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364

논어[328]

자로가 말했다. "지도적 인물도 용기를 숭상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정의를 으뜸 삼지. 지도적 인물이 용기만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반란을 꿈꾸고, 덜된 인간이 용기만을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 爲亂 小人有勇而無義 爲盜 - 陽貨 21 자로가 용기[勇]를 물은 건 자로에 어울리는 질문이다. 군자는 정의[義]를 으뜸으로 삼는다고 공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선지 정의를 내세우지 않는 무리가 없다. 부글거리는 욕망을 가리는 명분으로 정의만 한 게 없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는 모든 관공서에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한때 높이 들었던 정의의 깃발 또한 젊음의 객기나 멋있어 보이기 위한 만용이 아니었는..

삶의나침반 2019.02.07

논어[3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종일 처먹기만 하고 아무것도 뜻이 없는 인간은 할 수가 없다. 장기나 바둑 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을 하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이다."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 陽貨 20 향상을 위한 노력! 공자가 제일 강조하는 내용이다. 빈둥거리느니 차라리 장기나 바둑이라도 두란다. 바둑이나 장기 놀이 역시 공자는 마땅찮게 본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무 뜻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허나 쓸데 없는 데 '용심(用心)'을 쓰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인간의 행위 중에 순수하게 내적 향상을 위한 마음씀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제 이익을 챙기려는 분투가 아니던가. '용심(用心)'의 해석에 따라 다..

삶의나침반 2019.01.30

논어[326]

재아가 물었다. "삼년상은 너무 기한이 긴 듯합니다. 웃자리에 있는 분이 삼 년 동안 예법을 그만두면 예법이 시들어지고 삼 년 동안 음악을 그만두면 음악이 부스러집니다.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햅쌀이 나오면 불씨도 새로 갈아넣게 마련이니, 일 년이면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처럼 쌀밥을 먹고, 그처럼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거든 그대로 하려무나! 대개 성실한 인물들은 상 중에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집안에서도 편안한 줄 모르므로 그렇게 않는 것이다. 네가 괜찮거든 그렇게 하려무나!" 재아가 나간 후에 선생님 말씀하시다. "재아는 사람 구실을 못하는 아이다. 사람이 나면 삼 년이 지난 뒤라야 부모의 품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삶의나침반 2019.01.21

논어[325]

유비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 선생님은 병을 핑계로 거절했다. 전갈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 陽貨 18 이 대목은 읽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병을 핑계로 거절했으면 됐지, 굳이 노랫소리를 듣게 해서 놀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픈 사람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병을 핑계 댄 것은 거짓이고, 실제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매몰찬 공자의 모습이다. 유비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대우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공자는 호오(好惡)가 분명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일부 무리..

삶의나침반 2019.01.16

논어[32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들은 무엇을 받아서 전하오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시는 오고 가고, 만물은 거기서 자라는데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陽貨 17 노자의 불언지교(不言之敎)가 떠오른다. 가르침은 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말의 한계 또한 공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이 많아지면 핵심에서 멀어진다. 나아가 말로 전해질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왠지 공자의 지친 모습이 보인다. 공자의 제자라고 해서 하나 같이 가르침 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선생으로서 공..

삶의나침반 2019.01.07

논어[323]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줏빛이 붉은 빛을 흐리게 하는 것이 싫다. 정나라 음란한 음악이 참된 음악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 싫다. 말재주로 나라를 뒤엎는 것이 싫다."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 - 陽貨 16 공자는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불의를 만나면 화를 낸다. 호오(好惡)를 구분 못하고, 화를 내야 할 때와 안 내야 할 때를 분간 못하는 건 소인(小人)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지금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사람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사이비가 얼마나 횡행하는가. 그 바탕에는 사이비의 활약을 부추기는 대중의 무지가 있다. 많이 안다고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삶의나침반 2018.12.30

논어[322]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날 백성들에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었는데, 시방은 그것마저 없어진 것 같다. 옛날 이상주의자는 멋대로 했는데, 요즈음 이상주의자는 갈팡질팡한다. 옛날 고집통이는 못난 짓을 했는데, 요즈음 고집통이는 억지만 쓴다. 옛날 어리석은 패는 고지식했는데, 요즈음 어리석은 패는 속셈만을 따진다."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戾 古之憂也直 今之憂也詐而已矣 - 陽貨 15 골칫덩이[狂, 矜, 憂]도 진화하는가. 옛날 '미친 자[狂]'는 제멋대로긴 하지만 중심은 있었는데, 요즈음은 줏대가 없다. 옛날 '고집통이[矜]'는 모나긴 했어도 바른 대로 따랐으나, 요즈음은 억지만 쓴다. 옛날 '어리석은 자[憂]'는 곧기라도 했으나, 요즈음은 속셈이 따로 있다. 한..

