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회 77

용두회에서 남한산성 걷기

용두회의 이번 달 월례 걷기는 남한산성이었다. 넷이 남문에서 시작하여 수어장대, 서문, 북문을 거쳐 산성마을까지 걸었다. 수어장대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에는 원형 지지대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 걷기는 노인들의 산책 수준이 되었다. 전 같았으면 응당 씩씩한 성곽 한 바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좀 더 지나면 이마저도 힘겨워서 아랫동네에서만 놀려고 하겠지.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애잔하다. 바꿔 말하면 오늘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겠다. 어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었다. 범야권이 190석에 이르는 대승을 했다.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게 매운 회초리를 든 셈이다. 내심 생각은 많겠지만 우리 사이에서 선거 결..

사진속일상 2024.04.12

일자, 고덕산 둘레길을 걷다

일자산, 고덕산 둘레길은 서울 둘레길 3코스의 일부다. 용두회 여섯 명이 이 길을 걸었다. 7년 전에 같은 모임에서 서울 둘레길 전 코스를 걸었었는데 그때와는 역방향이지만 완전히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로웠다. 길이야 얼마나 달라졌겠느냐만 인간의 기억이란 게 대부분 아침 안개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러지기 때문이리라. 이번 길에서는 일자산공원에 있는 미루나무/포플러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미루나무만 보면 곧장 고향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때는 신작로 가로수가 미루나무였다. 길 양쪽에 두 줄로 도열하듯 늘어선 키다리 미루나무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미루나무는 동네 앞을 흐르는 냇가를 따라서 자랐고, 저수지 둑방에도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 고향이 서운한 것은 미루나무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속일상 2023.06.08

작은 영장산을 걷다

성남에는 영장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둘 있다. 하나는 복정동에 있는 높이 193m의 작은 영장산이고, 다른 하나는 이매동에 있는 413m의 큰 영장산이다. 오늘은 용두회에서 작은 영장산을 걸었다. 성남 누비길 1코스가 작은 영장산을 지나간다. 우리는 복정역에서 출발하여 영장산을 지나 산성역까지만 걸었다. 길이로는 약 4km가 되고, 쉬엄쉬엄 걷다 보니 두 시간이 약간 더 걸렸다. 봄이 오는 산길은 폭신하고 좋았다. 산기슭에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다. 예년보다 봄꽃 개화 시기가 빠른 것 같다. 산 중턱의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고, 매화도 만개 직전이다. 기습 공격하듯 봄이 쳐들어온 느낌이다. 이제 직박구리도 바빠지는 철이 되었다. 쉼터에는 누군가가 나무뿌리로 바람막을 만들어 놓았다. 걷는 중에 이슬비가 살..

사진속일상 2023.03.09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걷다

용두회 여덟 명이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걸었다. 이 길은 한탄강을 따라 만든 3.6km의 잔도로 한탄가의 주상절리 협곡을 감상할 수 있다. 단풍철이 지난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차로 가득했다. 그나마 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는 드르니에서 순담 가는 방향으로 걸었다. 입장료는 1만 원인데 5천 원은 철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수십 만 년 전 어느때 한탄강 상류 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했고, 한탄강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면서 각진 기둥형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졌다. 그 위로 강물이 흐르면서 침식되어 현재의 현무암 협곡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더 침식작용이 일어나면 현무암 밑에 있는 퇴적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 명품길임을 ..

사진속일상 2022.11.11

탄천에 나가다

당구 모임에 가는 길에 탄천에 나갔다. 오후 모임이었지만 아파트 이웃이 공사를 하는 탓에 소음이 커서 일찍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당 매화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여수천을 따라 내려가 탄천과 합류했다. 여수천 곳곳에는 지난 수해의 상흔이 남아 있다. 걷는 도중에 조깅을 하는 레펜스 선수를 봤다. 분당에 집을 얻어 아내와 함께 생활하며 당구선수 활동을 하는 벨기에 선수다. 매너와 인상이 좋아서 시합에 나오면 응원을 한다. 다시 한번 우승하길 바란다. 청명한 초가을 날씨로 한낮 햇볕은 따가웠다. 한 시간 반 정도 천변을 걷다가 이매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임 장소로 갔다. 알코올은 입에 대지 않으면서 술자리에 오래 동석했다. 술 취한 친구들 넋두리를 듣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허나 과거 내 모습이 그러하지 않..

