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30

떠나가는 가을

서점에 주문한 책을 찾으러 갔는데 일요일이 문 닫는 날인 걸 깜빡 했다. 빈 배낭을 메고 경안천에 나가서 떠나가는 가을과 함께 했다. 영은미술관 뜰에는 가을이 남긴 흔적이 가득하다.  가을이 떠나가면 고니가 찾아올 거야.   경안천에는 백로가 무리를 지어 모여 있다. 길 떠날 채비를 하는가 보다. 먼 길 떠나자면 길동무가 필요하겠지.  곧 겨울이 다가온다고 수근거리는 소리들.  아파트 뜰의 수양단풍나무는 마지막 치장이 화려하다.   다음주에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하고 첫눈 예보도 나와 있다. 가을 옷을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겨울옷을 꺼내 장농에 건다. 그렇게 한 계절이 가고 새 계절이 온다.

사진속일상 2024.11.24

여수천의 늦가을

여수천을 걸어서 야탑에 나가다. 여수천 주변은 늦가을을 장식하는 단풍으로 곱다. 노을이 그러하고, 단풍이 그러하고, 사라지는 것들은 이리 아름답다.   11월 하순인데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 잎도 보인다. 일부만 붉게 채색되었고, 나머지는 여전히 초록색이다. 이러다가는 12월에도 단풍이 남아 있겠다. 일본 기상청 자료를 보면 일본에 단풍이 찾아오는 시기가 70년 전보다 19일 정도 늦어졌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앞으로는 12월 단풍도 드문 말이 아닐 것이다.  나뭇잎은 생의 끝에서 자기의 고유한 색깔로 빛난다. 생명의 활력으로 충만하던 여름에는 서로간에 구별이 되지 않았다. 사람도 그러할 것이다. 마지막 때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세상은 아름답다. 세상 속에서 부..

사진속일상 2024.11.22

동네 추경(秋景)

아직 완숙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도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인간의 마을에도 숲에도 가을 향기가 가득하다. 화려하기로 치면 이맘때의 가을과 필적할 계절은 없다. 가을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한낮의 추광(秋光)이 따스했다. 고운 단풍 따라 내 마음도 곱게 물드는 것 같았다.  뒷산 숲에는 가을이 먼저 와 있었다. 오솔길에는 떨어진 낙엽이 수북했다. 촌촌가인인생(村村家人人生)이던가, 우리의 삶도 나뭇잎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 움이 돋아 여름, 가을을 지나 흙으로 돌아간다. 대자연 순환의 흐름 속 시절인연이 나를 이 순간 이 자리에 있게 한다.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다.

사진속일상 2024.11.04

정선, 영월 단풍 여행

아내와 함께 정선과 영월로 1박2일의 단풍 여행을 다녀왔다. 단풍만으로는 결과가 시원찮았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시기가 늦어져서 두 지역 단풍은 아직 절정이 되지 못했다. 된다 한들 색감이 예년처럼 곱지 않을 것 같다. 제일 먼저 정선의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올랐다. 눈에 그렸던 울긋불긋 산하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래전 아내의 추억이 어린 정선성당에 들렀다.  점심은 정선읍내에 있는 군언송어횟집에서 송어회와 매운탕으로 했다. 반찬으로 나온 번데기에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갔다.  오후에는 동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였다. 할미꽃마을에 정차하여 마을 뒤편의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가수분교와 미리내폭포(와인잔폭포)를 지나고,  문치재 정상에서 사행의 도로를 보고, 후진하다가 가드레일 모서리와 격한 키..

사진속일상 2024.11.01

강원도 가을 여행(3) - 십이선녀탕, 박인환문학관

여행 셋째 날, 따뜻한 아침 식사를 지어먹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돌아올 때는 인제를 지나는 국도를 타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금방 설악산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했다.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므로 계곡 초입부를 한 시간여 여유롭게 산책했다. 입구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계곡에 드니 한산해졌다. 수수한 갈색 계열의 계곡 단풍이 예뻤다. 바위에 앉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쉬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가 볼까 했으나 날이 흐려져서 포기했다. 일기 앱에는 비 예보가 떴다. 대신 시간 여유가 생겼고, 인제읍에 있는 박인환문학관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관 1층에는 시인과 관련된 옛날 거리를 재현해 놓아 특이하면서 흥미로웠다. 시인은 해방 후 20세 때 종로 3가에 '마리서사(茉莉書舍)..

