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394

광릉수목원 산책

아내와 봉선사 연꽃을 보고 인근의 광릉수목원을 산책했다. 수목원 안에서 제일 시원한 길은 전나무 숲길일 것이다. 이 길은 약 200m 길이로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다. 1920년대에 오대산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것으로 수령은 100년 가까이 되었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수목원 한 바퀴 돌게 되어 있지만, 중간에 공사로 통제되어 되돌아 나왔다. 숲 사이로 난 아담한 길이 있다. 이름이 '숲 생태 관찰로'로 길이는 460m다. 데크로 되어 있는데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수목원 안에는 호수(육림호)가 있다. 초기에는 발전 시설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있는 산책로 역시 좋다. 수목원과 봉선사를 연결하는 길이 3km의 '광릉..

사진속일상 2020.07.29

성지(26) - 초남이

41. 초남이 성지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초남이 성지는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1756~1801)가 나고 자란 곳으로, 그와 그의 가족이 복음을 몸소 실천한 삶의 현장이다. 일찍 천주교를 접한 유항검은 1784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었다. 주변 뿐만 아니라 멀리 고창과 영광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 호남 최고의 부자로 평소에 잘 베풀고 종들을 형제처럼 대한 덕행이 복음을 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장남인 유중철 요한이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고자 하는 지향을 발하였을 때 이를 지켜주기로 결심하고 같은 뜻을 지닌 한양의 이순이 루갈다와 혼례를 치르게 했다. 동정부부는 이곳에서 하느님을 뜨겁게 사랑하며 ..

사진속일상 2020.07.17

덕진공원 연꽃(2020)

장마중에 전주 덕진공원을 찾았다. 계속 내리는 비로 개화한 연꽃은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드물었다. 새로 피어나는 꽃봉오리만 변함 없이 씩씩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에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덕진공원 연꽃은 호수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옛날에는 호수에서 보트놀이를 했는데 이제는 그럴 공간이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덕진공원 호수 가운데를 가르지르는 연화교가 철거되고 새 다리가 건설중이다. 옛 다리는 너무 노후해서 현대적 디자인의 새 다리를 만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0.07.17

경안천에 나가다

석 달 만에 경안천에 나갔다. 코로나 이후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걷기를 목적으로 하는 바깥출입은 코로나 이전의 1/3쯤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몸무게는 별 변화가 없는 게 신기하다. 덜 걷는 대신 식사량도 그만큼 감소한 탓이 아닐까. 인간은 어쨌든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밖에 나오면 열심히 걷기보다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찍어보는 게 취미다. 사라져가는 존재의 애틋함에 멍하니 바라볼 때가 가끔 있다. 풀, 달팽이, 구름이기도 하고, 넓은 풍경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이들과의 작은 눈맞춤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스쳐지나갈 것을 한 번 더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 사진 찍기가 아닐까. 천변 산책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산하다. 사람이 들어간 풍경을 찍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사진속일상 2020.06.26

소래포구

육젓을 사러 아내와 함께 소래포구에 갔다. 아내는 처음으로 새우젓을 담가보고 싶다고 했다. 소래에 간다니까 이웃집에서도 부탁을 해서 초보자가 심부름까지 했다. 소래는 지금이 새우철이다. 서해안이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새우 종류에 오젓, 육젓, 추젓이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새우가 잡히는 때에 따라 구분하는데, 육젓은 음력 유월에 나오는 새우로 살이 통통하고 단맛이 많아 반찬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소래포구는 새우를 사러 온 사람으로 북적였다. 우리만 빈손이었지 다들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왔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가게에서 사람들 틈에 묻어서 샀다. 좁은 포구에서도 잘 되는 가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가게가 있다. 우리도 거기에 일조를 한 셈이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

사진속일상 2020.06.24

매괴장미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감곡매괴성당에서 피는 장미다. '매괴(玫瑰)'는 중국어로 장미꽃이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 매괴는 로사리오, 즉 묵주기도를 의미한다. 천주교 전래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매괴꽃이 감곡매괴성당에 있다. 어느 신부님이 정성들여 구해서 심어놓은 것이라 한다. 매괴는 덩굴장미로 분홍색 꽃이 소박하면서 복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한 다른 장미와는 느낌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흔히 보는 장미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식이 잘 안 되는지 넓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매괴장미의 공식적인 품종 이름이 궁금하다. ▽ 매괴 옆에 있는 장미인데 품종이 다르다. ▽ 성당에는 매괴장미보다 이런 일반 장미가 많다. ▽ 감곡매괴성당은 1896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초대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 소곡의 ..

