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82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얼마 전에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는 다큐 필름을 보았다. 거기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는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들 모습이 많이 나왔다. 등록금 때문에 밤 새워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휴학을 하거나 입대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제약의 성능 시험에 참여해서 하루에 열두 번씩이나 피를 뽑기도 했다. 그래도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니까좋다며 씁쓰레하게 웃는 표정에 마음이 아팠다. 예전부터 대학은 우골탑으로 불리며 자식을 대학에 보내자면 기둥 뿌리 하나는 빠져나가야 했다. 공부 시킬 돈을 장만하기 위한 학부모의 고통 역시 당사자인 학생에 못잖다. 지금은 대학 등록금이 년 1천만 원에 가까워졌다. 부유한 집은 걱정이 없을지 몰라..

참살이의꿈 2008.12.05

전교조 미워하기

전교조를 미워하는 것이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교육을 논할 때면 먼저 전교조 욕부터 하고 본다. 마치 온갖 교육문제의 원인이 전교조에게 있는 것 같다. 중세 시대 때 마녀사냥을 통해서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체제의 모순을 감추려했던 것과 비슷하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현수막도 등장하고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는 후문이다. 전교조가 없어지면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전교조를 미워하는 배경에는 교사에 대한 불신과 시기도 깔려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안정된 봉급을 받는 교사들이 국민들의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더구나 교사 노조인 전교조는 이기적 철밥통 집단으로 매도되기에 충분한 조건..

길위의단상 2008.10.02

험한 세상을 살아내는 희망

세상이 험해지고 거칠어져가는 것을 아이들의 말에서 느낀다. 청소년들이 모인 자리에는 민망해서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들어오면 연신 욕이고 비속어들이다. 주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여학생들의 입마저 그런 말들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하철에서 두 여학생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데 ‘존나’라는 단어가 쉴 새 없이 튀어나와 너무나 민망했다. 아무리 의미가 변형되었다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면 결코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본다. 말이 이러하니 행동 또한 마찬가지다. 이젠 초등학생들까지도 행동이 거칠기 그지없다. 도대체 주위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것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교실이다. 일부 특수학교를 제외하고 대부..

길위의단상 2008.09.27

미친 교육

100 회를 넘긴 촛불집회에서 단골 구호로 등장하는 것이 ‘미친 교육’에 대한 반대다. 어떤 사람은 ‘미친’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그런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현재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본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쟁 중심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차마 교육열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생존전쟁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엽기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본질적 의미에서의 교육의 장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어느 외국인의 표현대로 한국에서의 교육은 아이들을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어놓고 사육하면서 어른들은 새디스트가 되어 즐기는 형국이다. 한국은 아동 학대 행위가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내 이웃은 초등학교 3 학년인 아..

길위의단상 2008.08.29

어느 여중생의 유서

안녕?... 모두들... 내가 자살하기 하루 전에 쓰는 글이야. 왠지 슬퍼. 내가 죽기 때문일까,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 때문일까, 아님 내가 죽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돌아갈 세상 때문일까?.. 나는 말이야.. 유치원 약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2년 하고도 약 2개월.. 약 11년 조금 넘게 공부를 했어. 그동안 여러가질 배웠고, 인권선언, 미국의 독립선언, 또 뭐 있더라.. 천부인권설.. 음, 더 기억이 안나네.. 내 무식이 드러나나 봐.. ㅎㅎ... 아무튼 저런 것을 보면서 난 생각했었어.. 인간은 항상 자유를 추구하는구나.. 나도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현실은 너무 달라. 상상 이상으로 너무 달라. 공부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 다 남 이야기 같았어...

길위의단상 2008.01.03

입시교육의 비극

지난 추석 연휴 때에 생긴 일이다. 서울의 모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지금 어디서 무엇 하고 있냐?" "집 앞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 학교 독서실로 나와!" 사연인즉, 추석 연휴 기간에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셨단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은 것을 보고 '왜 이 모양이냐'는 한 마디에 담임들이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는 추석이고 친척이고 아무 의미가 없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추석 연휴 뒤에 보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고등학생들에게 추석 연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노는데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하니 도리어 휴일이 싫다. 그런 휴일을 제공한 추석도 귀찮기만 하다. 귀향을 해..

