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84

계산동 은행나무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부평초등학교는 옛 부평도호부 자리에 있다. 정조가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던 흔적으로 욕은지(浴恩池)와 어사대(御射臺)가 남아 있다. 부평초등학교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 학교인데 운동장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나무들은 태종 18년(1418)에 부평도호부 청사를 지었을 때 풍치목으로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의 나이는 대략 600년 쯤 되었을 것이다. 겨울에 봐서인지 나무는 많이 상해 보였다. 나이는 비슷하지만 교문에서 멀리 있는 은행나무가 줄기도 굵고 키도 컸다. 이 나무는 새총처럼 줄기에서 두 가지가 갈라져 나왔는데 줄기의 많은 부분이 보형재로 채워져 있었다. 키는 약 25 m, 줄기 둘레는 6 m 정도 된다. 나무의 위치..

천년의나무 2009.12.19

열애 / 이수익

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外道)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열애 / 이수익 암수가 딴그루인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시인들이 유독 은행나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시인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두었다가 편지를 쓸 때면 함께 보내곤 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2009.10.31

서산향교 은행나무

지난 여름에 서산향교의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위치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 가는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러저리 좁은 길을 따라간 끝에 추레한 향교가 있었다. 서산향교는 조선 태종 6년(1406)에 세워졌다가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향교의 명륜당 앞 마당에 이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유주가 특징이다. 크고작은 유주가 스무개가 넘는다. 큰 것은 길이가 어린 아이 키만큼이나 되는데 고드름처럼 생겼다. 이 은행나무에만 왜 이렇게 많은 유주가 발달해 있는지 궁금하다. 나무의 수령은 500 년 정도 되었고,높이는 33 m에 이른다. 이 향교에 갈 때는 사나운 개를 조심해야 한다. 향교 안에는 살림을 하는 집이 있는데 입구에서 키우는 개가 무척 사납다. 주인이 나와서 진정을 시킨 다음..

천년의나무 2009.09.30

흥주사 은행나무

충남 태안군 백화산에 있는 흥주사에는 이런 전설이 전한다. 옛날에 먼 길을 가던 노승이 백화산 기슭에서 잠시 쉬던 중 산신령이 나타나 노승이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가리키며 이곳은 부처님이 계실 자리니 지팡이로 표시를 해 두라는 말을 듣고 깨어보니 꿈이었다. 기이한 일이라 생각한 노승은 산신령이 가리킨 곳에 지팡이를 꽂아두고 불철주야 기도를 하니 신비하게 지팡이에서 은행나무 잎이 피기 시작했다. 노승 앞에 다시 나타난 산신령은 자식이 없는 자가 기도를 하면 자식을 얻고, 태어난 자식들이 부귀하게 되어 부처님을 모실 것이라며 사라졌다. 몇십 년 후 불사가 이루어져 절이 세워졌고, 부처님의 손길이 자손만대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승은 흥주사(興住寺)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흥주사 은행나무는 그러므로 흥주사..

천년의나무 2009.08.20

면천 은행나무

당진군 면천면 면천초등학교 구내에 천 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면소재지인 이곳 성상리는 옛 성벽이 남아 있고 관아 터도 있어 한눈에 오래된 고을임을 알 수 있다. 면천초등학교 역시 개교 백년이 넘은 학교다. 그래서 은행나무 고목은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이 은행나무에는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卜智謙)과 관련된 얘기가 전한다. 복지겸은 왕건을 도와 고려를 개국한 일등공신으로 면천 복씨의 시조이기도 하다. 은행나무가 있는 면천초등학교 자리는 원래 복지겸의 집터였다고 한다. 어느 날 복지겸이 병을 얻어 누워 있었는데 딸 영랑이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백일기도를 드렸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두견주를 빚어 아버지께 드리고,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알려 주어서 ..

천년의나무 2009.08.12

한산리 은행나무

겨울에 사람은 옷을 더 껴입지만 나무는 잎을 떨구고 맨 몸으로 추운 계절을 견딘다. 그래서 오래된 겨울나무의 실루엣에서는 홀로 참선하는 늙은 수도자의 모습이 연상된다.거기에는 모든 것을 다 버린 소박하면서도 엄격한 아름다움이 있다. 겨울나무의 나신(裸身)은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는 생존의 한 방식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겨울나무에서 하늘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손한 모습을 본다. 때가 되면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함을, 그래야 새로운 계절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음을 나무는 가르쳐 준다. 경기도 양주시 남면 한산리에는 두 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사진은 그 중 하나인데 키는 27 m이고 나이는 600 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보호수를 알리는 안내판은땅에서 뒹굴고, 마을 사람들도 나무에 별 관심이 없어..

