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32

가을 오는 하늘

가을이 몇 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한낮 햇살은 따가워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선선해졌다. 매미 소리는 잦아들고 풀벌레들 노랫소리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간다. 하늘도 가을이 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뜨거운 열기에서 벗어났는지 더 푸르러 보이고, 구름 모양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붓을 부드럽게 터치해서 그린 듯한 권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자주 쳐다봤다.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구름의 움직임이 재미있었다. 꽤 오래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구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구름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금방 변신을 했다. 하늘이 연출하는 변검술이었다. 하늘 하나만으로도 오가는 길이 즐거웠다. 이 또한 파적(破寂)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흐뭇해하면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을..

사진속일상 2024.09.01

장마철의 깜짝 선물

어젯밤에는 내내 빗소리가 들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갠 하늘이 반겼다. 이런 날 밖에 나가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햇볕을 가득 받을 짧은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사람의 기분은 기상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장마 때는 날씨 따라 마음도 눅눅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지만 장마가 길어질수록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가끔은 오늘처럼 깜짝 선물을 주니 이런 변덕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너무 햇빛이 쨍 나서인지 경안천에 나온 사람은 드물었다.   오늘 걷기의 주제는 하늘과 구름이다. 이런 하늘이라면 아무리 쳐다봐도 지루하지 않다. 푸른 화판에 흰 물감으로 그려지는 풍경에 넋이 나가다.   동쪽 하늘에는 채운(彩雲)도 나타났다.  7월 16일부터 '세..

사진속일상 2024.07.10

하늘이 달라졌어요

9월이 되니 하늘이 달라졌다. 어쩜 이렇게 일변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침저녁 기온도 뚝 떨어져서 이젠 침대의 전기 온열기를 켜고 자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가을에 자주 나타나는 권형운은 상층운에 속한다. 반면에 여름의 적형운은 지면에 가깝게 떠 있다. 얼마 전 8월의 구름은 이랬는데.... 동네를 산책했다. 주변 여러 곳이 개발중이라 전처럼 호젓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일부에는 옛 농촌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 정자를 지날 때는 노인네들이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본다. 때로는 막걸리병이 놓여 있기도 하다. 비위가 좋다면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지만 늘 못 본 척 지나치기만 한다. 뒤통수에 여러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우리 텃밭 작..

사진속일상 2023.09.03

여름 하늘

염제(炎帝)의 기세가 많이 누그러졌다. 한낮 땡볕 가운데를 걸어도 긴 시간이 아니라면 즐길 만하다. 집 에어컨도 이제 한철 소명이 끝났다. 대신 선풍기 도움은 당분간 받아야겠지. 여름 하늘이 아름답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흰 뭉게구름이 떠 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 풍경만 바라봐도 지리할 수가 없다. 길을 걸으면서 연신 하늘로 고개를 쳐든다. 그때마다 하늘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변화무쌍한 청(靑)과 백(白)의 그림판이다. 가을이면 운동회가 열렸다.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서 아이들은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고함치며 뛰놀았다. 청과 백으로 나눈 것이 하늘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지만 하늘은 누가 누굴 이기는 마당이 아니다. 청과 백이 어울리는 조화의 세계다. 지..

사진속일상 2023.08.18

날마다 구름 한 점

자신을 '구름추적자'라고 부르는 개빈 프러터피니(Gavin Pretor-Pinney)의 구름 책이다. 책 제목처럼 365장의 구름 사진이 실려 있다. 지은이는 2005년에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책의 구름 사진의 다수는 구름감상협회의 회원들이 찍은 것이다. 은 구름에 관한 종합세트와 같다. 구름 종류에 따른 생성 원리와 여러 광학 현상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사진마다 붙어 있다. 또한 문학 작품에서 인용한 구름에 관한 글, 명화 속에 그려진 구름 등 다양한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나도 한 때 구름 사진에 빠진 적이 있었다. 구름을 찍은 필름이 몇 박스가 되었다. 구름 책을 내고 싶은 꿈이 있어서 모아 두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의 전환기에 살림을 단촐하게 정리하면서 전부 ..