사진속일상 2023.10.29

전주에 다녀오다(11/2~5)

아내와 전주에 내려가서 나흘간 머무르다 왔다. 장모님과 바깥나들이를 나가서 가을 구경시켜드리는 게 목적이었다. 오가는 길에 우리 역시 가을 풍광을 즐기는 건 덤이었다. 가는 길에 공주에 들러서 황새바위 성지와 공산성을 찾았다. 공주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공주를 마지막으로 찾은 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니 적어도 30년은 되었을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다시 찾아보기가 이렇게 어렵다. 공산성 앞에 선 황금빛의 무령왕 동상이 눈길을 끈다. 공산성(公山城)은 이곳이 백제의 수도였던 시기에(475~538년) 도읍지인 웅진(熊津)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성 둘레는 약 2.5km로 원래는 토성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공산성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사비성에서 도망친 ..

사진속일상 2022.11.06

우리 동네를 물들인 가을 색깔

경안천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다가 동네 단풍에 홀려서 가야 할 곳을 잊어버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내 곁의 단풍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가을 색깔에 취해서 아파트 단지를 놀멍쉬멍 돌아보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주한 지 십 년이 넘었으니 단지 안 나무들도 어느 정도 무성해졌다. 이곳 나무들은 사계절 중에서 이맘때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각자의 색깔로 성장(盛裝)한 청년기의 매력이 넘쳐나는 나무들이다. 감탄사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이 가을이 어느 누구에게는 가장 슬픈 색깔이 될지 모른다. 희희낙락하는 뒤편 그늘에는 울음조차 사치스러운 아픔이 있다. 세상의 비극은 가없이 깊은데, 가을빛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사진속일상 2022.10.31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오르다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올랐다. 기점은 윗배알미다. 윗배알미는 집에서 가까우면서 외진 곳이라 찾는 사람이 적어 좋다. 언제 가도 산길이 한적하다.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혼자 독차지한다. 윗배알미 산길은 계곡을 끼고 있어 청량한 가을 물소리를 옆에 두고 걷는다. 계곡의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계절마다 다르다. 이 계절에는 살을 모두 발라내고 남은 생선뼈 같은 소리를 낸다. 오르는 길은 단풍이 화려했다. 검단산 단풍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가을 향연에 초대받은 횡재를 했다. 검단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쪽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남쪽에는 팔당호와 양수리/두물머리가 있다. 내려오는 길도 단풍 구경으로 황홀했다. 갑자기 강원도 정선의 동강 따라 단풍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

사진속일상 2022.10.26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랐다. 그냥 집에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오랜만에 올라본 뒷산은 이미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뒷산에는 단풍나무가 없다. 8할 이상이 참나무 종류다. 그래서 가을 단풍은 황색이 주종을 이룬다. 같은 황색 계열이더라도 나무에 따라, 단풍 드는 시기에 따라 색깔이 무척 다양하다. 일 년 중 숲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단장을 할 때다. 뒷산은 가볍게 오른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오르니 다이어트를 한 뒤 마냥 가뿐하다. 그동안 등산으로 몸을 길들여놓은 원인도 클 것이다. 산 속은 온통 가을의 한복판이다. 이런 때 시 몇 편 꺼내 읽어보는 건 또 어떠리.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

사진속일상 2021.11.03

아쉬운 단풍 여행

올해 단풍은 낙제점이다. 비가 잦았던 탓인지 예년에 비해 영 시원찮다. 처제네와 강원도로 단풍 여행을 떠났지만 제대로 된 단풍은 구경하지 못했다. 아직 철이 약간 이른 탓도 있지만 단풍이 든 나무도 색깔이 선명치 못하고 한편에서는 말라버린다. 먼저 설악산 십이선녀탕에 들렀다. 여기는 작년에 왔다가 출입 시간인 12시가 지났다고 입장을 시켜 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제를 안 한다. 자기들 멋대로 오락가락이다. 십이선녀탕 초입부는 초록 세상이고 한참을 올라가야 가끔 단풍을 만난다. 그마저도 차마 탄성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칙칙하다. 이 정도면 설악의 단풍이라 칭하기 어렵다. 남자 둘은 응봉폭포까지 걸었다. 두 여자가 뒤처졌기 때문에 깊게 들어갈 수는 없었다.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제..