길위의단상 2007.10.05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교실에 들어가니 바닥 여기저기에 휴지가 흩어져 있다. 가까운 아이에게 휴지를 줍게 했더니 “내가 왜 주워야 해요?”하면서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버리지 않았으니 주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교사가 휴지를 주어도 아이들은 전혀 괘념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잠자는 아이를 깨우면 왜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을 낸다. 이런 모습들이 요사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교실은 이렇게 살벌하게 변해가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빚어낸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지만 이것은 결코 어느 누구만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작년 아이들이 다르고, 올해 아이들이 다르다. 좋은 면으로 변한다면야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길위의단상 2007.09.08

선생님이 사과하세요

옆 사무실에 갔더니 동료 S가 굉장히 낙담해 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S의 수업시간 중에 한 아이가 너무 부산스러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자기는 잘못이 없다며 도리어 S에게 대들더라는 것이다. 복도에 나가 꿇어앉아 있으라고 해도 아이는 못 하겠다고 버텼다. 너무 화가 나 "이 새끼가" 하면서 나무랐더니 선생님이 욕을 했다면서 먼저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덤비더라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아이를 생활지도부에 넘기고 오는 길이라면서 언제부터 교실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느냐면서 한탄을 한다. 불행하게도 학교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라는 표현이 등장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 표현이 걱정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즐길려고 만든 것인지헷갈릴 정..

길위의단상 2007.07.09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김혜자 님이 쓴 책제목이다.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도 책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가끔씩 이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말이 폭력의 충동을 억제시켜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원래 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서양의 어느 교육철학자가 쓴 책제목인데, 그걸 김혜자 님이 인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방법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폭력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 매가 필요하냐 아니냐는 지금도 논란거리이고 각 나라마다 사정이 각기 다르다. 그리고 학교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부모에 의한 가정폭력, 그리고 사회폭력이 존재하는 한 학교에서의 교사에 의한 체벌만 논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렇더라도..

읽고본느낌 2007.06.22

밑 빠진 독이기에 나는 물을 붓습니다 / 전병철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생각조차 아니 하는 아이들 앞에 새학년 금강 위로 봄바람 부는 교실에서 첫수업을 합니다 삼국통일 했다는 나라가 신라인지, 고구려인지, 백제인지 모르는 것은 커녕 관심조차 없는 농업학교 아이들 앞에 새학기 개나리 진달래꽃 환한 교실에서 역사수업을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시험과목의 이름을 쓰시오'라는 주관식 물음마저 공부 같은 거야 남의 일, 반 정도도 대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이 필요 없을지라도 역사를 가르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들 하지만 밑 빠진 독이기에 오히려 더 물을 부어야 한다는 오기 하나로 오늘도 나는 조는 아이들 잠시라도 깨우랴 물을 부어봅니다 생각하면 주눅..

시읽는기쁨 2007.04.26

이웃 /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날 운동장 한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울어대는 학교 종 한번 꺼달란 적 있어 학교 옆에 사는 사람은 두부도 먹지 말란 거여 꽁치며 갈치며 비린 것 한번 맛볼라치면 버스 타고 장에까지 갔다오란 거여 차비는 학교에서 내줄 거여. 도대체 생명이 뭔지나 알고 분필 잡는 거여 호박넝쿨 몇개 얹었더니 애들 퇴학시키듯 다 잘라버린 것들이 말 못하는 담벼락 가슴팍에 못질까지 하는 거여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거여.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여 - 이웃 / 이정록 교육문제에 대해 누구나 일가견..

시읽는기쁨 2007.02.20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1. 교육받은 사람은 평생 자기 자신의 글을 쓴다. 그는 다른 이가 만든 연극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아니며, 머리에서 나오는 이상주의적 공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결정한다. 1. 시간은 교육받은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는 고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는 결코 없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알고 그걸 지키는 방법을 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 그는 속거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집 짓는 법, 배 만드는 법, 먹을거리 기르는 법 같은 쓸모 있는 지식을 알고 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도면인 철학을 지닌다. 이 철학은 절대적인 것에 가깝다. 그것은..

길위의단상 2006.12.14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문제

참으로 어이없는 명칭 중의 하나가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이 이름만 들으면 화가 난다. 지하자원이나 물적자원이라는 말은 익숙하게 써왔지만, 사람을 그와 같은 자원으로 취급하는 인적자원이라는 용어는 아직 낯설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용어에는 인간을 생명의 가치보다는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짙게 들어있다. 인간이 말이나 개념을 만들지만, 반대로 말이나 개념이 인간 의식을 결정하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당당하게 내건 저 이름이 무의식중에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을 생산 수단이나 도구로 여기게끔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이란 쉽게 말해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내는 것이다. 사실 길러낸다는 표현도 마땅하지 않다. 한 인간은 그 자체..

