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55

당신들의 기독교

이 책에는 10명의 개신교 신자(信者)가 등장한다. 통념적으로 믿음이 좋다고 부르는 사람들로 우리가 교회에서 흔히 만나는 유형들이다. 는 교인들을 대표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하는 책이다. 그중에 교회 재정 담당 장로인 G가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G는 기독교 신앙을 이데올로기의 알짬으로 삼는 부르주아로, 세계관이나 식견은 사뭇 보수적이다. 그의 부는 교회 내에서도 인정과 존경의 잣대이자 신의 축복에 대한 증거로 숭상된다. 그에게 벌이와 벌이의 체계를 성찰하는 의식은 전혀 없다. 그저 세속 속에서 열심히 돈을 축적하고, 교회 안에서 은혜롭게 살아간다. 부유한 크리스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은이 김영민 선생은 G 같은 신자들이 존경받는 모습을 통해 이미 우리 시대의 ..

읽고본느낌 2013.06.04

다석 전기

'류영모와 그의 시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제자인 박영호가 쓴 다석 선생의 전기다. 다석(多夕) 류영모(柳永模, 1890~1981)) 선생은 진리의 구도자이자 수도승으로 불릴 만한 분이다. 선생의 사상이나 삶은 보통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운 비범한 데가 있다. 기독교 사상가라 불리지만 정통 신앙인은 아니었다. 선생이 가장 존경한 사람이 톨스토이와 간디였는데 이를 통해 선생의 지향한 바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생은 나라가 기울어가던 189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고 수하동소학교를 거쳐 경신학교에 입학했는데 YMCA에 출입하면서 기독교를 접하고 연동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선생의 나이 20살 때, 남강 이승훈의 초대를 받아 평북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에서 2년간 교사로 재직했다. 이때..

읽고본느낌 2013.01.31

또 다른 예수

1945년 12월 어느 날, 한 이집트 농부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라는 곳 산기슭에서 땅을 파다가 토기 항아리를 발견했다. 농부는 그 안에 들어 있던 파피루스 종이 문서를 시장 골동품상에게 팔아 담배, 설탕 등과 맞바꾸었다. 이 문서가 바로 도마복음이다. 1947년에 발견된 사해 두루마리와 함께 성서 고고학상 최대의 성과였다. 발견된 도마복음은 기원후 350년경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마복음이 씌어진 것은 기원후 약 100년경으로 요한복음과 비슷한 시대일 것으로 본다. 도마복음은 예수 어록으로만 되어 있으며, 공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과 50% 정도는 일치한다. 그러나 공관복음에서 자주 나오는 기적, 종말, 부활, 믿음, 심판, 대속 같은 단어는 거의 볼..

읽고본느낌 2012.12.02

[펌] 당신들의 하나님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 한국의 보수대형교회 목사들을 내세운 우파 성향의 기독교 정당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반공·친미를 표방하고 있으며, 기독교 정당 결성을 위한 준비단계로 포럼을 주도한 청교도영성훈련원장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보면 그 단체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종북좌파들과 반기독교 세력들에 의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조용기 목사와 김홍도 목사 등 원로들이 기독교를 표방해 정당을 준비하려는 이들에 대해 사전 정지작업을 해주면 내가 나서기로 했다." 교회국민운동본부가 배포한 포럼 홍보물에는 '종북좌파들의 국가 부정과 적화 통일, 수쿠크법과 이슬람의 비정상적 포교, 북한의 인권문제, 동..

길위의단상 2011.08.29

신을 위한 변론

서구에서는 지금 무신론이 유행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을 쓴 리처드 도킨스나 를 쓴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저서들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다. 나도 그중 몇 권을 읽어 보았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나치게 편파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깊이가 부족한 것도 흠이었다. 그런 면에서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은 객관성을 갖추고 있고 학문적 깊이도 상당하다. 원제는 이다. 저자는 수녀로 살다가 환속해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학자다. 그리고 종교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와 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종교와 사상사를 관통하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읽고본느낌 2011.06.02

그리스도인의 길

가톨릭 강우일 주교님이 7월호에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주교님이 의장으로 있는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3월달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주교회의 명의로 반대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마 이 글은 교회의 사회참여 논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주교님은 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느님이 주신 십계명 중 일곱번째 계명을 위반하는 것으로지적하고 있다. '도둑질 하지 마라'는 계명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는 온 인류가 공동 관리하도록 맡기신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인간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기를 요구하는 계명..

