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서 셋이 만나 네댓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니 저녁 무렵이었다.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탄천에 나가서 산책로를 걸었다. 야탑에서 정자까지 약 6km 되는 거리였다. 장마철이라 공기는 꿉꿉했고, 구름이 드리운 하늘은 매직아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걷다가 우연히 너구리를 만났다. 도심 하천에서 너구리를 만날 줄이야. 숲에서 살아야 할 녀석이 어찌 인간의 마을 속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저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쫓겨나듯 피난 온 것일까, 아니면 먹이를 찾아 여기까지 내려온 것일까. 지난 코로나의 경험으로 보건대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면 더욱 불가피한 일이 될지 모른다. 너구리 하면 1980년대에 삼미에서 활약했던 장명부 선수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