삶의나침반 2018.12.24

논어[321]

선생님 말씀하시다. "비루한 인간과 함께 군왕을 섬길 수 있을까! 지위를 못 얻으면 몹시 서둘고, 얻은 후에는 놓칠까 걱정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못하는 짓이 없지." 子曰 鄙夫可與事君也與哉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 - 陽貨 14 이런 '비루한 인간[鄙夫]'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게 공자 시대뿐이겠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이다. 인간의 성정상 이런 인간은 늘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교활해진 게 아닐까. 덕치(德治)를 좀먹는 이런 인간을 공자는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삶의나침반 2018.12.19

논어[320]

선생님 말씀하시다. "길가에서 들은 말을 길가에서 지껄이는 것은 제 인격을 짓밟는 짓이다." 子曰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 陽貨 13 요사이 말로 바꾸면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마구 퍼 나르는 짓에 해당하겠다. 단톡방에는 시도 때도 없이 그런 글과 사진이 올라온다. 시사와 건강에 관한 내용이 많고, 미담이나 교훈적인 얘기, 유머도 있다. 대부분 다른 데서 베껴 옮긴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사 내용은 편견이 엄청 심하다. 특히 고향이 경상도인 동창들 단톡방은 문재인 대통령 욕하는 것밖에 없다. 짜증이 나서 탈퇴하고 싶어도 인간관계를 쉬이 끊을 수 없어 참고 있다. 그래서 떴다 하면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다. 되지 않는 소리라도 제발 제 목소리로 말했으면 좋겠다. 남의 주장 뒤에 숨는 것은 ..

삶의나침반 2018.12.14

논어[319]

선생님 말씀하시다. "근엄한 체하는 사람은 곧은 인격을 좀먹는 무리들이다." 子曰 鄕原德之賊也 - 陽貨 12 "향원은 덕을 훔치는 도적이다." 직역하는 게 더 분명하게 이해된다. 공자가 제일 싫어한 무리가 향원이다. 마치 예수가 바리새인을 비난하는 것과 비슷하다. 향원(鄕原)은 겉과 속이 다른 사이비 지식인이다. 표리부동의 위선자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군자인 체하지만 속으로는 제 잇속만 차린다. 악인은 차라리 경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향원은 타인의 존경을 유도하고 무장해제시키면서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향원이 많아지고 득세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 꼭 그런 놈들이 권력을 잡으려 하니 문제다.

삶의나침반 2018.12.09

논어[318]

선생님 말씀하시다. "볼품만은 위풍을 갖추면서 속으로는 꿍꿍이 셈을 꾸미는 것을 못된 인간에게 비긴다면 아마도 담 구멍을 뚫는 좀도둑이라고나 할까!" 子曰 色려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유之盜也與 - 陽貨 11 언뜻 떠오르는 게 정치인들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 꿍꿍이 셈은 전혀 딴판이다. 돈과 권력을 탐하는 속내를 숨기려면 교언영색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정치인이 득세하는 것은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좀도둑에게 살림을 맡기니 나라 꼬락서니가 어떻게 되겠는가.

삶의나침반 2018.12.01

논어[3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법이니 예법이니 하지만 구슬이나 비단인 줄 아느냐? 음악이니 음악이니 하지만 종이나 북인 줄 아느냐?" 子曰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樂云樂云 鐘鼓云乎哉 - 陽貨 10 예법에는 구슬이나 비단이 필요하고, 음악에는 종이나 북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구슬과 비단을 가지고 싸우고, 어떤 종과 북을 쓸지를 놓고 다툰다. 내용은 사라지고 껍데기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바라보는 격이다. 조선 시대의 예송논쟁이 대표적이다. 결국은 반대 정파를 숙청하는 논리로 써먹기도 한다. 무엇이든 고유 정신을 잃으면 위기가 찾아온다. 썩은 웅덩이에 물꼬를 트는 것이 혁명이고 개혁이다. 인간 정신의 역사도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닐까.