천년의나무 2009.03.24

행촌동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행촌동 주택가 골목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행촌동(杏村洞)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예전에는 은행나무들이 자라던 한양 성곽에 인접한 마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모습에서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나무는 수령이 약 420 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3 m, 줄기 둘레는 6,8 m이다. 길이가 긴 키다리로 보이는 것은 옆으로 난 가지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나무 바로 옆에까지 주택이 들어서는 바람에 나무는 옆으로 자랄 여유가 없다. 보는 사람도 답답한데 나무는 오죽 하겠는가 싶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나무를 위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무가 있는 곳은 행주대첩의 영웅인 권율(權慄) 장군의 집터였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08.12.12

옥대리 은행나무

영주에서 소백산 고치령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산면 옥대리를 지나야 한다. 길가를 따라 오래된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은행나무는 옥대 3리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 있다. 수령은 약 700 년이 되었다. 나무는 노쇄하여 줄기는 많은 부분이 보형물로 채워져서 지탱되고 있다. 위쪽의 원줄기도 죽었는데 새로난 가지에서잎이돋아나고 있다. 그래서 나무도 나이에 비해서는 아담하고 단촐해 보인다. 아마 인공적인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무는 진즉 쓰러졌을지 모른다. 은행나무는 약 1억 5천만 년 전인 쥬라기 때에 가장 번성했다. 그리고 중생대가 끝나면서 쇠퇴했는데 공룡과 거의 운명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천 년 전에는 중국에만 겨우 몇 그루가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지금은 전세계로 퍼져나..

천년의나무 2008.11.14

금성단 은행나무

충절의 고장인 순흥 금성단 옆에신목(神木)이라 불리는은행나무가 있다. 1457 년, 순흥에 위리안치되어 있던 금성대군을 중심으로 한 단종복위운동이 발각되고 순흥 고을은 역모지라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되는 피바다가 된다. 이 사건으로 순흥부는 폐지되고 풍기군에 병합되어 버렸는데, 그때도 고목이었을 이 은행나무 또한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그뒤200여 년이 지나 순흥도호부가 회복되고 사육신이 신원되자 다시 살아났다고 하는신기한 나무다. 키가 30 m에 이르는 이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힘차게 위로 솟아있다. 나이는 1100 살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삼척의 늑구리 은행나무와 서로 부부관계라는 것이다. 두 나무가 떨어진 거리는 직선으로도 60 km가 되어 생물학적으로 수분이 될 가능성은 적어..

천년의나무 2008.11.10

늑구리 은행나무

삼척시 도계에 늑구리라는 산촌마을이 있다. 늪이 9 개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지금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늪을 볼 수 있다. 늑구리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이 마을을 지나쳐서 찾아갔다. 나무만 보자면 고사리역에서 올라가는 게 쉽지만 산촌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사가 있었지만 밭은 넓었고 앞쪽으로 육백산이 은행나무는 마을 아래쪽 산비탈에 우뚝 서 있었다. 대개 은행나무는 마을이나 인가 가까이에 있는데 이 은행나무는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수령이 1500 년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인 셈이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는 강원도 지정물로 되어 있을 뿐 천연기념물에 들어가 있지 않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무의 크기는 높이 20..

천년의나무 2008.11.10

읍내리 은행나무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청안초등학교 운동장에 천년 은행나무가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고려 성종(981-997) 때 이 고을의 성주가 '청당(淸塘)'이라는 연못을 파고 둘레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나무가 이 은행나무라고 한다. 연못 자리가 지금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변했고, 나무는 운동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이 나무 속에는 귀 달린 뱀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어 아무도 이 나무를 해할 수 없었다고한다.그런 덕분에 천년의 세월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나무의 높이는 17 m, 줄기 둘레는 7.1 m이다. 나무는 연륜에 비해서는 그렇게 우람하지는 않지만,줄기는 천년 세월을 말해주듯 굵고 우락부락하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 학교는 수업중이라 조용했고 땅에는 노란 은행알이많이..