읽고본느낌 2022.10.01

가을이 성큼 다가오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기온이 떨어져서 아침저녁에는 쌀쌀하기까지 하다. 밤에 잘 때는 창문을 모두 닫아야 한다. 여름 이불은 거두어 세탁기에 넣었다. 계절의 변화가 거인의 발걸음처럼 한순간에 닥치니 깜짝 놀란다. 가을 하늘이 좋아서 집을 나섰다. 경안천을 걸으면서 온통 하늘에 마음을 뺏겼다. 뒤돌아 본 남쪽 하늘에는 비취색 구름이 떴다. 파란 하늘에 비단 조각처럼 걸린 비취운(翡翠雲)이었다. 경안천 건너편으로 건너갈 돌다리가 지난 폭우로 유실되었다. 할 수 없이 온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 왜가리, 백로, 오리가 사이좋게 이웃하며 쉬고 있다. 이런 날의 햇살은 보약과 같다. 얼굴을 간지리는 햇살을 담뿍 받아들였다. 무거운 몸이지만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면서 가을을 맞으러 나간 길이었다.

사진속일상 2022.08.28

하늘 좋은 날에

하늘 좋은 날이었다. 원래는 등산을 계획했지만 맘껏 하늘을 보고 싶어 시야가 넓게 트이는 물안개공원에 갔다. 청화한 초여름이 눈부셨다. 누가 말해줬지~ "비 좀 맞으면 어때. 햇볕에 옷 말리면 되지. 살아가는 게 슬프면 어때. 눈물 좀 흘리면 되지." 살다 보면 활짝 개이기도 하는 것을, 저 하늘처럼. 그때는 다 잊은 듯 껄껄 웃어주면 되는 것을. 넓은 물안개공원은 기이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Que Sera Sera!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든해졌다. 건너편은 두물머리다. 당겨보니 두물머리 느티나무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저쪽은 볼거리 놀거리가 많겠지만 난 심심한 이쪽이 좋다. 근심 걱정은 어디서 오는가?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아무리 선한 바람..

사진속일상 2022.06.07

뒷산에서 본 가을 하늘

추석 연휴 첫날, 뒷산을 한 바퀴 돌다. 청명한 날씨에 초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이 정도면 뉴질랜드의 하늘이 부럽지 않다. 미세먼지 걱정을 잊은 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아직은 한낮 기온이 높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 탓인가 보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로 공기가 좋아진 걸 체감한다. 코로나와 미세먼지와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간 활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때문인지, 어쨌든 코로나 이후로 미세먼지나 황사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앉아 구름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산모기가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산길에서도 연신 수건을 휘두른다. 그래도 팔에 앉는 놈은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해야 한다. 10월은 ..

사진속일상 2021.09.18

남한산성의 여름 하늘

입추가 지나니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길었던 더위도 이제 막바지다. 어제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끌려 남한산성에 갔다. 탁 트인 곳에서 하늘의 구름을 맘껏 보며 걷고 싶었다. 하늘의 구름은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깐 한눈을 팔고 다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늘 전망이 좋은 그늘에 앉아 구름 구경만 해도 하루 해가 짧을 것 같다. 남한산성은 여러 달 공사를 하더니 시멘트로 된 길 양 켠에 코코넛 매트를 깔아서 걷기에 훨씬 편해졌다. 북문은 완전히 헐고 새로 짓는 중이었다. 남문, 수어장대, 북문을 지나 샛길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 했으나 통행금지가 되어 있었다.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만큼 관리 및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휴가철이라 ..

사진속일상 2021.08.10

개똥지빠귀도 "덥다 더워"

여름 한낮, 나뭇가지에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입을 벌린 채 힘겹게 앉아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만사가 귀찮다는 듯 거들떠보지 않는다. 보통 때 같으면 작은 인기척에도 훌쩍 도망갔을 테다. 개똥지빠귀가 내쉬는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름 더위가 힘든 것은 새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너무 집안에만 있는 것 같아 일부러 한낮을 골라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탈까 했지만 좀 힘겹더라도 걷는 쪽을 택했다. 돌아와 샤워를 하니 개운하고 좋다. 덥다고 불평하지만 이것이 여름다운 날씨가 아닌가. 미세먼지 없이 맑은 데다 하늘은 본래 색깔대로 파랗다. 거기에 흰 구름의 장난질 치는 모습이 볼 만하다. 이 또한 멋진 계절이 아닌가!

사진속일상 2021.07.27

태풍 지난 하늘

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하늘 좋고 바람 서늘해 경안천에 나갔다. 해는 숨바꼭질하듯 구름 뒤로 들락날락하는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은 하늘 구경만으로도 본전을 뽑는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중이어선지 밖에 나온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구름만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올여름은 8월 중순까지도 장마 속에 갇혀 있었으니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유별난 2020년인데 올가을은 어떤 걸 선물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요즘 같으면 나라나 개인이나 그저 별 탈 없기를 바랄 뿐이다. 경안천에서는 아내, 손주와 차례로 합류했다. 손주가 유치원에 못 가게 되니 다시 야외에서 손주 얼굴을 보게 된다. 봄보다 마음의 키가 훌쩍 큰 것 같다. 아이들..

