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394

아내와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다

발 통증으로 아내가 걷기를 중단한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운동 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다. 요사이는 매일 뒷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아내의 발 상태를 체크할 겸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중년이었을 때도 만만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반 바퀴만 돌고 중단하기도 했다. 둘은 이제 일흔줄에 들어서서 다시 도전해 보는 것이다. 무리가 되면 아내는 중간에 그만두기로 했다. 여기서는 힘들면 아무 데서나 산성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장경사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아내는 흙길만 나오면 신발을 벗었다. 아내의 발 통증 이후로 걷기는 늘 혼자였는데 오늘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동안 노년의 부부가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

사진속일상 2023.09.25

아내와 강화도에 다녀오다

가을을 맞아 아내와 바람 쐴 겸 강화도에 다녀왔다. 먼저 들린 곳은 연미정(燕尾亭)이었다. 연미정은 조선 시대 무신이었던 황형(黃衡, 1459~1520)의 무공을 치하하여 중종이 하사한 정자다. 황형은 여기서 살며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제비 꼬리 모양으로 돌출한 지형이어서 '연미'라고 부른다. 그 뒤에는 월곶진이 설치되어 관아로 사용하였다. 연미정에서 내려다보면 황형의 집터를 표시하는 비와 월곶진의 문루인 조해루가 보인다. 두 번째는 교동도의 연산군 유배지로 갔다. 이곳은 최근에 화개정원을 만들고 뒷산 꼭대기에는 화개산전망대를 세웠다. 정원에서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이 운행한다.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만 하고 싶었던지라 정원만 둘러보고 전망대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대룡..

사진속일상 2023.09.05

여름 지나가는 뒷산

맨발 걷기 바이러스가 아내마저 감염시켰다. 저녁이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맨발 걷기를 하더니 오늘은 뒷산으로 진출하겠단다. 뭔가가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 유행처럼 번져 너나없이 따라 한다.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사람들이 쏠리는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삐딱이과니까. 맨발 걷기에 적당한 길을 안내해 줄 겸 아내와 함께 뒷산에 들었다. 석 달만이다. 여름이면 산모기 때문에 뒷산에 가질 못한다. 산길도 좋지만 산모기의 성가심을 나는 도저히 감내하지 못한다. 오늘도 어지간하면 되돌아오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은 정상까지 갔다. 대신 산모기를 쫓던 손수건은 어딘가에 흘려버렸다. 아내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뒷산에 올라 오랜만에 산기운을 쐬었다. 몸이 나른하면서 가뿐해졌다..

사진속일상 2023.08.27

콩을 까다

텃밭에서 콩 일부를 수확해 왔다. 겉으로 봐서는 시원찮았는데 까 보니 열매는 그런대로 튼실했다. 앞으로 한참 동안 밥에 앉혀 먹을 수 있겠다. 콩을 까는 단순 작업도 재미있었다. 콩깍지를 살짝만 비틀어도 접시에 또로로 떨어지는 콩알들이 귀여웠다. 이 정도라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거리다. 요사이는 텃밭의 혜택을 담뿍 받고 있다. 아내는 잠에서 깨자마자 댓바람에 텃밭에 나가서 여러가지를 거두어 온다. 상추, 쑥갓, 오이, 고추는 단골 작물이다. 막 뜯어온 야채로 차려진 식탁은 싱싱하다. 시장에서 사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텃밭이 주는 일상의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사진속일상 2023.07.02

당남리섬을 산책하고 천서리 막국수를 맛보다

아침에 처가 쪽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아내와 같이 외출을 했다.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 여주 당남리섬을 한 바퀴 도는 산책을 하고 천서리 막국수로 점심을 했다. 기온이 33℃까지 올라간 땡볕 속이었다. 당남리섬은 청보리는 때가 지나 모두 베어졌고, 수레국화 꽃밭도 대부분 꽃이 지고 씨를 맺고 있었다. 개망초, 금계국, 메밀꽃이 그나마 한창이었다. 멀리 남한강 이포보가 보인다. 볕이 따가워 쉼터에서 자주 쉬어야 했다. 사람들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은 운명에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데 공감을 했다.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 년의 수를 누리면서 호의호식하는 악인도 있다. 세상은 선악의 결과가 공평하게 구현되는 곳이 아니다. 천도(天..