삶의나침반 2018.11.25

논어[316]

선생님이 백어에게 말씀하시다. "'주남'과 '소남'의 시를 공부했느냐? 사람이 '주남'과 '소남'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에다 낯을 맞대고 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 陽貨 9 '주남'과 '소남'은 의 한 부분이다. 아들에게 하는 말을 통해 시 공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시 공부의 실용적인 이득을 말했다면, 여기서는 부정적인 측면을 밝힌다. 시 공부를 안 하면 담장에다 낯을 대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자기 눈이 생기지 않는다. 앞에서 '詩可以觀'이라 한 부분과 연결된다. 지식으로 아는 것은 남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시나 예술을 포함한 인문적 소양만이 자기 눈을 뜨게 한다.

삶의나침반 2018.11.18

논어[315]

선생님 말씀하시다. "애들은 왜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정서를 일깨워 주고, 뜻을 살펴볼 수 있고, 벗들을 모이게 할 수 있고, 하소연할 수도 있고, 가까이는 아비를 섬기고, 멀리는 군왕을 섬기며, 새나 짐승이나 풀이나 나무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는데...."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 陽貨 8 시를 배울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열거하고 있다. 시 공부를 제자들이 소홀했던가 보다. 당장 쓸모 있는 분야가 아닌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자는 군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서 시적 감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도 옛 시를 인용하는 중국 정치인을 자주 보는데 기저에는 이런 전통이 깔려 있지 않나 싶다. 맹자가 지도자의 덕목으로 내세우는..

삶의나침반 2018.11.08

논어[314]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너는 여섯 마디 말에 여섯 가지 폐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앉아라. 내가 일러주마. 사람 구실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은 데 있다. 지혜만 내세우지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멋대로 하는 데 있다. 미더운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잔인하게 되는 데 있다. 곧은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꼬이는 데 있다. 용감한 것만 내세우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지럽게 되는 데 있다. 꿋꿋한 것만 내세우면서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마구 덤비는 데 있다."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 對曰 未也 居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

삶의나침반 2018.11.04

논어[313]

필힐이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 하였다. 자로가 말했다. "언젠가 제가 선생님께서 '자신이 저질러서, 좋잖은 짓을 한 자의 틈에 참된 인간은 끼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필힐이 중모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도 선생님은 가시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그렇게 말한 일이 있다.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갈아도 닳지 않으니.... '희다'고 말하지 않는가!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는 물건인가?" 佛힐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 由也 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힐 以中牟畔 子之往也 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堅乎 磨而不린不曰白乎 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 陽貨 6 앞에 ..

삶의나침반 2018.10.25

논어[312]

자장이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상에서 다섯 가지 일만 잘하면 사람 구실이 되지." 자세한 것을 물은즉 '공손하고, 너그럽고, 미덥고, 민첩하고, 인정이 있어야 한다. 공손하면 업신여기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이 따르고, 미더우면 일거리를 맡기고, 민첩하면 공을 세우고, 인정이 있으면 사람을 잘 부릴 수가 있다." 子張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 爲仁矣 請問之 曰 恭 寬 信 敏 惠 恭則不侮 寬則得衆 信則人任焉 敏則有功 惠則足以使人 - 陽貨 5 뒤에 나올 요왈(堯曰) 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인(仁)의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직함[信], 부지런함[敏], 베품[惠]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이는 정치만이 아니라 완성된 인간의 ..

삶의나침반 2018.10.20

논어[311]

공산불요가 비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킨 후 선생님을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했다. 자로가 언짢게 여겨 말하기를 "그만 두셔야지요. 하필 공산 씨에게로 가실 게야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공연한 일일까! 만일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한 번 동쪽 주나라처럼 만들어 볼까!" 公山弗擾 以費畔 召 子欲往 子路 不悅 曰 末之也已 何必公山氏之之也 子曰 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 陽貨 4 자로의 반응으로 봐서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는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공산과 손을 잡고 싶어 했다. 공자는 그만큼 절박했는지 모른다.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주나라가 동쪽에 있던 시절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공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삶의나침반 2018.10.13

논어[310]

선생님이 무성 지방에 가서 풍류 소리를 들으셨다. 선생님은 방긋이 웃으면서 "닭 잡는 데 소 칼을 내두르다니!" 자유가 대답하기를 "전에 제가 선생님께 듣자옵기를 '참된 인물이 도리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고, 하찮은 사람이 도리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얘들아! 언의 말이 옳다. 앞서는 거저 농담으로 한 말이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曰 割鷄焉用牛刀 子游 對曰 昔者偃也 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者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 陽貨 3 상황을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공자 제자인 자유가 무성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스승이 방문했다. 제자가 잘 다스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칭찬해주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무성의 풍류 소리를 듣고는..