참살이의꿈 2010.06.26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수많은 세대의 허다한 사람들이 예수라는 이름을 받들어 왔지만, 그 예수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적다. 더구나 예수가 뜻한 바를 실천에 옮긴 사람은 더욱 적다. 예수의 말은 별의별 뜻으로 왜곡되어 아무 뜻도 없게까지 되었다.’ 엘벗 놀런(Albert Nolan)의 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내가 성서 모임에 나갔다가 사 가지고 온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나에게는 시의적절 하게 주어진 좋은 책이었다. 무릇 좋은 책이란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듯 마음속의 고민을 풀어주고 헝클어진 생각들을 하나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예수는 어떤 사람이었나?’ ‘당시에 예수가 가졌던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나에게 이 책은 막힌 속을 뚫어주는 시원한 약수와도 같았다. 라는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이 ..

읽고본느낌 2010.01.30

현대인을 위한 신 십계명

올해 인문서적 중 가장 인기를 끈 책이 리처드 도킨슨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다. 6만 부가 넘게 나갔으니까 인문학 서적으로서는 상당히 많이 판매된 셈이다. 이런 결과에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인질 사태가 생기고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했던 시기와 겹쳐서 상승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도킨슨의 견해는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강력하며 반종교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과 증거만을 믿고 따르는 자연과학자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위니즘의 근본주의자 같은 그의 종교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책 표제에 적혀있는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라는 말이 책의 내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십계명이 당시의 시..

읽고본느낌 2007.11.22

[펌] 자본주의와 기독교

중세 교회는 봉건 지배체제의 일부였습니다. 교회는 엄청난 땅을 소유했고 평민들에게서 세금을 걷고 사법권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하느님이 준 권력인 국왕과 하느님의 대리인인 교회에 복종해야 한다” “현실은 죄로 물든 고통스러운 것이며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이 설교에 따르면 모든 현실적 욕망(부도덕한 탐욕뿐 아니라 인간 해방의 욕망 같은 정당한 것까지 포함한)은 사악하고 부질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자체로 봉건체제의 지배이데올로기였습니다.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전체 인구의 95%가 넘는 사람들이 그런 신앙의 사슬에 묶여 수입의 8할 이상을 귀족과 교회에 바치며 평생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 말입..

길위의단상 2007.11.13

보살예수(3)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선과 그리스도교의 통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종교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우리는 흔히 종교를 명확한 교리나 사상체계, 그리고 뚜렷한 울타리를 지닌 공동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상 종교는 그러한 고정된 정체성을 지닌 물체라기보다는 변하는 역사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해가는 역동적 실재이다. 그런 역사적 변천 과정 속에서 현대에 당면하고 있는 새로운 사건이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본격적인 만남이다. 서구 사상가들이나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불교를 단지 학문적 연구 대상이 아니라 깊은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지한 종교적 대화의 상대로 관심을 갖는다. 불교 또한 마찬가지다. 그에 비하여 두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렇다 ..

읽고본느낌 2007.11.03

보살예수(1)

길희성 님이 쓴 '보살예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3년 전에 있었던일요신학강좌에서 저자가 '불교와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한 강의 내용을 모은 것이다. 제목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도발적이겠지만, 책의 내용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만남을 주제로 하여 두 종교를 비교하며 공통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나로서는 불교에 대해 다시 공부하게 되고, 좀더 넓은 시각으로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데에도도움이 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대로 교리와 사상보다는 사랑과 자비가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아래에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본다. --------------------------------------------------------------------- 제 ..

읽고본느낌 2007.10.23

[펌] 아버지 하느님 엄마 하느님

청년들은 겸연쩍게 제 고민을 털어놓는다. 교회가 잘못된 게 참 많은데 비판을 하자니 목회자나 교회에 순종하지 않는 게 신앙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대답한다. “다니는 곳이 교회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보세요. 십자가 단 건물에 강대상 놓고 예배 본다고 교회는 아니니까요. 만일 교회가 아니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예루살렘 성전의 아름다움에 찬탄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쓰게 웃으며 한 말 기억하지요?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것이다.’(마태 24) 바로 우리에게 한 말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대개 ‘윤리적 타락’이라는 면에서 해석되곤 한다. 교회가 개혁되면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교회개혁 운동의 열정을 진심..

