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50

산디과 2반

오랜만에 학교에 나왔는데 책상 위에 코팅 된 롤링페이퍼가 놓여 있다. 산디과 2반 아이들이 만든 것이다. 방학 전에 일주일 동안 병가를 내고 쉬었는데 아이들이 위로해 준다고 만든 모양이다. 그동안 남자 고등학교에만 있었기 때문에 여고생을 가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녀공학이지만 한 반에 여학생이 2/3 정도 되기 때문에 교실은 여고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가르치는 게 훨씬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다. 특히 산업디자인과는 전공의 특성 탓인지 예쁜 아이들이 많다. 이 학교는 중학교에서 내신 60% 이내의 아이들이 들어온다. 반당 인원도 25명이다. 그래서 요사이 문제가 되는 교실 붕괴 현상이 거의 없다.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아이들도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마지막 교직 생활을 아주 좋은 분위..

사진속일상 2011.01.03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나라

어느 상업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화려한 교문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요사이는 고등학교도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엄청 애쓰고 있다. 다른 학교와는 다른 뭔가 특이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이 학교는 글로벌 경영인을 내세우면서 이병철과 정주영 사진까지 내걸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대명사니 그들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데 시비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재벌이 되려 한다면 이 나라가 과연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인지 한번쯤은 물어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작은 지구가 견뎌나지도 못할 것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부자가 아니라 착한 보통 사람들이 많아져야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 같다. 요즈음은 대학 캠퍼스에도 재벌 냄새, 돈 냄새가 가득하다. 이제는 ..

사진속일상 2009.12.22

학교 / 조성순

제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이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오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육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칠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팔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교문 밖 울타리에 줄장미가 대낮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한 아이도 그 웃음소리 듣지 못한다. - 학교 / 조성순 조성순 시인은 우리 히말라야 팀의 일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함께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고, 또한 국내 산행에서도 자주 만난다. 시를 좋아하면 자연히 시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주 예전에는 시인이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지금은 시인 역시 별난 사람..

시읽는기쁨 2009.11.15

평교사로 살기

30여 년의 교직생활 중 한번도 교장이 되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출세나 야망이라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도 비록 허풍으로나마 대통령이나 장관이 되려는 꿈조차 꿔보지 못했다. 별다른 꿈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희망이래야 고작 선생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또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도 없었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범대학에 들어갔는데 아마 그뒤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교수 정도는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못해 결국 중고등학교의 평교사로 평생을 보내고 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이제 교장이 되지 않았느냐며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처음부터 그쪽으로는 뜻이 없었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

길위의단상 2009.03.21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얼마 전에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는 다큐 필름을 보았다. 거기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는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들 모습이 많이 나왔다. 등록금 때문에 밤 새워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휴학을 하거나 입대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제약의 성능 시험에 참여해서 하루에 열두 번씩이나 피를 뽑기도 했다. 그래도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니까좋다며 씁쓰레하게 웃는 표정에 마음이 아팠다. 예전부터 대학은 우골탑으로 불리며 자식을 대학에 보내자면 기둥 뿌리 하나는 빠져나가야 했다. 공부 시킬 돈을 장만하기 위한 학부모의 고통 역시 당사자인 학생에 못잖다. 지금은 대학 등록금이 년 1천만 원에 가까워졌다. 부유한 집은 걱정이 없을지 몰라..

참살이의꿈 2008.12.05

하늘공장 / 임성용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 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하늘공장의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시읽는기쁨 2008.08.15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교실에 들어가니 바닥 여기저기에 휴지가 흩어져 있다. 가까운 아이에게 휴지를 줍게 했더니 “내가 왜 주워야 해요?”하면서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버리지 않았으니 주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교사가 휴지를 주어도 아이들은 전혀 괘념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잠자는 아이를 깨우면 왜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을 낸다. 이런 모습들이 요사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교실은 이렇게 살벌하게 변해가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빚어낸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지만 이것은 결코 어느 누구만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작년 아이들이 다르고, 올해 아이들이 다르다. 좋은 면으로 변한다면야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길위의단상 2007.09.08

호기심을 잃어가는 아이들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니 수업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라 아이들의 마음은 마냥 흐트러져있어 평상시보다 아이들을 다잡는데 몇 배나 힘이 든다. 시험 점수의 압력이 없는 수업은 아이들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1학년 수업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우주대기행’이라는 DVD를 보여주고 있다. 이 DVD는 일본 NHK에서 제작한 것으로 내용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진지하게 바라보는 아이는 한 반에서 고작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요사이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온통 공부에 압박을 받으며 진을 다 쏟아서 그런지 성적이나 대학 진학과 관계되지 않은 것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읽기조차..