사진속일상 2020.09.04

저녁 하늘과 그믐달

산책길에서 만난 저녁 하늘의 구름과 그믐달, 음력 그믐날은 내일이지만... 그믐달이나 초승달은 손톱 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손톱달'이라고도 한다. 재미있는 시 한 편이 있다. 어느 분의 작품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옮긴다. 비죽배죽 나온 손톱 가지런히 다듬을 때 손가락은 열 손가락 놓인 손톱 아홉 개 톡, 톡, 톡, 톡 깎을 적에 뛰는 소리 내더니 어디까지 뛰었나 하늘까지 뛰었네 하늘에 걸린 달이 왼손 약지 손톱달

사진속일상 2020.08.23

2020년 부분일식

하지인 오늘(6월 21일)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일식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 일식 사진을 시도해 보았다. 구름이 살짝 태양을 가려주기를 기대했으나, 구름 한 점 없이 완전히 쨍한 날이었다. 이렇게 되면 태양과 하늘이 너무 밝아서 주변 풍경과 조화를 맞추기 어렵다. 오늘 일식은 오후 3시 53분부터 6시 4분까지 2시간 11분 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오후 5시 2분에 태양의 45%가 가려지는 최대식이었다.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에 인도, 중국 남부, 대만을 잇는 긴 띠 모양의 지역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대만은 가까우니 개기일식을 보러 작년에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0년 뒤인 2..

사진속일상 2020.06.21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 하늘 / 박두진 박두진 시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다. 박두진 문학길을 걸으며 이 시를 찾아 읊었다. 요사이는 휴대폰이 있으니 편리하다. 젊었을 때 무척 좋아했던 시였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음을 새삼 알아챘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호수를 따라 오붓하게 길이 나 있었다. 시인이 말하는 호수를 여기 금광호수로 착각한들 어떠랴. 호수는 지상의 꿈, 하늘은 천상의..

시읽는기쁨 2019.10.17

태풍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태풍 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날, 하늘에 취해 경안천을 걸었다. 청석공원에 파크 골프장이 생겼다. 멀리서 봤을 때는 게이트볼인 줄 알았는데 요사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스포츠다. 파크 골프는 골프를 노년에 맞게 변형시킨 운동인 것 같다. 좀 더 나이 먹으면 한 번 해 볼만 하겠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밝은 햇살을 한껏 받았다. 저 맑고 파란 하늘을 닮고 싶어서.....

사진속일상 2019.10.03

하늘 높은 날

대기는 맑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긴 비가 지나고 청명한 날이 찾아왔다. 선뜻 가을이 다가왔다. 갑작스런 계절의 변화에 움찔한다. 낮에 친척 형님과 만났다. 점심을 먹고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음식점 옆에 큰 미루나무가 있었다. 미루나무를 보면 유년 속으로 풍덩 빠진다. 신작로 양 편으로 늘어서 있던 날씬한 키다리 미루나무들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개울을 따라서, 저수지 둑에도 미루나무는 있었다. 눈 감으면 차르르~, 그 웃음소리 들린다. 여기 미루나무는 혼자라 외롭고 뚱뚱하다. 미루나무만큼 멋진 가로수를 나는 알지 못한다. 미루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한다면 꽤 인기를 끌 듯한데 말이다.

사진속일상 2017.08.30

남한산성의 가을 하늘

태풍 말라카스(MALAKAS)가 먼 남쪽 바다를 지나면서 가을을 밀어올렸다. 비 뿌리고 바람 지나더니 파란 가을 하늘이 열렸다. 그 하늘을 맞으러 남한산성에 갔다. 청명(淸明)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날씨였다. 성곽을 돌면서 하늘바라기를 했다.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만나는 사람들 표정도 하늘처럼 밝았다. "보세요, 하늘이 어쩜 이렇게 맑나요!" 누구나의 눈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늘 보고, 꽃 보고, 느릿느릿 산성 둘레를 반 바퀴 돌았다. 가을 햇살에 곡식 영글듯 내 마음도 설레며 익어간 하루였다.

사진속일상 2016.09.19

빛을 향하여

사납던 동장군의 기세가 오늘 낮부터 수그러지는 것 같다. 한 달 가까이 맹추위가 이어졌다.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거의 없었고 눈도 잦았다. 거의 두문불출하며 지냈다. 도서관에 간 길에 잠시 주위를 산책했다. 아직도 영하의 쌀쌀한 날씨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포근해졌다. 체감기온은 상대적이어서 벌써 봄기운마저 느껴진 하루였다. 추위가 드세면 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올려다 본 하늘에는 비행기운이 태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왠지 아득하고 간절해지는 것이었다....