사진속일상 2021.10.23

늦가을 뒷산

늦가을이 되면 산은 순해진다. 자신을 비우고 가벼워진 존재가 가지는 아름다움이다. 사람이 덜 다니는 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다. 흐릿해진 경계 위를 따라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긴 낙엽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발아래서 부서진다. 하늘 열린 공터에 앉아 햇빛 사냥을 한다. 총도 없고 화약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은폐, 엄폐 대신 최대한 노출을 많이 시켜야 수확물이 많은 이상한 사냥이다. 옆에는 골프장이 있다.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공이 날아가고, 이어서 "나이스 샷" 하는 외침이 후렴처럼 따른다. 10년째 지켜보지만 아직 무슨 골프장인지 이름도 모른다. 단지 안 단풍나무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코로나로 멀리 나가는 단풍 구경을 못 했지만, 바로 옆에서 이런 화려한 향연을 즐길 ..

사진속일상 2020.11.11

단풍과 코로나

올해는 멀고 유명한 곳을 가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단풍을 즐긴다. 오늘은 집 주변 산책길에 있는 영은미술관에 들렀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데 언제부턴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단풍나무가 몇 그루밖에 안 되지만, 대신에 색깔이 무척 예쁘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고운 자태를 보여준다. 미술관에 있는 나무답게 단풍나무가 설치미술 작품이 되었다. 인공조형물이건만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역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2020년을 나타내는 건지 붉은 조형물이 코로나를 닮았다. 설명문이 없어 작가의 의도는 모르지만, 내가 임의로 '단풍과 코로나'로 붙였다. 자연은 수탈이나 이용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바라보며 공존할 때 인간의 삶도 아름답게 빛나지 않겠는가. 멋진 가을 풍경을 마주하면서 자연과..

사진속일상 2020.11.05

곤지암도자공원 단풍

화담숲 단풍을 보러 갔다가 예약을 안 했다고 퇴짜를 맞았다. 단풍철에는 평일에도 예약제로 운영한단다. 한참 줄을 서서 체온 측정까지 했는데 헛걸음이 되어 버렸다. 꿩 대신 닭이라고, 집으로 돌아오며 곤지암도자공원에 들렀다. 외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단풍을 구경했다. 화담숲에는 비할 바가 못 되어도 낙엽 깔린 호젓한 산길이 좋았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보다는 오히려 이런 데가 가을 정취에 어울리지 않나, 라고 생각하며 고마워한다. 화담숲에 못 들어간 자기 합리화면 어떤가. 가을은 차별 없이 온 강산을 물들이고 있다.

사진속일상 2020.11.04

가을 속 우리 동네

어딜 가든 울긋불긋 단풍색이 고운 때다. 집 주변을 산책만 해도 다양한 가을 색깔을 즐길 수 있다. 이웃 동네로 넘어가는 작은 고개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 고갯길 주변 단풍이 볼 만하다. 내년이면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예정대로 공사가 시작되면 올해가 마지막 단풍이 될 것 같다. 이 나무도 다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 슬픈 눈으로 지켜봐야 하겠지.

사진속일상 2020.11.01

2019년 가을 창경궁

거의 2년 만에 연락이 된 전 직장 동료 넷이 서울에서 만났다. 때가 가을인지라 내 제안으로 창경궁 단풍 감상을 겸해 고궁에 모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고, 옛날 직장 생활 얘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올 단풍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창경궁만 아니라 다른 곳 단풍도 맑은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버스 타고 가는 길가에서 본 글귀다. 옳거니, 하며 무릎을 쳤다. 어쩌면 봄보다 더 화려한 계절이 가을이다. 식물은 제 마지막을 이리도 아름답게 장식한다. 억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허나 사람은 어떠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그루 나무를 닮을 수 없다. 창경궁을 한 바퀴 돈 뒤 ..

사진속일상 2019.11.06

괴산 가을 나들이

아내와 괴산에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산막이옛길을 걸으러 가는 길에 이왕이면 단풍 구경할 겸 주변 몇 군데를 돌아보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를 나와서 처음 들린 곳은 수옥폭포였다. 조선 숙종 시기에 연풍 현감으로 있던 조유수가 여기에 정자를 짓고 수옥정(漱玉亭)이라 이름한 데서 수옥폭포라 불렸다고 한다. '구슬을 씻듯' 영롱하게 떨어지는 폭포라는 뜻일까. 암반과 어우러진 폭포 주변의 경치가 뛰어났다. 폭포로 오가는 길의 단풍이 무척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쌍계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길이 깊은 강원도에 온 것 같이 깊었다. 계곡의 비경을 다 보지는 못하고 소금강휴게소까지만 다녀왔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을의 빛을 감상했다. 산막이옛길 걷는 것만 아니라면 더 깊숙이 들어가며 ..