사진속일상 2022.09.02

가을 여행(3) - 두륜산

사흘째 날, 일행은 관매도 섬 트레킹을 하지만 나는 두륜산에 오르기로 한다. 등산 후에는 바로 귀가할 예정이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다.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친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백 호 가까이 되는 큰 동네였다는데, 지금은 40호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중부 지방은 빈 밭으로 변했는데, 여기 배추는 아직 싱싱하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진도타워 전망대에 잠깐 들린다. 울돌목을 지나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올 9월에 개통했다. 주차장에서 대흥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단풍을 만끽한다. 대흥사와 두륜산은 30년 전 쯤에 직장 동료들과 찾은 적이 있다. 전날 여관에서 밤새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노느라 두륜산을 오르다가 포기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라도 올라보고 싶었다. 두륜산(..

사진속일상 2021.11.11

가을 여행(2) - 진도

친구 집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고 둘째 날 일정을 시작한다. 어젯밤에 나는 오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친구들은 읍내에 나가 당구를 치고 돌아와서는 또 카드 게임인 마이티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마이티는 그 시절 대학생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던 추억의 놀이다. 나는 아예 배우지를 않았으니 그 자리에 끼지도 못했다. 각자의 개성이나 지향점에 따라 어울리는 그룹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때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노는 걸 별로 마땅치 않게 여겼다. 우리가 묵은 친구 집, 마당의 야자수가 남도 지방임을 말해준다. 아침에 잠시 고구마 캐는 작업을 거들다. 먼저 찾은 곳은 용장성(龍藏城)이다. 여기는 고려 삼별초가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여 나라를 지키고자 원종 11년(1270)부터 14년(1273)..

사진속일상 2021.11.10

가을 여행(1) - 신안

올해가 대학 입학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열아홉 살의 풋풋했던 그때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갔다. 돌아보면 아득하고 멀다. 50주년을 축하할 겸 동기들 아홉 명이 추억의 가을 여행을 떠났다. 이나마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마스크를 덮어쓰고 살아야 될 줄 그때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 친구의 진도에 있는 고향집을 숙소로 삼고 진도를 중심으로 하는 4박5일 동안의 일정이다. 첫째 날 - 신안 천사대교, 퍼플교 둘째 날 - 진도 용장성, 벽파정, 운림산방, 민속공연, 세방낙조 셋째 날 - 관매도 숙박 넷째 날 - 조도 트레킹 다섯째 날 - 울돌목 해상케이블카 개인적으로 진도는 세 번째 가는 길이다. 나는 2박만 함께 하고 셋째 날에는 두륜산을 오르기로 했다. 유감스럽게도 동기들 중에 등산을..

사진속일상 2021.11.09

코로나 시대의 당구장

코로나 때문에 바깥 만남을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당구장에 나갔다. 친구들은 매주 당구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겁이 많은가 보다. 현재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고 있어 당구 치러 오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낮 1시인데도 노는 테이블이 없었다. 1차 당구를 한 뒤 점심을 먹고 다시 찾으니 아예 자리가 없었다. 이웃 당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번째로 간 어느 지하 당구장에서 겨우 빈 테이블을 발견했다. 당구장으로만 보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람으로 북적인다. 4단계 방역 지침이 무색하다. 당구장 주인장은 주인장대로 불만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테이블당 두 명만 칠 수 있단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다. 실제 당구장에 있어보니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코로나 ..

사진속일상 2021.08.28

석 달만에 당구와 놀다

어제는 석 달만에 서울에 나가 당구를 치며 놀았다. 대상포진이 오래 지속된 통에 이제야 자유롭게 바깥출입을 하게 된 것이다. 멤버 여섯 명이 모였으니 출석률도 좋은 편이었다. 우리는 이른 시간에 만나기 때문에 당구장이 한산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걱정도 적다. 여섯 중에 넷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고, 둘은 소신에 따라 접종을 안 하고 있다. 그 또한 개인의 선택 사항이니 뭐라고 할 일은 아니겠다. 두 시간 정도 당구를 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반주로 소주 한 병 정도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멤버들이 반갑기도 하고 심드렁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온 Y도 있었다. 우리 중에서는 제일 젊고 활발하게 산다. 다시 당구장으로 들어가는 멤버들과 헤어져 나는 가까이 있는 양재시..