사진속일상 2013.01.05

카가야의 밤하늘

카가야의 작품 중에서도 나는 이 그림이 제일 좋다. 석양에 물든 하늘에 초생달이 떠 있고 옆에는 금성이 빛나고 있다.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소녀의 어깨에 걸친 수건과 헝클어진 머리칼이 하루의 고단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개와 함께 나란히 앉아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따스하고 평화롭다. 주황색의 색감도 그런 분위기를 더해준다. 1968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태어난 카가야는 어릴 적부터별을 좋아해 밤하늘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중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 소년의 감수성이 살아 있어, 그의 그림은 사람들을 동화와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얼마 전에 카가야의 '천문 일러스트 전시회'가 국립과학관에서 열렸다. 그의 그림을 통해 아름다운 신화와 판타지의 나라에 빠져..

읽고본느낌 2009.08.28

고운 하늘에 취하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참 곱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하늘에 취한 하루였다. 낮에는 짬을 내어 인왕산에 올랐다. 중턱 소나무 그늘 아래 앉으니 맑게 세수를 한 서울의 초가을 풍경이 맑고 아름답다. 왼쪽이 북악산이고 가운데 멀리에 남산과 남산 타워가 보인다. 오늘은 땅도 하늘색을 닮아 날아갈 듯 가볍고 밝다. 이런 날은 모든 것을 가진 듯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그저 고맙고 감사하기만 하다. 저녁에는 토평의 한강변에 나갔다. 해가 지면서 하늘은 순간 순간 색채의 마술을 보여준다. 그 노을마저 사라지고 난 뒤 무채색으로 변한 하늘은 더욱 아름답다. 금성과 초생달이 나란히 서쪽 하늘에 나타났다. 아쉽게도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찍으려던 계획은 위치를 잘못 잡아서 어긋나 버렸다. 그래도 마냥 기분이..

사진속일상 2005.09.07

비 온 뒤 풍경

며칠간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쳤다. 서울 하늘을 무겁게 짓누르던 탁한 공기층이 사라지고 밝고맑은 새 하늘이 열렸다. 남한산성에 오르니 눈 가는데까지 시야가 트였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모두 겹겹이 드러났다.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희귀한 전망에 감탄을 한다. 어떤 사람은 강화도 마니산, 개성 송악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산 위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며 멋진 노을을 기대해 봤지만 대기가 너무 맑은 탓인지 장관을 연출해 주지는 않는다. 잠깐 불 붓듯 타오르더니 아쉽게도 이내 식어 버린다. 해 진 뒤의 여운이 없어 아쉬웠다. 주위의 사람들은 작은 풍경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자리를 뜨지 않는다. 해가 지고 하늘의 조명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땅에서 꽃불이 피어났다. 멀..

사진속일상 2005.08.21

여름 하늘

여름은 하늘도 원색이다. 파란 배경에 흰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풍경은 대표적인 여름 하늘의 모습이다. 그러나 여름 하늘은 변덕쟁이다. 맑던 하늘이 어느 순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우르르쾅쾅 소나기가 지나간다. 그리고는 어느새 다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밤이면 번개들이 장난치는 불꽃놀이도 감상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두 시간 가까이 부드럽게, 어떨 때는 무섭게 효과음을 섞어가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뒤이어 한 줄기 비가 쏟아지고 나면 밤하늘의 별들은 더욱 총총하다. 이런 것들은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선물들이다. 하얀 솜사탕 뭉게구름 사이로 서치라이트 마냥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 마음도 하늘을 닮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사진속일상 2005.08.19

날씨가 너무 좋아요

계속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 뒤에 찾아온 맑은 하늘이 더욱 밝고 환하다. 이런 날은 일과는 좀 제쳐두고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법이다. 고개는 자꾸만 하늘바라기를 한다. 그래서 옆 사무실의 K를 불러내 같이 뒷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풀과 나무 이름도 배운다. 조금 올라가다가 소나무 그늘 아래 너른 바위에 앉는다. 나무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서늘한 가을 공기가 상큼하다. 지상은 복잡하지만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도 없다. 우리는 '자족(自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산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한다. 나무와 풀과 푸른 하늘이 그리고 잠시의 일상에서의 해방이 날 이렇게 자유롭게 해준다. 내 가슴은 ..

사진속일상 200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