사진속일상 2019.11.05

세렴폭포 가는 길

치악산 단풍을 보러 갔는데 때가 좀 늦었다. 단풍이 많이 졌고 남아 있는 것도 색깔이 바랬다. 대략 일주일 전 쯤이 절정기가 아니었나 싶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 다녀왔다. 실버 코스라고 할 정도로 길이 평탄하고 쉽다. 불타는 듯 화려한 단풍은 없어도 가을산의 향취에 푹 빠졌다. 구룡사를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단풍의 명소. 한낮의 양광을 받아도 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세렴폭포로 올라가는 길. 드문드문 진홍빛 단풍이 보인다. 세렴폭포는 폭포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지금 시기에 콸콸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내려가는 길. 나무는 자신을 덜어내면서 찬 계절을 견딜 준비를 한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나뭇잎의 수런거림으로 숲은 분주하다. 제 할 일을 마치고 난 자..

사진속일상 2019.10.28

주전골 단풍

올해 설악산 단풍 감상은 십이선녀탕으로 잡았다. 너무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해서 가는 도중에 점심까지 먹고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었다. 아뿔싸, 12시까지만 입장이 된다며 들어가는 걸 막는다. 헛걸음이 되었다. 한두 시간만 단풍 구경을 하고 나오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긴 시간 등산하는 사람이야 조난 위험 때문에 늦은 시간 입장을 통제할 수 있다지만 잠깐의 단풍 구경도 막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투덜대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한계령을 넘어 주전골로 향했다. 3년 전에 찾았던 곳이다. 만경대를 개방하면서 구경하러 갔는데 만경대 입구에 긴 줄이 서 있어 주전골만 보고 되돌아왔었다. 개방 첫해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사람이 워낙 몰리니 지금은 만경대에 가기 위해서..

사진속일상 2019.10.22

수렴동계곡 단풍

11월 15일 현재 내설악 단풍은 수렴동대피소와 영시암까지 내려왔다. 백담사 부근은 이번 주말이 되어야 만산홍엽이 될 것 같다. 단풍 구경하러 아내와 수렴동계곡에 다녀왔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주로 걸어 왕복했는데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한 길에다 버스마저 자주 다녀 걷기에는 불편하다. 수월하게 오가는 대신 아까운 계곡 하나를 잃은 느낌이다. 백담사 앞 계곡의 돌탑은 자연에 펼쳐진 만다라 그림 같다. 본격적인 산길 걷기다. 설악산 산길 중에서 이곳 수렴동계곡 길이 걷기에 제일 평탄하지 않나 싶다. 수렴동대피소까지 두 시간여 동안 거의 이런 길이 계속된다. 또한 북적대지 않아서 좋다. 수렴동계곡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 간 천불동계곡과 비교하면 빼어난..

사진속일상 2018.10.16

창경궁 단풍

용두회에서 창경궁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서울에 있는 고궁 중 단풍이 제일 고운 곳이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일 것이다. 창경궁은 창경원이었던 시절에는 봄 벚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궁궐 복원 사업이 완성되고 벚나무는 사라졌다. 대신 가을철 단풍이 볼 만해졌다. 다른 어디보다 단풍 색깔이 고운 장소다. 날이 흐려서 사진 찍을 때 콘트라스트를 줬더니 색깔이 좀 과해졌다. 올해는 단풍을 보러 설악산으로, 울릉도로 찾아다녔지만 마지막을 창경궁으로 마감한다. 세상은 참 아름답다는 걸 실감하는 올가을이다.

사진속일상 2017.11.08

천불동과 선재길 단풍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쪽으로 떠났다. 1박2일로 잡았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 외에 다른 곳은 미정이었다. 둘째 날 영동 지방은 비 예보가 있어 날씨에 따라 갈 장소가 변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천불동으로 가기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내린천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세 시간이 걸렸다. 새 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 20여 분 대기해야 했다. 주차료 5천 원에 신흥사 입장료 7천 원(2인)이었다. 길은 복잡했지만 주차 안내는 친절하고 정확해서 혼잡은 없었다. 신흥사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초입은 넓은 길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숲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신흥사..