길위의단상 2007.10.07

내 마음의 땅 끝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사도행전에 기록되어 있는 이 예수의 메시지만큼 기독교인들을 선교 열정으로 가득하게 하는 구절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예수가 제자들에게 내린 마지막 말로서, 기독교인들에는 거의 절대적인 명령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내 대학교 때 동기 하나도 이미 30년 전에 아프리카로 선교를 위해 떠났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종교적 열정을 가진 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번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의한 인질 사태에서 드러났듯 특히 우리나라의 선교 열정은·세계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불타는 열정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마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

참살이의꿈 2007.09.10

무언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

루이스에 심취해 있는 H가 '영광의 무게(The Weight of Glory)'라는 10여 쪽 되는 글을 보내주었다. 이 글은 1941년에 루이스가 어느 교회에서 한 설교라고 한다. 이 글에서 루이스는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갈망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일생동안 우리를 따라다니는 노스탤지어(nostalgia), 즉 우주의 무언가로부터 자신이 떨어져 나왔다고 느끼고 그것과 다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갈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그것은 근원적인 쓸쓸함이고 외로움이며 그리움이다. 모든 인간 활동이나 예술의 근저에는 이 갈망이 주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갈망의 정체에 대하여 무수한 종교적, 철학적 논의가 있어 왔고 예술적 해석 또한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루이스는 기독교적..

참살이의꿈 2007.09.04

인간 폐지

C. S. 루이스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던 차에 동료의 책꽂이에서 ‘인간 폐지’를 발견하고 빌려 보았다. 이 책은 루이스가 1943년에 한 강연의 내용인데, 상대주의 문명을 비판하면서 교육이나 세상의 기초가 절대적인 가치 기준의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절대’라는 개념을 위험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행해진 인간의 만행들이 늘 그런 이름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주의보다 더 위험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절대주의이다. 특히 종교에서 ‘절대’라는 말이 붙으면 배타적이 되고 편협해진다. 진리독점주의의 폐해는 현재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지금 분당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봉사 단체가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나라가 시끄럽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문제가 있는 것..

읽고본느낌 2007.07.24

[펌] 내가 본 한국 기독교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가톨릭만이 아니다. 개신교는 우리 민족의 선각자들에 의해 선택된 종교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개신교)의 역사를 아펜젤러나 언더우드와 같은 선교사들이 들어온 시점을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기독교 경전인 성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유통되고, 읽혀왔다. 이 땅에 기독교가 전래된 것은 신라 시대 때 당나라에 온 경교가 유입됐다는 설까지 올라간다. 또 임진왜란 때는 가톨릭부대였던 소서행장 부대에 의해 가톨릭과 접촉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가톨릭이 전래된 시점은 1784년이다. 1783년 이승훈의 아버지 이동욱이 동지사의 서장관으로 중국에 가게 되었을 때 이승훈으로 하여금 동행하게 했다. 그 때 이승훈은 당시 천주교 연구의 지도자격인 이벽으로부터 베이징의 신부를 만나 가톨릭의 내용을 배워오라..

길위의단상 2007.07.20

부활의 삶

이번 부활절은 새로 옮긴 성당에서 맞이했습니다. 워낙 경황없이 맞은 부활절이라 낯선 분위기와 더해져 마음이 어수선한 가운데 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나에게 있어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부활의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부활이 단순한 육신의 되살아남이 아니라 보다 깊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보 신자가 그 깊은 의미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단지 우리가 죽은 뒤 언젠가는 예수님을 따라 부활해서 천국에서 영생을 누릴 것으로 믿는 그 이상의 차원이라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 현세에서 예수 잘 믿어 복 받고 잘 산 다음에 죽어서도 영생을 약속 받으려는 마음에 그쳐서는 안 될..

참살이의꿈 2007.04.11

예수와 기독교

네루는 감옥에 있으면서 딸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세계사에 대한 얘기를 써보냈다. 마치 옆에 있는 딸에게 얘기하듯 대화체로 쓴 글이 '세계사 편력'이다.멀리 있는딸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인생관을 심어주며 인도 독립을 위한 전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완역본이 나와있는데 세 권의 책으로 된적지 않은 분량이다. 세계사 편력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세워주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 내용 중에 예수와 기독교의 형성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 있다. 열세 살 된 딸에게 쓴 글이니 쉽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핵심과 문제점은 모두 지적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 성서(Bible)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너도 얼마간..