천년의나무 2008.10.17

낙안읍성 은행나무

낙안읍성에는 마을의 연륜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을 중앙에 있는 이 은행나무다. 낙안읍성은 전체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샘도 깊이 파지 않았다. 구멍이 뚫리면 배가 침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는 배의 돛대에 해당되는 중요한 나무다. 높이 28 m, 줄기 둘레 약 10 m, 수령이 1천 년 가까이 되는 이 나무는 낙안읍성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성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다. 모양은 옆으로 퍼지기보다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다. 오래 되었으면서도 나무 줄기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도 왕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천년의나무 2008.02.23

광주향교 은행나무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에 광주향교가 있다. 조선 시대에 국가에서 설립한 지방 교육 기관인 향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교육을 담당했고 선현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광주향교가 세워진 시기는 잘 알 수 없으나 숙종 29년(1703)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광주향교 둘레에는수령이 500년 내외가 되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향교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향교와 은행나무는 고사가 전해주듯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옆에 있던 친구는 이런 오래된 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의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목둘레에 서면 왠지 숙연해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천년의나무 2007.12.31

두곡리 은행나무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기념물 75호로 지정되어 있다. 크기는 높이가 15 m, 둘레가 8.3 m에 이르며, 나이는 약 450년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두곡리 마을이 1500년 경에 형성되었다고 하니 마을 역사와 함께 한 소중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을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고 죽고 하는 변화를 나무는 묵묵히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무를 아낄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 6.25 전쟁 때는 이 마을만 피해가 없었는데, 그것은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한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은 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잎을 모두 떨군 은행나무는 왠지 쓸쓸하고 힘들어 보..

천년의나무 2007.12.27

수종사 은행나무

경기도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는 특이하게 창건 설화에 세조가 등장한다. 1459년, 세조가 금강산을 구경하고 환궁하는 도중 양수리에서 일박하게 되었는데, 밤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알아보니소리 나는 곳에 고찰의 흔적이 있었고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공명되어 종소리로 들린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 절을 창건하고 이름을 수종사(水鐘寺)로 했다고 한다. 수종사 은행나무는 세조가 절을 창건한 것을 기념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의 나이도 5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만한 세월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둘레가 7m에 이르는 큰 나무이다.평지가 아닌 산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더욱 웅장해 보인다. 이 은행나무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일 것이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

천년의나무 2007.11.10

보문사 은행나무

석모도 보문사에는 강화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은행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이 나무의 관리자는 삼산면장이고, 수령은 400년으로 적혀 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이기 때문에 별로 색다른 느낌은 없지만 연륜에 비해서 나무가 왠지 초라하게 보인다. 초록색 은행잎으로 덮여있어야 할 나무가 잎도 부족하고 왠지 내복만 입고 있는사람처럼 썰렁하고 민망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언제 했는지는 모르지만 가지치기가 너무 심하게 되어 있다. 한여름인데 잎도 잘 나지 못하는 걸 보면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닌가 싶다. 왜 보호수로 지정되기까지 한 나무를 이렇게 흉하게 만들었을까? 내 추측으로는 아마 이 나무가 뒤쪽의 절 건물을 가리기 때문에그랬지 않았나 싶다. 사실이 그렇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천년의나무 2007.08.20

관청리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는 강화도 관청리 고려궁지 옆에 있다. 고려궁지는 고려가 대몽항쟁을 위해 1232년에 수도를 개성에서 이곳으로 옮겼을 때 건설되었다. 그 뒤 1270년에 몽고와 화의가 성립되어 개성으로 환도한 뒤 이 터에는 조선시대에 행궁이나 강화유수부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는 조선시대 주요 관청들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관청리인 것 같다. 추측컨대 이 은행나무도 어느 관청 건물 마당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가까이는 프랑스에 의해서 기타 여러 차례 병화를 겪으며 관청이 있던 곳은 불에 타고 축소되어 지금은 마을이 들어선 것 같다. 고려궁지 앞 쪽에서는 그런 옛 터의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이 은행나무는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안내문에 의하면 나무의 나이는 약 70..

천년의나무 2007.01.28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산 은행나무는 1100살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높이가 40m나 되는 키다리 은행나무인데 천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 나무에도 역시 유명인이 등장하는 전설이 만들어져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935년 경순왕은 군신회의를 소집해 고려에 항복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마의태자는 천년사직을 하루 아침에 버리는 것에 반대했으나 결국 신라가 고려에 병합되자 금강산에 들어가 베옷[麻衣]을 입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여생을 마쳤다. 다른 하나는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義相大士)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이 은행나..

