지 궁금하던 차에 마침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카트린의 딸인 마고지만, 카트린도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 카트린이라는 인물과 그 시대 배경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영화다. 카트린은 메디치 가문이 쇠락하던 1519년에 태어나서 프랑스 왕자에게 시집을 간다. 당시에는 이런 정략결혼이 다반사였다. 낯선 외국에서 카트린은 외롭게 살아간다. 남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결혼 후에도 그 관계는 공개적으로 지속되었다. 그러나 남편인 앙리 2세가 죽은 뒤부터 총명한 카트린은 실권을 잡기 시작한다. 그녀는 항상 검은 상복을 입었고, 왕인 아들 뒤에서 섭정으로 프랑스를 이끌었다. 영화는 1..

읽고본느낌 2018.09.03

고대 로마제국 15,000킬로미터를 가다

트라야누스 황제 치하인 BC 2세기 초의 어느 날, 로마에 있는 조폐국에서 세스테르티우스 동전이 만들어진다. 이 동전은 군 수송부대에 의해 브리타니아의 최전방 요새로 전달되고, 거기서부터 주인을 바꾸며 로마제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알베르토 안젤라의 는 수년간에 걸쳐 동전의 여정을 따라가며 로마인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은이의 전작인 은 시공간이 제한되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로마제국 전체를 관통하면서 동전의 주인이 되는 군인, 상인, 매춘부, 노예 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게르마니아와의 전투, 전차 경주, 지중해 항해, 알렉산드리아 거리, 병원, 식당, 광산 등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실감이 난다. 상상만으로 쓴 것이 아니라 고고학적 자료에 기반..

읽고본느낌 2018.01.11

갑신년의 세 친구

전체적으로 역사에 무지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19세기와 한일합방이 되는 20세기 초까지는 더욱 모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배운 역사 교과서에서도 그리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것 같지 않다. 우리의 어두운 부분이라 그냥 대충 넘어간 게 아닌가 싶다. 사실은 정확히 교육을 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매국노 몇 명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역사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자주 나온다. 정신을 똑바로 차릴 때다. 그런 점에서 그때의 상황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는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를 중심으로 당시의 급박했던 시대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안소영 작가가 썼다. 1884년 12월 4일에 일어난 갑신정변은..

읽고본느낌 2018.01.06

이완용 평전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인간에 내재하는 특수한 악마성을 부정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아이히만은 가정에 충실한 모범적 시민이었다.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다. 반인륜적이거나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아렌트는 말했다. 매국노로 비난받는 이완용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격적으로 이완용은 술도 마실 줄 모르고 여자도 밝히지 않았으며, 시문과 서예를 낙으로 삼은 전형적인 조선 선비였다. 조선 왕실 입장에서는 끝까지 충성을 바친 충신이기도 했다. 더구나 친일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독립협회 회장을 맡으며 독립문을 세웠다. '독립문'이라는 글씨도 이완용이 쓴 것이다. 이완용을 변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매국노라고 비..

읽고본느낌 2017.11.11

밖에서 본 한국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술된 역사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 후대의 올바른 역사 해석은 편향된 거품을 얼마나 잘 걷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역사의 주체를 누구로 상정하느냐에 따라 역사는 전혀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바른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새 정권 들어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가 해결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김기협 선생의 는 우리 역사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다. 안에서 쓴 한국사는 민족의 역사를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미화하려 한다. 이것이 지나치면 국수주의가 된다. 자신을 똑바로 성찰하지 못하면 정신의 절름발이가 된다. 개인이나 민족이나 마찬가지다. ..

읽고본느낌 201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