길위의단상 2007.07.12

선생님이 사과하세요

옆 사무실에 갔더니 동료 S가 굉장히 낙담해 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S의 수업시간 중에 한 아이가 너무 부산스러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자기는 잘못이 없다며 도리어 S에게 대들더라는 것이다. 복도에 나가 꿇어앉아 있으라고 해도 아이는 못 하겠다고 버텼다. 너무 화가 나 "이 새끼가" 하면서 나무랐더니 선생님이 욕을 했다면서 먼저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덤비더라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아이를 생활지도부에 넘기고 오는 길이라면서 언제부터 교실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느냐면서 한탄을 한다. 불행하게도 학교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라는 표현이 등장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 표현이 걱정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즐길려고 만든 것인지헷갈릴 정..

길위의단상 2007.07.09

허전한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이 마치 퇴화하고 남은 꼬리뼈 마냥 어정쩡하고 거추장스럽다. 희화화 되고 껍데기만 남은 이런 스승의 날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이 날은 도리어 교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날이다. 스승의 날이 처음 생긴 것은 1964년인데, 올해로 43회 째가 된다. 전에는 한국의 스승 존경 풍토를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반대 입장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는 앞으로 전진했다. 처음 교직에 나왔을 때인 7, 80년대의 스승의 날에는 전체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그래도 약간은 경건하게 의식을 치렀다. 앞에 도열하신 선생님들께 카네이션도 달아들이고, 학생 대표가 감사의 인사말도 하고, 스승의 노래도 불렀다. 스승의 노래를 들으며 앞에 서있기가 간지럽고 쑥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교실에서 학급별로 담임을..

사진속일상 2007.05.15

밑 빠진 독이기에 나는 물을 붓습니다 / 전병철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생각조차 아니 하는 아이들 앞에 새학년 금강 위로 봄바람 부는 교실에서 첫수업을 합니다 삼국통일 했다는 나라가 신라인지, 고구려인지, 백제인지 모르는 것은 커녕 관심조차 없는 농업학교 아이들 앞에 새학기 개나리 진달래꽃 환한 교실에서 역사수업을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시험과목의 이름을 쓰시오'라는 주관식 물음마저 공부 같은 거야 남의 일, 반 정도도 대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이 필요 없을지라도 역사를 가르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들 하지만 밑 빠진 독이기에 오히려 더 물을 부어야 한다는 오기 하나로 오늘도 나는 조는 아이들 잠시라도 깨우랴 물을 부어봅니다 생각하면 주눅..

시읽는기쁨 2007.04.26

36년 만에 모교에 가다

전근 가신 H 선생님을 만나러 모교에 들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6년 만의 일이다. 모교가 멀지 않은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 교정에 들어가보는데 그렇게 긴 세월이 걸렸다. 그만큼 내가 무심했던 탓일 것이다. 16살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 여기서 유학생활이 시작되었다. 키 작고 숫기 없는 아이가 생소한 환경에서 적응하는데 무척 고생을 했다는 것은 단편적으로 남아있는 옛 일기에서 읽을 수 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공부에 대한 부담 또한 컸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어려움을 용케도 잘 이겨내었다 싶다. 물론 그 뒤에는 부모님의 뒷받침과 외할머니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동기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 친하게 지낸 경우는 30여년 만에 만나는 데..

사진속일상 2007.03.29

[펌] 교사도 우울하다

25년 전 내가 첫 발령을 받을 때만 해도 동기 남학생들은 교직을 탐탁해 하지 않아 되도록 다른 데로 진출하려 했다. 그만큼 교직은 보수도 싸고 사회적 지위도 낮은 천직(賤職)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공격 앞에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위태로워지고 고용불안이 일반화되면서, 교직은 안정적이고 보수도 괜찮은 직업으로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더니 급기야 ‘철밥통’이라는 아주 조소어린 명예(?)까지 얻기에 이르렀다. 예전에 산업분류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교사를 서비스산업 종사자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참 당혹스러운 때가 있었다(지금은 정말 말 그대로 되고 말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말이 그렇듯이,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경제적 시각으로 표현하는 자본주의적 발상의 천박함을 ..