꽃들의향기 2020.06.05

꽃지와 운여해변

바람 쐬러 아내와 함께 안면도에 갔다.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수목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양림은 매월 첫번째 월요일이 쉬는 날이었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 꽃지해변으로 향했다. 썰물이 되어 할미, 할아비 바위까지 걸어서 가기는 처음이었다. 멀리서만 보다가 가까이 가서 본 느낌이 색달랐다. 바위 주변 돌은 칼 같이 날카로웠다. '꽃지'는 바닷가를 따라 해당화가 많이 피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해수욕장도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목책이 세워져 있고, 모래를 보충하려는 듯 흙을 쌓아 놓았다. 목책은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로 생각된다. 두 번째 계획은 운여해변에서 낙조를 보는 것이었다. 운여해변 낙..

사진속일상 2020.06.02

용인휴양림에서 놀다

이번주에는 손주와 용인자연휴양림에 갔다. 손주를 데리고 노는 데는 일반 공원보다 휴양림이나 산이 낫다. 손주도 자연 속에 들어가는 걸 더 좋아한다. 요즘 시국에는 사람이 적은 곳이라야 마음이 편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다양한 시설과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숲에는 짚라인 같은 어드벤처 기구도 있다. 아이들 놀이터나 휴식할 수 있는 시설도 넉넉하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당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여러 차례 왔지만 손주와 함께는 처음이다. 산길은 잠깐 걷고 주로 놀이터 주위에서 놀았다. 조금만 산 속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쉼터가 많다. 자리를 깔고 느긋하게 낮시간을 보낸다. 손주는 올챙이를 잡는다고 돌 위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모른다. 사내 아이들은 움직이는 생물..

사진속일상 2020.05.27

인천대공원 나들이

손주를 데리고 인천대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차로 약 50분이 걸리는 거리다. 비가 내린 뒤 맑고 청정한 날씨가 펼쳐졌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는지 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이 많았다. 처음 가 본 인천대공원은 예상 외로 넓으면서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리라고 여겼는데 세 시간 넘게 있으면서도 반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공원 안에 있는 8만 평의 수목원이 제일 좋았다. 인천 시민의 휴식과 힐링 공간의 역할을 하는 멋진 공원이다. 공원 중앙에 호수가 있고, 둘레에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놀이터를 제일 좋아한다. 공원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요소가 많다. 산에 갔을 때는 한 눈 팔 여지가 없었는데 공원은 다르다. 그래서 좀 피곤했다. 호수를..

사진속일상 2020.05.21

손주와 휴양림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유명산자연휴양림에 갔다.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않는 손주를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일에 하루는 손주와 놀기로 했다. 지난주는 전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건너뛰었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자락에 있다. 휴양림 안에 자생식물원이 있어 숲 속에서 꽃 관찰하기에 적당하다. 휴양림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통제 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 명분이 생겼다. 발걸음은 먼저 자생식물원으로 향한다. 꽃 구경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도 찾아보고...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아이는 잔디밭을 뒹굴고 뛰어다닌다. 우리는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지켜본다. 평일의 식물원에는 우리 외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사진속일상 2020.05.15

성지(23) - 천호, 여산, 숲정이

34. 천호성지 천호(天呼)성지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산(天壺山)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박해 시대에 다리실 교우촌을 비롯해 많은 신앙 마을과 공소가 있었다. 에 따르면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첩첩산중이었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명서 베드로 등 다섯 분과 다른 무명의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다. 2007년 준공된 부활성당으로 콘크리트 벽과 부정형의 외관이 특이한 성당이다. 예수가 묻힌 무덤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기해박해 10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비. 야외 제단. 성물박물관. 피정의 집. 아내와 장모님은 미사에 참예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지참하지 않아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천호성지는 넓은 터에 잘 가꾸어진 성지다. 개인적으..