읽고본느낌 2007.01.08

정의를 위한 주님의 기도

자선 행위가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이라면 사회 정의는 그 구조를 변화시켜 지나치게 빵을 많이 갖는 사람도, 빵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만연히 이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인종 차별을 다루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전쟁의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전쟁을 유발하는 궁극적 요인을 지닌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선이라면 가난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정의다. 제도적 이해가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윤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개인으로서 살 수 있다(교회에 잘 나가고 기도하며,..

읽고본느낌 2006.09.05

값싼 은혜

며칠 전 개신교계의 지도적 목회자들이 모여서 참회 기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날 여의도에 있는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이런 내용의 고백과 다짐을 했다고 한다. "47년 목회 활동을 했다. 목회 활동을 하면서 70에 이르니 회한이 많다. 그동안 값싼 은혜를 가지고 살아왔다. 옳은 것을 옳다 말 못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지적 못하며 사회악에 침묵했다. 나는 죄인의 괴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자연과 우주 모두를 위해서 십자가를 들었지만, 나는 사람만 사랑했다. 지금이라도 사회악을 교정하고, 진실된 은혜를 실천하며 살아가겠다." 원로 목사님의 이런 모습은 아름답고 신선하다. 이런 일을통해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참회가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

읽고본느낌 2005.04.12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 하지 마라,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마라, 아들딸로서 살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마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마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마라,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마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길위의단상 2005.02.06

[펌] 당신들은 예수의 친구가 아니다

나는 예수쟁이이다. 왜 “크리스찬”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정 이런 식의 약간은 자기비하적인 용어를 사용하는지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기독교는 너무나 가진 자들의 편에 서게 되었다는 생각, 따라서 진실로 예수라고 하는 한 팔레스타인의 지독한 주변인이었던 기독교의 창시자의 정신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졌다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주변성을 자기 정체성 안에 통합해 넣는 용어를 일부러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천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줄 모르는 자는 크리스찬이 아니다. 나는 교회 안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스스로의 결단에 의거하여 자신을 옭죄던 봉건성을 기독교라는 각성의 형식으로 극복했던 1세대 기독교도의 아들이다. 내 아버지는 대한민국 최대의 교회 중 하나인 영락교회를 창건하신 열 분 장로님 중..

길위의단상 2004.11.29

그리스도의 수난

어제 밤에 본당에서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을 상영했다. 많은논란과 화제가 된영화라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작고 선명하지 못한 화면 등이 흠이었지만 꼭 옛날의 시골 극장같은 분위기여서 색다른 맛이 있었다. 영화는 그리스도의 체포로부터 죽음까지 하루도 못 되는 마지막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성서에 충실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의 말이 당시에 사용되었다는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미국에서논란이 되었다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대체로 성서에서 묘사한 것과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성서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영화를..

읽고본느낌 2004.05.07

본회퍼의 `옥중서간`을 읽고

이번 주말 집에서 쉬면서 본회퍼의 `옥중서간`을 다시 읽어보다. 그의 신학적 사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삶이 나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성찰이 된다. 그의 삶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이다. 우리가, 특히 신앙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독일의 촉망받던 신학자며 목사였다. 히틀러가 집권한 후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반나찌 운동에 가담한다. 1943년 봄에그는 체포되고 히틀러 암살 계획에 연루되어 종전을 몇 달 앞두고 처형되었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에 몸을 던진 사람이었다. 그의 용기와 사랑,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신앙이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종교의 ..

읽고본느낌 2003.11.02

삼보일배 하면 기독교인 아니다

오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목; 삼보일배 하면 기독교인 아니다 전북 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최희섭 목사)는 6일 "기독교 이름으로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해서는 결코 안되며 기독교 단체는 삼보일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북지역 14개 시.군 기독교회로 구성된 협의회 대표 8명은 이날 오전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불교 의식인 삼보일배는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기독교인이 아니며 기독교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언론은 앞으로 기독교가 삼보일배에 참가했다는 보도를 삼가 주기를 바라며 기독교인은 반대의사를 표현할 때 신앙 양심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

길위의단상 200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