길위의단상 2006.11.21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게토(J. T. Gatto)가 쓴 ‘바보 만들기(Dumbing Us Down)'를 읽었다. 미국의 학교교육 제도와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프러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수입된 학교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우리도 현재 심각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교육의 근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 책의 내용이 어떤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특히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똑똑한 바보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토는 현재 대다수 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보 만들기 과정’에 불과하다고 선언한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인용해 보았다. 학교교육을 더 많이, 더 잘 받은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

읽고본느낌 2006.10.24

슬픈 시대

영국의 찰스 2 세가 버스비 선생의 교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버스비 선생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자를 쓴 채 교실 안을 활보했다. 그러자 찰스 2 세는 모자를 벗어 팔 밑에 끼고서 공손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나중에 찰스 2 세가 문간에서 작별을 고하려고 하자 그때서야 선생은 찰스 2 세에게 정중히 아뢰었다. "폐하, 소신이 저지른 오늘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소신의 학교 어린이들이 이 나라에서 소신보다도 위대한 사람이 있다고 믿으면 소신은 결코 이 어린이들을 지도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육 일화는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되었다. 나라의 임금이 찾아왔는데 선생은 본 체도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임금은 모자를 벗고 뒤를 따랐다는..

길위의단상 2006.05.20

교문 풍경

학기초가 되면 고등학교 교문에는 연례행사처럼 이런 플랭카드가 걸린다. '서울대 및 의대 00명, 연세대 00명, 고려대 00명, 서강대 00명, 성균관대 00명, 한양대 00명,...... 기타 4년제 대 00명'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마 저기에 들어간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서열화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연장되면 서열화된 계급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뻔하다. 플랭카드에서 옛날과 달라진 점이라면 의대에 입학해도 서울대 통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작금의 의대에 몰리는 세태를 읽어볼 수 있다. 요즈음은 실업계 고등학교도 여기에 동참하는 것 같다. 이젠 실업계 고교 입학도 좀더 쉽게 대학에 가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는 것 같다. 자식의 대학 입학은 대한민국 온 가정의 중..

사진속일상 2006.03.14

어릴 때 내 꿈은 /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 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님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 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시읽는기쁨 2005.12.16

식인(食人)의 교육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그것을 가져라” 요즘 뜨고 있다는 광고에 나오는 노래 가사이다. 비행기 안에서 젊은 여자들의 시중을 받으며 희희낙락하고 있는 한 젊은이가 나오는 무슨 카드 광고인데 내가 가진 선입견인지는 모르지만 가진 자들의 이기적이고 향락적인 풍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부추기는 것 같아 TV로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영 떨떠름하다. 전에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느꼈던 거북스러움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똑 같은 세상을 보더라도 천양지차가 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새나 지향하는 방향,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대해서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고, 잘 나가는 사회의 역동성의 한 측면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길위의단상 2005.10.10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1 성적을 비관한 과학고 학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1시50분쯤 서울 노원구 J아파트 주차장 인도에서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S과학고 학생회장 이모(18. 3학년)군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이모(63)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이군이 이날 자정께 주방 식탁에서 공부하던 중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자 한 시간 뒤 친구 3~4명에게 '먼저 간다. 잘 지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학급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우등생이었던 이군은 과학고에 진학한 뒤에도 수학과 지구과학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또 평소 '..

길위의단상 2005.04.13

학교대사전

요즈음 인터넷에서 '학교대사전'이 인기라고 한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만들었다는데 지금의 입시 위주의 학교 현실을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일종의 현실 고발적인 사전이다. 그러나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것이 거기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 아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미소 짓게도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심한 표현이다 싶은 것도 있지만 이 사전을 만든 학생들의 재치와 현실 너머를 보는 통찰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튼 웃으면서 자신과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사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교육 문제를 지금의 틀 안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없이 이런 암담한 현..

읽고본느낌 2005.03.08

합격 기원제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수험생이나 가족들의 마음이 무척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그 과정을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로 생각하며 견디고 있지만 사실 대학을 향한 경쟁은 전쟁터와 비슷하다. 고3을 경험해 본 당사자나 학부모는 현 입시 제도나 교육 현실에 대하여 비판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까지나 이런 경쟁 체제 속에 우리 아이들을 팽개쳐 둘 것인지 이때가 되면 더 안타까워진다. 오늘 학교에서는 수능 고득점을 위한 기원제가 열렸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행사까지 열리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지켜보는 내내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기원문이 낭독되고, 절을 하고, 돼지머리에는 봉투가 쌓인다. '제신(諸神)들이시여, 우리 아이들이 모르..

사진속일상 2004.11.12

솔직한 급훈

어느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설명을 듣고는 이해가 되었지만 그러나 뒷 맛이 씁쓸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주위에는 유명 대학들이 여럿 있다. 연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서울대, 건국대, 한양대 등등..... 여기에 다니는 학생들은 주로 2호선을 타고 등하교를 한다. 결국 `2호선을 타자`란 말은 이런 유명 대학들에 진학하자는 뜻일게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겉으로는 전인 교육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입시 학원에 다름없다. 교육 과정이나 활동이 지적 분야의 경쟁에만 편중되어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성실이라든가 노력, 착함 같은 인성적 측면을 강조했는데 이젠 노골적으로 입시 경쟁에 내몰고 있다. 그나마 솔직하다고 인정해주어야 할 것인지..

사진속일상 200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