삶의나침반 2018.10.07

논어[309]

선생님 말씀하시다. "인간성은 비슷비슷하고 습관은 서로가 딴판이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뚫어지게 아는 이와 깜깜한 먹보와는 서로 어쩔 수 없다."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子曰 唯上知與下憂 不移 - 陽貨 2 30년 넘게 교단에 서면서 수많은 아이를 만났다. 인간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누차 확인하는 시기였다. 공자가 말하는 습(習)의 차이일 것이다. 한편 성(性)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렴풋이 감지할 뿐이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보는 것도 공통된 인간성의 한 단면이리라. 인간은 배움을 통해 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공자도 보았음이 틀림없다. 넓은 습의 스펙트럼에서 어찌할 수 없는 양극단도 존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상지(上知)가 있는가 하면, ..

삶의나침반 2018.09.30

논어[308]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하였으나 공자는 만나주지 않았다. 공자께 돼지를 보내왔다. 공자는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를 하려고 나섰다. 도중에 그를 만난즉, 공자더러 말하기를 "오십니까! 나하고 이야기 좀 해 보십시다." 하고는 "보물을 간직하고서도 나라의 혼란을 그대로 두는 것이 사람다운 일일까요?" "옳지 않지요." "일하기를 좋아하면서도 때를 놓치는 것이 슬기로운 일인가요?" "옳지 않지요." "날과 달은 덧없으니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공자 말씀하시다. "옳습니다. 나도 쉬 벼슬살아 보겠습니다."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 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 而기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

삶의나침반 2018.09.22

논어[307]

제후의 처를 제후가 부를 때는 "부인"이라 하고, 부인이 자기를 말할 때는 "소동"이라 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를 적에는 또한 "군부인"이라 하고, 딴 나라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과소군"이라 하고, 딴 나라 사람들이 부를 때도 또한 "군부인"이라 한다. 邦君之妻 君稱之曰 夫人 夫人自稱曰 小童 邦人稱之曰 君夫人 稱諸異邦曰 寡小君 異邦人稱之亦曰 君夫人 - 季氏 11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호칭이 다양하다. 정확한 호칭이 필요했으니 공자가 이렇게 정리했을 것이다. 지금은 '영부인(令夫人)'으로 통일된 듯하다. 상대 자녀의 존칭으로는 '영식(令息)' '영애(令愛)'라고 하니, '영(令)'을 붙이면 존대의 의미를 띈다. '영부인'은 대통령 경우만이 아니라 윗사람의 부인을 표현하는 일반 호칭이다. 또한 '각하..

삶의나침반 2018.09.13

논어[306]

진항이 백어더러 묻기를 "그대는 아마도 딴 이야기라고 들었겠지?"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언젠가 혼자 서서 계실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시를 배웠느냐?' 대답하기를 '못 배웠습니다.' '시를 못 배웠다면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돌아와 시를 배웠습니다. 어느 날 또 혼자 서서 계신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예법을 배웠느냐?' '못 배웠습니다.' 대답했더니 '예법을 배우지 않으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하시기에 나는 돌아와 예법을 배웠습니다. 들은 것은 이 두 가지입니다." 진항이 물러나 온 후에 기뻐서 말하기를 " 하나를 묻고 세 가지를 배웠으니, 시에 관하여 듣고, 예법에 관하여 듣고, 또 참된 인물은 자기 아들과의 사이도 다붓하지 않다는 사실을 듣게..

삶의나침반 2018.09.05

논어[305]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은 일을 만나면 쫓듯이 덤비고, 좋잖은 일을 당하면 끓는 물에서 손을 빼듯하는 그런 사람을 나는 보았고, 그런 말을 나는 들었다. 숨어 지내면서도 높은 뜻을 간직하고, 옳은 일을 행하면 넓은 길을 터준다는 그런 말을 나는 들었으나, 그런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제나라 경공은 말이 사천필이나 되었건만 죽는 날에 백성들이 칭찬할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백이 숙제는 수양산 기슭에서 굶어 죽었지만 백성들이 지금도 그의 인격을 칭송하니 그것은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 孔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吾見其人矣 吾聞其語矣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吾聞其語矣 未見其人也 齊景公有馬千駟 死之日 民無德而稱焉 伯夷 叔齊 餓于首陽之下 民到于今稱之 其斯之謂與 - 季氏 9 제나라 경공과 백이 숙제를..