사진속일상 2021.06.26

두 달만에 당구와 놀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주부터 당구장이 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두 달만에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놀았다. 11월 중순부터 코로나 잠수에 들어가서 바깥 모임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이젠 수면 밖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 당구장이 첫 신호탄이다. 밖에 나가보니 집에서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의 일상은 다름이 없었다. 어쩌면 코로나에 대해 내가 너무 몸을 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친구는 정부가 코로나에 대해 과잉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렇게라도 했으니 이만큼이나마 통제되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코로나를 대하는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우리에게는 올해가 대학 입학 50주년이 되는 해다. 해외여행 얘기가 나오다가 슬그머니..

사진속일상 2021.01.23

남한산성 성곽길 걷기

용두회에서 남한산성 성곽길을 걸었다. 네 명이 나왔다. 원래는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북문까지 가는 코스를 걸으려 했으나 내년 2월까지 공사로 이 길이 폐쇄되었다. 그래서 부득이 동문으로 향했다. 삼사 년 전만 해도 성곽길 한 바퀴를 돌자고 하면 다들 기꺼이 응했다. 약 9km에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니 걸을 만하다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손사래를 친다. 나이에 맞게 걷자며 반 바퀴가 적당하단다. 흐르는 세월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남한산성 남문은 유일하게 '지화문(至和門)'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다. 정조 3년에 성곽을 개보수할 때 붙인 명칭이다. 4대문 중 그나마 규모을 갖춘 문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문을 통해 피신했을 것이다. 문에는 철판을 입혔는데 그 모양이 성곽의 돌을 쌓아 놓은 ..

사진속일상 2020.11.13

98일만에 모임 나가다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만나는 당구 모임에 나갔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로 외부 모임에 나간 게 98일만이다. 그간 가족끼리 바깥나들이는 했어도 친구 만남은 삼갔다(불가피하게 상가 조문과 치과 진료는 있었다). 대중교통도 98일만에 이용했다. 거리에 나가니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착용률이 90%는 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몇 시간 계속 쓰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적은 데서는 살짝 벗기도 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더니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팔로 입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러려면 왜 마스크를 쓰는지 모르겠다. 불안해서 다른 칸으로 옮겼다. 마스크를 펼치지 않고 쓴 사람도 있었다. 코와 입을 겨우 가릴 정도였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사진속일상 2020.05.23

당구장에서 만난 이미래 선수

친구들과 모임 후 당구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미래 선수를 만났다. 나는 당구의 초보자여서 게임을 직접 하기보다는 TV로 당구 시합 보는 걸 더 즐긴다. 그래서 이미래 선수를 잘 알고 있다. 예쁜 외모와 말씨에 마음씨마저 고와 보여 내가 좋아하는 여자 당구 선수다. 실력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탑 클래스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프로 당구 대회가 만들어졌다. 남자는 PBA, 여자는 LPBA 투어라고 부른다. 아직은 세계 유명 선수 중 일부만 참가하지만, 상금 때문에 대회의 인기는 높다. 남자부 우승은 1억 원, 여자부 우승은 1천 5백만 원이다. 골프나 테니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나마 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곱 차례의 투어가 있었는데, 이미래 선수는 5차 대회에서 한 번 우승..

사진속일상 2020.02.16

2019 끝날 당구로 놀다

2019년의 끝날, 대학 동기들과 당구로 놀다. 한 해의 끝이라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날이다. 하나 같이 당구공이 춤을 추고, 컨트롤하는 데 애를 먹는다. 낮에 마신 막걸리 탓만은 아닐 것이다. 쏜살같이 한 해가 지나갔다고, 저녁 자리에서 다시 쓴웃음 지으며 소주잔을 부딪치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지나간 날에 대한 아쉬움으로 헛헛한 가슴을 달래는 나이가 되었다. 다들. 낯설게 다가오는 2020에도 곧 익숙해지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또한 나에 대해서도. 이젠 그럴 나이쯤 되지 않았느냐고.