사진속일상 2023.06.19

지주를 세우고 잡초를 뽑다

이틀간 넉넉하게 비가 내려 텃밭 작물이 생기를 찾았다. 미루어 온 지주 세우기와 잡초 제거 작업을 했다. 상추, 겨자 등 야채는 두 주 전부터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우고 있다. 고추, 오이 등도 작은 열매가 맺힌다. 아내는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처음 나오는 오이는 따내 버린다. 올해 제일 풍성한 건 콩이다. 이것도 일이랍시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콩 고랑을 멜 때 한 노랫가사가 생각났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감히 투덜대거나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지 못하겠다. 허리가 아파도 가능하면 오래 버티려 했다. 옛 아낙네에 비하면 내 동작은 일이 아니라 유희인 것이다. 어쨌든 땀을 흘리고 나니 말끔해진 텃밭만큼 마음도 개운해졌다. 내 몸 조금..

사진속일상 2023.05.29

몰라서 못 먹는다

집에는 냉장고가 세 대 있다. 두 노인이 사는 집 치고 과하지만 전에 자식들과 같이 살 때 쓰던 냉장고가 고장 없이 작동하고 있으니 계속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에게 한 대를 없애자고 제안했지만 다 쓸모가 있다고 한다. 부엌 살림살이는 아내 소관이니 어찌할 수가 없다. 세 대의 냉장고는 어디를 열어봐도 빈틈없이 뭔가가 가득 들어 있다. 둘이 사는 살림에 무슨 먹을거리가 이토록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내조차도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파악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뭘 찾자면 이 냉장고 저 냉장고로 왔다갔다 한다. 냉장고만 아니라 옷장도 마찬가지다. 십 분의 일로 줄여도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냉장고 문을 열면서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부쩍 늘어난 말이다. "이런 게 있..

참살이의꿈 2023.05.25

장어로 보신하고 공원을 걷다

아내가 몸살(?)을 앓은 뒤끝이라 몸보신을 하러 장어집에 갔다. 큰 것과 중간 것, 두 마리를 시켜서 한껏 먹었다(8만 원). 오랜만의 장어 기름이 속에 부담이 되었는지 저녁에 같이 설사가 나와서 실소를 했다. 이래서 고기도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먹는가 보다. 봄에 들면서 식사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겨울은 입맛이 없고 조금만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이 돼서 소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 소동(小食 小動)'의 생활이었다. 다행히 봄이 되면서 입맛이 돌아오고 위장도 괜찮아졌다. 덕분에 좀 더 활기차졌다. 식사 후 물빛공원을 찾아서 두 바퀴를 돌았다. 황사가 끼었지만 산책하기에는 무난한 낮이었다. 풍성하진 않아도 아담한 장미 터널이 있고, 물빛버즘도 공작 날개처럼 초록잎을 펼치고 있었다. 이즈음의 나..

사진속일상 2023.05.23

신안 여행(3)

셋째 날, 볼일이 있는 처제네는 아침 식사 후 장모님을 모시고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퍼플섬을 구경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숙소 가까이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5만 평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명품 분재와 수목,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원의 중심은 애기동백숲이다. 겨울에 애기동백이 필 때 와야 공원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온실에서는 이 주목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물경 1,500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자태가 웅장하다. 그러면서 잎이 달린 가지는 싱싱하고 균형 잡혀 있다. 옆 온실에는 2,000살 된 주목도 있는데 개방을 하지 않아 멀리서 흐릿하게만 봤다. 이어서 퍼플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좌도로 갔다. ..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2)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가만히 숙소 앞 바닷가에 나갔다. 하루도 안 지났지만 벌써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걸었다. 이곳 신안 압해도 송공리 바다는 김 양식과 낙지잡이가 주업인 것 같다. 갯벌 낙지 맨손 어업이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압해도(壓海島)는 신안에서 제일 큰 섬이라는데 무식하게도 신안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닷가에는 압해도를 사랑한 노향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인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낼 때 목포에서 건너다 보이는 압해도가 무한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시인은 수십 편의 압해도 연작시를 지었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 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1)

