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오밤중 담 너머로 쌀 가마니 세 개를 넘기라는 선임하사의 명령을 받들지 못하고부터다 불의에 수발을 들기 싫어서가 아니라 간이 작아서다 그 일을 보조하기 위해 방위 둘을 대기시키라는 지시도 듣지 않았다 우리 부대는 후방 헌병대였고 쌀은 남아돌았다 수감자들에겐 정량이 제공되지 않았으며 헌병들은 외식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음날 워커발로 조인트를 여러 차례 까였다 동료 사병들도 내가 포크 창에 찍힌 노란 단무지 같은 신세인 걸 다 알고 있다 그들의 비겁 위에 물구나무 선 연민은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찍힌 건 나 말고도 더 있다 소원수리 때 '황소무사통과탕'에 대한 진실을 까발렸다가 필적감정으로 들통 난 K상병이다 나도 종이 앞에서 딸막딸막한 적은 있으나 다른 병사처럼 '현재 생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