사진속일상 2020.05.11

벽초지수목원과 마장호수

손주를 데리고 파주에 있는 벽초지수목원에 갔다. 정문에 들어서니 색색으로 고운 튤립이 활짝 피어 있었다. 혼자 뒤처져서 튤립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과, 예술을 자연으로 그려내는 한 화가가 만나 벽초지수목원의 기나긴 여정이 200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안내 팸플랫에 나오는 설명이다. 벽초지수목원은 잘 가꾼 공원 같다. 설렘, 신화, 모험, 자유, 사색, 감동 등 여섯 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는 제 엄마가 따라와서 우리 손이 줄었다. 대신 손주와 노는 재미도 같이 줄어 들었다. 코로나19 덕분에 손주와 노는 재미을 알게 되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게 된다. 손주는 할머니를 잘 따르면서, 하는 말과 행동이 예뻐 귀염을 독차지한다. 다시 유치..

사진속일상 2020.04.29

2020 한택식물원의 봄

손주를 데리고 한택식물원에 갔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표를 끊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한 시간이나 달려온 시간이 아까워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꽃잔치에 흥겨웠다. 다양한 꽃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튤립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튤립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꽃인 것 같다.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제 잘 난 척 튀지 않으면서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내가 꽃사진 찍는 게 부러웠는지 이번에는 저도 카메라를 들고 왔다. 사진을 찍고나서는 화면을 보여주며 자랑하느라 바쁘다. 사실 자세랑 결과물이랑 별로 나무랄 데 없다. 한택에 있는 내내 꽃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는 손주가 기특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한테 귀여움 받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직 ..

사진속일상 2020.04.25

칠사산 트레킹

요 며칠 기상이 사나웠다. 어제 수도권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눈이 내렸다. 1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바람 불고 황사도 몰려왔다. 봄 날씨가 원래 이렇게 어수선하다. 닷새만에 집을 나섰다. 아직 바람이 잦아지지는 않았지만 황사는 지나갔다. 칠사산 트레킹은 천변과 산을 함께 걷는 길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내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칠사산 입구까지는 경안천을 따라 가는 약 6km의 천변 길이다. 그동안에 경안천을 가로지르는 다섯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 첫 번째 징검다리 ▽ 두 번째 징검다리 메타세콰이어 숲 길을 지난다. 날씨 탓인지 오늘 천변에는 사람이 적다. ▽ 세 번째 징검다리 ▽ 네 번째 징검다리 네 번째 징검다리를 지나면 폭신한 흙길이 나온다. ▽ 다섯 번째 징검다리 천변..

사진속일상 2020.04.23

봄내길 2코스를 걷다

코로나19로 멀리 나가는 걸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동네 밖으로 나갔다. 강촌에 있는 봄내길 2코스를 걷기 위해서였다. '봄내길'이라는 이름이 왠지 이 봄과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아내와 함께 손주가 동행했다. 봄내길은 춘천 지역의 트레킹 길이다. 전부 일곱 개 코스가 있다. 이번에 걸은 2코스는 별칭이 '물깨말구구리길'이다. 안내판 설명에 나온 대로 '물깨말'은 '물가 마을'이란 뜻이고, '구구리'는 '골 깊은 아홉 굽이를 돌아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깨말과 구구리를 거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야 한다. 봄내길 2코스는 전체 길이가 7.2km이고, 소요 시간이 두 시간 반으로 나와..