처제 부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이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과 어긋났다.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긴 했으나 엉뚱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다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안에 들어가는 길에 목포에 들러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여 유달산을 지나 고하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되었고 길이는 3.2km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고하도 둘레로 해상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섬 가운데 있는 것은 전망대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목포에 온다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유달산승강장에서 내리면 유달산 정상에도 다녀올 수 있다. 30분 정도 일등봉까지 오가는 산길을..

사진속일상 2023.05.18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찾아뵙다

어버이날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어버이날이면 동네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졌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봉사를 할 중년층이 사라진 탓일 게다. 이미 마을 주민의 9할 이상이 70대가 되어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해 질 즈음에 마을 주변 산책에 나섰다. 매직 아워의 전원 풍경이 평화로웠다. 다음날은 밭에 나가 잠시나마 어머니 일손을 도와 드렸다.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밭일이 아니면 생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시는 것 같다. 삶을 지배하는 관성의 무서움이다. 힘들다 하면서도 밭은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다. 나도 꼼꼼한 편이지만 어머니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여러 해 전부터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올해 역시 깨 농사를 시작했다...

사진속일상 2023.05.10

고추와 토마토를 심다

연 이틀 반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남부 지방에는 100mm가 넘는 강수량으로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중부 지방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농사에 큰 도움이 되는 비다. 어제는 잠시 비가 가늘어진 사이에 텃밭에 나가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를 심었다. 지난달에 심은 감자, 콩, 상추, 호박에 이어 두 번째로 심은 작물이다. 고구마 모종은 늦게 구하는 통에 오후에 비가 그치면 심으려 한다. 텃밭도 몇 해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처음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내가 심은 작물이 자라나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밖에 나갈 때면 일부러 걸음을 해서 찾아보곤 한다. 농부와 작물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베란다에서 기르는 화초든 텃밭의 작물이든 반려식물이라고..

사진속일상 2023.05.06

평창 생태마을에 다녀오다

평창에 있는 생태마을에 아내와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정식 명칭은 '성필립보 생태마을'이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환경 생태 농원으로 황창연 신부님이 담당하고 계신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신자들을 위한 피정 시설도 있다. 아내가 생태마을 회원이어서 신청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태마을은 예상했던 대로 규모가 상당했다. 생태마을의 주 생산품은 우리 콩으로 만드는 간장, 된장, 청국장 가루다. 참나무 장작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킨다. 생태마을에는 300개의 장독이 있다. 생태마을 옆으로 평창강이 흐른다. 생태마을을 조성하기까지 애쓴 여러 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휴식과 힐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방은 두 명씩 사용한다. 이번에는 여덟 명이 참가했..

사진속일상 2023.04.27

텃밭 농사를 준비하다

농사라고 부르기에 민망하지만 어쨌든 올해도 텃밭을 하기로 했다. 아내의 손가락 통증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이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아내는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 하러 나갈 때는 귀찮지만 마치고 나면 뿌듯하고, 흙을 만지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다. 세 이랑을 삽으로 일구고 퇴비 여섯 포대를 뿌려서 섞어주었다. 모레와 글피에 비가 온다니까 그 뒤에 비닐을 덮어줄 예정이다. 무엇을 심고 가꿀지는 아내가 결정한다. 작은 텃밭이지만 내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티격태격하기 십상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써야 하는 노동이 필요할 때 등 나는 마나님 명령을 받드는 돌쇠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다.