사진속일상 2017.10.19

적상전망대 단풍

전주에 가는 길에 적상전망대에 들렀다. 무주에 있는 적상산(赤裳山, 1,029m)은 정상 부근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 위에는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 댐과 전망대가 있다. '적상'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가을 단풍이 유명한 산이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안국사 산길은 걸어보지 못하고 전망대와 댐 주변 길을 잠깐 산책했다. 댐에 물이 완전히 빠져 있어 단풍 풍경이 살아나지 못했다. 때가 안 맞았는지 단풍도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너무 손쉽게 가을 단풍 맛을 보려 한 것 같다. 적상전망대. 적상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댐 주변 산책로에서 본 단풍. 적상산에는 고려 때 축조된 적상산성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사고지(赤裳山史庫地)가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사진속일상 2016.10.26

우리 동네 미술관

올해 못 본 단풍을 느지막이 우리 동네 미술관에서 보다. 영은미술관, 우리 동네에 있는 유일한 미술관이다. 작품 전시보다는 창작 스튜디오 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좀 거리가 멀다. 영은미술관은 정원이 넓고 예뻐서 찾는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미술관 정원에 흰 공 모양의 작품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제목이 'Moon'이다. 예술가의 눈은 기발하다, 달을 웅크린 사람 형상으로 보다니.... 한참을 보니 마치 알 속에 든 사람 같다. 그럼 달은 생명을 품은 알이란 뜻인가. 달은 지구 어머니가 낳은 알이다. 우리 지구를 형상화한다면 어머니가 어..

사진속일상 2014.11.11

북한산 늦은 단풍

북한산 단풍 절정 시기가 10월 28일이라는 기상청 발표를 믿고 북한산 부왕사지를 찾았으나 이미 시들해지고 난 뒤였다. 산의 고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중간 지대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체로 발표 1주일 전쯤이 단풍 구경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간 길에 의상능선의 일부를 걸었다. 날카로운 암봉을 지나는 맛이 재미있었다. 의상봉을 넘어 하산하는 길은 너무 험하다고 해서 국녕사를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 젊었을 때 같았으면 모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도 안전, 둘도 안전이다. 북한산은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너무 많았다.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입구에는 울긋불긋 사람의 줄이 이어졌다. 산 속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좀 조용히 말하면 좋으련만, 산을 전세낸 듯한 태..

사진속일상 2014.10.30

단풍 여행 - 소금강과 치악산

여행 셋째 날,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잠만 잘 자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고 몸이 가벼워진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뒹굴며 잘 잤는데 나이가 드니 잠자리가 자꾸 까다로워진다. 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선과 원주를 지나도록 잡았는데, 도중에 정선 소금강과 원주 치악산을 들리기로 했다.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소금강 구간은 드라이브길로도 최고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동대천이 흐른다. 강원도에서는 이런 절벽을 '뼝대'라고 부른다. 치악산에 이른 건 해가 지는 저녁 때였다. 바삐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구룡소까지 올라갔다. 낮이었다면 더욱 화려하게 반짝이는 단풍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바빴는지 치악산 단풍 하나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치악산 언저리..

사진속일상 2012.10.27

단풍 여행 - 동강 어라연

다음 날은 동강을 찾아갔다. 첫째가 마련해준 숙소가 마침 동강 어라연 가까이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 강변을 따라 걷기 편한 길로 어라연까지 갔다오는 것이었다. 거운리 어라연탐방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10여 분 올라가니 잣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나왔다. 다시 걷기 열병이 발동했고 잣봉으로 올라 라운딩하는데 아내도 동의했다. 등산은 생각지도 않았으므로 운동화 차림의 아내는 나무 작대기를 찾아 짚었다. 잣봉(537m)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능선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과 어라연. 청옥빛 물 색깔이 보석 같이 아름다웠다. 잣봉에서부터 동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

사진속일상 2012.10.26

단풍 여행 - 대청호와 청남대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울릉도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차도가 없었다. 부득이 울릉도 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봉을 오를 수 없는데 울릉도에 갈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울릉도에 인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마침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 청주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울릉도 대신 내륙 지방 단풍 여행을 하기로 했다. 23일 아침에 장례 미사에 참례한 후 인근에 있는 대청호와 청남대에 들렀다. 이래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 가게 되었다. 맑은 날이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청호에는 아직 오색 단풍은 오지 않았다. 청남대 산책로를 걷고, 맞은편 호반길을 드라이브했..

사진속일상 201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