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전주 완산칠봉

샌. 2012. 2. 21. 11:58


2월 19일(일), 이번에는 전주천을 따라 완산칠봉에 갔다. 덕진동에서 40분 정도 걸으면 산 아래 완산공원에 닿는다.

 

완산칠봉(完山七峰)은 전주시 남쪽에 있으며 전주를 대표하는 산이다. 서울로 치면 남산 쯤 될 것이다. 주봉인 장군봉(185m)을 비롯해 옥녀봉, 무학봉, 백운봉, 용두봉, 탄금봉, 매화봉의 일곱 봉우리가 나란히 산줄기를 따라 이어져 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이 이 완산을 점령하고 관군을 맞아 격렬한 전투를 벌인 현장이기도 하다.

 

1981년 처가에서 약혼식을 하고 양가 가족들이 이 완산칠봉으로 구경을 왔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전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로부터 30년이 넘게 흘러 그 자리에 다시 섰다. 감회가 새로웠고 너무 긴 세월에 잠시 멍해졌다.

 

그때의 팔각정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맑게 웃던 아가씨는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 나이가 되었다. 한 세대가 지났으니 이미 세상을 뜬 분도 있다.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그때는 북쪽 방향으로 전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는데 이젠 나무가 자라 시야를 가렸다. 대신 반대쪽으로는 신시가지가 만들어졌다. 평화동 지역이다.

 


옥녀봉을 지나 효자동 쪽으로 내려가니 정혜사가 있었다. 정혜사(定慧寺)는 1898년에 세워진 비구니 사찰로 깔끔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보광전(普光殿)의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제쯤 완산칠봉을 다시 가볼까 했는데 이제 소원을 풀었다. 그렇게 무수히 전주를 다녔건만 30년이 넘어서야발걸음을 했다. 내가 얼마나 주변에 무심한가를 깨닫는다. 크고 화려한 것만 쫓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내 옆에 있는 작고 사소한 것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겠다. '멀리'가 아니고 '가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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