사진속일상 2023.04.03

손주와 2박3일 여행(2)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대숲길을 걷고 난 뒤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 대왕암공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출렁다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대왕암으로 가는 주 산책로 대신 왼쪽 방향의 출렁다리길로 향했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길이가 300m 정도로 2021년에 만들어졌다. 전국에 출렁다리 건설 붐이 한창일 시기였다. 출렁다리 부근의 해송 숲도 좋았다. 산책로에서 동백꽃도 만났다. 해안을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대왕암을 경유해서 걷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경주로 돌아오면서 읍천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들렀으나 주차장에서 거리가 멀어 포기했다. 어제 스페이스 워크를 걸은 뒤 손주는 다리가 아프다 하고, 바닷가 날씨도 바람이 세고 차가웠다. 동해안을 따라 올아오면서 감포에도 들렀다. 손주는 보는 경치보다 조개껍질을..

사진속일상 2023.02.26

손주와 2박3일 여행(1)

어렵게 시간이 났다. 손주가 방학중이어도 함께 여행을 갈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2박 동안 숙소는 경주에 정해두고 포항, 울산 등을 겸하여 돌아보기로 했다. 출발 전에 손주에게 뭘 제일 먹고 싶으냐니까 대뜸 대게를 말한다. 경주로 가는 길에 일차로 영덕에 들렀다. 음식점에서 대게 코스를 시켰는데 세 마리(홍게 포함)에 30만 원이었다. 대게 요리 전후에 회와 탕이 나왔지만 금액에 비해서는 가성비가 떨어졌다. 그래도 손주가 맛나게 먹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더구나 자식보다 더 귀여운 손주가 아닌가. 영덕 삼사공원 해상산책로에는 살짝 실망하고, 바다를 끼고 내려가다가 장사 해안을 잠깐 산책했다. 바람이 심하게..

사진속일상 2023.02.25

강원도에서 꽃과 눈을 보다

지난 주말에 전국적으로 눈이 내렸는데 특히 강원도에 많이 쏟아졌다. 이번 눈은 물기를 머금은 습설(濕雪)이어서 가뭄 해소와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복설(福雪)이라고 부르는 고마운 눈이다. 눈을 보러 아내와 함께 강원도로 갔다. 마침 강릉 대도호부관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서 일차 목적지는 그곳으로 잡았다. 놀랍게도 담장을 따라 있는 대여섯 그루의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활짝 펴 있었다. 설악산의 설경을 멀리서 보기 위해 경포호에 갔다. 눈 내린 다음날 사진은 산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며칠 사이에 많이 녹은 것 같다. 산 정상부만 백설의 모자를 쓰고 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눈에 띄는 건 새들이다. 사진을 찍으며 새 이름을 맞추어 보다. ▽ 청둥오리 ▽ 물닭..

사진속일상 2023.01.19

겨울비 내리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여러 차례 했다. 한겨울 새벽인데도 눈이 아닌 비가 내릴 정도로 날이 눅었다. 비는 낮까지 이어져 오다 그치다를 계속했다. 예보로는 앞으로 이틀 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보다가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드라이브 겸 하남에 있는 수제비집을 찾아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랜만에 맛집의 맛을 보고 싶었다. 옛날 자주 찾아갔던 안국동의 수제비 맛이 떠올라서였다. 벌써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 뒤로는 제대로 된 수제비를 맛보지 못했다. 잔뜩 흐린 채 안개비가 보얗게 낀 날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먼저 팔당 한강변에 나가 보았다. 고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고니는 70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두 무리로 나누어 모래톱에서 쉬고 있었다...

사진속일상 2023.01.14

물빛공원을 걷고 달콤짜장을 먹다

날이 많이 풀어졌다. 오전 10시가 되니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갔다. 아내와 물빛공원에 나가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포근한 날씨가 사람의 마음도 따스하게 만든다.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천천히 산책하려 하지만 누가 앞에서 끄는 듯 자꾸 속도가 붙는다. 저수지는 꽁꽁 얼어 있고 눈이 덮여 있다. 머지않아 남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면 고요한 이곳도 생명의 활기로 가득해지리라. 저수지로 물이 흘러들어오는 입구에는 물닭들이 모여 있다. 쇠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딱따구리를 이렇게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동네에 서식하는 새들을 조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저수지를 배경으로 아내와 한 컷을 남겼다. 며칠 전에 산..