사진속일상 2019.12.31

누비길: 복정역~옛골

성남 누비길 마지막 7구간을 걸었다. 이로써 내 임무는 끝났다. 그동안 근교 산길과 서울 둘레길, 한양 도성길, 성남 누비길을 안내하며 10년 가까이 용두회의 대장 노릇을 했다. 후임에게 넘겨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누비길 7구간은 복정역과 청계산 옛골을 연결하는 약 10km 길이다. 중간에 인릉산(326m)을 지난다. 겨울을 보내고 오랜만에 걷는 걸음이라 이만한 높이에도 숨이 찼다. 더구나 이런저런 사유는 여럿이 빠지고 둘만 함께 했다. 아침에는 돌풍이 불며 눈까지 휘날렸다. 대신 바람이 미세먼지를 쫓아내서 공기는 깨끗해졌다. 전날 나경원 의원이 국회에서 대표 연설을 하며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발언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아침 단톡방에는 그게 화제였다. 다들 칠십에 가까운 노털이니 ..

사진속일상 2019.03.14

누비길 대신 청계산

누비길 5, 6구간은 생략하고 대신 청계산에 올랐다. 5, 6구간은 구간 길이나 교통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용두회에서는 그동안 가벼운 산길만 걷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행을 했다.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으로 올라가 매봉, 망경대,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다들 힘들어 해서 혈읍재에서 내려가는 단축 코스를 택했다. 평상시에 산을 다니지 않으니 오백 미터급도 벅찬 건 당연하다. 이 코스도 네 시간이 걸렸다. 산에 게을러진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올해처럼 산과 멀어진 적도 없다. 기록을 보니 올 등산이 네 차례밖에 안 된다. 내색을 안 했을 뿐이지 이젠 청계산도 벅차다. 다리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이다.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한다.

사진속일상 2018.11.13

누비길: 태재~오리역

용두회 누비길 걷기 여섯 번째로 태재에서 오리역까지 걸었다. 누비길 4구간에 해당하는 코스다. 태재고개에서 형제봉, 불곡산, 부천당고개, 위남에고개, 구미동을 경유하는 길이다. 거리는 8km이고, 네 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길이 평탄해서 세 시간이 걸렸다. 누비길 전 구간 중 가장 걷기 편한 길인 것 같다. 용두회원 다섯 명이 함께 했다. 불곡산 아래 사는 친구가 있어 안내를 맡았다. 산불 감시 초소 전망대에서는 분당이 내려다보였는데, 깔끔한 전원도시라는 느낌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스갯소리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한다. 잘 다듬어진 환경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때깔부터 다르다. 잘난 동네에 들어가면 왠지 주눅이 들고 루저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종의 자격지심인지 모른다. 하산해서는 오리역 주변에서 통상..

사진속일상 2018.10.09

누비길: 영장산~태재고개

두 달을 쉰 뒤 누비길 걷기를 재개했다. 영장산에서 태재고개까지 3구간 후반부 코스였다. 서현역에서 여섯 명이 만나 버스로 새마을연수원까지 이동한 후 산길로 들어섰다. 영장산 능선을 따라 걷다가 어느 지점부턴가 잘못 되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외길이라 생각하고 아무 의심을 하지 않았던 불찰이었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 덕분에 새로 택지를 조성하는 신현리 동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요사이 날씨는 참 좋다. 이런 공기와 하늘이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하늘에는 여름 뭉게구름 대신 전형적인 가을 구름이 펼쳐졌다. 하늘 호수로 풍덩 빨려들 것만 같은 날이었다. 엉뚱한 길일망정 세 시간 정도 걸었다. 8km 가량 될 듯하다. 아무 길이면 어떻겠는가. 함께 이 길을 걸었다는 ..

사진속일상 2018.09.11

누비길: 이배재~영장산

용두회의 누비길 걷기 네 번째로 이배재에서 영장산까지 걸었다. 누비길 3구간은 이배재에서 영장산을 거쳐 태재까지 12km 거리인데, 우리는 반으로 나누어 걸었다. 나도 발에 생긴 티눈 때문에 오래 걷지를 못한다. 영장산에서 새마을연수원으로 내려오는 7km 길이였다.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산길에서도 그쪽 소식이 궁금했다. 어찌 됐든 회담이 잘 돼서 전쟁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나라가 되기를 비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통일 전까지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1국가 2체제가 정착되면 좋겠다. 직접 차를 몰고 북쪽 땅에도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길에 있는 연리지 소나무다. 나이가 어리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H 형상의 연리지는 드물다. 한 친구는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수도..

