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나흘간 함께 있었다. 어머니의 가을걷이를 도와줄 목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들깨를 베는 일이 첫째였다. 들깨 모종 심고, 베고, 털고 하는 작업은 형제들이 나누어 내려와서 맡고 있다. 올해 내 일은 그나마 제일 쉬운 들깨를 베는 일이었다. 어머니와 둘이서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들깨 작업을 마치고 산에 올라가 밤을 주웠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심은 나무들이라는데 밤나무 고목이 산의 능선을 덮고 있었다. 이젠 마을 사람들한테도 잊혀서 오로지 어머니의 전용 밤밭이었다. 나는 10분여 줍다가 포기했는데 어머니는 30분 넘게 산을 타고 다니셨다. 아흔이 넘은 연세인데 모두가 놀라는 체력이다. 비슷한 또래의 동네 할머니들은 대부분 바깥출입하기도 벅차다. 자식 입장에서는 그러다가 다치실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