사진속일상 2023.01.07

성지(35) - 황새바위

성지 50. 황새바위 순교성지 충남 공주에는 일찍부터 관찰사와 공주 감영이 있어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송되어 와서 배교를 강요당하고 이를 거부할 때는 여지없이 사형에 처해졌다. 이름이 전해지는 순교자만 248명이며 그밖에 무수한 순교자가 있었을 것이다. 최초의 순교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받은 내포의 사도 이존창(李存昌, 1759~1801)이다. 황새바위는 처형지 인근에 세워진 순교성지다. 황새바위라는 명칭은 이곳에 황새가 많이 서식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죄수들이 '항쇄'(목에 씌우는 칼)를 쓰고 언덕 바위로 끌려 나와 처형당했기에 붙은 이름이라는 두 설이 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에는 순교탑을 비롯해 돌무덤 경당 등 여러 시설물이 있다. 정문에서 비탈길을 올라가면 석문이 나온다. 형..

사진속일상 2022.11.07

전주에 다녀오다(11/2~5)

아내와 전주에 내려가서 나흘간 머무르다 왔다. 장모님과 바깥나들이를 나가서 가을 구경시켜드리는 게 목적이었다. 오가는 길에 우리 역시 가을 풍광을 즐기는 건 덤이었다. 가는 길에 공주에 들러서 황새바위 성지와 공산성을 찾았다. 공주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공주를 마지막으로 찾은 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니 적어도 30년은 되었을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다시 찾아보기가 이렇게 어렵다. 공산성 앞에 선 황금빛의 무령왕 동상이 눈길을 끈다. 공산성(公山城)은 이곳이 백제의 수도였던 시기에(475~538년) 도읍지인 웅진(熊津)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성 둘레는 약 2.5km로 원래는 토성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공산성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사비성에서 도망친 ..

사진속일상 2022.11.06

남한산성에서 만나다

처제네와 남한산성에서 만나 함께 가을 낮을 즐겼다. 비 지나가고 쌀쌀해져서 "가을이구나!"라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날이었다. 산성마을에서 점심으로 보리비빔밥을 먹고 행궁을 둘러봤다. 행궁 맨 위에 이위정(以威亭)이 있다. 순조 17년(1817)에 광주부 유수였던 심상규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행궁이라 해도 궁궐 안 제일 높은 곳에 유수의 활 쏘는 정자를 만들어도 되는지 의아했다. 유수(留守)란 직책은 조선 시대에 수도 이외의 요긴한 곳을 맡아 다스리던 정이품의 외관 벼슬이다. 개성, 강화, 광주, 수원, 춘천 등지에 두었다. '이위(以威)'란 '천하를 위압한다'는 뜻이겠다. 산성리가 조선 시대 300년 동안 광주부 관아가 있던 광주의 중심지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남한..

사진속일상 2022.10.08

시청까지 걸어서 왕복하다

시청에 볼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한 번 걸어서 가보고 싶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직선거리로 3km지만 시끄러운 차도를 따라 걸을 수는 없고 우회를 해야 하므로 실제 걷는 거리는 4km가량 되었다. 오가는 길에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이미 한참 전에 공식적인 노인이 되었지만 '노인 복지관' 시설을 이용해 보지는 않았다.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지원해도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들어가 보았더니 내부는 깔끔했고 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둑 대국실도 환경이 괜찮았다. 심심할 때 여기 와서 바둑 한 판 두어볼까? 송정동은 도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10만 평에 이르는 넓은 구역이다. 한쪽에서는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고, 이곳 빈 터에는 단..