길위의단상 2007.03.22

졸업식 행위 예술

졸업식이 끝난 후 아이들이 연출한한 바탕 행위 예술로 길이 하얗게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밀가루 뿌리기는 졸업식 풍경으로 정착되었다. 워낙 자주 봐 와서인지 이젠거부감도 많이 줄어들었고, 재미있게 지켜보기도 하는 여유도 생겼다. 한 사회의 문화 형성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처음에는 낯 선 경험이 이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관습으로 정착된다.밀가루 뿌리기는 교복과 학교 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반항의 표현으로 처음 시작된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축제 비슷하게 즐기는 것 같다. 다행히도 요사이는 교복을 찢는다는가 하는 볼 품 사나운 광경은 사라졌다. 50대에게 지금 졸업식 풍경이 낯 설 듯 지금 아이들에게 옛날 졸업식 풍경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요사이도 졸업식장에서 간혹 눈물을 흘리는..

사진속일상 2007.02.10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게토(J. T. Gatto)가 쓴 ‘바보 만들기(Dumbing Us Down)'를 읽었다. 미국의 학교교육 제도와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프러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수입된 학교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우리도 현재 심각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교육의 근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 책의 내용이 어떤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특히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똑똑한 바보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토는 현재 대다수 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보 만들기 과정’에 불과하다고 선언한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인용해 보았다. 학교교육을 더 많이, 더 잘 받은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

읽고본느낌 2006.10.24

교실 풍경 / 신현수

(너무나 감격스러운 어조로, 약간 눈물도 글썽이며) 너희들이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 남쪽에서 아주 불행한 일이 있었단다 어떤 욕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칼로 죽였단다 그 후에도 그 일을 다른 곳에 알리고자 한 사람 그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계속 피를 흘리면서 죽어갔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이제 정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고 그날 이후의 희생된 넋들을 기리기 위해 오늘부터 기념일로 제정하기로 했단다, 얘들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선생님! 그럼 내년부터 5월 18일날 놀아요? - 교실 풍경 / 신현수 막막한 벽을 마주치는 곳이 어디 교실 뿐이겠는가? 요즈음 처럼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 계급의 이념이다'라는 칼 마르크스..

시읽는기쁨 2006.10.18

교문 풍경

학기초가 되면 고등학교 교문에는 연례행사처럼 이런 플랭카드가 걸린다. '서울대 및 의대 00명, 연세대 00명, 고려대 00명, 서강대 00명, 성균관대 00명, 한양대 00명,...... 기타 4년제 대 00명'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마 저기에 들어간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서열화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연장되면 서열화된 계급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뻔하다. 플랭카드에서 옛날과 달라진 점이라면 의대에 입학해도 서울대 통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작금의 의대에 몰리는 세태를 읽어볼 수 있다. 요즈음은 실업계 고등학교도 여기에 동참하는 것 같다. 이젠 실업계 고교 입학도 좀더 쉽게 대학에 가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는 것 같다. 자식의 대학 입학은 대한민국 온 가정의 중..

사진속일상 2006.03.14

별난 급훈들

지난 달이었던가, 서울대 총장이라는 분이 교육의 중요한 기능이 학생을 솎아내는 것이라고 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닐지 몰라도 자유경쟁을 내세우는 대표적 엘리트주의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마치 날 선 칼처럼 으스스하게 느껴졌었다. 교육이 솎아내는 기능이 있을지언정 그것은 부차적으로 언급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곧잘 교육을 농사에 비유하는데 농작물을 가꿔본 사람이라면 농사짓기란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을 북돋워주며 함께 키워가는 과정임을 안다. 도리어 연약한 쪽에 더 신경을 써서 물 한 모금이라도 더 주며 골고루 자라게 도와주는 것이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는 성적지상주의가 활개치는 무한경쟁의 터다. 소위 '좋은 학교'란 유명 대학에 학생을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이다...

길위의단상 2005.08.29

학교대사전

요즈음 인터넷에서 '학교대사전'이 인기라고 한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만들었다는데 지금의 입시 위주의 학교 현실을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일종의 현실 고발적인 사전이다. 그러나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것이 거기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 아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미소 짓게도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심한 표현이다 싶은 것도 있지만 이 사전을 만든 학생들의 재치와 현실 너머를 보는 통찰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튼 웃으면서 자신과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사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교육 문제를 지금의 틀 안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없이 이런 암담한 현..

읽고본느낌 2005.03.08

학교 폐쇄? 다 받아주어라!

세상이 어수선하다. 세상을 진단하는 사람들의 소리에는 날이 서있다. 모두들 나라를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텐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서로를 불신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 가톨릭계 원로라 할 수 있는 J 신부의 강연 내용이 실렸다. 노 정권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종교는 순교(殉敎)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 끝까지 반항할 것이다." "이 법의 개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하느님 앞에서 신자 자격이 없다." 정권을 비판하거나 특정 법의 개정에 대해서 찬성,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신자 자격 운..

길위의단상 200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