사진속일상 2020.04.14

손주와 남한산성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남한산성에 갔다. 산성마을에 주차하고 현절사를 지나는 산길에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처음에는 무척 차가운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력이 엄청 좋다. 어른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을 무척 잘 잡아낸다. 또한, 움직이는 것에도 매우 예민하다. 슈퍼 레이더이다. 아이 눈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가 보다. 나는 사소한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아이를 신기해 한다. 손주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자연물에 호기심이 많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이든 움직이는 걸 찾아내고 놀려고 한다. 아이들이 '개미 박사'라고 불러줄 정도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번 산길에서도 새로운 꽃 이름을 여러 개 알려 주었다. 할머니와 손 잡고 성곽길을 걷는다. 이만큼 컸으니 이젠 어디든 ..

사진속일상 2020.04.09

성지(22) - 천진암

33. 천진암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있는 천진암(天眞庵)은 주어사(走魚寺)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다. 천주교의 시작이 불교와 연관 있는 게 흥미롭다. 어쩌면 '천진(天眞)'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천주교과의 인연이 예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 1779년에 이벽, 정약전, 권철신 등 젊은이들이 모여 천주교 책을 읽고 실천하는 일을 토론하였다. 그 뒤로 황폐해진 천진암 터를 1978년에 천주교에서 매입하면서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듬해부터 이벽을 시작으로 정약종,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현재는 100년 계획으로 천진암 대성당을 지을 터까지 조성해 놓았다. 천진암 성지 입구. 입구에는 천진암을 상징하는 오두막과 다섯 성인을 그린 성화, 마리아상이 있다. 오르..

사진속일상 2020.04.03

천마산의 3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 4월 초중순 경에 천마산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발걸음을 했다. 올해는 꽃 개화 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들어가 보니 꽃마다 들쑥날쑥이다. 이 시기에 개화의 정점은 복수초다. 덕분에 천마산 꽃산행 중에서 제일 많은 복수초를 보았다. 다른 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 천마산에서 만난 꽃 - 복수초,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노루귀, 고깔제비꽃, 점현호색

꽃들의향기 2020.03.24

탄천을 산책하다

치과 진료를 받은 뒤 근처에 있는 탄천을 산책하다. 천변은 개나리가 만발하고, 나무는 연초록 색깔로 화사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인간사의 일일 뿐, 자연은 어김없이 봄이다. 산책 나온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다. 코로나19가 바꾼 풍경이다. 멀리 나가지를 못하니 집 가까이서 하는 산책으로 대체한 탓이다. 이참에 우리 삶의 패턴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천천히, 느리게, 덜 소비하고, 덜 움직이고, 욕심은 줄이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늘리는 방향으로 말이다. 탄천은 깔끔하게 단장이 잘 되어 있는 대신, 우리 동네 경안천과 달리 복잡하고 시끄럽다. 오래 살다 보면 누구든 제 사는 동네를 제일 편하게 여기게 되나 보다. 조금은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한 시간여 산책하고 돌아오다.

사진속일상 2020.03.23

초봄의 경안천 걷기

겨울옷은 두껍고 봄옷은 얇다. 햇살이 비치면 따스하다가 바람이 찬 기운을 몰고 휙 지나가면 몸이 움츠러든다. 겨울이 지나갔지만 아직 봄이 완전히 오지는 않은, 지금이 그런 때다. 경안천을 따라 난설헌 묘까지 가려고 길을 나섰다. 묘는 걸어서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 천변을 따라 걷는 길이 좋은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도로에 올라서 보니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보도가 없어 위험해 포기했다. 다른 접근로를 알아봐야겠다. 천변에 긴 띠 모양의 생태연못이 있다. 수초를 이용해 동네에서 나오는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은 좋은데, 처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경안천은 도시 하천에 비하면 인공의 느낌이 덜 하다. 자연스런 모습이..

사진속일상 2020.03.19

율동공원 산책

치과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율동공원을 산책했다. 율동저수지를 따라 2.5km 길이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따스한 오후라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공원을 야트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번에는 산길로 들어가 보았다. 걷기 좋은 길이 능선을 따라 얼기설기 뻗어 있는데, 실버 코스로는 최고의 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인다. 어제부터 확진자수가 하루에 백 명 이하로 떨어졌다. 천 명 가까이 치솟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반면에 유럽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초창기는 난리를 쳤지만 매를 먼저 맞은 우리가 지금은 느긋하다. 누구나 제 살 속에 가시 하나는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해도 뽑히지 않는 가시다. 가시가 어떠하든 인간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무게는 크..