사진속일상 2018.06.14

누비길: 남문~이배재

세 번째 누비길 걷기로 남한산성 남문에서 이배재까지 걸었다. 용두회원 다섯 명이 함께 했다. 누비길 2구간은 남문에서 갈마재까지지만 갈마재에서의 교통편이 원활치 못하여 이배재에서 마감했다. 약 6km 길이에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이 구간은 타박타박 걷기 좋은 길이다. 때는 신록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가벼운 걸음인데도 얼굴에는 땀이 밴다. 노동절 휴일이라 산길에서는 사람들과 자주 만난다. 새로 돋아난 주목 잎이 앙증맞다. 손으로 만져보니 아기 피부처럼 보들보들하다. 나무는 올해 저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10시에 남문을 출발해서 12시 30분에 이배재에 도착했다. 이 길은 누비길 중 가장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이배재를 건너는 육교는 작년에 세워졌다. 우리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모란..

사진속일상 2018.05.01

누비길: 산성역~남문

용두회에서 올해는 성남을 한 바퀴 도는 누비길을 걷기로 했다. 누비길은 전체 길이 62km에 일곱 구간으로 되어 있다. 지난달에 복정역에서 소(小) 영장산 줄기를 지나는 1구간 A코스를 걸었고, 이번에 산성역에서 남문까지 이르는 B코스를 걸었다. 원래는 1구간을 한번에 걸어야 했으나, 걷는 도중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코스로 나누어졌다. 산성역에서 남문까지는 약 4km 길이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차도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나란히 나 있다. 우리는 남문에서 산성마을로 내려가 두부전골로 점심을 한 뒤에 오후에는 모란역으로 나가 관례대로 당구를 즐겼다. 산길은 벚꽃으로 환했다. 평지의 벚나무는 잎이 나오며 꽃이 진 곳이 많을 텐데 산은 지금이 눈부신 절정이다. 꽃 풍경에..

사진속일상 2018.04.11

당구와 치킨

당구를 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옛날에는 술 한 잔을 한 뒤 술 깨야 한다는 핑계로 당구장에 들렀다. 그러다가 내기를 해서 다시 호프집으로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 당구 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100이다. 재미로만 치다 보니 거기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당구 모임이 있다. 예닐곱 정도 모이는데 100에서 250 사이로 고만고만하다. 즐기는 데는 잘 치고 못 치고가 관계없다. 그중에는 열심히 연구하는 친구도 있다. 1년 전에는 나와 비슷했는데 지금은 150으로 올라가 있다. 뭐든지 공부하면 는다. 당구를 하고 난 뒤에는 인근 시장에 있는 치킨집에 간다. 서울의 3대 치킨집이라는 소문대로 맛이 좋다. 전통 방식으로 닭을 튀긴다. 저녁에는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

사진속일상 2018.03.28

창경궁 단풍

용두회에서 창경궁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서울에 있는 고궁 중 단풍이 제일 고운 곳이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일 것이다. 창경궁은 창경원이었던 시절에는 봄 벚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궁궐 복원 사업이 완성되고 벚나무는 사라졌다. 대신 가을철 단풍이 볼 만해졌다. 다른 어디보다 단풍 색깔이 고운 장소다. 날이 흐려서 사진 찍을 때 콘트라스트를 줬더니 색깔이 좀 과해졌다. 올해는 단풍을 보러 설악산으로, 울릉도로 찾아다녔지만 마지막을 창경궁으로 마감한다. 세상은 참 아름답다는 걸 실감하는 올가을이다.

사진속일상 2017.11.08

양재천 걷기

오랜만에 양재천을 걸었다. 선바위역에서 시작해서 양재시민의숲을 경유해 양재역까지였는데 느릿느릿 두 시간 가량 걸렸다. 용두회 넷이 같이 했고, 둘은 양재동에서 만났다. 흐린 날씨에 간간이 비도 뿌렸다. 양재천은 군데군데 꽃밭이 펼쳐져 있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났다. 벌써 10월 중순이다. 우리도 인생에서 이 계절쯤을 걷고 있을 것이다. 친구를 통해서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본다. 쓸쓸하고도 안스럽다. 많이 지껄인다는 것은 그만큼 내면의 공허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가을꽃으로 자꾸만 눈길이 갔다.