천년의나무 2007.01.24

방학동 은행나무

세상 사는 일이 허전하고 쓸쓸할 때면 큰 나무를 만나고 싶어진다. 어느 늦가을 날 지하철을 타고 창동역에서 내려 마을버스(1161번이던가?)로 갈아타고 방학동으로 은행나무를 찾아간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800여 년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라고 한다. 전날 비바람이 세차게 친 탓인지 은행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나무는 맨몸으로 차갑게 서 있다. 잎을 다 떨구고 드러난 거목의 나신이 왠지 마주보기가 부끄럽다. 잎을 달고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줄기와 가지에 드러나 있어 더욱 그렇다. 마치 주름지고 탄력 잃은 할머니의 속살을 보는 것처럼 안타깝기도 하다. 예전에는 산 속에 있었겠지만 지금은 도시가 팽창하여 인간의 집들이 이 나무를 포위해 버렸다. 오직 한 면만 산자락에 접..

천년의나무 2006.11.20

경복궁 은행나무

경복궁 서쪽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한적한 곳에 시골 마을의 정자나무 역할을 하는 이 은행나무가 있다. 별로 크지도 않고 눈에 띄는 특징도 없으나 아담한 것이 도리어 더 친근감이 드는 나무이다. 특히 나무 밑에는 줄기를 중심으로 둥글게 벤치가 마련돼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는 아주 좋다. 나도 자주 이 앞을 지나가면서한가할 때는 가끔씩 나무 아래에 앉았다 가곤 한다. 지금 뒤쪽은 경복궁 복원 공사로 어수선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어선지 조용한 편이다. 가을이 되면서 이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고, 노란 은행잎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에 발길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는 나무와 사람들의 어울림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

천년의나무 2005.11.12

명륜당 은행나무

명륜당(明倫堂) 앞마당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조선 중중 14년(1519)에 대사성을 지낸 윤탁(尹倬)이 심었다고 한다. 이 말이 맞다면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두 그루가 있는데 동쪽에 있는 나무가 더 크다. 그런데 이 나무는 전쟁 중에 피해를 입어 가지가 일곱으로 갈아졌는데도 각각이 모두 굵게 잘 자랐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59 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예로부터 은행나무는향교나 문묘 등에 널리 심어 온 나무로 우리나라 보호수 가운데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유교와 관련된 기관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는 공자가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 '행단(杏壇)'이라고불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행단은 일종의 야외학습장인 셈인데, 나무를 뜻하는 '행(杏)'을 은행나무로..

천년의나무 2005.11.07

반계리 은행나무(2)

반계리 은행나무는 터에 가까이 있어서 앞으로 지나다니며 멀리서나마 자주 보게 된다. 가끔 마을로 들어가 가까이서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나무가 주는 인상이 무척 부드럽고 단아하다는 것이다. 마치 외딴 산골에 살고 있는 고운 처자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나무 밑동을 보면 800년으로 추정되는 나이가 허튼 세월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800년 전이면 조선 왕조가 생겨나기도 훨씬 전이니긴세월의 연륜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이에 비해서는 지금도 무척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편이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예전에 이곳에 많이 살던 성주 이씨 가문에서 심었다고도 하고, 어떤 도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

천년의나무 2005.11.01

전등사 은행나무

요사이는 어디를 가든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나무나 풀들이다. 절에 가면 늘 노거수(老巨樹)를 찾게 된다. 경내에 연륜이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절집의 고풍스런 분위기는 한결 더해진다. 그리고 보통은 나무에 얽힌 전설 하나쯤은 들을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오래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각각 500년과 600년으로 되어 있다. 삶에 지쳤는지 많이 쇠약해 보이는 이 은행나무에는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 후기 어느 때였다고 한다. 관청에서는 매년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는데 그 양이 늘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해는 그 양을 갑자기 두 배로 늘려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이에 스님이 은행이 열리지 않으면 공출도 없을 것이라..

천년의나무 2005.07.06

반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는 반계리의 은행나무이다(천연기념물 167호). 마침 터에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 본 날, 가을 아침 햇살 아래서 노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멋진 자태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원주에서 여주 방면으로 옛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다. 행정지명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이다.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35m, 줄기둘레 17m,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만도 38m에 달한다. 안내문에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속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은행나무과에서 오직 일 속, 일 종만 있으며, 저희들끼리도 숲을 이루지 못하는 독립수..

천년의나무 200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