사진속일상 2020.03.16

텅 비었다

하필 이 시국에 이빨이 고장 났다. 진통제로 버티지만 머리까지 욱신거리며 아프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 이상이 나타난 건 서너 달 전이었다. 딱딱한 걸 씹으면 통증이 오는 정도였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전에 다른 이빨도 그런 식으로 몇 달 참았더니 증상이 사라졌다. 이번에도 병원에 가지 않은 채 나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웬걸, 나흘 전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왔다. 아프면 어느 부위나 고통을 주지만 치통도 만만치 않다. 심해졌다 약해졌다 주기적으로 괴롭힌다. 죽으로 연명하면서 음식물 온도도 잘 맞춰야 한다. 조금만 뜨겁거나 차가워도 안 된다. 인상 쓰면서 밥을 먹어야 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단골 치과는 상가 건물 3..

길위의단상 2020.03.10

물빛공원 세 바퀴

코로나19가 준 선물이 있다. 아내와 함께 걷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실내에서 만나는 강좌나 모임이 취소되니 어쨌거나 둘이 놀 수밖에 없다. 집 가까이 있는 물빛공원을 세 바퀴 돌다. 물빛공원은 홍중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간단한 시설을 들인 공원이다. 한 바퀴 돌면 2km다. 세 바퀴 돌면 6km를 걸은 셈이고, 시간으로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 정도가 딱 알맞다. 어느새 산수유 꽃봉오리도 피어났다. 이쯤 되면 남도에는 꽃잔치가 벌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보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꽃구경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가능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공원 길은 평시보다 사람이 많다. 활동 부족을 집 가까운 데서 걷기로 만회하려는 것 같다. 그..

사진속일상 2020.03.03

연이틀 걷다

코로나19로 떠들썩하지만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바깥출입이 드문 방콕형이라 평소대로 지내는 게 격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내는 생활 패턴이 확 바뀌었다. 배우러 다니는 강좌들이 닫히고, 집안에서만 버텨야 한다. 요사이는 답답해하는 아내 들러리로 같이 바깥나들이를 한다. 덕분에 연이틀 걷기를 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날씨가 좋은 탓도 있었다. 어제는 물안개공원을 걸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으나 공원이 워낙 넓어서 안에 들어가니 인적이 드물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람들은 되도록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 한다. 북적이는 곳보다는 이런 한적한 장소가 인기다. 공원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단체는 없고 전부가 두셋 정도의 가족끼리다. 우리도 그동안은 따로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진속일상 2020.02.27

손주와 오르는 뒷산

뒷산에 가고 싶다고 손주한테서 연락이 왔다. 손주와 함께 뒷산에 오를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먼저 요청을 하니 잘된 일이었다. 아내도 따라나섰다. 뒷산조차 겁내던 아내는 손주의 에너지를 빌려 얼떨결에 정상까지 다녀왔다. 할머니에게 손주는 힘이 세다. 아이는 산길에서도 분주하다. 이것저것 만지고, 낙엽을 발로 긁고, 무슨 나무냐고 묻고,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딸이었던 내 자식을 키울 때와는 딴판이다. 딸은 너무 수동적이고 얌전해서 걱정했었는데, 이 녀석은 천방지축이다. 생명의 활기를 보며 감탄하다가도 뭔가 숙연해지며 먼 하늘을 쳐다 보게 된다. 보통 때 평일이면 두세 시간 산길에서 겨우 한두 사람 만나는 정도다. 그런데 이날은 10여 명을 만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붐비는 바깥 대신 인적 드문 뒷산..