사진속일상 2017.10.11

부산 & 대마도(3)

단체로 여행 갔을 때 아쉬운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의 부족이다. 떠들어대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서 자유 시간이 나면 억지로라도 일행에서 떨어져 행동한다. 다행히 이번 대마도 여행은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여유가 많았다. 지역이 좁으니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날은 아침 식사 후 한 시간, 점심 후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동료들과 헤어져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이국의 골목길을 발길 가는 대로 걷는다. 패키지 코스에서 벗어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여주는 광경이 아닌 실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그만 카페를 발견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창가에 앉았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사진속일상 2017.09.16

부산 & 대마도(2)

여행을 갈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게 잠자리다. 집에서는 혼자 방을 쓰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대개 2인 1실이다. 잠자는 시간이나 습관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 더구나 나는 코를 골기 때문에 타인의 잠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여러 신경을 쓰다 보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파트너는 잠을 늦게 드는 친구였다. 잠이 안 와 두세 시가 되어야 잠 든다고 했다. 같이 얘기하다가 잠자는 타이밍을 놓쳤는데 불을 꺼도 이 친구는 10분마다 한 번씩 헛기침을 하며 뒤척였다. 잠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 때문에 금방 깨버렸다. 그래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아침 컨디션이 바닥인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터미널에서 대마도를 향해 9시에 출발했다...

사진속일상 2017.09.15

부산 & 대마도(1)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은 일본 대마도다. 부산에서 49km다. 배로 1시간이면 닿는다. 반면에 일본 본토까지는 150km다. 날씨가 맑으면 부산에서 대마도가 보인다. 정작 일본인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관심이 큰 섬이 대마도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얽힌 사연이 많은 섬이다. 대학 동기 여덟 명이 1박2일의 대마도 패키지 여행을 했다. 전날 부산에 내려가서 옛 친구를 만나고, 친구의 안내로 부산을 관광했다. 아침에 내린 폭우로 부산은 학교가 휴교하는 등 여기저기에 피해의 흔적이 있었다. 길이 통제 돼 돌아가기도 했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보슬비가 오락가락했다. 친구는 부산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신앙에 몰두하더니 결국 목회자가 되었다. 인간에게는 어찌 할 수..

사진속일상 2017.09.14

청계산 옥녀봉

청계산 옥녀봉에서 북능선을 따라 양재화물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용두회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잔뜩 흐렸고 다행히 잠깐만 우산을 쓰면 된 날이었다. 산길 길이는 5km 정도 될까,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옥녀봉은 해발 375m의 낮으막한 봉우리다. 여기서는 북서 방향의 전망이 트였다. 발 아래가 과천이고 그 너머에 서울 도심이 보인다. 옥녀봉 정도면 실버 코스로 적당하다. 길을 걸은 뒤에는 양재통닭에서 치킨과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인근 당구장에서 게임을 한다. 무슨 공놀이든 시합에 들어가면 양보가 없다. 도토리 키재기 실력이지만 사뭇 진지해진다. 그래서 재미있다. 요사이 당구장은 노인 세상이다. 한때는 고딩들이 독차지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보기 어렵다. 당구는 80이 되어도 즐길 수 있는..

사진속일상 2017.09.06

서리풀 걷기

뙤약볕을 고려해서 짧은 코스를 잡았다. 서리풀공원은 서울 서초구에 자리잡은 녹지대다. '서리풀'은 '서초'의 옛 지명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 이름이 훨씬 낫다. 서리풀공원을 따라 산책로가 약 4km 가량 이어져 있다. 우리는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나 남서 방향으로 청권사까지 걸었다. 용두회원 여섯 명이 참가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누에다리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해서 그런지 트랭글 기록은 3.2km가 나왔다. 숲길이 많아 햇볕을 가려주기 때문에 한여름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 길에서 제일 명물은 누에다리다. 이름으로 보아 이곳이 옛날에는 누에를 많이 길렀나 보다. 가까이에 잠원동도 있다. 전에는 7, 8월은 덥다고 걷기도 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짧기는 했지만 한여름에도 같이 만났다는 데 의미가..

사진속일상 201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