사진속일상 2022.10.05

성지(34) - 남한산성 순교성지

성지 49. 남한산성 순교성지 남한산성은 신해박해(1791년) 이후 약 300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장소다. 성지 부근에 처형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시신은 동문 옆 수구문(水口門)을 통해 버려졌다. 워낙 시신이 많이 쌓여 수구문을 사람들은 시구문(屍口門)으로 불렀다고 한다. 순교자 가운데 행적이 밝혀진 분은 한덕운 토마스(1752~1802)를 비롯하여 36명이다. 새 성당은 2015년에 신축했다. 지금은 '토마스 홀'로 사용하는 곳이 예전 성당이었다. 오래전에 이곳에서 마루에 앉아 미사를 드리던 기억이 새로웠다. 성당 옆 성모 마리아. 숲 속 산책로. 십자가의 길과 연결되어 있다. 야외 미사터에 있는 예수 고난상. 성지 안은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십자가와 구름. 순교자 명단이 ..

사진속일상 2022.09.22

한강변 따라 드라이브

고향 마을 이웃분이 코로나로 돌아가셨다. 지병으로 쇠약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의 제일 가까운 친구였는데 어머니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전화기로 전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나 제대로 하시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쐬면서 우울한 심사를 달랠 겸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 집 부근에는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도로가 여럿 있다. 오늘은 한강변을 택했다. 달리다가 적당한 곳이 나오면 잠깐씩 쉬기로 했다. 퇴촌을 지나 342번 지방도를 탄다. 분원리에서 운심리까지 팔당호를 끼고 있는 이 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잠시 물안개공원에 들렀다. 전 같으면 공원을 한 바퀴 돌았겠지만 아내가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수청리 나루터도 빼놓을 수..

사진속일상 2022.09.01

비 내린 경안천

두 태풍 송다와 트라세가 연이어 한반도로 접근했으나 일찍 열대저기압으로 변한 탓에 둘 다 잔잔한 태풍이 되었다. 오히려 7월 말과 8월 초의 뜨거운 대기를 식혀주는 반가운 태풍이었다. 지난밤에 비가 많이 내린 뒤 경안천에 나가 보았다. 경안천변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친척 형님과 점심을 하고 난 후였다. 경안천은 흙탕물로 가득했고 둔치까지 물이 잠긴 흔적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천변을 따라 아내와 짧은 산책을 했다. 요사이 아내는 손발에 이상이 생겨 길게 걷지를 못한다. 집 거실은 물리치료실이 되었다. 점심에 만난 형님 부부네와도 대화의 대부분이 아픈 얘기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70줄을 넘고 있으니 몸에 탈이 생기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차례일 것이다. 이제는 병 자체보다도 병을 어떻게 받..

사진속일상 2022.08.04

손주와 여름휴가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

사진속일상 2022.07.29

2022 세미원 연꽃

세미원(洗美苑)은 집에서 가까워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꼭 찾아가 보는 곳이다. 오늘은 아내와 강상면에 다녀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렀다. 평일인데 여느 해와 달리 주차장은 만차였고, 매표소에서도 줄을 서야 했다. 느린 걸음으로 연꽃을 구경하며 세미원을 한 바퀴 돌았다. 매년 연꽃을 찍어보지만 10년 전 사진이나 올 사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답답하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든 테크닉이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참 어렵다. 노력한다고 인간의 심성이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닮았다. 인간은 각자가 받은 틀을 평생 간직하며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나 보다. 연꽃밭에서 든 생각이다. 금년 들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셀카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순전히 재미가 있어서다. 남한테 부탁해도 되지만 셀카가 훨..

꽃들의향기 2022.07.22

횡성에 다녀오다

H가 소개해 준 집을 보기 위해 아내와 횡성에 다녀오다. 전원의 삶에 대한 꿈은 내면에 잠복하고 있다가 계기가 되면 활활 불타 오른다. 사그라지다가 바람을 만나서 살아나는 불꽃과 같다. 식겁을 한 쓰라린 경험이 있건만 전원에 대한 로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터는 괜찮은데 주택은 미비한 점이 있었다. 전세를 얻어 주말 전원주택 개념으로 쓸 수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집이었다. 횡성을 오가면서 이젠 큰 판을 벌이기에는 내 나이도 한계에 이른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양평에서 새 집을 짓고 있는 지인에게 들렀다. 시골길에서는 멋진 전원주택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저런 집을 갖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람살이의 행불행이 단지 집으로 결정되는 것은 ..

사진속일상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