사진속일상 2020.02.25

팔당 드라이브

집 가까이에 팔당호를 따라 난 342번 지방도가 있다. 분원리, 귀여리, 검천리, 수청리를 지나는데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다. 특히 봄에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아내와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몸이 좋지 않은 아내는 근 열흘 만의 외출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더욱 풀려 낮 기온이 14도까지 올랐다. 얼마나 따스한지 반팔 상의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물안개공원에 들러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원래 걸을 계획이 없었는데 간질간질한 햇살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다. 공원의 나무들은 벌써 봄물이 오르고 있었다. 살아가는데 제일 큰 스트레스가 윗집 올빼미 가족의 층간소음이다. 방학이 되어선지 겨울이 되면 그 강도가 서너 배는 세진다. 오늘은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

사진속일상 2020.02.11

11월의 마지막 날

10월의 마지막 날은 떠나가는 옛 사랑이 뒤돌아보며 보이는 씁쓸한 미소라면, 11월의 마지막 날은 미련 없이 돌아서는 옛 사랑의 뒷모습이다. 11월은 이 계절만이 가지는 쓸쓸한 아름다움이 있다. 주변은 떠나가는 것들의 따스한 송별사로 가득하다.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11월의 쓸쓸함이 좋다. 음식이 오래 씹을 수록 단맛이 나듯 쓸쓸함도 그러하다. 한 장 남은 달력의 아쉬움도, 쓸쓸함과 다불어 함께 즐길 일이다. 11월의 마지막 날, 여주의 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목련차, 셋이 마주보며 앉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생각한다. 깊은 허공 같은 무상(無常)을 생각한다.

사진속일상 2019.11.30

성지(21) - 마재성지

32. 마재성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마재성지는 순교자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정약현, 정약전, 정약용 등 4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정씨 일가는 천주교와 깊은 관련을 맺었다. 정약현의 부인이 이벽의 누이이고, 사위가 황사영이다. 그리고 정씨 형제의 누이는 한국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의 부인이다. 형제 중에서 정약종은 끝까지 신앙을 지켜 순교한 한국천주교회의 기둥이다. 정약종은 형제 중 제일 늦게 신앙을 받아 들였지만, 불타는 열성으로 신앙인의 길을 걸었다. 최초의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의 초대회장으로 전교에 힘썼고, 한글 교리서인 을 편찬했다. 그 뒤 교리서인 를 쓰던 중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당하셨다. 다산 정약용은 초기에는 신앙 생활을 했으나 신유박해 때 배교함으로써 ..

사진속일상 2019.11.12

힘이 있어야 싸우지

평생을 싸움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부부도 있다지만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한다. 그나마 젊을 때보다는 다투는 빈도나 강도가 줄어들었다. 퇴직을 했으니 얼굴 맞대고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만만 해도 다행이지 싶다. 애정이 없으면 다툴 일도 없지 않은가. 아직 얼굴 쳐다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다. 다투는 원인은 주로 내 버럭, 하는 성질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큰소리부터 치니 서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순간적으로 화가 불같이 일어난다.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잠시면 족하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반대다. 꼬리를 내리는 건 늘 내가 먼저다. 화도 잘 내고 용서도 쉽게 구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뒤끝이 없어진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길위의단상 2019.11.11

성지(20) - 연풍성지

31. 연풍성지 1801년 신유박해 때 주문모 신부와 주요 교회 선조들이 순교하자 교우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산맥을 따라 남하하며 숨어 살게 된다. 충북 연풍 지방은 문경새재, 이화령을 넘어 경상도와 연결되는 길목이며 교차로로 천혜의 은거지이기도 했다. 교우촌의 보금자리가 된 연풍은 1866년 병인박해 때 많은 교우들이 체포되어 순교의 영광을 받은 곳이다. 또한 연풍은 황석두 루카(1813~1866) 성인의 고향이기도 하며 이곳 연풍성지에 성인의 묘소가 있다. 천주학을 버리든지 작두날에 목을 맡기든지 선택해야 할 때 성인은 "결코 진리를 버릴 수 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작두날에 목을 내밀었다. 평신도로서 교회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성인을 페롱 신부는 '조선교구에서 가장 훌륭한 회장이었다'고 증..

사진속일상 2019.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