삶의나침반 2018.08.31

논어[304]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아홉 가지 경우를 생각한다. 보는 데는 밝을 것을, 듣는 데는 맑을 것을, 안색은 부드러울 것을, 태도는 공손할 것을, 말은 진심으로 할 것을, 일은 꾸준할 것을, 의심날 때는 물을 것을, 분통 터질 때는 뒷처리할 것을, 이익 볼 일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 孔子曰 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 季氏 8 군자되기도 참 어렵다. 모든 행동거지가 완벽해야 하니 말이다. 차라리 소인으로 살아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마지막의 '옳은 일을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見得思義]'는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로 남아 있다. 유묵에는 '見利思義見危授命'으로 되어 있다. '이익 볼 일이 생기면 의로운지 생각하고, 나..

삶의나침반 2018.08.26

논어[303]

선생님 말씀하시다. "낳자마자 아는 사람은 위가 되고,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요, 막혔다가 배운 사람은 또 그 다음인데, 막혔어도 배우지 않는 부류들은 꼴찌감이다."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 下矣 - 季氏 7 여기서 '안다'는 말은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에 대한 앎과 실천일 것이다. 그래야 '생이지지(生而知之)'가 가능하다. 산골의 일자무식 농부도 사람의 도리 측면에서는 위가 될 수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 뒤에 속한다. 배워서 알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막혔어도 막힌 줄을 모르는 인간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세상이 혼미하다.

삶의나침반 2018.08.20

논어[302]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큰 어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하찮은 사람은 천명을 모르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큰 어른께 함부로 굴고,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 不知天命 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 季氏 6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역사는 천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 의해 변화되고 진보해 왔다. 여기 나오는 천명, 큰 어른, 성인의 말씀은 권위를 지탱하는 힘이다. 신분이나 지위에 의한 예속 관계를 심화, 고착시킨다. 판을 뒤엎는 새 물결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동에서 생긴다.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든 운동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상이나 신념도 마찬가지다. 부처를..

삶의나침반 2018.08.15

논어[301]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세 가지 일을 조심한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아직 알차지 않은 때라 계집을 조심하고, 장년이 되면 혈기가 꿋꿋하므로 주먹다짐을 조심하고, 늙어지면 혈기가 시들기 때문에 탐욕을 조심해야 한다."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 季氏 5 인간의 성정을 혈기(血氣)로 설명하는 게 재미있다. 동양 의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노년이 되어 혈기가 시들면 그걸 보충하기 위해 탐욕스럽게 된다는 것이다. 설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노인의 탐욕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다. 그치고 놓아야 할 때 더 움켜쥐고 악착스럽게 되면 노추(老醜)다. 재물이나 명예욕만이 아니다. 노인의 옹고집은 사고의 탐욕이다. 생기가 끊어진 나뭇가지..

삶의나침반 2018.08.10

논어[3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윗사람을 모실 때 세 가지 잘못이 있으니, 말을 안 해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조급한 짓이요, 말을 해야 할 경우에 말하지 않는 것은 감추는 짓이요, 얼굴빛도 보지 않고 중얼거리는 것은 눈 먼 짓이다." 孔子曰 侍於君子 有三愆 言未及之而言 謂之躁 言及之而不言 謂之隱 未見顔色而言 謂之고 - 季氏 4 윗사람 모실 때의 말가짐에 대한 가르침이다. 말을 해야 할 때 입 다물지 말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나서지 말고, 상대의 얼굴빛을 살피지 않고 중얼거리지 말라는 세 가지 금기사항이다. 꼭 윗사람만이겠는가. 아랫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말에는 상대가 있으니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말가짐은 결국 마음가짐과 연결되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8.03

논어[2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익한 즐거움도 셋이요, 손해 보는 즐거움도 세 가지다. 예법과 음악을 알맞게 좋아하고, 남의 좋은 점을 들추기를 좋아하고, 잘난 벗이 많은 것을 좋아하면 유익하다. 풍성풍성 놀기를 좋아하고, 흐늘흐늘 놀기를 좋아하고, 먹자판 놀기를 좋아하면 손해 본다." 孔子曰 益者三樂 損者三樂 樂節禮樂 樂道人之善 樂多賢友益矣 樂驕樂 樂佚遊 樂宴樂損矣 - 季氏 3 공자의 '세 가지' 시리즈가 계속된다. 인생에서 누리는 즐거움에도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이 있다. 그중에 해로운 즐거움 세 가지는 교락(驕樂), 일유(佚遊), 연락(宴樂)이다. 안하무인격으로 노는 것, 빈둥거리며 노는 것, 먹고 마시는 일에 빠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즐겁게 살아야 하지만 어떤 즐거움이냐가 중요하다. 피해야 할 즐..

삶의나침반 201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